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도시에는 그리스 신전이 있다 (근대성의 문을 연 그리스 신전 이야기 | 양장본 Hardcover)

모든 도시에는 그리스 신전이 있다 (근대성의 문을 연 그리스 신전 이야기 | 양장본 Hardcover)

$29.00
Description
그리스 신전, 근대의 길목에 서다
그리스 건축이 세계의 도시로 뻗어나가기까지
그리스 문명은 서양 문명의 뿌리다. 곧 그리스 건축은 서양 건축의 뿌리다. 많은 이들은 그리스 건축이 수천 년간 서양 문명사에서 도도히 흘러내려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리스 문명은 의외로 근래에, 그러니까 18~19세기에 유럽인들에게도 새삼스럽게 ‘재발견된 문명’이다.

이 책은 무려 2300년 전에 사라졌던 그리스 건축이 어떻게 근대에 다시 발견되어 우리가 사는 현대 도시 건축의 주류로 부상했는지 설명한다. 18~19세기 혁명의 분위기 속에서 유럽의 낭만주의자들, 엔지니어들, 도시 건축가들은 각각 그리스 신전의 폐허, 신전의 기둥, 신전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아크로폴리스) 형태에 주목했다. 이들이 남긴 유산은 오늘날 파리, 베를린, 런던,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모습을 이루었다.

그리스 건축의 영향은 서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비단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을 닮은 덕수궁 석조전 같은 건물에서만은 아니다. 전통고전·종교·문화 공간을 알차게 품은 서울의 모습은 아크로폴리스를 물려받은 현대 도시 구조의 산물이다. 저명한 건축사학자인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가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강의한 방송 원고를 책으로 엮었다.
저자

임석재

건축사학자이자건축가로,1961년서울에서태어났다.서울대학교건축학과를졸업한뒤미국미시간대학교에서석사학위를받았으며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프랑스계몽주의건축에관한연구로건축학박사학위를받았다.1994년에이화여자대학교건축학과를창설하며1호교수로부임한이래현재에이르고있다.
건축을소재로동서고금을넘나드는폭넓고깊이있는연구로지금까지모두57권의단독저서를출간했다.탄탄한종합화능력과날카로운분석력,그리고자신만의창의적인시각으로건축을인문학및예술등과연계·융합시키며독특한학문세계를일구었다.주전공인건축사와건축이론을토대로시간과공간을넘나드는폭넓은주제를다루어왔으며,현실문제에대한문명비판도병행하고있다.연구와집필에머물지않고그동안공부하면서깨달은내용과떠오른아이디어를실제설계작품에응용하는작업도병행하고있다.
대표저서로『임석재의서양건축사』(전5권),『‘예(禮)’로지은경복궁』,『집의정신적가치,정주』,『한국건축과도덕정신』,『우리건축서양건축함께읽기』,『서울골목길풍경』,『건축과미술이만나다』,『서울,건축의도시를걷다』,『기계가된몸과현대건축의탄생』,『유럽의주택』,『지혜롭고행복한집한옥』,『광야와도시』,『극장의역사』등이있다.

목차

1부인트로
1장오프닝과강연자소개
2장그리스신전과유럽의18~19세기
3장18세기까지금단의땅이었던그리스
4장혁명의세기,18세기의모델이된그리스신전

2부18세기폐허낭만주의운동
5장픽처레스크미학과숭고미
6장폴리,일상으로들어온신전
7장빙켈만의그리스주의와원형의미학
8장폐허의미학에서파괴의미학으로

3부18세기구조합리주의
9장데카르트키즈의교황청대성당건물공격
10장이신론성직자로지에의원시오두막주장
11장그레코-고딕아이디얼과파리판테온
12장화해와합리성:기술의발전은선택의폭이넓어지는것이다

4부19세기메트로폴리스운동
13장19세기대도시의등장과중심공간의문제
14장정신적인공간이여전히도시의중심공간이어야한다
15장파리,베를린,런던의중심공간

5부서울의도시상황과마무리
16장그렇다면서울의중심공간은?
17장짧은마무리,슬기로운도시생활을위하여

출판사 서평

우리주변의그리스신전들

“우리가그리스문명을서양문명의뿌리라고하잖아요?그리스신전,파르테논신전은서양건축의뿌리라고하고요.그런데‘과연어떤점에서뿌리냐’라고물어보면선뜻답하는사람이없어요.심지어건축사전공자들까지도요.”_25쪽,2장그리스신전과유럽의18~19세기

우리주변의멋진모양새의건축물들을한번떠올려보자.우리전통의한옥도좋지만여기서는서양식건물을떠올려보자.아마많은이들이건물외부에기둥이줄지어늘어선광경을생각할것이다.덕수궁석조전이나경희대학교본관같은건물을보면외부에늘어선하얗고미끈한기둥들이눈길을사로잡는다.인간의심미안은동서양이다르지않은지이런사정은서양도마찬가지다.유명한프랑스루브르궁전,독일구(舊)박물관,미국링컨기념관이모두이렇게멋진기둥식구조다.

전세계에널리퍼져사랑받는기둥식건물의원형은다름아닌그리스파르테논신전이다.현대서양문명의뿌리가그리스문명임을상징적으로보여주는건축물이기도하다.현대문명에서서양이차지하는위상만큼그리스건축은동서양을막론하고큰영향을주고있다.고대그리스의건축이수천년의시간을뛰어넘어서양건축에,더나아가우리건축에까지영향을끼친이유는뭘까?

18~19세기유럽에서그리스건축이부활한이유는?

이책의저자인임석재이화여자대학교교수는프랑스계몽주의건축을주제로박사학위를받은건축사학자다.건축,인문학,예술을융합하는저자의독특한글쓰기는동서고금을넘나들며여러폭넓은이야기를들려준다.저자는이책에서현대의건축사조를이해하려면고대그리스를부활시킨18~19세기서양건축부터시작해야한다고주장한다.근대유럽은바로고대그리스가현대세계로넘어오는통로였다는이야기다.

18~19세기유럽은혁명중이었다.산업혁명,프랑스대혁명,과학·지성혁명이이때의일이다.혁명기답게건축분야에도여러새로운시도가있었다.본래유럽건축은로마제국이사라진뒤에도수천년간로마스타일을고수해왔다.당신이서양건축사의문외한이라도한번쯤은들어보았을비잔틴,로마네스크,르네상스,바로크,로코코가모두로마건축을기반으로한양식이다.그러했던유럽이혁명의분위기속에서바뀌기시작했다.그때그때로마스타일을고쳐쓰던유럽인들의눈에2000여년전의고대그리스가들어왔다.먼저오랜세월그리스·로마로뭉뚱그려이해되었던그리스주의와로마주의가이시기에각각구분되었다.때마침발칸반도에서이슬람세력이물러나며그리스가기독교의영역으로돌아온것도유럽인들의‘그리스재발견’을부채질했다.그리스의재발견은곧그리스건축의재발견이기도했다.오랫동안폐허로버려졌던파르테논신전이다시유럽건축의중심에우뚝선것이다.

낭만주의자들의폐허낭만주의,엔지니어들의구조합리주의,
도시건축가들의이상도시운동……

그럼구체적으로그리스는누가어떻게재발견했을까?크게세가지흐름이일어났다.18세기유럽낭만주의자들의폐허낭만주의,같은시기엔지니어들이주도한구조합리주의,19세기도시건축가들의이상(理想)도시운동이그것이다.

먼저당시낭만주의자들은그리스신전폐허에서‘낭만성’을발견했다.서양에서는뒤늦게17세기가되어서야회화에서풍경화가등장하는데당시유럽인들은신전폐허를자연풍광과함께낭만주의풍경화의소재로즐겨차용했다.폐허의미학은20세기에파괴의미학으로,21세기에는해체주의건축으로이어졌다.오늘날관광객들로붐비는스페인구겐하임미술관이나미국월트디즈니스튜디오건물이해체주의건축의대표작이다.

다음으로엔지니어들은그리스신전의기둥에서‘합리성’을발견했다.이들은비슷한시기진행된과학혁명의세례를듬뿍받았고,최신과학지식으로무장한공학도들답게당시심각한재료낭비양상을보였던로마식건축에비판적이었다.건축의구조방식은하중을받는부재에따라크게벽체구조와기둥구조로나뉘는데,로마식아치벽체구조는벽체면적이너무넓어재료가많이낭비되었다.엔지니어가주축이된구조합리주의자들은로마식벽체구조대신그리스식기둥구조를대안으로제시하면서,화려한만큼낭비도심했던로마교황청건물을호되게비판했다.이들은그리스기둥구조와기독교고딕양식을통합해그레코-고딕아이디얼양식을만들었는데이를통해구현된걸작이바로오늘날프랑스파리판테온이다.

이상적인도시를향한고민,즉이상도시운동은셋중가장늦은19세기에출현했다.이전의낭만주의자나구조합리주의자들이그리스신전이라는단일건축물에집중했다면,이상도시운동을이끈도시건축가들은시야를넓혀그리스아크로폴리스라는‘도시자체’에주목했다.아크로폴리스는종교공간(신전)을도시의중심에놓고도시를설계한모델이다.여기에이상도시운동가들은박물관,공연장,미술관,도서관과같은문화공간을근대도시의중심에추가했다.덕분에오늘날세계적인도시들을보면종교와문화양대축이정신적인공간으로도시중심을이루는형태가되었다.프랑스파리의오페라하우스거리,독일베를린의박물관섬,영국런던의트래펄가광장이이상도시운동의후예이다.

우리의도시,우리의서울을돌아보다

지금까지서양의건축,서양의도시를둘러본이유는결국우리자신을제대로돌아보기위해서다.우리가근대화를이루며서양의사례를많이참고했기때문이기도하고,그들과의직접비교를통해우리에게무엇이충분하고무엇이부족한지깨달을수있기때문이기도하다.그렇다면우리의도시,우리의서울은어떠한가?

한때서구선진국의도시를부러워하며우리스스로를깎아내리던시절이있었다.근대화와산업화를서두르며서양을배워야한다는분위기가고조될때특히그러했다.하지만이책의저자인임석재교수의생각은다르다.당장우리서울을보면전통고전공간,종교공간,문화공간등정신공간이일반인들의생각보다훨씬균형있게마련되어있다.먼저전통고전공간으로종묘와문묘,여러왕릉이있다.종교공간으로는명동성당과조계사를들수있다.남산국립극장,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전쟁기념관,국립중앙박물관등문화공간은서울곳곳에숱하게많다.

현대도시서울은놀랍게도(!)이미적지않은정신공간을보유하고있다.서구의주요도시와비교해부족한면이없지는않지만무턱대고부러워할만큼의차이는결코아니다.다만현대한국인들이서울의정신공간을제대로활용하고향유하고있는지는의문이다.당장이번주말에당신은지인들과어디에서만날계획인가?박물관이나미술관같은정신적인휴식처보다명동,신촌,홍대앞,강남테헤란로같은상업공간에서여가시간을흘려보내고있지는않은가?서울에는생각보다훨씬괜찮은정신공간들이우리를기다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