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시인 윤동주 (모든 죽어가는 것이 시가 되기까지 | 양장본 Hardcover)

생명의 시인 윤동주 (모든 죽어가는 것이 시가 되기까지 | 양장본 Hardcover)

$26.00
Description
NHK PD 출신 어느 일본인이 발굴해낸
윤동주의 삶과 시, 그 새롭고도 경이로운 세계
1995년 KBS와 NHK가 공동으로 제작한 윤동주 다큐멘터리의 연출자였으며 이제는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다고 기치로가 30년 넘게 직접 발로 뛰며 윤동주의 삶과 시를 취재하고 연구한 결과물을 정리한 책이다.
‘병원’이었던 시집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완성된 극적인 과정, 일본인 시우(詩友)와의 교제에서 드러난 윤동주의 시와 삶의 모습, 체포되기 전까지 일본 유학 시절에 윤동주가 남긴 흔적,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맞은 비극적 죽음에 관한 새로운 사실, 윤동주가 남긴 일본어 책과 메모에서 드러난 경이로운 시 세계 등 그동안 친숙하게만 여겨졌던 윤동주에 관해 어쩌면 낯설기까지 한 경이로운 사실들이 소개된다.

가슴을 울리는 시에 숨어 있던 순간들, 오랜 취재와 연구로 마침내 되살아나다
“NHK 디렉터였던 내가 윤동주 다큐멘터리 리서치를 시작한 것은 1994년 봄이었는데,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떻게든 윤동주를 기억하는 사람을 일본에서 찾아내는 것이었다. …… 1945~1946년 무렵에 두 대학을 나왔으리라 생각되는 영어영문학 관련 학과 졸업생들에게 빠짐없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윤동주는 쉽게 다가와 주지 않았다. 기억에 없다, 모른다는 답변만 듣게 되면서 헛수고가 되풀이되었다. 한없이 깊은 어둠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역시, 어차피 또 같은 답변을 듣겠지라는 묘한 예감으로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 역사의 어둠을 뚫기라도 하듯 뜻밖에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라누마 씨 말씀이지요. 네, 기억합니다. 조선에서 왔던 히라누마 씨!” _ 136쪽

지난 2017년은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시와 삶이 다시금 큰 조명을 받은 해였다. 해를 넘기자 지나간 유행처럼 곧 시들기는 했지만, 지난 한 해만큼은 윤동주의 해라고 할 만큼 그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복간본·필사본·미니본 등 온갖 형태로 나온 시집이 서점의 중앙 매대를 점령했다. 그런 가운데 윤동주가 말년을 보내고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한 곳, 일본에서 의미 깊은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한국어로도 번역된 『생명의 시인 윤동주: 모든 죽어가는 것이 시가 되기까지』(원제 生命の詩人·尹東柱: 『空と風と星と詩』誕生の秘蹟)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을 쓴 다고 기치로(多胡吉?)는 1980년부터 2002년까지 NHK에서 연출을 담당한 베테랑 PD로서, 작가로 전업한 이후 한국과 관련한 책을 여럿 펴내는 한편, 젊은 시절부터 애정을 품고 천착해온 윤동주에 관한 연구 결과를 한일 양국에서 지속적으로 발표해왔다. 특히 그는 1995년 NHK와 KBS가 공동으로 제작해 화제를 모았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일본 통치하의 청춘과 죽음]의 NHK 측 연출을 맡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공개되어 지금껏 윤동주를 이야기하는 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윤동주 생전 최후의 사진 역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사전 조사 과정에서 그의 집념 어린 노력으로 발굴되었다. 이번에 한국에 소개된 『생명의 시인 윤동주』는 그가 지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직접 발로 뛰면서 얻은 자료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엮어낸 아주 특별한 윤동주 평전이자 시론이다.
저자

다고기치로

저자다고기치로(多胡吉?)
1956년도쿄에서태어났다.1980년에NHK에입사해PD로일하며여러프로그램을제작했다.1995년에는NHK스페셜[하늘과바람과별과시:윤동주,일본통치하의청춘과죽음](KBS와공동제작)을연출했다.2002년영국주재원을끝으로독립해문필의길로들어섰다.
대표작으로는『리리,모차르트를쳐주세요』,『소세키(漱石)와홈즈의런던:문호와탐정가백년이야기』등이있다.이책『생명의시인윤동주』는열한번째저서다.한국에서지금까지번역되어출판된책으로는『또하나의가족:어느일본작가의특별한한국사랑』,『야나기가네코조선을노래하다』가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머리말

제1장‘병원’에서‘하늘과바람과별과시’로:시인탄생의숨은자취에관한일본어메모
1.시집의원래제목은『병원』/2.영국에서만난‘mortal’과「서시」의참뜻/
3.성경속의‘mortal’/4.‘immortal’로덧붙여진「별헤는밤」/
5.시집『하늘과바람과별과시』의탄생/6.메아리치는‘생명’/7.영원한시인

제2장‘반한(半韓)’시인이쓴‘나의벗’윤동주1:윤동주와교류한일본시인우에모토마사오
1.윤동주의‘시우(詩友)’우에모토마사오/2.우에모토시인의증언,윤동주의추억/
3.좌절된추적,우에모토시인과의그후/4.시집을통해더듬어본우에모토의발자국/
5.한국자료속‘상본정부(上本正夫)’/6.‘반한’시인과윤동주/
7.우에모토의증언으로알게된윤동주의‘사랑’

제3장‘반한(半韓)’시인이쓴‘나의벗’윤동주2:모더니즘의해후와괴리
1.윤동주「공상」의미스터리/2.평양역에서의해후와이별의의미/3.쇼와연호가붙은시/
4.‘쇼와14년9월’의시세편/5.기쿠시마쓰네지의「눈사태」로더듬어보는윤동주의시심

제4장도시샤의윤동주,교토에서무슨일이있었나:발견된생전최후의사진을단서로
1.‘히라누마도주’를찾아서/2.윤동주가말한“부끄럽습니다”/
3.발견된생전최후의사진이말하는것/4.“그런마음이아닙니다!”:교수집에서의작은‘사건’/
5.윤동주,교토에서의9개월/6.교토에서무슨일이있었나

제5장후쿠오카형무소,최후의나날1:의문사의진실을찾아
1.절망적인‘벽’저편에/2.북3사의‘거주자’들/
3.미국에있는자료속윤동주와치안유지법위반수형자들/4.악화하는식량사정/
5.죽음의대합실/6.후쿠오카형무소에서윤동주를본남자

제6장후쿠오카형무소,최후의나날2:영원한생명의시인
1.윤영춘의회상/2.형무소내의‘질서’와빠져나갈구멍이된규슈대의학부/
3.최도균의이상한체험/4.송몽규의증언에서도출된것/
5.규슈대의학부와바닷물을이용한대용혈액연구/6.여전히가로막힌‘벽’/
7.생명의숨결,생명의시인

제7장그리고시와책이남았다:소장일본어서적으로보는윤동주의시정신
1.유품중일본어서적/2.윤동주가소장한일본어서적27권/
3.다카오키요조의『예술학』,정독한흔적으로보는마음의모습/
4.‘자신에게돌아가라’,『맹자』인용이말하는것/
5.발레리에대한사랑,시론으로살피다:‘포에지’/6.생의철학,딜타이에게기대하다/
7.하늘을우러러본윤동주

맺음말/윤동주연보/부록:「반한그73」,「풍경」,「눈사태」원문/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병원’이던시집은어떻게‘하늘과바람과별과시’가되었나
‘죽음’의시대를이기고‘생명’을노래한시인
저자는윤동주의삶과시를이해하는데핵심이된다고판단한사건과주제를선별해연대순으로엮어간다.먼저이책은『하늘과바람과별과시』의표지여백에희미하게남은흔적에시선을맞춘다.NHK다큐멘터리촬영을준비하던중저자는윤동주시인의조카윤인석성균관대교수의집에서윤동주가남긴자필시집원본을볼기회를얻었다.거기서그는윤동주가남긴『하늘과바람과별과시』자필시집원고표지에‘병원(病院)’이라고썼다가지운흔적을발견한다.‘병원’이었던시집제목이‘하늘과바람과별과시’로바뀐배경에무언가중요한의미가담겨있을것임을직감한저자는당시다큐멘터리에서미처다루지못한그의미를찾아나선다.이책에는그제목변경의과정에서윤동주가겪었을약20일간의드라마가소개된다.‘mortal’과‘immortal’개념,시와시집구성의변화,기독교정신,윤동주가남긴메모등을통해저자는윤동주가죽음의시대,생명이경시되던악덕의시대에고뇌와극복을거쳐기적처럼도달한곳은‘죽음’이아닌,그것을넘어선‘생명’이었다고설명한다.이책의제목이기도한‘생명의시인윤동주’는그렇게탄생한다.
이와관련해저자는일본에서윤동주의시집을처음으로번역해소개한이부키고(伊吹?)가“모든죽어가는것을사랑해야지”를“모든살아있는것을사랑해야지”라고번역한것을두고시인의뜻을왜곡했다는비판이일었던일을상기하면서,그번역에완전히동의하지는않지만한편으로‘모든죽어가는것’에서‘죽음’너머의‘생명’을읽어내는것이어떻게『하늘과바람과별과시』의핵심에더가까이다가가는길인지를이야기한다.얼핏이는윤동주의시를볼때민족주의적해석에치우쳐있던이들에게는불편하게느껴질법한부분이지만,저자가윤동주의시에서생명을읽어낸과정을제대로이해한다면그런해석과는또별개로윤동주의시를바라보는시야를확장해줄수있는해석임이분명하다.‘저항시인’이라는틀에만가둬두기에윤동주가추구한시세계는너무넓다는것이다.

일본인친구들이기억하는윤동주의모습과일본유학생활
일본시인과의교제와생전최후의사진
이어서이책2장과3장에서는저자가윤동주다큐멘터리취재과정에서접한놀라운사실이소개된다.윤동주를만나친분을나눈일본시인이있고그가생존해있다는것이었다.당시까지만해도윤동주와친분이있어그를기억하는일본인이단한사람도없다고알려져있었다.한국에서도윤동주와친분이있는일본인의이야기는윤동주관련책어디에도등장한적이없었다.그런데저자가만난‘우에모토마사오(上本正夫)’는윤동주와중학교시절≪녹지대≫라는시학지의일원으로서알고지냈으며,1942년에는자신이입원해있던일본의병원으로윤동주가문병을와대화를나누기도했다고밝혔다.저자는우에모토마사오진술의사실관계를꼼꼼하게검증하는한편,이를통해윤동주의발자취와시에남은흔적,사람됨을그려본다.우에모토마사오는윤동주에관한추억을긴산문시로남겼는데,저자는이시전문을본문에인용해소개한뒤이를자세히분석한다.
이책4장에서는현재까지거의밝혀진바없는윤동주의일본유학시절흔적들이저자의집념으로조금씩드러난다.저자가찾아낸한일본인학우의기억속에는“둘뿐이면틀렸을때부끄럽습니다”라고수줍게말하는윤동주가자리하고있었다.그리고더놀랍게도그의자택에서는윤동주가도시샤대학학우들과함께우지강으로소풍을가서찍은사진이남아있었다.윤동주생전최후의,그리고일본에서의유일한모습이담긴사진이발견된것이다.당시소풍은윤동주가귀국하기로마음을먹어일종의송별회를겸한것이었는데,일본인학우의기억에따르면소풍을간우지강에서윤동주는우리말로‘아리랑’을불렀다.그밖에이장에서는윤동주가자신앞에서심한말을내뱉은일본인교수와충돌한일이소개되며,체포후판결문과윤동주를아는사람들의기억을토대로윤동주의교토시절행적을차근차근쫓아가본다.특히그가구금된진짜이유가무엇이었는지,그숨은진실에한발더다가가본다.

의문에휩싸인죽음,과연진실은무엇인가
남겨진자료와관련자취재를통해재구성한마지막나날
“드디어윤동주의마지막나날에관해써야한다.슬프도록마음이무겁다.아픔없이는한줄도나아갈수없다.”이책5장첫머리를저자는이렇게시작한다.윤동주가후쿠오카형무소에수감되어최후를맞기까지의시간을따라가는저자의무거운마음은5장과6장에곳곳에짙게배어있다.하지만윤동주죽음에얽힌의문을풀어가는동안저자는감정적무게에짓눌리기보다철저히객관적자료에의존해사실관계를따지며앞으로나아간다.일본과한국은물론미국에남아있는자료까지뒤져가며진실에다가가고자애쓴다.당시후쿠오카형무소에수감되었던이들과잡역부,교도관등관계자를직접만나취재한내용도중요하게다뤄진다.
주지하듯오늘날한국에는윤동주가주사를통한인체실험으로사망했다는것이정설처럼퍼져있다.하지만아쉽게도객관적인증거는어디에도남아있지않은상황.저자는그것이실제로이루어졌을가능성을배제하지않으면서도,그설에남아있는모순된지점을밝혀낸다.특히인체실험설의결정적근거가된윤동주의당숙윤영춘의회고에남은몇몇오류를짚으면서,그런잘못된일부기억을보정하고거기에다른자료와관련인물의진술에서찾은사실들을더함으로써,불완전하나마논리적결함을최소화한조금은다른가능성을도출해낸다.

그리고시와책이남았다
윤동주가남긴메모와일본어장서로읽어낸시
저자가서문에서밝히듯이이책은윤동주와일본의관계성을연구의중요한주제이자도구로삼아그의시와삶에다가선다.물론우리가상식적으로생각해보더라도윤동주를이야기할때일본을언급하지않을수는없다.무엇보다그가일제강점기를살았고,나라잃은아픔을시에담았으며,더나아가일본에서유학했고,일본에서최후를맞았기때문이다.그런데윤동주와일본의관계는거기서그치지않는다.
윤동주의유품으로전해지는소장도서는42권에이른다.그중절반이넘는27권이일본어로된책이다.그중에는우리가사랑하는시「별헤는밤」에도등장하는프랑시스잠,라이너마리아릴케등일본어로번역된서양문학가의책도있고,철학과예술학,미학관련서적도있다.고집스럽게우리말로시를쓴윤동주였지만,한편으로일본어서적을읽고창씨개명이라는굴욕을참으면서까지일본으로유학을가공부함으로써자신만의세계를넓히기위한노력을지속했던것이다.
그렇기에그가읽은책,그리고거기에손수남긴메모를통해그것이윤동주시세계에미친영향을탐구하는것은그의시를이해하는데놓쳐서는안될길잡이다.윤동주가남긴발자취를찬찬히쫓아가던『생명의시인윤동주』가마지막7장에이르러가장많은지면을할애하면서탐구하는부분이바로그것이다.
저자는윤동주가읽고쓴일본어와당시시대적배경의세밀한뉘앙스까지살펴가며그의미와영향을밝힌다.독자들은이부분에서당대유명학자들의주장에때로는밑줄을긋고때로는물음표를그리면서자신의독자적인사상을구축해나가던윤동주의모습을생생하게떠올리게될것이다.

저자의열정적인취재와노련한분석이돋보이는이책은,단순히일본인이쓴윤동주여서가아니라그런집념이맺은결실을통해전해지는사실의무게와새로운발견의기쁨때문에윤동주를사랑하는한국독자에게도큰의미를선사한다.윤동주가접한일본의문화와언어에접근하는데일정부분한계가있을수밖에없는연구자들에게도이책은중요한참고자료가될것이다.
이책을통해윤동주시의높은경지를맛본이들이라면,저자가꿈속에서만난다는교토와형무소시절윤동주의작품을속히만날수있기를더욱더간절히바라게될것이다.

[책속으로추가]
나는KBS와NHK가공동으로제작해1995년3월에방송한윤동주스페셜다큐멘터리의취재와구성,연출을맡았다.KBS측과합의해서취재를시작한것은그전년도초여름무렵이다.문헌적자료조사와함께윤동주와관련된한국과일본의산증인들을찾아취재하기위한노력을계속기울였다.그러자취재를시작한지얼마안되어곧놀랄만한정보를접했다.생전의윤동주를만나친분을나눈일본시인이있다는것이었다.그사람의이름은우에모토마사오(上本正夫)였다._61쪽

일찍이시에눈을떠고명한시인김소운에게도사숙했다는우에모토는전조선중학생시인들을모아≪녹지대≫라는초현실주의모더니즘동인시지를만들려는계획을추진하고있었다.일본어로된시지이기는하지만,일본인뿐아니라조선인학생도함께하기를원했다.시에조예가깊고우에모토의재능을알아본부산중학교모리도루(森亨)부교장(1936년부터는교장)은그계획에동참했고,어느날“멋진시가있다”며조선인학생이썼다는시를보여주었다.평양에서나온YMCA잡지에실린시였는데우에모토는그시를일본어로읽었다.그는그시가분명「공상」과같은제목이었다고기억했다.그시의지은이는윤동주였다.우에모토는계획중인시지≪녹지대≫에꼭참여해줄것을권유하기위해,마침수학여행으로만주까지갈기회가있어가던도중에평양역에서윤동주와만났다.두시간가까이이어진대화는일본어로이루어졌고,우에모토는시지에참여해줄것을열심히호소했다.하지만윤동주는“나는한글로시를쓰고싶다”라며≪녹지대≫참여를고사했다.“한글을정말제대로공부해야한다”라고도말해민족언어에대한강한애착을보여주었다._70쪽

윤동주는누마타를찾아갔다.7년전에단한번평양역에서만났을뿐인‘시우’를문병했다.“백의를입고있던나를그는연민이라는말로는표현되지않는미소를지으며꽉안아주었다.”우에모토의기억속윤동주는어떻게해도윤동주답다.너무나도윤동주그사람의모습이다.“연민이라는말로는표현되지않는미소”에서,윤동주의마음에넘쳐나던진심이무언중에드러난다.우리는이시기윤동주가지은미소의깊이를알고있다.마지막귀성이되어버린1942년여름,친지들과용정에서찍은,삭발한머리에교복차림으로시원한미소를띤사진은여러윤동주의사진중가장깊은인상을남기며많은사람에게사랑받고있을것이다._96~97쪽

NHK디렉터였던내가윤동주다큐멘터리리서치를시작한것은1994년봄이었는데,가장먼저한일은어떻게든윤동주를기억하는사람을일본에서찾아내는것이었다.……1945~1946년무렵에두대학을나왔으리라생각되는영어영문학관련학과졸업생들에게빠짐없이전화를걸었다.하지만윤동주는쉽게다가와주지않았다.기억에없다,모른다는답변만듣게되면서헛수고가되풀이되었다.한없이깊은어둠처럼느껴졌다.솔직히말하면그때역시,어차피또같은답변을듣겠지라는묘한예감으로마음의준비도하고있었다.그러나수화기너머에서역사의어둠을뚫기라도하듯뜻밖에밝은목소리가들려왔다.“히라누마씨말씀이지요.네,기억합니다.조선에서왔던히라누마씨!”_136쪽

기타지마는조용한‘히라누마씨’가했던한마디를선명하게기억하고있었다.영어영문학과학생으로서프랑스어수업을들은이는두여학생외에윤동주뿐이었는데,어느날모리타가아파서결석했을때,수업시작전잠시동안교단앞에나란히앉았던‘히라누마씨’가갑자기말을걸어왔다고한다.“둘뿐이면틀렸을때부끄럽습니다.”_138쪽

기타지마마리코가전하는윤동주에관한추억은상기의증언에머물지않았다.자택에있던낡은앨범에서영어영문학과학생들이‘히라누마씨’와함께찍은사진이나온것이다.담뱃갑절반정도크기의작은사진이었는데,교토근교의우지시(宇治市)를흐르는우지강에달린아마가세(天ケ瀨)현수교위에서두여학생을포함한아홉명의학생의모습이담겨있고(촬영한남학생을포함하면일행은10명),윤동주는그중앙에서조금눈이부신듯한쑥스러운얼굴로서있다.그때까지는일본에서윤동주를기억하는인물이알려지지않았던것과마찬가지로,일본에서찍은사진도존재하지않는다고했었다.그랬던것이증인과동시에사진까지나온것이다.기쁨은컸다.하지만당시에는기쁨에들떠서통찰력이충분히발휘되지못했다.무언중에사진이말해주는몇가지중요한부분을간과했었다.그것을깨닫게된것은방송이나간지15년가까이지나고나서였다._141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