칼바람 몰아치는 벼랑에서 (단란한 삶을 꿈꿨던 김기삼 반생기)

칼바람 몰아치는 벼랑에서 (단란한 삶을 꿈꿨던 김기삼 반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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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무명無名의 삶으로 우리 근현대사를 보다
‘나’는 어느 날 출근길 아침 낯선 사내들에게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버티다 못해 달포 만에 초주검이 된 채로 결국 그들이 내민 진술서에 도장을 찍는다. 법정에서 간첩이란 죄목으로 유죄 선고를 받아 8년여 동안 수감된 ‘나’의 결백함은 출소한 지 29년의 세월이 지난 뒤 비로소 밝혀진다. ‘나 김기삼’은 작품의 화자인 동시에 지난 2009년 만 80세에 이르러서야 김기삼간첩조작의혹사건 진실 규명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실제 주인공 김기삼(90) 씨다. 그 시대를 살아온 작가가, 그때 한국인이 겪어야 했던 ‘한’을 높은 역사의식과 담담하면서도 구성진 판소리 가락으로 엮어 냈다. 약 7천여 행에 달하는 장시長詩 한 편에는 유년기부터 전쟁터와 산중을 누볐던 청년 시절, 곡절의 반생을 포함한 그의 일대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어떻게 보면 이는 한 사람의 ‘이야그’가 아니라 이 시대, 그 고장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 있다.
저자

문창후

목차

서(序) ………… 9
1. ………… 35
2. ………… 67
3. …………107
4. …………129
5. …………161
6. …………217
부록-사진으로보는김기삼의해적이(연보) …………269
아버님께올리는편지-막내아들김동수적음…………277

출판사 서평

평범한20세기한국인‘김기삼’
‘나’는일제강점기때남도의밋밋하고야트막한어느산자락아래농촌마을의가난한집안에서태어난다.일찍부모님을여읜그는가정형편탓에학업을마치지못하고군부대에서16세의나이로잡일을거들며생계를이어간다.그러다가해방을맞이하고,밥과옷을준다기에국방경비대에들어가게된다.1930~1940년대한반도의상황을알고있는이들이라면누구나고개를끄덕일만한그의소년시절은,그시대적배경들을세밀하게재현해보이는동시에‘나’에게닥쳐올거대하고도무자비한폭력과사건사고를부각시키는요소로서기능한다.아무것도모르는한청년이굵직한사건들의곁가지로내몰리게되는경위를설명하려면한반도에불어닥친이념과전쟁의소용돌이를묘사하지않을수없기때문이다.

보라,여기피로물든사람들을
‘나’의생애가드러내는한국근현대사의큰비극가운데하나는,지극히평범한한가족의꿈이산산조각난배후에어처구니없게도국가권력이자리한다는사실이다.시에인용된무죄선고판결문에서도드러나듯,“국민으로부터생명과재산을보호해달라는위임을받은국가가그의무를저버”리고모해와폭력을휘둘러그를벼랑으로떠민것이다.고문의육체적·정신적후유증과강제퇴사·전역,따돌림,가정불화등몰아치는가혹한“칼바람”을뚫고마침내기적처럼“기적아닌기적”인무죄선고가내려졌지만,이미상피고인대부분은고인이되었고“이땅의한장부”이던‘나’는“누구의도움없이는생존불가능한/요구호노인이되고말았다.”
이처럼김기삼씨등을제물로삼은‘북괴고정간첩사태’는신군부독재세력이‘광주사태’를타개하고자보강사건으로꾸며낸것이다.그“일당”가운데는“본적지가광주이거나/고향/출생지가전남이거나한자들”로서먼친척이거나안면있는사이도있었으나,“서로아무상관없는”,그야말로“임의로/또는/무작위로”선택된경우도적지않았다.이는사건의주동자로내세울수있다면아무나상관없었음을뜻한다.그시대를살았던한국인누구라도‘김기삼’이될수있었던것이다.

무죄의비바람속에서
1981년에“간첩두목”으로전국모든일간지와매체에서전면대서특필되었던것과달리,김기삼씨의무죄선고기사는한쪽구석에몇마디로작게실렸을뿐이다.‘나’에게“지난날의공포와고통의흔적”은여전히“삶보다강한삶의그림자”로남아있다.아들김동수씨는그가쓴부록〈아버님께올리는편지〉에서아직도광장에서“태극기와성조기를들고”“나빨갱이아니다!”를외치는“수많은아버님어머님”들까지도공포를앞세웠던이념과권력의피해자로꼽고있다.그수를모두헤아리자면한국인대다수는폭풍속에서헤어나오지못했다고할수있다.절절한음성으로읊는‘김기삼’의삶이깨우쳐주는한국근현대사의한맺힌진실에주목해야하는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