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의 야만 (밀항, 수용소, 재일조선인)

주권의 야만 (밀항, 수용소, 재일조선인)

$32.37
Description
철옹성 같은 국경에
자신의 몸으로 균열을 낸 사람들
식민지 제국 붕괴 후 주권의 상징인 국경을 넘어 ‘밀항’을 감행한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공식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은 역사적 경험과, 이를 관리하고 외부화한 ‘주권의 폭력’의 실체를 보여준다. 개인들이 양국 사이에서 ‘밀항’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 즉 미완의 탈식민화와 동아시아의 냉전 질서가 갖는 구조적 모순을 낱낱이 밝혀냈다.
1부 ‘국경 관리와 밀항’에서는 해방 전후를 통해 구조화된 조선인들의 밀항의 조건과 실태, 이를 단속한 권력의 시선을 다루고, 2부 ‘수용소의 지정학’에서는 냉전-국민국가 체제하 한일 양국의 각축장으로서의 오무라 수용소의 위치에 초점을 맞추며, 3부 ‘주권의 틈새에서’에서는 한일 양국의 냉전적 질서 바깥에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사상과 운동을 전개한 자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이를 통해 주권의 폭력성에 의해 존재 자체가 불법화되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되살려내어 대한민국, 나아가 동북아의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려는 뜻 깊은 시도이다.
저자

성공회대학교동아시아연구소

성공회대학교동아시아연구소학술총서는인문한국(HK)사업으로2007년부터‘문화로서의아시아:사상·제도·일상에서아시아를재구성하기’라는어젠다로기획·연구한성과로맺은결실이다.이어젠다는‘사상과학지(學知)의연쇄’,‘이동의통제와탈경계’,‘감성과장소의문화정치’라는세가지주제로기획되어,연구소소속연구자들은물론국내외유수한연구자들이참여했다.동아시아학술총서가아시아연구의새로운학제적방법론을만들어내고,대안적아시아라는구상의문화적경로를개척할수있는중요한디딤돌이되기를기대한다.

목차

책머리에
서장‘밀항자’는어디에서와서어디로갔을까?_권혁태

1부|국경관리와밀항
1장조선인의일본‘밀항’에대한일제경찰의대응양상_이승희
2장조선인을식별하다:점령기‘조선인’과‘불법입국’의정의에관하여_박사라
3장불안전한영토밖의일상:해방이후1970년대까지제주인들의일본밀항_조경희

2부|수용소의지정학
4장수용소라는안전장치:오무라수용소,폴리스,그리고잉여_차승기
5장오무라수용소와재일조선인의강제추방법제화_전갑생
6장예외상태의규범화된공간:한일국교수립이후의오무라수용소_이정은
7장한일관계형성기부산수용소·오무라수용소를둘러싼‘경계의정치’_현무암

3부|주권의틈새에서
8장해방이후재일조선인한센병환자의‘삶’_김귀분
9장밀항·민족·젠더:‘재일조선인문학’에나타나는‘인류(人流)’_고화정
10장1960년대일본의사회운동과‘자기부정’의사상:출입국관리체제반대운동을중심으로_권혁태

출판사 서평

공식기록에없는20세기조선인들의탈국경의역사와
이를관리하고외부화한‘주권의폭력’

이책은식민지제국붕괴후주권의상징인국경을넘어‘밀항’을감행한조선인들의‘탈국경의역사’를조명한다.성공회대학교동아시아연구소일본연구팀은한반도를중심으로한주변아시아지역과의접점을통해서일본의‘전후’를사상적으로되묻는작업을해왔다.2013년이후밀항과수용소에관련된문헌을함께읽는세미나를진행해왔고홋카이도대학교와성공회대학교에서각각국제학술회의를개최하기도했으며,드디어그연구결실을단행본으로내놓게되었다.‘식민지,분단,전쟁,군사독재’와이에맞선‘독립,통일,평화,민주화’라는두가지상반된흐름으로이어지는대한민국의현대사를,좀더넓은시공간을배경으로‘거시적현미경’을통해들여다보고자시도했다.그리하여그커다란흐름과는또다른줄기로끈질기게이어져온일군의사람들,즉‘밀항자’들의존재를포착해냈다.공식기록에는남아있지않은이러한20세기조선인들의탈국경의역사적경험과,이를관리하고외부화한‘주권의폭력’의실체를상세히그려냈다.
기록되지않은‘밀항자’들의경험을연구주제로다룬다는것에는어떤함의가있는가?‘주권’의입장에서보면이들은명백히‘비합법적’으로다른나라로이동하는사람들이며,실제로당시국내에서는‘배신자’라는딱지를붙여취급하기까지했다.그러면서도개인들이양국사이에서위험한(때로는목숨을건)선택을할수밖에없었던진짜이유,즉미완의탈식민화와동아시아의냉전질서가갖는구조적모순은숨겨졌다.현재대한민국,나아가동북아의역사를이야기할때이들의존재가거의‘소거’되어있다시피한것은그때문이다.이책은이렇듯주권의폭력성에의해존재자체가불법화되었던이들의이야기를되살려낸,까다롭고지난한동시에매우뜻깊은작업이라고할수있다.

국가가그은‘선’하나로획정될수없었던‘삶’들을추적하다

‘밀항’은“자신이속해있는국가를온전히적대하는사고와행위”,“근대국가체제에서주권을위협하는범법행위”이며,“국가의초법규적조치=폭력을가장정당하게발동시킬수있는계기이자이유”이다.미국의철학자이자사회학자인수전벅모스는법의범위내에있는제도적이고형식적인대중민주주의가발동하는폭력의영역을야만지대(wildzone)라고불렀다.주권의핵심을구성하는이‘야만지대’에서‘밀항자’들이포착되고수용되며추방되는과정을이책은섬세하게따라가고있다.
일본이패전하면서식민지제국의영토와국경이재편되고조선은해방을맞았지만,그새로운‘국경’이조선인들의생존과안전을보장해주지는않았다.점령군의귀환정책은대책없이행해졌고,한반도는정치·경제적혼란에시달렸다.한편제국시대에한반도와일본을오가는생활권과사회적네트워크가이미형성되어있는상태였다.이모든삶의기반과조건이어느날갑자기‘이제다른국가니까넘어가면불법’이라며차단되어버린것이다.국민의다양한‘삶’이국가가그어버린‘선’하나로하루아침에획정될수는없었고,따라서‘불법도항’,이른바‘밀항’은어쩔수없는절박한선택이었음을이책은다각도로보여준다.
이렇듯‘구조화된현상’으로서의밀항에주목하면서자연스럽게부상하는것이바로‘오무라(大村)수용소’의존재이다.미군점령기나가사키현오무라시에설치된오무라입국자수용소(1950~1993)는1970년대까지주로강제송환이결정된한반도출신자들을수용하는시설로기능했으며,수용자들에게‘일본의아우슈비츠’라고불린악명높은곳이다.특히재일조선인들을‘잉여적’존재로만들어폭력적으로외부화하고“전후일본의국민국가성원들을걸러내는”이데올로기적기능을수행하며,“냉전체제하한일양정부가적대하면서협조하는모순이중첩된장”이었음을이책은밝혀낸다.
국민의안위가담보되지않은국가의‘해방’과국경의재편,냉전이데올로기의줄다리기속에서밀항자들과재일조선인들은‘경찰서→수용소→강제추방→재입국’이라는악순환으로고통받아야했다.당시수많은밀항이제각기경제적인이유,정치적인이유,그밖에어떤이유였건간에‘밀항,수용소,재일조선인’이라는이책의세축을한데묶는것은무엇보다그러한구조적·시대적모순과억압이었음이분명하다.

밀입국단속현장에서부터일본의출입국관리체제반대운동까지,
일본밀항현상을입체적으로파헤친실증적보고서

1부‘국경관리와밀항’에서는해방전후를통해구조화된조선인들의밀항의조건과실태,이를단속한권력의시선을다룬다.먼저1장에서는조선총독부및내무성경찰이조선인의일본밀항에어떠한식으로대응했는지,특히한국의부산과일본의시모노세키수상경찰서의활동에주목해상세히서술한다.2장에서는점령기한국에서일본으로의밀항이실제로어떻게이루어지고어떻게발견되었는지,또한이동하는사람들이스스로를어떻게인식했는지등을경험자대상구술인터뷰를통해생생하게밝힌다.그리고3장에서는제주출신자들의일본밀항을발생시킨구조적조건을살피면서,밀항의성격을시기에따라‘생존을향한이탈:1940~1950년대’,‘밀항하는일상:1960~1970년대’로크게나누어분석을시도한다.
2부‘수용소의지정학’에서는냉전-국민국가체제하한일양국의각축장으로서의오무라수용소의위치에초점을맞춘다.4장은오무라수용소가일본의식민지책임을면제하는‘안전장치’로기능했다는관점으로이야기를풀어나가며,재일조선인이일본인이아닌동시에북한의국민도한국의국민도아닌,즉국민국가의‘잉여’적존재로기능했음을근거로국민국가체제의불가능성에대해말한다.5장에서는구체적인내부자료를통해전후일본에서재일조선인들의강제추방이어떻게법제화되었는지살피면서그들이폭력적으로외부화되어가는과정을밝힌다.6장에서는한일양국이‘동등’한국민국가로국교를수립한단계에서의오무라수용소의구조적위치를조명하며,7장은오무라수용소와대조를이루는부산수용소를또하나의중요한경계적공간으로부각시키면서이른바‘경계의정치’에대해말한다.
3부‘주권의틈새에서’에서는한일양국의냉전적질서바깥에서자신들의삶을영위하고사상과운동을전개한자들의흔적을따라간다.8장에서는이중으로더욱혹독한배제와차별을겪어야했던재일조선인한센병환자들의삶을전후일본의출입국관리체제강화와연결지어추적하며,9장에서는1970년전후로‘재일조선인문학’에특징적으로나타난이른바‘인류(人流)’현상을밀항,민족,젠더의관점에서다룬다.마지막으로10장에서는시선을일본사회내부로옮겨서1960년대후반~1970년대중반‘자기부정’사상을바탕으로했던일본의오무라수용소·출입국관리체제반대투쟁을심층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