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보도를진실케하리니”
정보의오염과지식의부족은어떻게뉴스생태계를훼손하는가
토머스패터슨교수가밝힌보도의문제와저널리즘위기의해법
1990년대미국언론이주목한주제는‘범죄’였다.뉴욕의연쇄살인범조엘리프킨체포,부모를살해한메넨데스형제재판,캘리포니아에서벌어진12살짜리폴리클라스의납치와살해,그리고롱아일랜드의통근열차총기난사사건등세간의이목을끈일련의사건들은그러한경향을더욱부추겼다.범죄뉴스는1992~1994년에경제,보스니아의위기,의료보험개혁논쟁등그밖의사회적쟁점을모두덮으며무려3배가까이증가했다.
이러한현상이사회적으로미친영향력은가볍지않았다.1994년에실시된갤럽의여론조사에서는미국인40%가미국의주요쟁점으로범죄를꼽았다.이러한여론에정치인도호응했다.입법자들은더가혹한처벌방침을제정하고교도소건설에미국역사상그어느때보다많은자금을할당했다.10년만에미국은교도소에수감된사람의비율이세계어느나라보다높은나라가되었다.
그런데거기에는언론이건너뛴한가지‘팩트’가있었다.하버드대학의토마스패터슨(ThomasE.Patterson)교수는그의책〈뉴스생태학:정보의오염과지식기반저널리즘〉(오현경옮김,한울엠플러스펴냄)에서“범죄에대한광분은미디어논리라는관점에서만이해가가능했다”고밝힌다.이책에서인용한미법무부의통계에따르면,미국의폭력범죄율을포함한범죄율은뉴스매체가전달한인상과는반대로1992~1994년에오히려감소했다.언론의선정주의적범죄뉴스로말미암아범죄에대해진실과는다른믿음이대중사이에형성되었고,더많은교도소와더긴형량을원하는여론에떠밀려국가정책이현실에부합하지않는방식으로이루어졌다는것이다.
오랫동안언론과정치에대한날카롭고독창적인분석으로미국안팎에서영향력을쌓아온토머스패터슨은현재하버드대학존F.케네디스쿨의쇼렌스타인언론·정치·공공정책센터에서정치와언론분과전담교수로재직하고있다.이번에그는〈뉴스생태학〉에서오늘날언론이위기에빠진원인과그해법을제시한다.이책에서그는오늘날저널리즘의가장큰결함으로‘정보의오염’을꼽는다.언론이오염된정보를적절히걸러내지못함으로써잘못된뉴스로현실을왜곡했고,이때문에분열되고소란해진공론장속에서언론이점차대중의지지와신뢰를잃어존재론적위기에빠졌다고진단한다.
그는언론이인터뷰와관찰에의존해보도하는기존저널리즘방식으로는현재의결함을결코메울수없다고주장한다.무엇이진실이고무엇이거짓인지를언론인스스로가려낼수있어야하고,최초관찰을전달하는역할을넘어검증과해석을할수있어야한다고지적한다.여기서패터슨교수가궁극적으로강조하는바는언론이행하는일이더욱더‘지식’에기반을두어야한다는점이다.다시말해,무비판적으로안전하게객관성만유지하려는기존패러다임으로는오늘날문제가되고있는‘정보의오염’에제대로대처할수없으며,따라서지식을기반으로보도에서정보를통제할수있는‘지식기반저널리즘’이라는새로운패러다임으로전환할것이요구된다는것이다.
앞서예로든범죄관련기사에서기자가처참한범죄현장의모습을자세히묘사하고정부의범죄대응책을비난하는야당정치인의인터뷰를싣기에앞서,미국법무부의범죄통계를찾아보고실제범죄발생양상에대해좀더사실에근거해검토했다면상황은달라졌을지모른다.물론그렇게쓴기사는인기가없을수있지만,잘못된보도가반복되었을때궁극적으로언론이감당하게될대가는더비싸다.
패터슨교수는특히언론의무비판적인객관성유지와지식의부족이공존하는상황을강하게지적한다.자신이보도하고있는사안의진실을이해하지못한채단순히서로다른관점을균등하게제시하고사안의진실을독자나시청자가판단할몫으로내버려두는것은상대적으로쉬운일이다.패터슨교수는현재의저널리즘환경에서는이처럼객관성유지라는명분으로사실관계에대한검증없이잘못된주장을그대로인용할위험이크다고말한다.따라서정보원에게휘둘리거나언론인자신의고정관념에휩쓸리지않고잘못된올바른정보를선별함으로써진실을전달하려면,결국보도행위전반이철저히지식에기반을두어야한다고강조한다.
패터슨교수의설명에따르면,지식은단순히기사내용을구성하는요소가아니라“기자가자신의설명이올바른방향으로나아가고있는지,균형감각을지니고대응하고있는지,그럴듯한대안들을놓고저울질하고있는지,귀인오류를피하고있는지,정보원의조작을막고있는지,자신의추세분석및비교가올바른목표를향하고있는지,자신이당연하게여기는가정에이의를제기하고있는지”인식할수있게해주는중요한도구다.이책에서강조하는‘지식기반저널리즘’은단순히더많이아는기자가자신의보도에지식을더많이주입하는차원이아니라,보도행위가이러한‘지식의역할’을바탕으로이루어질수있도록언론환경을변화시키는것이라할수있다.
전통적으로언론이해온역할의상당부분을오늘날에는각분야전문가나시민들이인터넷을활용해수행함으로써얼핏언론의입지가갈수록좁아지는듯보인다.실제로대중이사회문제에관해오늘날만큼방대한정보에접근해본적도결코없었다.하지만이책에서패터슨교수는한편으로이토록많은정보가신뢰할수없거나무의미한적도결코없었다고말하면서,정보가더쉽게생산되고공유되는환경때문에오히려시민들은이전보다언론인을더욱더필요로한다고주장한다.
그가인용한조사결과에따르면,‘예상과는반대로’긴기사,즉더깊이있는기사가더높은시청률을기록했으며,일반적으로뉴스에더많은관심을보이고뉴스에더많은돈을쓸수있는이들일수록보도품질의저하로신문구독이나뉴스청취를중단하는경향을보였다.오늘날언론이호소하는재정적어려움의해결역시“고품질의보도를제공할능력에달려있을수도있다”는것을시사하는결과다.
패터슨교수는또한시민저널리즘이기성언론의역할을대신할수있다는주장에대해서도다음과같이정리한다.“신뢰할만하며의미있는뉴스를정기적으로공급한다는측면에서는이를제공할능력을가진단하나의기관이있는데,그것은기존뉴스매체다.그들은스스로‘사실의관리인’이라는책임을부과하는규범뿐아니라,필수적기반시설,인적자원,조직적일과까지개별적으로가지고있다.……우리는전문적인보도와비전문적인보도각각의장점에동의하지않을수있지만,복잡한정치적사안에관한정보의명확한서술이민주주의에서중요하다면,시민기자들은한집단으로서전문적인기자들의빈약한대용품이다.”
물론이는언론이올바른정보를선별해진실에부합하는고품질의보도를제공하는것을전제로한다.이책에서패터슨교수는기성언론이대중에게정보를전달할의무보다이윤과편의성을너무자주앞세웠다고비판한다.“유명인사와재난및범죄에집착하고,정책문제와쟁점에대한보도를훼손하면서전략적프레임에만의존하며,사건을탈맥락화하는버릇을비롯한저널리즘의경향성은뉴스가할수있는한,그리고응당그래야하는만큼정보제공을하지못하도록방해했다”고주장한다.결국오늘날변화한저널리즘환경에서언론이자신의역할을다해낼수있을지는궁극적으로‘지식’을통해사실에대해더많은통제를가할수있는지여부에달렸다.“만일기자들이제시한일련의‘사실들’이대중에게는토크쇼진행자나블로거,정당대변인이제공하는것보다조금더나은정도로밖에보이지않는다면,기자들은흔들리고결국실패할것이다.”
〈뉴스생태학〉에서우려섞인목소리로소개한오늘날미국언론의현실은한국언론역시그대로경험하고있는바다.2017년에한국행정연구원주관으로한국갤럽에서조사한바에따르면,‘신문사’를신뢰한다고응답한비율은39%로나타났다.이조사결과만놓고볼때한국에서신문사는중앙정부부처와종교기관(이상41%),심지어군대(43%)나금융기관(52%)보다더신뢰받지못하는기관인셈이다(그나마국회보다는신뢰도가높았다).이제어떤사실관계를놓고누군가와충돌할때,자신의주장이옳음을증명해주는기사를찾아상대에게보여줘도상대는당황하는기색없이유튜브에서자신의주장을뒷받침하는영상을검색해보여주는것으로맞선다.뿌듯한표정을애써감추고있는상대에게다시어떤자료를제시할수있을까?
패터슨교수는오늘날심각한신뢰성위기에빠진언론을구할방법으로지식기반저널리즘을제안한다.지식기반저널리즘이라는대안에동의하든하지않든그가정보의오염에관해지적하고정보원과지식,교육,수용자,민주주의등넓은차원에서문제의원인과해법을고민한결과는‘기레기’,‘찌라시’라는불명예스러운호명으로얼룩진한국언론에도시사하는바가크다.패터슨교수가반복해서강조한대로,오늘날이야말로언론의역할이더욱더절실하며그역할을올바로해내기위한성찰과변화의노력이필요한때다.미국의전설적인언론인월터리프먼이말한대로“타당하고믿을만한뉴스를꾸준히공급하지않으면,민주주의에대해가장날카로운비평가들이의혹을제기해온것들은모두사실이”되기때문이다.
[책속으로이어서]
기자들은뉴스에서진실을이야기할때종종편협한관점을갖는데,진실을특정사실에대한정확성이라는축소된개념으로이해한다.상원의원스미스가정말그녀를비난하는말을했는가?작년무역수지적자가정말4000억달러를넘었는가?몇몇뉴스기관은이러한주장을검증하기위해팩트체커를두고있다.하지만팩트체커는다음과같은근본적인질문에대해서는거론하지않는다.“이기사자체는‘진실’인가?”어떤말이있었는지,언제어디서그사건이발생했는지,누가그것을목격했는지등의특정사실들에관해서는기사가정확할지모르지만전체적으로는불안정하다.심지어사실임이검증되더라도그것만으로기사가진실이라고할수는없다.가령,아프가니스탄전쟁에관한초기보도는특정사항들에관해서는종종정확했지만,아프가니스탄사회에대한판단과전쟁의예상되는전개방향에관해서는정확하지않았다._93쪽
뉴스가진실이라는주장도리프먼에게는골칫거리였다.그는사실인것처럼제시된뉴스도의견으로가득차있다고보았다.리프먼은저널리즘이“때로경기의점수나……선거결과를보도하는경우에는신속성면에서놀랍도록탁월하다.하지만정책의성공이나외국인을둘러싼사회적상황에관한문제처럼사안이복잡해서진짜답이‘네’도‘아니오’도아니고미묘한경우에,균형잡힌증거에관한문제에서는……보도가한없는혼란과오해,심지어허위진술까지불러일으킨다”라고썼다.리프먼이이해한것처럼,개인적동기에관한주장이그렇듯이권력정치에관한거의모든주장은추측성이다.사회운동,복잡한사건및정책문제같은사안에관한주장역시그렇다.일어날것처럼보이는일에관한뉴스는대개그런식이다._94~95쪽
의학이나법,과학,심지어경제학과심리학에는해당분야전문가의결정을안내하는학문적지식이있어서선택의폭을좁히고실수할확률을줄여준다.언론인에게는그러한이점이없다.저널리즘에관한이론적지식이있기는하지만,그것은최종적인것도아니고그것을통달하는것이언론활동을수행하기위한선결조건도아니다._97쪽
기자들은일상적업무에체계적지식을적용하는데더뎠다.최근월터핀커스가기록한바와같이어떤주요정책분야들에는해당주제에대해정말잘아는기자들이(그어디에도)거의없다.미국기자들은정보를수집하고제시하는훈련을받는데,이것은중요한기술이지만주제에대한능숙함을요구하는것은아니다.어느독일학자와그의미국인동료들은두국가의비교연구에서기자들이사용하는뉴스수집방법에대해조사했다.미국기자들은독일기자들보다연구나공공기록등과같이체계적인형태의정보를사용하는경우가훨씬적었다._104~105쪽
2011년초반에기자들은카이로의타히르광장에서열린시위집회를‘민주주의를향한운동’으로묘사했다.AP는2월11일호스니무바라크대통령의권력이탈에대해“시위자들이이집트민주주의에서의발언권을요구하다”로표제화했다.시위자다수는정말로이집트에서서구적인민주주의체제를추구하고있었다.하지만다른시위자들은다른정치체제,즉이집트의통치전통과더유사한형태를염두에두었다.나중에밝혀졌듯이이집트혁명의결과에서승리한것은이들의관점이었다._1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