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보슬비/여우비/작달비처럼//나비도/처음엔비의종류였대//어느날/꽃향기에취한이슬비한방울이/그만하늘로올라가지못하고남아/나비가된거래//그래서이슬비만오면/자기가아직도비인줄알고/날아다니는거래//나비야./나도비야,하고-〈나비〉
제2부‘뒤집힌거북이’에는시인특유의재치와유머감각이돋보이는시를모았다.이번제5회목일신아동문학상동시부문의대표시인〈일러줄까?말까?〉는아기자기한풍경에천진한호기심을더한뒤반전으로마무리된다.목욕중인참새들에게비밀을일러줄지말지고민하는아이의마음은읽는이로하여금저절로미소를머금게한다.
소나기그치자,//참새들이뱅그르르/웅덩이를둘러싸고/물을마신다//일러줄까?/말까?//이물은아까/저참새들이/파닥파닥,/목욕한물이란걸-〈일러줄까?말까?〉
제3부‘누구편을들어야하나요?’에는가족,학교등아이들과밀접한생활을다루는시를모았다.표제작인〈달걀귀신〉은일상에서흔히마주칠수있는에피소드를재미나게풀어낸시로,문밖에서기다리는아이가문안의상황을상상하는모습을위트있게표현했다.
우리집화장실에는달걀귀신이산다/변기속에들어있다가/스르르올라와서//아빠가들어오면신문을읽어주고/엄마가들어오면책을읽어주고/언니가들어오면걸그룹노래를들려준다/내가들어가면만화책도읽어준다//달걀귀신은밤새외로웠다고/혼자두고가지말라고/우리를오래오래붙잡아둔다//화장실에만들어가면/아빠도엄마도언니도/나오지않는다//아빠,빨리좀나와/똥쌀것같단말야!
-〈달걀귀신〉
제4부‘지각대장’에는작가특유의엉뚱한시선과자유로운상상력이십분발휘된시를모았다.〈뒷바퀴의반란〉에등장하는바퀴는자전거바퀴일까,롤러스케이트바퀴일까,아니면수레바퀴일까?아이들의눈높이에서생각한다면익숙한사물이작동하는방식도새롭게보이기도한다.
난오늘부터내맘대로할거야/누가뭐라해도난안달릴거야/안달린다고!//앞바퀴너,/내말잘알아들었지?//야,너내말안듣고어디가?/난안달릴거라고!/안달린대도!//어!/어!/네가가니까나도자꾸따라가잖아!//에이,모르겠다/오늘도신나게달리는거야-〈뒷바퀴의반란〉
《달걀귀신》의가장큰특징은일상적인사물이나사건을바라보는관찰력과말놀이가결합하여자연스럽게시적의미로가닿는다는점이다.때로는웃음이킥킥새어나오고,때로는코끝이찡해지기도하는각양각색의동시에송선옥그림작가의따뜻하면서도세련된그림이더해져동시집의매력이배가된다.
심사평
문성해의작품을읽으면그엉뚱한발상과사물에대한재치있는해석에미소짓게한다.특별히꾸미지않으면서자연스럽게드러내는시적의미와명쾌한동심적서정이공감을자아낸다.동심적해석은말놀이성에그치지않고‘개연성있는비약’으로시적의미를드러내며공감을얻고있다.이것이동시의시적가능성의세계이기도하다.곧문성해의작품들은동심적서정을어떻게운용하여대상을의미화하는가를잘보여주고있었다.
작가의말
난생각해
살아가는모든것들에게는마음이있다고
마음은변덕이많아서이세계를쓰러져누워있게도하고
벌떡일어나서춤추게도한다고,
(…)
그리고나는또생각해
뭔가를느끼는마음이있어서생겨난게바로시라고
땅의저깊은바닥에서부터하늘로우주까지
닿아있는이마음이야말로
가장큰마음,위대한마음이아닐까하고
그러므로생각하고생각해
작은풀한포기개미한마리까지닿아있는시의마음은
바로하느님의마음이라고
개미의기쁜마음이때로는산을흔들수도있다고
나비의작은날갯짓이폭풍을몰고오는것이라고
여기에담긴마음의이야기들이
너의마음에게로건너가는징검돌이되었으면좋겠어
-2023년,문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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