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관련한다양한사례를살펴봄으로써돌봄의가치를일깨우다
왜돌봄이필요한가?돌봄은어떻게평가받나?
저출산추세가지속되면서출산율을올리려는여러정책이등장하고있다.다자녀가구에세제혜택을주는가하면,국가적인차원에서출산휴가를사용하라고장려하기도한다.하지만여성들입장에서출산을꺼려하는가장큰이유는,여성이육아를전담해야하는사회적인분위기다.이때문에여성은(남성들은그렇지않은데)출산때문에경력이단절되고퇴사압박을받는등여러어려움에시달린다.육아만그런것이아니다.대부분의경우돌봄책임은여성에게전가된다.남성은가정내에달리돌봄을수행할사람이없을경우에만돌봄을맡는경우가많다.집안에거동이불편한부모나신체적인장애를가진구성원이있을경우,주로여성이돌봄수행자가된다.
돌봄은오랜기간낮은지위의일로여겨졌다.대부분의돌봄이사적인영역에서수행되었기때문에돌봄은사적이며사회적으로는큰가치가없는일로평가받았다.하지만잘생각해보면돌봄은인간이생존하기위한필수적인조건이다.이책은모든사람이어떤상황에서는돌봄을필요로한다는점을강조한다.태어나서얼마지나지않았을때,나이가많이들었을때,신체적으로취약할때우리는누군가의돌봄을필요로하는데,이런시기를한번도겪지않는사람은없다.우리는누군가의돌봄을받았기때문에살아남은존재다.하지만사회적인제도나인식,심지어는학술적인논의에서도돌봄은일종의예외적이고부수적인활동으로취급되었다.이책은이렇게돌봄이제대로평가받지못하는사회적상황을지적하며돌봄영역에서평등을이루어야한다고주장한다.
돌봄을둘러싼편견을벗기다
우리는돌봄에관해몇가지편견을가지고있다.이책은이러한편견때문에돌봄의의미와가치가제대로평가되지못한다고지적한다.첫번째는충분한경제적여유가있으면돌봄을‘구매’함으로써수혜자에게완전한돌봄을줄수있다는편견이다.하지만이책에서연구한사례들을종합해보면돌봄에는‘대신할수없는’측면이존재한다.사랑과관계가그것이다.돈으로최상의서비스를살수는있지만돌봄을통해수행자와수혜자가나누는유대나사랑까지살수는없다.그리고그런부분은돌봄에서발생하는부수적인효과가아니라돌봄의본질적인측면에가깝다.
두번째는돌봄수행자와돌봄수혜자가일방적인관계라는편견이다.물질적으로나정서적으로,돌봄수행자는주기만하고돌봄수행자는받기만하는관계로묘사된다.하지만이책의연구사례에등장하는모든돌봄수행자는돌봄을통해수행자도수혜자에게서무언가를받는다고증언한다.아무리사소한감사의말이나몸짓이라도,돌봄수행자는그런것을받음으로써자신의돌봄이어느정도는보답을받는다고느낀다.즉,돌봄은일방적인것이아니라호혜적인활동인것이다.
가끔은제머리를쥐어뜯죠.그럴때는그가보물을내놓곤합니다.그와씨름하며고된하루를마치고나면더참을수없게되거든요.“톰.”“아빠왜요?”“사랑한다.”그걸로모든게가라앉죠.그는영어에서가장사랑스러운세단어를직접말합니다.“나는너를사랑한다.”그리고그렇게하시죠._톰,독신,아버지를종일돌봄._3장사랑노동:돌봄합리성과관계적정체성
성장과발달에필수적인정동적측면
이책은여러돌봄사례인터뷰를담고있는데,그중에서도‘아일랜드직업훈련학교(IndustrialSchool)’생존자들의인터뷰가가장인상적이다.아일랜드직업훈련학교는일종의보호시설로,국가에서환경이좋지않은가정의아이들을모아서운영한기숙학교였다.그런데문제는이학교가이곳에다닌아이들을사실상학대했다는것이다.이곳에서성장한아이들은또래아이들이받는사랑과관심을거의받지못했고,일상적으로체벌과감시를받았다.
그리고이곳에서성장한사람들에게서특이하게높은문맹률이발견되었다.조사결과이곳의높은문맹률은사랑과관심을받지못한사실과관련성이높다는점이확인되었다.같은시점에직업훈련학교에들어간자매의사례는,어린시절부모에게양육을받은기억을하고있던언니는문해욕구를충족했는데그런기억을하지못하는여동생은문해욕구를충족하지못했다고보고한다.어린시절부모에게받은격려와관심이학습능력에커다란영향을끼친것이다.그외에도어떻게든부모와연락의끈을놓지않았던학생은문해욕구를충족한반면,그렇지못한대부분의학생은문맹상태에서성인이된사례를여럿확인할수있다.
우리는단순히먹여주고재워주는것이돌봄이라고생각하지만,그래서국가도그렇게함으로써충분히돌봄을수행할수있다고믿지만사실은그렇지않다.일정한돌봄수행자가꾸준히사랑과관심을주는것이돌봄에서빠져서는안되는요소다.이책은사랑과관심,배려같은정동적인측면이돌봄,나아가인간의생존에서필수적인요소임을밝히고있다.
‘정동적불평등’은어떻게나타나는가?
이책은모든사람이동등한수준의사랑,돌봄,연대를경험하는‘정동적평등’이이루어져야한다고주장한다.물론현실은그렇지못하다.다양한차원에서돌봄과관련한정동적불평등이발생하며,그러한불평등은우리가생각하는것보다훨씬큰사회문제로나타난다.
일단흔하게만날수있는불평등은성별에따른불평등이다.대부분의문화권에서여성이돌봄을전담한다.이책에서인용하는연구에따르면,여성이생계를책임지는경우에도돌봄은대부분여성의몫이다.여성은돌봄때문에과도하게육체적·정신적스트레스에시달리며가정내에서남성보다압도적으로많은노동을수행한다.남성은대부분의경우돌봄불평등의수혜자지만,때로는이러한점때문에가족들에게서소외당한다는느낌을받는다.이책에서이혼한남성들을인터뷰한내용을보면,돌봄을수행하지않는남성성이남성을정서적으로어려움에빠지게할수도있다는점을알수있다.
그리고요새자주문제가되는,경제력의차이에따른돌봄불평등의실태도확인할수있다.경제력이뒷받침되는경우에는좀더나은환경에서돌봄에집중하면서돌봄수행자와돌봄수혜자가정서적으로유대를쌓을가능성이높아진다.하지만경제적으로어려운경우에는돌봄과생계가모두위태로워지는악순환에빠질수밖에없다.돌봄을맡아야하기때문에오랜시간일하기어렵고,충분히일하지못하기때문에돌봄에투여할자원을확보하지못하는것이다.
이러한불평등은결과적으로출산율저하문제,노인자살문제등으로나타난다.사회는돌봄영역을사적인차원이라고보고방치했고,이제는사회와국가가가장우려해야할문제로까지커졌다.지금이라도사회가돌봄영역과정동적평등에관심을기울여야하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