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생활 (과학적 사실의 구성 | 양장본 Hardcover)

실험실 생활 (과학적 사실의 구성 | 양장본 Hardcover)

$44.48
Description
과학철학, 과학사, 과학인류학, 과학사회학을
아우르는 과학학의 현대 고전
현대사회는 과학자들의 연구에 지대하게 영향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과학적 사실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과학기술사회학의 세계적 석학 브루노 라투르는 과학적 사실은 도구 의존적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실험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 사실을 탐구하거나 구성하려는 시도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라투르에 따르면 과학 실험의 중심은 과학자(인간)가 아니라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 물적 설비(도구)다. 그리고 과학적 사실은 과학자들의 토론이나 합의가 아닌 실험실의 수많은 설비가 산출하는 데이터가 신뢰할 만한 수준에 이르는 어느 지점에서 구성된다. 라투르는 그의 주장의 근거로 1977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제인 TRF(H) 호르몬의 발견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실험실 생활』은 미국의 한 생물학 연구소에서 TRF(H) 호르몬의 발견이라는 과학적 사실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를 2년간 현지조사한 결과물이다. ‘과학적 사실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과학철학적 주제를 현지조사라는 인류학적 방법론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철학, 과학사, 과학인류학, 과학사회학을 아우르는 과학학의 현대 고전으로 손꼽힌다. 이 책을 통해 현대 과학철학계는 과학이란 인간인 과학자와 물질인 실험 도구 간에 벌어지는 활동이라는 인식을 얻게 되었다. 라투르의 첫 번째 저작이자 대표작이며 그의 사상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저자

브루노라투르

프랑스부르고뉴대학교에서철학과신학을전공했다.투르대학교에서성서주해연구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파리의국립고등광산학교교수였으며현재는파리정치연구대학교교수로있다.저술로ScienceinAction(1987),ThePasteurizationofFrance(1988),WeHaveNeverBeenModern(1993),Aramis,ortheLoveofTechnology(1996),Pandora’sHope(1999),PoliticsofNature(2004),ReassemblingtheSocial(2005),TheMakingofLaw(2010)등이있다.

목차

옮긴이의말
2판서문
감사의글
도입_조나스소크

제1장질서에서무질서로
제2장인류학자가실험실을방문하다
제3장사실의구성:TRF(H)의경우
제4장사실의미세처리
제5장신용의순환
제6장무질서에서질서의창조

참고문헌
2판후기(1986년)
추가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철학자,생리학실험실에들어가다

현대사회는과학자들의연구에지대한영향을받고있다.사람을달에보내거나시험관에서아기를만드는과학자들은현대사회의마법사이고실험실은마법의공간같다.하지만일반대중은과학자들이어떻게이런놀라운결과를만들어내는지거의알지못한다.실험실에틀어박힌채이들은도대체무얼하는가?어떻게과학적발견과사실을생산해내는가?

1975년프랑스의철학자브루노라투르도비슷한의문을품었다.궁금증을풀기위해그는직접과학실험실에들어가과학자들을관찰하겠다는계획을세웠다.인류학자들이즐겨쓰는이른바현지조사방법론이다.아프리카등지의고립된부족을연구할때인류학자가부족사이에들어가이들과함께먹고자고생활하며관찰하는조사기법이다.

원시부족도아닌문명사회의과학자집단을현지조사방법으로연구하는것은이연구가실시된1970년대는물론지금들어도꽤나흥미로운아이디어다.철학자가실험실과학자들의대화내용을이해할수는있었을까?졸지에관찰자(실험자)에서피관찰자(실험체)신세가된과학자들이당황해하지는않았을까?이책은생물학연구로유명한미국소크연구소의한실험실에서철학자가과학자들을지켜본2년간의결과물이다.

과학적사실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

브루노라투르가과학자들을관찰하기위해찾은곳은미국소크연구소에소재한로제기유맹교수의생리학실험실이었다.기유맹은뇌의시상하부에서분비되는TRF(H)라는호르몬을발견한공로로나중에노벨생리의학상을수상하게되는저명한생리학자다.당시는TRF(H)라는물질을둘러싸고과학계가들썩이던시기였기에라투르는‘TRF(H)발견’이라는과학적사실이언제,어떤방법을통해구성되고동료과학자들에게받아들여지는지관찰하고자했다.

일반대중은과학적사실이란과학자개인의천재성이나기발한착상에힘입어생산된다고여긴다.아르키메데스가목욕을하다가부력의원리를발견했다는것이나뉴턴이사과나무아래서떨어지는사과를보며만유인력의법칙을깨달았다는이야기가그렇다.하지만라투르가관찰한바에따르면과학적사실은그렇게구성되지않는다.놀랍게도『실험실생활』에서실험실의중심은과학자(인간)가아니다.실험실의주인공은엄청난시간과자본이투입된실험실의물적설비(도구)다.그리고과학적사실은과학자들의착상,토론,합의등의과정으로만들어지는게아니라,각양각색의값비싼기계들과컴퓨터가토해내는실험수치가안정화되고신뢰할만한수준에도달하는어느지점에서구성된다.

TRF(H)의발견을예로들어설명해보자.TRF(H)는인간등동물의뇌에서생성되는유기물인데체내에아주극소량만존재한다.그래서어지간한실험도구로는검출할수없다.TRF(H)수그램을얻기위해양과돼지의뇌를수천톤소모하는실험이십수년간반복되었다는것은이물질의검출이얼마나어려웠는지잘알려준다.극히미미한물질이기에TRF(H)의검출은이물질이산출하는실험데이터를주변의배경잡음과어떻게구분해내느냐가관건이었다.이것은과학자개인의역량에달린문제가아니라어느실험실이더많은실험재료를구입할수있고더비싸고강력한설비를갖추었느냐에달린문제였다.

라투르의이런설명은과학적사실이구성될때의물질적,기술적,실천적인측면을보여준다.TRF(H)발견에는기유맹만이아니라영국,일본,체코슬로바키아등에서수많은경쟁자가달려들었다.하지만TRF(H)발견에따른노벨상의영광은로제기유맹과역시같은미국의연구기관소속이었던앤드루샬리에게돌아갔다.기유맹이소속되었던소크연구소는미국정부의든든한자금지원하에10여년간막대한연구비지출을감당할수있었다.하지만다른나라의경쟁자들은그런출혈을견디지못했고하나씩도태되어버렸다.라투르는이런관찰결과를토대로도구에의존하지않고서과학적사실을탐구하거나주장하는것은곤란하다고본다.기유맹의TRF(H)발견역시철저하게도구의존적으로구성되었다고주장한다.

기유맹의실험실에서보낸2년동안라투르는과학연구의일상적이고내밀한과정을면밀히따라갔다.기유맹의실험실은과학자,실험기술자,사무직원등수십명으로구성된거대한실험공장같은곳이었다.이실험실에서는연구방향을잡고,실제실험을진행하고,실험보고서를쓰고,논문을출판했다.여기에는경쟁관계에있는실험실의진척상황을파악하고,연구비를내주는후원자들을설득하는일도포함되었다.실험실에서진행되는모든일상적인작업의세부내용을라투르는직접관찰하며과학적사실이구성되어가는과정과그것의인식론적인의미를파헤쳤다.

과학학(ScienceStudies)의현대고전

『실험실생활』은과학철학과과학인류학을융합한연구다.‘과학적사실이란무엇이냐’는과학철학적주제를실험실현지조사라는인류학적방법론으로풀어냈다.2010년대들어한국과학계에는융합이나통섭등의아이디어가각광받고있는데브루노라투르는이를거의반세기전에실천에옮긴셈이다.그래서이책은과학철학,과학사,과학인류학,과학사회학을통섭하는‘과학학의현대고전’으로손꼽힌다.

라투르연구의특징은과학의실천에초점을맞추었다는것이다.과학철학자나과학사회학자가그들의머릿속에서그려보고기대하고짐작하는과학이아니라진짜실험실에들어가과학자들의실제모습을지켜보며과학적사실의구성을논의하고있다.이책이나오기전까지과학철학과과학사학계는이성,관념,사변이라는전통적인관점에서과학활동을묘사했다.하지만라투르는도구,물질,기술의관점을새롭게채용해기존시각이지닌한계를보완해야한다고역설했다.이책을통해현대과학철학계는과학이란인간인과학자와물질인실험도구간에벌어지는활동이라는인식을얻게되었다.

라투르는과학기술사회학의세계적인거장이며국내에이미그의저서가여러종번역출간되어있다.『실험실생활』은라투르의첫번째저작이자대표작인만큼국내번역이많이늦은편이다.오랜기간번역되지않은채로소개된탓에국내에서는이책을두고사회구성주의의주요작품이라는오해가적지않다.즉,TRF(H)의발견은기유맹과샬리가실험데이터를보정하는기준에합의를본결과이며,이른바과학적진리라불리는것들도과학자사회에서구성된관념에불과하다는해석이다.하지만라투르의논지는과학자들의합의가아니라실험실의물질적조건(도구)에따라과학적사실이구성된다는것이니사회구성주의의입장과는전혀다르다고할수있다.한국어판출간을계기로이런세간의오해가불식되기를기대한다.

라투르의다른저서보다다소늦은감이있지만그의사상의출발점역할을한저작을선보일수있어다행스럽다.현재라투르는파리정치연구대학교명예교수로있으며여전히활발하게연구활동중이다.영국출신의사회학자이자책의공저자인스티브울거는라투르의현지조사자료를토대로그와함께이책을썼으며지금은옥스퍼드대학교교수로재직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