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감정동학과사회동학간상호관계에주목한감정사회학연구서
사랑은인간의본능이다.하지만사랑이라는관념이대중적으로확산된것은놀랍게도불과2~3세기밖에되지않는다.우리가흔히말하는사랑은서구의근대화과정에서출현한것으로,봉건적신분제의몰락,새로운계급구조등장,개인주의적이념의확산,핵가족탄생같은사회전반의변화와얽히면서태동했다.따라서그간의사회학에서는사랑을사회역사적산물로보고개인이처한다양한사회적구조와의연관성속에서사랑을이해하고자노력해왔다.하지만이책은사회구조와사랑이라는감정간의상호관계에주목한다.이책은사랑의감정사회학을다룬것으로,사랑의감정동학이사회동학과관련하여어떻게출현하고표출되는지,그리고그러한감정동학과사회동학이사랑을어떻게틀짓는지에주목한다.
이책은오늘날사랑이왜점차어려워지는지또는왜점차가벼워지는지에대해사회학적으로접근한것으로,한국인들이근대사회로이행하는과정에서낭만적사랑을어떻게수행해왔는지를역사적으로보여준다.이를통해한국사회에서이루어지는낭만적사랑의감정동학을연구하고현대인에게서나타나는여러가지사랑현상을분석한다.이러한작업을수행하기위해먼저이책은사랑을‘현실주의적사랑’과‘낭만적사랑’이라는두가지형태로나눈다.한편,오늘날확산되고있는포스트-로맨스,비혼,사이버연애,로맨스의상품화등의현상속에서낭만적사랑의운명이어떻게될것인지를탐구한다.
뫼비우스의띠처럼이어진감정주의,성적해방,소비주의의연결고리탐구
제1부“로맨스관행의구조변동”에서는해방전후를기점으로나타난한국인들의사랑관행을역사적으로추적하면서사랑의거시적인변화상을스케치한다.특히연애와결혼이분리되고감정적교감과육체적쾌락이분화됨에따라감정주의,성적해방,소비주의가뫼비우스의띠처럼연결되고있는현실을진단한다.이책에따르면,주관적취향을중시하는감정주의가확산되고성적욕망이도덕적구속력을상실하면서현대의로맨스관행이크게변화하고있는데,이두가지특징모두소비주의와긴밀하게연동되어있다는사실이중요하다.이책은소비자본주의가로맨스에미친영향을집중조명하면서,상품화된로맨스가대중문화산업에서소비의핵심동력으로자리잡은현실을분석한다.
제2부“포스트로맨스의현상학”에서는오늘날로맨스관행을둘러싸고새로주목받고있는테마와주요쟁점을다룬다.예를들어,‘첫사랑’에대한향수를통해낭만적사랑을성찰하는한편,비혼의확산에내포된역설을살펴보고,온라인데이팅앱을활용한새로운친밀성의구조를분석한다.이책에서는낭만적사랑의균열을탈(脫)로맨스로표기하지않고포스트로맨스라고표현하는데,그이유에대해이같은변화를새로운낭만적유토피아를건설하려는움직임으로이해할필요가있기때문이라고말한다.결론에서는이새로운낭만적유토피아가갖는의미를사회학적상상력을통해적극적으로탐색한다.
이책이사랑에관한기존의사회학적분석과차별화되는이유
이책은사랑에대해다룬다른사회학저작과차별화되는분석적특징을지닌다.첫째,사회와사랑의관계에서사랑이라는감정에더초점을맞춘다.다른사회학서적처럼사랑감정이사회적으로형성되는과정을포착하기보다사회속에서하나의복합감정으로서의사랑을구성하는감정적요소들을감정동학이라는맥락에서파악한다.
둘째,사랑에관한대부분의사회학적저작이사랑과결혼을단일메커니즘으로바라본다면,이책은사랑과결혼을서로다른논리에서작동하는사회적행위의동인으로파악하고이둘간의모순을통해사랑의실천관행들이변화해온과정을추적한다.이책은사랑자체에만초점을맞추는사랑의미시사회학이아닌사랑의거시사회학을지향하는것이다.
셋째,지금까지의사랑에대한논의는주로여성에초점을맞추었거나,한단계더진전하더라도남녀간의사랑의차이에주목해왔다.하지만이책은사랑이양성에동일하게작동하는감정이라는것에근거하여논의를진전시킨다.
이책은현대사회에서낭만적사랑은사라진것이아니라오히려더욱갈구되고있다고진단한다.또한현대인들의삶은자신만의유토피아에의미를부여하는투쟁과정이라고결론내리면서,지금까지의역사를통해볼때낭만적사랑의유토피아를둘러싼또다른실험들은계속이어질것이라고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