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조계진 : 아들이 기록한 어머니의 회고록

나, 조계진 : 아들이 기록한 어머니의 회고록

$29.32
Description
어머니의 기억이 아들의 글이 되다
기억의 작은 조각들이 전하는
대한제국의 비극과 독립운동 그 뒷이야기,
아, 그리고 당신의 아버지

한국 역사상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가문이 있다. 우당 이회영 선생 가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조계진 여사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며느리로, 1897년 6월 22일(음력 5월 23일) 조정구 대감과 흥선대원군의 딸인 정경부인 완산 이씨의 4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1996년 12월 21일 별세했다.
풍전등화와 같은 조선에서 왕가의 일원으로 태어나, 독립운동의 상징인 집안에서 한국사의 고빗길을 온몸으로 겪어냈다. 그런 까닭에 조계진 여사의 구술은 한국 근현대사의 빈칸을 메워줄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그러나 개인사의 주역으로 일상과 역사를 넘나들며 시대를 증언하는 이 책은 한국사의 한 조각 퍼즐이라는 의미 있는 구술서로서뿐 아니라 희로애락이 담긴 한 여인의 회고록으로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올해로 미수(米壽)를 넘긴 조계진 여사의 아들 이종찬 광복회 회장은 ‘아들이 쓴 회고록(子敍傳)’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어머니의 삶을 하나하나 되짚어간다. 조계진 여사의 삶과 두 아버지(조정구 대감과 이회영 선생)의 행적이 사부곡(思父曲)의 주선율과 부선율을 이루며 조선의 비극과 독립운동의 뒷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들려준다.

개인사가 한국사가 된 가문에서 그저 평범한 행복을 꿈꾸던 한 여인의 삶은 과연 어떠했을까?
저자

이종찬

1936년독립운동가들의망명지이자대한민국임시정부의발상지인중국상해의프랑스조계에서이규학·조계진의셋째아들로태어났다.부모가독립운동가였을뿐아니라친가와외가가모두우리독립운동사에서일정한역할을했다.광복이후귀국해서는서울창신초등학교(제32회),경기중·고교(제52회),육군사관학교(제16기)를졸업했다.군문에서육군소령으로예편했고,주영대사관참사관,국가안전기획부기획조정실장을거쳐제11~14대국회의원(서울종로)을역임했다.
그뒤1997년대통령선거에서이나라헌정사상첫여야간정권교체를이루는데에일익을맡았다.김대중대통령직인수위원장,국가정보원장등의직책을수행했다.
20년에걸친정치활동을마감한뒤에는회고록등각종저술활동을통해우리역사의광정과현실정치의개혁을역설해왔으며,2018년부터2021년까지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건립위원장직을맡아이기념관이의미있는장소로지어지도록진력했다.2023년민족에대한마지막봉사라는마음가짐으로광복회장에취임했다.
회고록「숲은고요하지않다」(2015년)을비롯해「세계로가는길목을잡아라」(2002년),「개혁과온건주의」(1987년)등다수의저서를출간했다.필생의작업으로‘아들이쓰는어머니의자서전(子敍傳)’을기획해수년간집필해왔으며,그결실로이책「나,조계진」을세상에내놓는다.
구한말부터대한민국에이르는이대하실록에서한여인과한가족의이야기를넘어우리가함께만들어온근현대사와앞으로다시함께일구어가야할우리공동체미래의모습을찾아보자는것이미수(米壽)를넘긴지은이의생각이다.

목차

차례

제1부나의친정이야기
01어머니의쓸쓸한마지막날들
02어머니덕에공무원생활한아버지
03아버지,정부요직을사양하다
04동학농민혁명과청일전쟁의소용돌이속에서
05을미왜변과고종의아관이어
06러시아공사관에서구상한자주독립
07대한제국의야심찬출범,안타까운실패
08대한제국의마지막길
제2부항일투쟁의시작
01우당장형제들,새시대를향해나서다
02을사늑약과신민회
03을사늑약의무효화운동과헤이그특사파견
04고종황제의지시로조남승이확보한철상(鐵箱)
05경술국치와이에저항하는사람들
06나의학창생활
07나의결혼,그리고고종황제의망명계획
08신랑이규학의결혼전이야기
제3부중국에서보낸나날들
01북경,나의첫망명지
02우당장,아나키즘을선택하다
03북경에서의고난
04상해에서새출발!
05내가아는우당장의마지막날들
제4부계속되는삶,마침내광복을보다
01비바람속에서도생명은태어나고
02포석로집에서의새생활
03귀국을기다리는사람들
04드디어귀국
05해방정국과우리집
06대한민국정부수립과계속되는고난
07내가겪은6·25

이야기를닫으며:작은이야기들속에담긴큰뜻
조계진(趙季珍)여사연보

출판사 서평

아들의사모곡(思母曲),어머니의사부곡(思父曲)

책은1899년유난히도혹독했던그겨울의추위로아픈역사의서막을연다.때는세기말,기울어가는만추의조선에서흥선대원군과여흥민씨부대부인의딸완산이씨는막내딸조계진을낳고1년반을병상에서보내다가그해2월세상을떠났다.광무황제의마지막충신조정구대감의막내딸조계진의이야기는이렇게어머니의쓸쓸한말년에서시작된다.
승동소학교,경성여자보통학교와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를다니며평범한가정을바랐던소녀의꿈은이회영의아들이규학과의혼인으로완전히새로운국면을맞았다.조선의비극과중국으로의망명,한국의독립투쟁등그장엄한역사의뒷길에는일제의감시를피해투사들을내조하며가정을지키고자고군분투한여성들의희생이있었다.조계진역시낯선이국땅에서대륙의모진바람과함께굴곡진삶을살아야했다.그격동의시간에두딸을잃고절망하기도했다.모든것을포기한조계진을다시일으켜세운것은아버지조정구였다.

절망의구렁텅이에서나를건져준분은뜻밖에도친정아버지조정구대감이었다.평소에는엄격하고대화하기조차어려운과묵한분이셨지만나의절망을어루만지고나의슬픔을위로하는힘이되셨다.나는그때까지도따듯한부정(父情)이라는게있는줄알지못했다.그러나아버지는내가슬픔의나락에떨어졌을때나를건져주셨고,나는그품에흠뻑빠져듦으로써다시소생할수있었다._491쪽

저자는한국사라는거대한흐름을뒤에가려진어머니의고단한삶의궤적을정성스레복원한다.
그글의기저에는조정구대감을향한조계진여사의동경과존경과사랑이고요한사부곡(思父曲)이되어잔잔히흐른다.



또다른주인공,
조정구대감과이회영선생

⦁조정구대감

조정구는광무황제가황제의자리에서물러났을때도언제나곁을지킨충신이었다.조정구일가의충정은황제가내린훈장증을통해서도확인할수있다.조정구의아들들은헤이그특사파견과관련해어새위조와콜브란을통한비용마련,이용익사망후특사확정은물론이고황제가유폐된뒤에도태황제(고종)의독립의지를외부에알리는데생사를초월해활동했다.
조정구는1910년한일합병조약이체결된뒤,귀족칭호와두둑한은사금을거부하며죽음마저택했다.

10월7일일제는고종의매부이자준왕족이고의정부찬정,궁내부대신을역임했다는이유로아버지에게남작작위와은사금을하사한다고통보했다.이를두고아버지는“나를욕되게하는짓”이라며모욕감에치를떨었다.동봉해온합방조서와고유문을찢어버리고“살아서욕되느니죽어서의를찾자(不可辱而生寧可義而死)”라는유서를남기고뒷방에서칼로목을찌르고쓰러지셨다.아버지를모시려던집사김서방이가장먼저발견하고소리를질렀다.큰오빠는피가낭자한아버지를홑이불로감싼채인력거로대한의원으로모시고갔다._205쪽

이뿐아니다.망명생활을하다가병환치료를위해1926년귀국했을때도융희황제를알현하고마지막유조(遺詔)를받아그해7월8일자미국의교포신문≪신한민보≫에실리도록했다.

지금내가경(조정구)에게위탁하노니,경은이조칙을중외에선포하여내가가장사랑하고가장존경하는나의백성으로하여금병합이내가한일이아님을분명히알게하면이전의소위(병합)인준과나라선양(讓國)의조칙은장차스스로파기될것이리라.여러분이여노력하여광복하라.나의혼백이명명한가운데여러분을도우리라.조정구에게조칙을내리다._322~323쪽


⦁이회영선생

이회영은1901년일어난삼포(蔘圃)사건을계기로광무황제를알현한뒤민심을소재를살피는별입시로임명되어활약했다.1905년제2회만국평화회의초청장을받은광무황제는1906년연기된만국평화회의개최소식이알려지자조남승에게이상설과이회영을만나은밀히대책을강구토록했다.지금까지도논쟁거리로남은‘헤이그특사신임장’은신민회에서전각에일가견이있는이회영에게전담하도록했다.
또한이회영은조계진의오빠들과함께태황제(고종)의망명을꾀하기도했다.그러나태황제가갑자기승하하면서모든계획은수포로돌아갔다.

나의시아버지는풍운아였다.……그분은독특하게도무소유(無所有)를당연하게여겼고불가능을희망으로생각하고싸운숨겨진혁명지도자였다.그분은자식보다동지를더귀하게생각했다._491~492쪽

이구절처럼이회영의마지막행보는동지를위한선택이었다.중국국민당의이석증과오치휘가만주사변으로진공상태가된동삼성에서중국측항일연군과한국의저항세력이협조체제를강화할것을아나키스트측에제안했다.이회영은동삼성파견을자원했다.

이번엔추첨하지말게나.나에게이임무를맡겨주기바라네.나는그동안젊은동지들을사지로보내많이희생시켰네.이제내나이예순여섯,살만큼살았네.마지막임무를수행하다죽어도여한이없네.다행히그곳지하에서투쟁하고있는양세봉(梁世奉)장군은내익히알고,또중국의당취오(唐聚五)군과연합해관동군과최후의일전을하게된다면얼마나영광스러운일인가?나는그곳동지들과도잘지내왔고,장기준(莊麒俊)동지가내사위가되어활동하고있으니힘을보탤수있을걸세._349쪽

검거후보잘것없는유골함으로돌아온이회영의죽음을둘러싸고말로다할수없는가슴아픈가족사가이어진다.스포일러가되지않기위해이대목들은독자들이직접찾아읽어주기를희망한다.



기억의작은조각들을보는서늘한시각!
이중나선의스토리,동료평가(peerreview),그리고솔직함

이책의가장큰장점은이중나선처럼긴밀하게엮인가족사와한국사가절묘하게교차하며마지막책장을덮는순간까지책의두께가무색할만큼몰입감을높인다는점이다.
또한가지주목할점은역사적인물에대해교과서적평가가아닌당대의맥락과인식속에서내려진당대인들의평가,즉동료평가(peerreview)를소개한다는것이다.책을관통하는이서늘한시각은다른책에서볼수없는이책만의특징으로,책의가치를한층더높인다.

이책에도일부드러나있지만어머니는자존심이강했다.거기에친정과시가모두독립운동하는가문이었으니명분과소신에대한존중도체화되어공적인인물들에대해서는평가가아주분명했다.외사촌올케인순종비윤씨를일생동안면대하려하지않은게바로그런이유였다.그아비와백부가모두‘골수친일매국노’이고그의결혼자체가‘정략적’인것이었다면서그들모두를경멸했다._15쪽

그무렵아버지께서특히한탄하신것은왜놈의농간에놀아난대원군의어리석음이었다.일생을통해민중전을제거하지못해급급한나머지중국힘도빌리고,또일본힘까지빌려민중전제거에성공했다.하지만그러한말년모습은추하기짝이없었다._62쪽

서재필이10여년만에귀국하더니미국인아내를데리고완전히미국인티를내면서임금과악수하자고하고맞담배질을하는꼴을보고아버지는괘씸하게여겼다.“나는미국시민이라조선의공직을맡을수없습니다.나를외신(外臣)으로대접해주세요.”이말도통역을통해임금께진언했다.“나라의운명이위태롭다고하니이제별꼴을다보는군,퉤퉤.”_73쪽

주명은여운형의서거후그를이렇게평했다.“몽양은결단코공산주의자가아니야!공산당이란구조에묶여사실분도아니었어.”“그분은일생동안진보적민족주의자로서이상을실현하고자일을벌였지만아무것도성취하지못하고자신과가족만풍비박산냈습니다.일생을바쁘게살다가신분이죠.”하지만나는주명의말에한가지더붙였다.“그런데도몽양선생은유일하게우당장의고달픈삶을이해하는분이셨어요.그뿐아니라거침없는우당장의삶을닮으려는면도있었어요.임시정부가필요하다고처음에주장했으면서도그틀에갇히지않고틀밖으로나가행동하는것도두분이같았어요.”_447~448쪽

성재장은그런광신그룹의무책임한행동을김구도제어하기어렵게될것으로우려하면서임시의정원이발전해결성된국민의회의요직에서사임했다.사실김구주석에대한불만이컸다.너무단견이고,목표도전략도없다고보았다.단순히탁치반대와임정세력을동원해정권장악하는일에만의욕이앞설뿐,나머지는그때그때즉흥적으로결정하는것으로보였다.광적인지지자들이주변에진을치고있고그들의주장에따르면해답이나오지않는법이다.김구는그런방향으로끌려가고있었다._453~454쪽

마지막으로,또다른이책의장점은상황앞에서감정이나소회를숨기거나꾸미지않는솔직함이다.

친정에편안하게묵고있은지얼마지나지않아시어머니로부터즉시와서일을도우라는명이떨어졌다.……온지사흘이나되었을까?학진이가밤새열이올랐다.찬수건으로몸을식혀도열이내리지않았다.침대가하나밖에없어학진이를안쪽에누이고살피는데내가누운옆자리의을진이가“제에이(姉)!”라고언니를부르며나를타고넘어가언니와얼굴을비볐다.그날부터을진이도열이올랐다.……오빠가당도했을때이미두아이는숨을거두기직전이었다.오빠는나와두아이를데리고병원으로갔지만졸지에두아이를다잃었다.나는앞이캄캄했다.나도졸도를했는지한동안정신이없었다.나중에송동댁이전해주기를,오빠가나의시어머니에게“왜시집으로오라해서두아이를죽게했습니까?”라고버럭소리를지르고홱나가버렸다고했다._311쪽

불현듯“지금착한애들은어디로갔지?”생각이나면미칠것같았다.서울에도착한지석달쯤지났을까.상해에서주명이인편으로편지를보내왔다.사전에알리지못하고피신한것을사과하면서아이들이모두죽은것을비탄스럽게생각한다고했다.나는그말에원망이불현듯일어나편지를구겨서내팽개쳤다.“비탄스럽다고?내마음,이고통을알기나하나?말로만비탄?”화가치밀었다.얼마후다시편지를주워펴보면서다시읽었다.“상해생활이외롭고고통스럽다.다시상해에서재출발하자”는제안으로편지의끝을맺었다.나는재출발할마음이없었다._314~315쪽

나는시아버지우당장이야말로진정한평화주의자라고생각했다.그분은항상무엇인가골똘히생각한뒤행동하는분이셨다.마지막으로떠나실때나를불러말씀하셨다.“내가떠나면이방에있는모든것을태워없애라.”나는그분의명을거슬러서라도,그남은것들을숨기고감춰서라도민족의자산으로지니고살아야했는데안타깝게도그렇게하지못했다.쉽게타지않은전각이나나무상자는그래도두었지만,그밖에그리다남겨둔난화(蘭畵),서류뭉치,몇장되지도않는사진들….몽땅아궁이에넣어불살랐다.지금생각하면그조각하나하나가모두남겼어야할아까운자료들이었는데,이제와서어찌하랴._492쪽
496쪽에달하는이책은한국사의주요장면과지은이가문만이경험할수있었던수많은일화,그리고조선의비극을담아낸여러자료와사진으로빼곡히지면을채운다.이모든내용을보도자료에온전히담아내기란쉽지않다.
그저,어머니의기억과미수를넘긴저자의모든경험이집약된사모곡(思母曲)「나,조계진」을꼭한번읽어보기를권유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