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
그림을그리고그림책짓는일을합니다.쓰고그린책으로『비가오는날에』『달려』『달밤에』들이있고,『누구게?』『꼬리가있으면좋겠어』『가시연잎이말했네』『우리몸의구멍』등여러책에그림을그렸습니다.작품대부분이프랑스와독일,스위스,일본,중국,대만,멕시코등세계여러나라에서출간되어독자들에게사랑받고있습니다.“축처진입꼬리,시무룩한표정.뭔가속상한일이있나봐요.대수롭지않은이유일거라지레짐작하지마세요.아이는제법심각하답니다.아이의속상함을아이눈높이에서공감할수있는어른이되고싶어요.”
빗방울과바람이허공에그려내는다양한선과,선들의조형적인리듬을섬세하게포착했다.비오는날,비오는모습을가만히들여다보면빗줄기가허공에가르는모습이참새삼스럽다.땅이움푹움푹팰듯굵다란빗줄기가수직선을그리며힘차게쏟아진다.바람이휘익지나가면빗줄기는날아오를듯이휘어지다가,어느새죽죽사선으로허공을가른다.바람이잦아들며빗발이가늘어지면빗줄기는가느다란은실처럼하늘과땅을잇는다.그러다바람이불면반짝이는작은물방울들로산산이흩뿌려지다가,어느새바람결을따라뭉치며다시빗줄기가죽죽허공을가른다.빗줄기는살아있는듯한순간도가만히있지않는다.앞표지부터,본문,면지에이르기까지연필선의굵기와농도,방향,흐름만으로다양한표정을지닌비의이미지를형상화하였다.빗줄기에,그리고빗소리에몰두하다보면현실을떠나몽롱하면서도달콤한,새로운세계로들어서는미묘한느낌에빠진다.그새로운세계,상상력의공간을놀이공간으로바꾸어보여준다.문답처럼구성된2박자리듬으로,반복되는빗줄기사이로풍요롭고멋진상상의세계를펼쳐어린이를초대한다.어린이들의상상력을자극하는글과그림,리드미컬하게짜인구성이어린이들의세계를넓혀준다.장마철,집안에갇혀있기지루할아이들에게보여주면더욱좋겠다.비오는날,동물들은무얼할까?치타는무얼할까?사자는?티라노사우루스는?나비는?비를보면서떠올리는어린이다운궁금증이이책의중심모티브가운데하나다.사자나호랑이,치타,티라노사우루스같은‘맹수’들이물장난을치고,고개를젖혀마른목을축이고,행여날아갈새라우산을부여잡고어디론가가고….비를맞는동물들의엉뚱하고도기발한반응이재치있고즐겁다.그러다번개가치면?다소엉뚱한듯하면서천진한유희정신이돋보이는발상이즐겁다.번개치는하늘,그위에서즐겁게노는,축제와같은결말의반전이만족스럽다.연필선으로표현한그림을기본으로하여,비가오는현실공간은청색톤으로표현했다.청회색을주조로색상과밝기에조금씩변화를주면서색을입혀비오는날의다양한인상과시간의흐름을담아냈다.상상공간은모노톤의선화(linedrawing)에부분적으로아주조금씩색감을얹어악센트를주었다.양념을절제하여재료의본맛을최대한끌어낸요리처럼,색과선을절제하여도리어강력하고생동감있는이미지를끌어낸담백하고매력적인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