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과제 :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를 생각하다

가장 오래된 과제 :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를 생각하다

$34.20
저자

에릭T.프레이포글

어바나샴페인의일리노이대학법학명예교수이며,같은대학자연자원과환경과학학과에서도활동하고있다.저서로『초월하는선:어떻게미국문화는환경개혁을가로막고있는가』가있다.

목차

서론

제1장세계를구성하다
제2장이용과남용
제3장과학과도덕
제4장자유주의의파편들
제5장생태계의기초
제6장사회정의
제7장자본주의시장
제8장가야할길

옮긴이해설

출판사 서평

생태위기는문화의문제다

저자는생태위기의문제를근본적으로규범적가치의문제,넓게말해문화의문제로보고있다.데카르트이후의합리주의철학을비판해온생태철학의흐름이있지만,저자는그러한철학적성찰을정치사회경제적맥락과관련시켜그실질적의미를밝히며,근대문명전체를비판적성찰의대상으로삼는다.그래서매번계몽주의로부터초기자유주의사상,오늘날미국을중심으로한극단적시장자본주의경제와시민운동까지넘나들며이야기를펼쳐나간다.이런저자의종합적인글쓰기방식은급한길을둘러가는것같지만,읽고나면우리삶의실상이서서히그모습을드러낸다.

저자는우리가하는행동의특징을피상적으로나열하고비판하는것이아니라,어째서근대세계가이렇게돌아가는지,우리는어째서그렇게행동할수밖에없는지근대의필연성을밝힌다.우리가근대의미덕이라고칭송해마지않는것들로부터어떻게근대의독이퍼져나가는지그과정을밝힌다.그럼으로써결국문제의본질은이러저러한구체적인사안들을해결하는데있는것이아니라,인간자신의변화에있다는인식에도달하게된다.저자는오늘우리의선택이유례없이중요하다는사실을부각시킨다.너자신,인간자신이문제이고,정말로필요한것은근대적가치관과세계관의변화라는것이다.그리고변화에대한저자의요구는매우급진적이다.

실제로이책은땅을파괴하지않으면서땅위에서잘살아야한다는인류의가장오래된과제를어떻게하면잘할수있는지이야기하고있다.개인으로서나집단으로서나인간은전체생명공동체의일원으로서,다시말해‘대지의공동체’의일원으로서이과제를감당한다.실제로이과제는끊임없이땅의이용과남용을면밀히구분하는선을그으면서살아가는것을의미한다.이과제를감당하는데근대는총체적으로실패했다.저자는이실패의이유를찾으면서동시에새로운길을모색하고있다.

땅을남용하는근대문화의특징

이책은실패의이유를근대문명자체안에내장된몇가지특징에서찾고있다.첫째,근대문화는과학적객관성에대한과도한숭배로인해규범적가치를수립하는일에서도과학에의지하려하고환경문제에대해과도한과학적입증의책임을요구한다.이것은‘가장오래된과제’를감당하는데매우불리한여건을조성한다.‘가장오래된과제’를감당하는일은일차적으로기존의가치와는다른새로운규범적가치를수립하는것을의미하며,그것은과학이할수있는일의영역을벗어난다.저자는‘대지의공동체’전체를고려하는규범적가치를수립하기위해서는과거덕에기초한내재적윤리나성서의초월적관점에기초한윤리가했던것과같은역할이필요하며,그역할을과학에기대할수없다고본다.둘째,개인의자율성과권리,사적소유권에근거한근대문화는개인과국가의관계를대립적으로보게만들며,시장영역의비대화를초래하고,시민으로서의역할이아니라소비자로서의역할을일방적으로강조한다.저자는시민으로서의역할을강화하는방향으로가야하며,가장오래된과제를감당하는데있어서국가와개인을이분법적으로볼것이아니라국가의힘을빌려야한다고주장한다.셋째,근대문화의다른모든특징을삼켜버리는가장근본적인특징이자생태계파괴의근본원인으로저자는자본주의시장을꼽는다.저자는자본주의시장이어떻게규범적가치와도덕의문제를공적영역으로부터사적영역으로밀어내고,가치의문제를개인적선호의문제로바꿔버리는지분석한다.마지막으로환경운동이여타시민운동과다른지점이어디인지짚는다.여타시민운동이앞서말한근대문화의경계안에있다면환경운동은근대문화의근본적변화를추구해야한다.개인의자유와권리,평등을확대하는방식으로시민운동이전개되어왔다면,환경운동은‘대지의공동체’를규범적가치의근거로삼아야한다.또한다른시민운동과달리환경운동은기업과시장중심주의에정면으로도전해야하며,개인의권리의확장을추구하는방식과는전혀다른토대에근거해야한다고한다.환경운동은개인의권리에중심을둔운동이어서는안된다는것이다.

‘대지의공동체’를규범적가치로삼아야한다

이책에서저자는땅을남용하는근대문화의특징을집중적으로분석하고‘대지의공동체’에복무하는땅의이용방식을탐색한다.정확히말하자면구체적인정책을말하는것이아니라,‘대지의공동체’에복무하는문화의특징들을이야기하며,역사적으로발전해온근대서구문화의특징이어떻게‘대지의공동체’를파괴했는지이야기한다.저자는오늘날인류가자연과의관계에서겪는위기로부터벗어나기위해서는우리의정신과감성에급진적인변화가필요하다고한다.그러한변화는몇가지구체적인대안을제시하거나‘지속가능한발전’같은어정쩡하고불명료한개념을내세우는것으로는가능하지않다.저자에따르면지금우리에게요구되는변화에필적할만한선례는역사상딱두번있었는데,하나는인류가1만여년전수렵채취문화에서정착농경문화로옮겨갔던것이고,다른하나는17,18세기에자유주의적개인주의와결합해서산업주의적·시장적세계관으로옮겨간것이다.저자는오늘날생태계파괴라는커다란곤경앞에서인류는이두가지선례에필적할만한급진적인변화를이뤄야한다고말한다.

이것은한편으로저자가우리앞에놓인변화의과제를유례없이막중한것으로받아들이고있음을의미하며,다른한편으로는지난17,18세기유럽과북미대륙에서시작되어오늘날까지250여년간전세계를지배하고있는근대문명을1만여년에걸친인류역사전체를통틀어매우짧고이질적이고특이한현상으로보고있다는것을말해준다.우리는근대세계안에서살아가며,우리자신이거기속하기때문에근대문명을당연한것으로전제하지만,실은근대문명은자명하지도타당하지도않다는것이다.이제생태적위기에직면하여자본주의시장중심적근대문화로부터‘대지의공동체’를규범적가치로삼는문화로의급진적변혁이필요하다.이러한점에서저자의사상은진정한의미에서탈근대사상이라고할수있다.

환경운동,기존의시민운동방식에도전하라

환경운동은기존의인종차별운동이나성소수자운동같은시민운동보다훨씬심층적이고힘든일이라는사실을저자는여러차례강조한다.물론그런사회운동역시힘든일이기는하지만그것은기존세계의틀안에서이뤄졌고,근대세계관과그안에포함된도덕성의주요요소들에대해의문을제기할필요가없었다.여타시민운동가들은도덕가치는오직인간들사이에서만통용되고인간을자율적개인으로보는근대적세계관에근거해있었다.시민운동의이슈들은대부분소외된사람들이근대시스템안에더공정하고완벽하게적응할수있도록돕고자하는것이었지시스템자체,특히자본주의시장과지배적인권력구조자체에도전하는것이아니었다.이점에서저자는개인의자율성과권리에대한근대적이념에근거해서그것을보편적으로확대하는전략을택하고있는오늘날시민운동의근본적한계를지적한다.그러한방식의운동은근대의문제안에갇혀있고,근대의곤경,생태계문제를해결하기는커녕오히려더심화한다는것이다.

이와대조적으로환경운동은시민운동보다훨씬더기존의권력구조와통상적인기업들을위협한다.저자는환경운동이본래거대기업과시장중심주의에가장근본적으로도전하는것일수밖에없으며,마땅히그래야한다고주장한다.이점을인식하지못하기때문에오늘날환경운동이더이상힘을발휘하지못하고,사람들의즉각적인감상이나막연한두려움에호소하고있다고비판한다.가령부서진얼음조각위에위태롭게앉아있는북극곰사진같은것을앞세우는방식에대해서도비판한다.그리고환경운동이인간과자연보호를대립적으로파악한다는인상을주는것에도부정적이다.

저자에따르면,정말로환경운동이성공을거두기위해서는그동안시민운동이부각시킨바로그도덕기준들에정면으로도전해야한다.앞서언급했듯이근대적개인의자율성과권리개념에근거한여타시민운동의방식에도전해야한다는것이다.개인의권리에근거해서환경문제에접근할때는너무쉽게기존의사고방식에영합하게된다.그경우(권리를소유한자율적개인으로서의)인간에게만가치를인정하게된다.그러나오늘날자주확인하듯이권리주장은분열을일으키며,대립하는권리주장들과충돌한다.개인의자유와사적소유가그런예라고할수있다.권리를두고다투는것은환경보호반대자들에게압도적으로유리한―인간중심적이고개인주의적이며현재에초점을둔―문화적자장속으로싸움터를옮기는것이나다름없다.

위기앞에서여전히희망을말하는이유

문화는우리가자연을인식하고의미있게구성하는방식,우리가본것을평가하고자연질서안에서우리의위치를이해하는방식을의미한다.저자에따르면그것은우리시대의약점보다는오히려우리의도덕질서,시간이해의틀,우리가영리하다는확신과관련이있다.우리의문화적궤적이우리를현재상태로이끌었고,오늘날우리가목도하고있는생태계의파괴를가져왔다.우리가그동안발전시켜온도덕적이상은그러한문제들을포괄하지못했고,그럴필요도없었다.그러나도덕질서는진화하며,문화도변화해왔고,지금도변하고있다.

그래서저자는오늘날기후변화를비롯한심각한위기앞에서도여전히희망을말한다.그에따르면땅을존중하는문화는실제로가능하며,자연을건강하게보고평가하는방법역시가능하다.그리고그방향으로가기위해서는다른무엇보다도우리문화의궤도를수정하는운동이필요하다.그것은오늘날의시민운동들과는전혀다르며,그보다훨씬더큰것을포함한다.이제과거와는전혀다른길을가야한다.즉,근대문화에거슬러개인의권리확대에기반한운동이아니라‘대지의공동체’의행복에기여하는운동을추구해야하며,근대의객관성숭배에서벗어나덕을중시하는규범적가치를수립해야하고,소비자로서의인간이아니라시민으로서의인간을부각시키는방향으로나가야한다.그것이바로근대문화에정면으로도전하는길이라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