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현장40곳에서다시읽은한국현대사70년
30년차베테랑기자의르포르타주(Reportage),
‘망각하지않겠다’는다짐!
이책은30년간현대사의현장에서기자로활동해온저자가광복70주년을맞이하여역사의현장40곳을직접방문하고그곳에얽힌사람과사건을기록한내용을엮은것이다.기자적현장성을살린‘르포’를묶어70년에걸친파란많은한국의‘히스토리아’를드러냈다.해방의환희와분단의설움이교차한1945년8월서대문형무소에서시작해,대한민국의처절한민낯을드러낸2014년4월세월호참사의팽목항에서마무리되는현장방문을통해저자는과거를해설하고현재를고민한다.쉽게찾아보기어려운과거사진과현장의최근모습을담은사진50장을수록해현장감을살렸다.
해방이분단과독재로이어졌고,이에대한저항을쿠데타의총성으로잠재웠지만,결국항쟁을통해민주와통일을실현해온한국현대사는또다시돌아온‘나쁜나라’와여전한가해자의위세앞에막다른골목에맞닥뜨린채시련을겪고있다.하지만저자는좌절이아니라새로운다짐을제안한다.역사와진실을‘망각하지않겠다’는다짐에서부터새로운희망이시작된다는것이다.이것이『르포히스토리아』가독자들과함께하고싶은이야기다.
베테랑기자,현대사의현장을방문하다
1945년8월15일일제로부터의해방이후71년,한사람의생애로본다면인격형성기를지나인생의전성기를충분히누렸을만큼긴시간이지난오늘날,우리는'한국현대사'를어떻게평가할수있을까?우리는무엇을위해여기까지달려왔는지,그것은옳은선택이었는지,앞으로우리는어떤방향을향해나아가야할것인지등이제는한번쯤정리해봐야할질문들에대한대답은2015년하반기정부가한국사교과서국정화방침을발표하고한국사회에서이른바'역사전쟁'이본격적으로벌어지면서여러가지형태로제시되고있다.한국현대사70년을주제로많은학술서,교양서,증언록,회고록등이출판되는가운데,30년차베테랑기자인[경향신문]원희복선임기자가1년여에걸쳐한국현대사주요현장을직접방문하고당시사건자료를모아현재적의의를조명한글들을모은[르포히스토리아:서대문형무소에서팽목항까지]는'역사적사실'과'주관적관점','엄밀한현장성'과'자유로운문학성'을함께추구한독특하고돋보이는시도다.
1987년부터지금까지,'제6공화국'시기를온전히기자로살아온저자는30년간꾸준히한국현대사에대한관심과고민을기사와책을통해선보였다.저자는[주간경향]기획기사'타임캡슐','인물탐구'등을통해역사속사건과사람들에대해이야기했는가하면,책을통해군사정권시기억울하게희생된언론인의삶을기록([민족일보사장조용수평전])하고,무명독립운동가의역사를복원([사랑할때와죽을때])했다.한국현대사전문기자라고부르기에손색없는저자가2015년부터2016년에이르는시기40곳에이르는역사의현장을방문하고한국현대사70년을다시돌아보는글을연재했다.이를엮은책이바로[르포히스토리아]다.
이연재는우리의현대사를기자적현장성과맞물려보는시도였다.과거의역사를현재를통해투영해보려는것이다.필자는만30년간기자로활동하면서,기자는사실(fact)을바탕으로그이면에숨겨진진실(true)을규명하는직업이라고믿었다.필자는이사실과진실이모이면역사가된다고생각했다.......통시적으로40개사건을엮다보니자연스레사건의인과관계가엿보인다.최선을다해사실이면의진실을드러내는'르포'를모으자여러사건이자신의진정한실체를드러내며'히스토리아'가됐다.
(/p,7)
'르포(Reportage)'로쓴'한국현대사(Historia)'70년
'르포'는현장보고또는기록문학을뜻한다.사건,현상,인물에대한심층적인취재를바탕으로하되그속에취재자의관점을녹여사실이면의진실을지향하는것이르포의본질이다.르포고전[세계를뒤흔든열흘]에서처럼이장르는사실과관점,현장성과문학성을결합해학술과이론만으로는밝힐수없는역사와세상의본질을균형감있게드러낸다.
[르포히스토리아]는해방의환희와분단의설움이교차한1945년8월서대문형무소를시작으로대한민국의처절한민낯을드러낸2014년4월세월호참사의팽목항에서마무리되는현장방문르포40개로구성되었다.각부제목에서알수있듯,해방이분단과독재로이어졌고이에대한저항을쿠데타의총성으로잠재웠지만,결국여러항쟁을통한국민들의노력으로민주와통일을실현해왔다는관점에서한국현대사를살폈다.서대문형무소,마산항중앙부두,남산중앙정보부터,평화시장,금남로,남영동,청계광장,팽목항처럼우리에게그의미가익숙한곳부터천도교중앙대교당,원동성당,금정굴처럼역사적의미에비해널리알려지지않은곳까지두루살폈다.또한,남아있는흔적이없어역사적의미를모른다면무심코지나칠수도있는원효로1가,한강대교남단,옛성남출장소(현재신세계쉐던주상복합위치),옛동대문운동장(현재동대문디자인플라자위치),용산육군본부터(현재전쟁기념관위치),여의도옛평민당사등과저자가가장'저평가된정치인'으로생각하는김영삼전대통령의상도동사저에얽힌사연을적었다.다시돌아온'나쁜나라'와여전한가해자의위세앞에막다른골목에맞닥뜨린채시련을겪는최근의'히스토리아'역시쌍용차평택공장,서해수호관,봉하마을,역삼동오피스텔607호등을통해빠짐없이기록했다.이를통해8.15광복,4.3사건,4.19혁명,5.16쿠데타,6.3사태,10월유신,10.26사건,12.12반란,5.18항쟁,6월항쟁,6.15선언,4.16참사등한국현대사70년의주요사건들을모두다루고정리했다.
서대문형무소에서꼭봐야하는곳은북서쪽끝에있는사형장이다.1923년에지어진목조건물한채는높이5미터의붉은벽돌담장으로격리돼있다.조그만나무의자에사형수를앉히고사형집행자가뒤에서레버를당기면의자와함께마루가밑으로떨어지면서교수형이집행된다.의사가검시해사망이확인되면시신을지하수습실에눕혔다가날이어두워지면옮겼다고한다.지금도지하시신수습실에내려가보면어두운콘크리트벽에차가운냉기가가득하다.사형장안팎에는지을때같이심은미루나무가있는데,그중사형장안에있는미루나무는100년가까이된나무라고보기어려울정도로가냘프다.서대문형무소역사관측은"사형장으로끌려간애국지사들이이나무를붙잡고원통함을통곡해'통곡의미루나무'로불린다"라며,"안에있는미루나무는억울한한이많이서려잘자라지못했다는일화가있다"라고설명했다.
(/p,20)
분향소에는촛불만껌벅거릴뿐아무도없었다.잠시후나이지긋한여성이조용히신발을벗고들어와무릎을꿇고성호를그었다.일어서는그의얼굴에는눈물이맺히다못해주르륵흘렀다.그는"세월호참사가벌써없던일처럼된것이가슴아프다.우리나라사람은너무빨리잊는것같다"라고말하며흐느꼈다.나이가예순여덟이고손주가고등학생이라는그는전라남도나주에서등산을왔다가이곳에들렀다고한다.그는방명록에"벌써잊혀지고있다니서럽습니다"라고적고조용히분향소를나갔다.이곳은진도팽목항에있는세월호희생자분향소다.팽목항한쪽주차장에컨테이너로만든분향소에는희생된학생들의영정과꽃,그들에게보내는각종편지가쌓여있다.분향소주변에세워진시민사회단체컨테이너는대부분문이잠겨있고,노란추모리본은비바람에낡았다.12월중순임에도비교적따뜻한날씨덕에이곳을찾는사람들의행렬이이어졌다.관광버스도두대나있다.인근에서등산을마치고겸사겸사온시골노인들도있고,군입대를앞둔아들과함께이곳을찾은중년부부도있다.
(/p,337)
과거와현재가어우러진50장의사진
[르포히스토리아]는평소쉽게찾아보기어려운다양한과거사진과역사현장의현재상황을알려주는취재사진을50장포함하고있다.한국현대사의중요한시기를기록한유명한사진들-해방직후서대문형무소앞만세사진(17쪽),38선을넘는김구일행사진(26쪽),전태일열사장례식장에서오열하는이소선여사사진(142쪽),체포된김재규가10,26을재연하는사진(171쪽),광주민중항쟁민주수호범시민궐기대회사진(195쪽),2000년남북정상의평양순안공항악수사진(253쪽)-뿐아니라부산정치파동당시국회의원버스연금사진(46쪽),1961년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이루어진민자통결성사진(83쪽),1963년대선을논의하는김형욱,이후락사진(101쪽),1964년마로니에공원에서벌어진서울대학교학생들의민족적민주주의장례식사진(111쪽),3선개헌날치기후황급히도망가는국회의원사진(129쪽),1972년과1980년계엄령선포당시서울시내탱크진주사진(162쪽,186쪽)등이포함되었다.또한서대문형무소,제주4,3평화공원,마산항중앙부두,남산,평화시장,경부고속도로준공기념탑,고양금정굴,평택서해수호관,팽목항등의현재모습을직접찍은사진들도실려있다.역사를기억하는과거의사진과지금을기록한현재의사진이교차하면서독자들에게현대사의현재적의미가더욱깊이있게전달된다.
1952년5월26일집총을한헌병들이국회의원47명이탄버스를세워검문하고있다.헌병들은이버스를군용크레인으로끌고가국회의원들을27시간30분간연금했다.
(/p,46)
1969년9월14일새벽2시30분,3선개헌안을2분만에날치기통과시킨공화당의원들이황급하게국회제3별관을빠져나오고있다.
(/p,129)
역사와진실을'망각하지않겠다'는다짐
이책은[주간경향]에2015년3월부터12월까지연재된글을대폭수정하고다듬어엮은것이다.부족했던부분을보충하고지면제약때문에담지못했던이야기를새로썼다.연재이후발생한2016년주요사건들(개성공단가동중단,공수부대광주시내행진계획,세월호특조위'강제해산'등)역시내용에반영했다.
40곳의현장을방문하는저자의마음은편치않았다.무엇보다도수많은역사의현장에서"민족사홀대의상징적단면"을수차례발견했기때문이다.제주4,3평화공원등몇몇예외적인장소를제외하면,역사적인장소들은"주차장관리"하듯다뤄지고,그곳에서어떤역사적사건이벌어졌는지"안내판하나없는"곳들이부지기수다.아무런"흔적조차없이"아예'리모델링'해버린장소들도많다.이제그만잊어버리자는것일까?그만큼우리의역사는기억조차되지못하고있다.이는굴절된한국현대사를상징하는모습이기도하다.
그때문일까?더디더라도꾸준히발전하던역사는지금막다른골목에다다른것처럼보인다.2014년4월16일의세월호참사와그이후벌어진일들은우리가70년동안만들어온'대한민국'의민낯을여실히보여준다.'나쁜나라'가다시돌아왔다.저자도다른많은이들처럼이러한상황에대해"참담함"을토로한다.하지만저자는좌절이아니라새로운다짐을제안한다.마지막방문지인진도팽목항에서저자는방파제끝에서있는등대에"Remember14.04.16"이라고스프레이로누군가적어놓은것을본다.그리고역사를'망각하지않겠다'는팽목항의다짐에서부터새로운희망을이야기하자고호소한다.어떤일이있더라도진실을절대로망각하지않겠다고우리가굳게다짐할때비로소역사로부터새로운출발을위한교훈을얻을수있다.그렇기때문에,역사와진실을'망각하지않겠다'는다짐은[르포히스토리아]가독자들과한국현대사를돌아보며함께하고싶은마음인것이다.
필자는이글의마지막현장인진도팽목항을취재하면서'우리현대사의막다른골목에맞닥뜨린느낌'을받았다.우리가해방후지금까지죽자살자달려온것이바로이꼴을보기위해,이참담함을만나기위해서였나하는회의감이들었다.진도팽목항방파제끝에서있는빨간색칠을한작은등대에누군가노란색스프레이로'Remember14.04.16'이라고휘갈겨써놨다.그렇다.바로그것이다.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