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이론 1 : 학제적 접근 -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사업단 학술연구총서 1

혐오이론 1 : 학제적 접근 -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사업단 학술연구총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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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혐오시대, 인문학의 대응
이 책은 2020년 5월 ‘혐오시대, 인문학의 대응’을 목표로 출범한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사업단의 총서 시리즈 중 제1권이다. 이 책을 구성하는 10편의 글과 필자들의 전공 분야가 말해 주듯이, 혐오이론 총서의 기본 목적은 혐오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혐오시대에 심층적이면서 다각적으로 대응하려는 데 있다.
혐오는 현실로부터 던져진 문제이다. 혐오시대로 불릴 만큼 사회의 다방면에 불거지고 있는 혐오는 그에 상응하는 관심과 대처를 요구한다. 혐오의 심각성은 혐오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그것이 우리 사회의 감추어진 문제를 드러내고 경고하는 징후이자 증상이라는 데 있다. 최근으로 올수록 혐오와 관련된 사건들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위험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혐오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혐오 문제는 학술적으로도 접근하기가 간단치 않다. 그 이유는 혐오의 정의와 개념이 생각보다 복잡할 뿐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세부적인 학문 분야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혐오시대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기본적인 정의부터 다양한 접근법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

박인찬,박준성,염운옥,윤조원,이재준,임소연,조계원,하홍규,한의정,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영문학부교수(현대영미소설,SF,미국문학과문화전공).현숙명여자대학교인문학연구소장및HK+사업단장.주요저서로『포스트휴머니즘의쟁점들』(2021,공저),『소설의죽음이후:최근미국소설론』(2008)이있으며,주요역서로『블리딩엣지』(2020),『바인랜드』(2016),『느리게배우는사람』(2014),『미국민주주의의문화사』(2011,공역)가있다.

목차

1장혐오시대대응을위한첫걸음:서론_박인찬
2장혐오,정동이론으로읽기_이재준
3장‘살만한삶’을향해:혐오에맞서는비폭력적투쟁_윤조원
4장누스바움의혐오이론과인류애의정치_조계원
5장혐오에대한심리학적접근_박준성
6장‘죽여도되는’사람:인종혐오와동물화_염운옥
7장혐오의진화,인간진화에서의혐오_임소연
8장혐오에대한법적대응_홍성수
9장동일자의얼굴,타자의얼굴,구별불가능한얼굴_한의정
10장취향,계급,구별짓기,그리고혐오:혐오사회학을위하여_하홍규

출판사 서평

혐오는현실로부터던져진문제이다.혐오시대로불릴만큼사회의다방면에불거지고있는혐오는그에상응하는관심과대처를요구한다.혐오의심각성은혐오자체에있다기보다는그것이우리사회의감추어진문제를드러내고경고하는징후이자증상이라는데있다.최근으로올수록혐오와관련된사건들이계속해서늘어난다는것은그만큼우리사회가위험해지고있다는뜻이다.
그렇다면혐오시대에어떻게대응해야할까.혐오문제는학술적으로도접근하기가간단치않다.그이유는혐오의정의와개념이생각보다복잡할뿐아니라그것을바라보는시각이세부적인학문분야에따라서로다를수있기때문이다.따라서혐오시대에적절히대응하려면기본적인정의부터다양한접근법에이르기까지체계적으로살펴볼필요가있다.

혐오는감정을표현하는개념어이다.찰스다윈은『인간과동물의감정표현』에서혐오를공포,놀람,분노,슬픔,행복과함께인간의기본감정중하나로분류한다.『인간다움의조건』을쓴스튜어트월턴(StuartWalton)같은평자는다윈의분류에질투,경멸,수치,당황을덧붙여10개의감정을인간의기본감정으로제시하기도한다.‘기본’감정이라는용어에서짐작할수있듯이,혐오는쉽게사라지거나제거할수있는것이아니다.인간이진화의오랜과정을거치면서자연에적응하기위해습득하게된감정중하나가혐오이다.
그러나진화의산물이라고해서그것을전적으로인간본능에속한것으로단정하는것은곤란하다.왜냐하면혐오는인간이태어날때,혹은그이전부터자연적으로주어진본성(nature)이라기보다는사회적으로형성된감정이기때문이다.혐오스러운것의범위와내용을정하는것은“문화와훈육(nurture)”이지본성이아니다.혐오는자기보호와생존의수단이되날것그대로의느낌이기보다는어떤대상에대한느낌,감각,반응,지각,인지로서의감정을가리킨다.인간이보편적으로갖고있으나사회문화적으로매개되고형성되는것이기에혐오에는문화적차이가따르기마련이다.

우리말에서혐오의정의는생각처럼단일하지않다.대개는‘싫어하고미워함’[嫌惡]의뜻으로정의하지만,그것은혐오의절반에해당한다.국립국어원과네이버사전에따르면혐오에는그것외에도‘미워하고꺼림’의뜻이있다.각각의뜻에따라한자표기도다르다.전자가공격적인감정이라면,후자는방어적인감정이다.그래서어떤평자는둘을합쳐서혐오를“역겨울정도로싫어하고미워하는감정”으로정의한다.
한국에서는혐오라는어휘가과잉이다싶을만큼혼란스럽게쓰이고있다.왜일까.여기에는최근의여성혐오관련사건들에의해촉발된한국출판업계의마케팅전략이라든가,관련사건들을보도하는언론매체의선정주의,혹은증오표현과소수자차별에관한법제화과정에서법적규제의대상이되는증오라는단어대신에그것보다더광범위한혐오라는단어를택한법조계의판단등을그이유가꼽을수있을것이다.하지만문제는그런눈에보이는것들에있지않다.그보다는혐오감정자체의복합성과어째서다른감정이아닌혐오가특별한의미를부여받을만큼심각하게대두되고있는지에문제의핵심이있다.

혐오는역겨움(혐오,disgust)과증오(hatred)와두려움(혐오증,phobia)등의서로관련된감정들을포괄하는복합체이다.혐오가혐오스럽게여겨지는대상을뱉어내거나그로부터움츠림으로써피하려한다면,증오는그것을파괴하여없애버림으로써자유로워지려한다.반면에공포는혐오나증오처럼대상을의식하지만두려움을느끼게하는것은대상자체가아니라그것이언젠가나타날지모르는위협이다.즉대상의잠재성이공포의원천이된다.
혐오,증오,두려움이유사감정들로서혐오의복합체를형성한다면,혐오는또한특정시대에따라다른감정들과서로절합하거나중첩된다.혐오는특정시공간으로부터파생되는여러감정과서로뭉쳤다분리되었다하는과정들속에서특정한발화와효과로연결된다.

흥미로운점은이러한혐오의효과성이정치적으로유용하게쓰인다는사실이다.혐오에의한감정정치,즉혐오정치가위력적인것은일련의발화효과를연속해서낳는혐오의수행성때문이다.원래부터혐오스럽거나증오스러운대상은세상에존재하지않는다.무엇을혐오의대상으로느끼는것은어떤집단또는그것이길러낸어떤사람의인지때문이다.그런데혐오의원인과대상은항상일치하지않는다.불일치가생길때혐오는그것이닿으려는대상이나위치를바꾼다.즉,다른대상,다른위치로옮겨가는차이와전위의과정을거치는것이다.흥미롭게도,감정의정치경제에서혐오는유통될수록더많은잉여가치,더많은부수효과를낳는다.
이처럼혐오는인간의기본감정으로서든,혹은다른이웃감정들과연합하여다니는감정복합체로서든,혹은인간의사회적·정치적·경제적·문화적관계망을관류하며효과를수행하는정동으로서든,한두마디로규정하기가어렵다.게다가현실에서발생하는혐오의양상은단순하지않아서바라보는시각에따라서로다른해석이가능하다.혐오시대에대한인문학적대응이혐오에관한기본연구에충실하면서도다양한관점들의횡단이어야하는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