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교정 반세기

편집 교정 반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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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64년 편집에 입문해 고전 번역으로 단절된 문화의 가교가 되기까지
50여 년 전 출판사에 첫발을 내딛은 뒤로 세월의 주름이 내린 그의 손에서 원고와 펜은 떠나지 않았다. 교학도서, 신구문화사, 을유문화사, 창작과비평사, 현대실학사. 그가 지나온 길에 놓인 1000여 권의 책에는 해지도록 사전을 들춘 편집의 역사가 켜켜이 녹아 있다. 문선공, 식자공, 인화지, 필름 ……. 급작스러운 변화 속에 많은 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져간 출판계에서 편집인이라는 이름으로 오롯이 한길만을 걷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

정해렴

저자정해렴(丁海廉)은1939년경기도파주출생으로성균관대학교문과대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1964년부터교학도서ㆍ신구문화사ㆍ을유문화사편집부에서근무했고,1976년부터1996년까지창작과비평사편집부장ㆍ대표ㆍ고문을역임했으며,1997년부터현재까지현대실학사운영에전념하고있다.출판계에입문한이후1000여권의책을편집ㆍ교정했다.

목차

제1부내인생의전반기
제2부편집의길로들어서다:교학도서,신구문화사,을유문화사
제3부둥지를옮겨창비에몸담다:창작과비평사1
제4부창비와굴곡을함께하다:창작과비평사2
제5부편집인으로홀로서다:현대실학사

출판사 서평

책이삶이된사람

1964년편집에입문해고전번역으로
단절된문화의가교가되기까지

출판계의산증인정해렴의반세기기록

“창비사장님이셨는데왜창비가아닌한울에서책을내나요?”

이책을진행하면서가장많이받은질문이다.들을때마다머뭇거리기를반복했으나,출간을앞두고답을찾을수있었다.한국출판역사의주춧돌이자섬돌인저자의편집인생은한출판사만의전유물이될수없다는지극히당연한답말이다.
전산조판이후의세대들은정보에의접근이노력의결실이던그시절을모른다.클릭몇번에자판만두드리면몇분아니몇초만에접근할수있는정보를찾기위해방법을고민하고발품을팔아야했던그시절이상상이나가겠는가?어쩌면한문장을완성하기위해수도없이사전을들추며찾고또찾는지루한반복을지치지않고해야했던그시절이과연있었느냐고반문할지도모른다.그런시선으로보면이책은고리타분하고너무오래된,그저과거를추억이라는틀에담아하나씩꺼냈다다시담아버리는옛날이야기일뿐일지도모른다.
그런데그시대의끝자락을스쳐지났던이들이라면이책이역사라는것을,그래서한국출판역사의당당히한위치에자리매김되어야한다는데공감할것이다.

◑풋내기편집자에서기본에충실한편집자로거듭나다

누구나그렇듯그에게도풋내기인시절이있었다.잔심부름을하고현장견학을하며하나하나익혀야했던그시절,교정부호하나제대로모르던그는『편집과교정』이라는책을읽으며체계를갖추기시작한다.대선배의시작에잘만들어진책이있었다고생각하니편집자로서새삼스러운마음이다.그런데그의반세기외길을만든것은이것만이아니다.거기에는한결같은그의노력이있었다.

초등학교국어과교사용지도서를만들면서문교부편수관실로담당편수관에게원고를받으러가거나교정지를찾으러가거나하면서국정교과서의표기원칙과관례를대강배우게되었는데,나는초등학교교과서에서보조동사를복합어로삼아동사에붙여쓰는사례를표로만들어노트에정리하면서문교부교과서표기법을익히고,이때배워익힌것을중·고등학교검인정교과서출원때잘써먹게되었다._39쪽

내딴에는거의2년가까이교정을본경험으로그깟소설교정쯤이야하고가벼운마음으로교정에매달렸는데‘어마,뜨거워라’였다.여태까지내가교정한것은주로교재였는데,교재나기타참고서는기껏4000내지5000단어안에서표준어로서술되어큰어려움없이사전을조금만찾아보아도되었으나,소설문장은단어가수만으로방대하게확대되고방언이나속어가큰제약없이사용되어내어휘력으로소설교정은참으로감당키힘겨웠다.그렇다고힘겹다고할수도없어출근해의자에앉으면사전을수없이뒤적이고끙끙거리며교정을보다가점심시간이나되어야자리에서일어날수있었다.이런생활이반복되었다._46쪽

시조집이나논문이실린학회지나기관지가있는것은그수록된원전과대조하면서무난히교정을볼수있었으나,일기부분은베껴온것이라인명이나서명등잘못쓴고유명사는알아낼방법이없었다.따라서잘못고칠수밖에없었는데,나중에책이나오고나서오자가많다는평가를받고매우부끄러웠다.나는이때의경험때문에원고나원문과반드시잘대조하고나야안심하는결벽증이생겼다._49쪽

나는신구문화사에서만4년,교학도서에서1년반,그리고몇달의다른학회지교정·제작경험을한6년차편집·교정자가되어있었으나아직도새로운교정지를처음대할때마다두려움이앞섰다.그러나아무리낯설고어려운교정물이라도일단잡기만하면부족한실력이지만혼신의힘을다하는것이차차몸에배어정신을흩뜨리지않을만큼되었다._60쪽

1983년여름이후부터는창비의경영실무로부터완전히벗어나편집고문으로편집·교정실무만맡아처리할수있어,나는이제명실공히원숙한편집자로돌아올수있었다.이제나는편집·교정을회사경영과관련시켜할수있는시각도비로소확보한것이다._217쪽

◑대표로서문화탄압의암울한시기를지나다

이책의저자는그의말대로라면경력이많다는이유로“등떠밀려할수없이”창비의대표직을맡았다.신군부가쿠데타를일으켜권력을장악한그시절이었다.그엄혹한시기에감시의눈길이항상따라붙는출판사의대표였으니,문화탄압의현장에서혹한의바람을견뎌내야했던것이다.

이책의17면에기술된“해방직전에3대독립군사단체가있었으니그하나가광복군(金九)이었다.다른둘은연안(延安)의조선혁명군(金武丁)과간도장백산의조선인민혁명군(金日成)이었다”가문제가되니,이구절을고치거나괄호안에있는‘金日成’에대해현재북한의‘김주석’이아니라는주석을달아발행하라는것이었다.……나는이책을더찍지않겠다고하여이자리를수습했다._181쪽

이렇게사무실을나서지프차를타고가다가눈을가리고남산에올라간것이다.가서는새벽까지이런저런조사를받고진술서를쓰라고한다.진술서에쓸말이없어어떻게쓰느냐고물었더니참으로딱하다는표정이었다.나는필화사건으로들어온것도아니고,또무슨사상범도아니고그렇다고시국사건도아니고범죄사실도없으니쓸말이없는데무엇을쓰라고하는지몰랐던것이다.그들은몹시답답해하다가편집부장이시영씨를조사해받은진술서를가지고그것을보고말을맞추며쓰게하는것이었다.이시영씨의글씨는내가익히아는지라나는대뜸알아본것이다.그러고도답답한듯이쓰는요령을이리저리불러주는것이었다.그분들도얼른조사를끝내고자거나쉬어야할텐데내가꾸물거리니얼마나답답하고맥이빠졌으랴.그분들도나를추궁해서공명을세울만한무슨단서를얻어낼수없다는것을진작알아챘을테니이미김이샜을것이다._199쪽

또내가나와서들으니,이시영씨는풀려나와제책소로끌려가서제본하던책을재단기로잘라폐기하고지형도찾아다재단기에넣어작두질하게했다는것이다.기원전에있었던진시황(秦始皇)의분서갱유(焚書坑儒)같은시집절단의야만적인문화탄압의한현장을한시인이목격한것이다.우리는‘문화공보부’를‘문화공포부’라고부르기도했다.20세기말에그것도‘자유민주주의국가’라는수도서울의한복판에서한시인이그시집에“타는목마름으로타는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만세”라고썼다고그시집과지형을난도질하다니,문화를발전시키고북돋워야할문화부서로서는어떻든해서는안될역사에크게기록될만한야만스러운일을한것이다._201쪽

시인김지하가오랜영어생활을마치고나와몸과마음을추스르고열정을쏟아새롭게시도하는작품이고나도온갖정성을기울여편집·교정을하여간행했는데,공을들인보람도없이또판매금지를당하고만다.이때는문공부간행물심의실도강화되어매우엄중히심의해가차없이판매금지처분을할때였다.판매금지처분을내릴때도문서로통고해주는것이아니라발행인을불러다팔지말라고통고했다.공문을보내면나중에이를근거로삼아소송을제기할수도있고골치아픈일이생길수도있으니까말로처리하는듯했다.……이로써세계적인작가의붓이또꺾이고,우리창비도한번더곤란을겪는다.나도때때로문공부에불려가추궁을받기도했다.나에게는문화공포부였다.아무튼나는경고를수없이받아주의하겠다는약속을하고도약속을지키지않는뻔뻔한사람이되어가고있었다._207쪽

1980년초반문화탄압을선봉에서목격했던저자의글이,이른바‘최순실게이트’로몸살을앓고있는2016년오늘에도역사의한장이아닌주변의일로받아들여진다는사실에씁쓸함을금할수없다.문화전파의한담당자인편집자로서흔들리지않는신념으로독자에게다가가는데,이책이하나의길을제시하리라고본다.

◑우리가당연하다고여겼던많은것이그에게서비롯되다

국정교과서로다시회자되기시작한“과거를잊은민족에겐미래가없다”라는이흔한말을이대목에서또읊조리는건,미래는과거의연장이기때문이다.우리가무심코당연한듯사용하는많은것이대선배가걸어간길에놓인결과물이라는데흠칫놀라게된다.한자의괄호병기나독자의흥미를고려한새로운구성,인물의해설이나낱말의뜻풀이등이책곳곳에서발견되는편집기법이나책과관련된새로운생각은‘소통하는편집인’이강조되는지금에도여전히유효한편집자의기본자세일것이다.

따라서본문은『한국사의반성』에서의국한문병용체제에서한걸음더나아가한글을원칙으로삼고꼭필요한한자나외국어는괄호안에넣어누구나쉽게읽을수있도록하는한편역사현장사진자료를많이넣어시각적인효과도거두려한,당시로서는매우과감하고도혁신적이고참신한편집체제를시도했다._64쪽

또평이하고쉽게읽을수있는체제로편집·교정한다는것이말로는쉽지만실천하기는쉽지않다는것을깨달은것이다.한자로써온원고를음독하여한글로고치고꼭필요한한자를선별·판단하며원고를정리하기란그다지쉽지않다.따라서편집체제의개혁이나혁신은많은고민과실천노력이따라야한다는것을이『한국현대사』를교정보면서깨닫기도했다.나에게는큰소득이었다._65쪽

현기영의소설집『순이삼촌』은앞의최창학이나윤흥길과달리내가직접편집·교정을했다.작가가구성해온목차는발표순대로차례를잡았는데내가교정을보느라고읽어보니,데뷔한작품과초기소설은이상(李箱)같은냄새가난다고느꼈고큰재미가없었다.한참고민을하다가발표역순(逆順)으로목차를정해보니괜찮을듯싶었다.그래서일반적인상식을벗어난편집을해본것이다.결국이작품집을내면서나는목차를구성하는방법도조금실험한셈이다._165쪽

그래서소설독자의관심을끌장치를생각하기시작하여연구해낸것이첫째로가장보편적이고보급에유리한4×6판으로판형을정하고,둘째로는숨을가다듬으면서빨리읽을수있게하려고장별로연재번호를넣었다.이로써장편소설의긴단조로움을어느정도풀수가있었다.셋째로주요주인공을간략히소개하는글을표지바로뒤에작가의묘사해설로싣되,신문연재때의삽화에서그인물모습을따서넣었다.이장치는아마내가처음으로고안한것이아닐까한다.……다섯째로주요낱말해설을실어작가가참으로공들여수집해쓴까다롭고아름다운우리말을공부할수있게했다._186쪽

나는이책의편집방향을잡을때본문은한글로쓰되필요한한자는괄호안에넣기로하고,한시(漢詩)나한문원문을그대로인용해넣는대신번역을해서넣도록하되한시는번역문바로뒤에넣고한문원문은주(註)로돌렸다.주제목이나중간제목은한자를노출해쓰도록했다.이렇게해야한문에큰소양이없는독자도읽고글뜻을이해할수있게된다._203쪽

굳이상·중·하3권으로나눈것은애초부터이『소설동의보감』이미완의작품이라는인상을주지않기위해서였다.원래작가의구상은춘하추동즉봄·여름·가을·겨울4권으로내려한것인데,겨울에해당하는권이미완이라춘하추동대신상·중·하로구성한것이다.……이렇게3권으로조판을했는데,편집부에서는2권으로하자는것이중론이었다.나는이를영업논리로설득해잠재웠다.가령2권으로하면권당480면에그때소설책정가는3800원이나3900원이한계라2권에7800원으로정가를매길수밖에없지만,3권으로하면11400원이나되어그차액이3600원이나되었다.이렇게하여3권으로분권하여낸『소설동의보감』이베스트셀러가되어4개월만에5판까지찍을수있었으니,2권으로하지않고3권으로나눔으로써상당한영업차익이생긴것이다._247쪽

◑문화전파자로서후대를생각하다

책을펴는순간부터이책전반을가로질러흐르는편집인으로서의신념은확실한다짐으로,출판계에대한아쉬움으로곳곳에서표현되고있다.

거듭말하자면『한국인명대사전』을편찬하며당시식민사관을극복하는일이라생각해중국에사신으로다녀온많은인물을빼놓기도하고,또자료의부족으로뛰어난인물이많이누락되었으며,있는자료도대조·검증하지않아생몰년미상이많은데,고대사인물을제외한조선시대인물은생몰년을상당수찾아낼수있다고나는확신하고있다.자료조사를철저히하여우리역사인물을정리·정립해후학들이쓸데없는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