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과 혐오의 미학 (양장본 Hardcover)

버려진 것들과 혐오의 미학 (양장본 Hardcover)

$39.00
Description
버려진 것을 보는 시선,
예술 작품 속의 혐오 정동을 조명하다
밀어내는 동시에 끌어당기는 힘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그동안 현대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천착해 온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 사업단 학술연구총서가 이번 총서 14권에서는 설치, 회화, 사진, 소설 등 여러 장르의 예술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혐오 정동에 주목하였다. ‘버려진 것들’은 혐오 정동을 일으킨다. 버려진 것들은 쓰레기, 오물, 오염물질 등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이 이야기하는 ‘버려진 것들’에는 사회에서 배제된 인간, 필요 없다고 치부되는 사물들, 너무 작거나 혹은 너무 거대해서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것들도 포함된다. 따라서 이 책은 그것들에 관한 예술적 표현으로부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여러 소외를 읽어낸다.
이 책이 기획된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서울의 관훈갤러리에서 폐기물, 재생, 생태주의, 그리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 〈재생 버튼: 버려진 것들의 귀환을 위한 리-플레이〉(2023) 전시를 꾸렸다. 연구자들과 작가들은 서로 의견을 나누었고, 그 생각의 흔적을 이 책에 담았다. 책은 총 두 개의 부로 구성하였다. 1부는 미학, 철학, 미술사, 문학의 이론적 시선 안으로 버려진 것들을 혐오의 논리와 함께 끌어들인다. 2부는 연구자들과 〈재생 버튼〉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이론가들과 각각 한 쌍이 되어 서로 소통한 결과물을 전시 기획자인 정은영의 기획 의도와 함께 수록하였다.
책은 인간이 원하는 상태인 깨끗함과 매끄러움을 위해서 매 순간 버려지고 소외되며, 보이지 않아야 하는 존재들에 주목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중요한 함의를 주는데, 그것은 그 혐오 정동이 양가적이라는 것이다. 밀어냄과 끌어당김을 동시에 일으키는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는 그 정동은 예술 작품 속에서 빛을 발한다. 예술 작품들은 존재를 아우르듯이, 때로는 모순 자체를 그저 보여주듯이, 버려진 것들을 담고, 표현하고, 이야기한다.
저자

이재준

숙명여자대학교인문학연구소부교수이다.고려대학교와홍익대학교에서심리학,철학,미학등을연구했으며,최근에는비인간주의,신물질주의,트랜스/포스트휴머니즘을배경으로미학-정치,미학-생태주의의쟁점들을연구하고있다.또한인간이비인간사물및기계와맺는상호의존적관계에서어떻게예술표현이생성되는지에도관심을기울이고있다.저서로『물질혐오』(공저,2023),『상처입은몸』(공저,2023)등을출판했으며,논문으로「한국에서비인간론의연구동향」(2024),「안드로이드과학과포스트휴먼언캐니」(2023),「과학기술극장」(2023),「버려진것의겹들」(2023),「신유물론자의기계」(2023),「장애의물질적전환과회집체」(2023),「혐오의정동」(2021),「아브젝트,혐오와이질성의미학」(2021)등을발표했다.

목차

서문_이재준

1부

01오물의미학_한의정
1.오물(汚物),더러운물질
2.바타유의이질학
3.아브젝시옹,아브젝트,그리고비정형
4.아브젝트들의예술

02버려진사물,미학적단면_이재준
1.여지없이인간적이다
2.버려진사물들
3.오브제
4.그‘오브제’에서도발견되지않은사물
5.글을맺으며

03쓰레기의역습과동시대미술의실천_정은영
1.쓰레기요새속의삶
2.이질학과폐기물
3.동시대미술의이질학적전략과실천
4.이질적인존재로살아가기

04오염되어버려진존재들:원폭소설로보는혐오정동의증식과디스토피아문학_이지형
1.디스토피아문학의조건과원폭문학
2.원폭소설의안과밖
3.오염,감염,혐오:이노우에미쓰하루의원폭소설『손의집』
4.혐오정동의증식과차별의구조:『지상의무리들』의무리들
5.나가며

05가이아,버려진이름에서시대의얼굴이되기까지:스텐게르스,라투르,해러웨이의가이아론또는가이아이야기_이지선
1.인류세와가이아의복권
2.가이아라는이론혹은이름의탄생
3.스텐게르스:가이아명명하기
4.라투르:가이아대면하기
5.해러웨이:가이아또는툴루세라는말썽(트러블)에기거하기

2부

00재생버튼:버려진것들의귀환을위한리-플레이_정은영

01이종관,넝마주이의브리콜라주_한의정
이종관작가인터뷰

02김지은,쓰레기위의쓰레기아래의쓰레기_이재준
1.거주의사회
2.혐오의회귀운동
3.거주의임의성
4.화성은화성이다
김지은작가인터뷰와작가노트

03김승현,현존의아상블라주:인간과비인간사이에서진동하기_김보라
김승현작가인터뷰와작가노트

04서인혜,할머니의/와몸빼_유수정
1.몸빼12벌
2.시간의사물로
3.여성이입는노동,그역사까지
4.여성의몸,노동,시간
서인혜작가인터뷰

05김순선,지구의옷으로그린툴루의초상_이지선
지의류,지구의‘옷’이라는생물
지구의새로운표상:가이아와툴루(세)
툴루의초상
김순선작가인터뷰

출판사 서평

인류세,기후위기,쓰레기의역습…
인간중심주의를넘어생각해야하는지점들
“그어떤대상도본래의내재적특성에의해쓰레기로규정되지않는다”

지그문트바우만은‘그어떤대상도본래의내재적특성에의해쓰레기로규정되지않는다’고피력했다.쓰레기는그것을무가치하고무용한것으로만드는외적시스템에의해만들어지며,따라서관념적·법적시스템에의해가치있고높은영역에서무가치하고낮은영역으로밀려난다.바우만의논의를따라이책은쓰레기와같은‘버려진것들’을둘러싼외적인힘과구조에주목하면서,그안에서작용하는혐오정동을들여다본다.
이책은우선조르주바타유의이질학을분석하면서물질혐오의미학적동역학을다룬다.이때물질혐오는정신과물질의이분법에서정신을오롯이인간만의것으로여기며자신을지키고자애쓰는인간중심주의적인태도와관련있다는저자의지적은주목할만하다.이책이많은부분에서‘인류세’를언급하는것도같은맥락이라할수있다.인류세의현실은복잡하다.인공물의과잉생산과소비,무차별적으로버려지는폐기물,그과정에서나타나는생태적위기…이때인공물들의쓸모있음/쓸모없음을결정짓는온갖자본주의적행위가인류세위기의주요원인중하나라고저자는지적한다.저자는버려진사물의문제를신유물론의관점에서설명하고,다시그것을네오-아방가르드의일면인미니멀리즘과정크아트로가져와재구성한다.이때버려진사물에대한신유물론의관점은현대예술에서‘정크’나‘오브제’라는인간주의적관점에이의를제기한다.이러한논의를통해인류세에현대예술과비인간사물사이에새로운미학적관계를이해해야할필요성을요청하고자한다.



동시대미술의이질학적전략,이질적인것과의‘공존’
이책은쓸모없는것으로내던져진것들,보이지않도록폐기처분된것들을다각적으로가시화하고비판적으로담론화하기위해동시대미술이사용하는‘이질학적전략’을개괄하여쓰레기를다루는동시대미술실천의지형을파악한다.이를위해저자는조르주바타유의이질학을비롯한여러이론과담론을참조하여현대및동시대미술의다양한실천을살펴본다.
동시대미술은글로벌자본주의체계에서버려지고폐기된것들을사물/매체,자연/생태,노동/흐름의측면에서탐구하고현대의고고학,인류세와생태학,후기식민주의등을가로지르면서동질화된체계를교란하는낯설고이질적인전략을사용한다.동시대미술은폐기물의경제,생태,정치,문화가복합적으로교차하는이질적인시공간을드러내고,나아가그안에서이루어지는관계,저항,연대를가시화함으로써글로벌자본주의체제에대한이질학적이해와실천의가능성을제시한다.전유와배설이필연적으로동시에일어나는과정이라면,우리는우리가배설한것과함께살아야한다.동시대미술은이질적인것과공존하며우리자신이이질적인존재로살아야함을,또그렇게살아갈수있음을역설한다.

문학에서나타나는혐오정동,‘비인간’존재에대하여
혐오가혐오를불러일으키고혐오존재가새로운혐오대상을찾아나서는‘혐오의시대’를살아가는존재들에게요구되는새로운인식이란무엇일까?그것은‘인권’이라는관념에내재된인간중심주의를상대화해사고할수있는대전환의인식이아닌지이책의저자는묻는다.인간중심주의가전제하는‘인간’이란결국‘정상성(normality)’에기초한관념이다.이책이일본작가의원폭소설을디스토피아문학범주와연관해사유하는것은,바로지금전지구적차원에서범람하는심각한혐오양상들을구조적으로이해할수있는매개이자기원의하나로서원폭소설에주목하고,그연장선상에서디스토피아/디스토피아문학의본질을탐구해보고자함이다.피폭자,피차별부락민등이생물학적인간임에도불구하고인간취급을받지못하는것은그들이정상성에서일탈한비정상적존재,이른바‘비인간’으로간주되기때문이다.그런의미에서동물,물질등생물학적인간밖의‘비인간’존재와의횡단적고찰은혐오문제를사유함에있어서향후더욱착목해야할관점이라고할수있다.

〈재생버튼〉전시작가들의이야기
글로벌자본주의의가치체계를떠받치는쓸모있음과쓸모없음의분류,
효용성과무용성의척도,포함과배제의법칙을흔들다
2023년봄관훈갤러리에서열린〈재생버튼〉전시는버려진것들을주워모으고,폐기된존재들을불러들이는동시대작가들의작업을집중조명했다.버려진것들은우리가매일내다버리는쓰레기부터사회의주변이나자연의끝자락으로밀어낸이질적인존재들,사회에서배제된인간들,훼손된환경속에서절멸의위기에처한생물들을망라한다.전시에참여한다섯명의작가들은버려진것들을다시들여와사회적인폐기작동에숨겨진논리와부조리한과정을주시하도록이끈다.이들은전지구적인산업화와사회적인상징구조가추방한것들을상품과쓰레기,파괴와재건,사멸과소생사이의틈에옮겨놓고‘재생버튼’을누른다.이들이시도하는재생은못쓰게된물건에다시금쓰임을부여하는재활용을넘어,파괴와죽음으로부터생성과생명으로넘어가는회생을유도하고,언제든폐기될수있는것들이주어진용도에서벗어나그자체로유희하도록해방하는‘리플레이’라할수있다.

◆이종관,넝마주이의브리콜라주
이종관은쓰레기,폐기물,잡동사니사물들을선별하여줍고,소중히그러모아,우리의눈앞에펼쳐놓는다.이종관이다녀온각나라별박스안에는체계나원칙없이걷어올린인상의파편들이가득차있다.그리고그는박스의수많은것들중하나를끄집어내어다른하나또는두개와툭툭연결시킨다.파편들이연결되어새로운형상이되고그것을‘지금여기’에위치시킨다.하나의조각이존재했던시공간을둘러싼온갖기억과,그이후의궤적들을이어붙이는작업이다.우리는파편들의‘예전’과‘지금’이번쩍이며만나예기치못한별자리를형성하는것을목격한다.

◆김지은,쓰레기위의쓰레기아래의쓰레기
정화,개발,발전이서로뒤엉킨정동은언젠가한국사회가소비자본주의로물들어갈때,신상품을무한히소비해야만하는강박으로변주했다.김지은은정화=개발=발전의사회적양상을‘계획된진부화’라고말한다.깨끗하고말쑥하고선명한메트로폴리스,서울의괴물성은자신의덩치에걸맞은쓰레기산을건설하지만동시에엄청난위력으로그것을숨기려는음흉함이다.김지은의작품에서는서울의그런괴물성이스산하게드러난다.초고도인공물들의스카이라인으로이어진도시는무척아름답다.도시의깨끗함과거대함은그중심부에서밀려난어느시민들의지각을크기와위력에서압도해버린다.

◆김승현,현존의아상블라주
현실의평범한사물이나이미지를집적하여입체·설치와평면작업으로구현하는김승현에게무엇보다중요한것은일상생활속발견술이다.작품에대형빗자루를본격적으로도입한계기도발견의순간에서비롯되었다.작업실에세워져있는플라스틱빗자루가불현듯시선을붙든것이다.김승현은이방향성을뒤집는다.말하자면고정된대상에흐름을부여하고사물이가능한힘있게발화할수있도록돕는조력자역할을하고있다.평범하고낯익은사물이‘낯선우아함’의형태로탈바꿈하게만들려는것이다.김승현에의해활력이더해진사물은다시인간에게생기를전달한다.

◆서인혜,할머니의/와몸빼
서인혜는할머니의이름과나이와얼굴이아니라,몸빼무늬로할머니들을그리고기록했다.도시에서는쉽게볼수없는화려한색과무늬를왜선호하는지에대한순수한호기심으로할머니들에게질문을던지면서가까워졌고,그녀들의이야기를들었다.놀랍게도밝고요란한몸빼무늬는할머니들의취향이아니었다.그저읍내장날며느리나딸이사다주어서입는,대량생산되어쉽게구할수있고미적취향이나가치관이전혀반영되지않은흔하디흔한무늬의몸빼.“어떻게보면이렇게만들어진부분자체가그들의정체성을직접적으로보여주는것이아닌가”라는작가의지적은할머니들의정체성을정확히꿰뚫고있을지도모른다.

◆김순선,지구의옷으로그린툴루의초상
지구와인간의관계에대해말해주는어떤것이있다면그것이바로‘지의’다.김순선은지구최초의생명체이자,균류와조류의공생체이며,오늘날에는특히지표생물로인식된다는점에주목해서지의를소재이자주제로택했다고말한다.작가에게서지의는생물학혹은생태학의대상에서미적대상으로전환되는데,그렇다고양자가서로를배척하는것은아니다.오히려서로에대해필요조건으로작용한다.작가는생물학내에서지의류에대한기존의연구와최신동향을꾸준히검토하고이를자신의작업에적극적으로활용한다.이를테면지의류가균류의포자의형태로공중을날아다니다가바위나나무껍질에안착해서번식한다는사실에서착안해서물감을떨어뜨리거나흩뿌리는등의기법을사용하는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