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아깝잖아요 (나의 베란다 정원 일기)

햇볕이 아깝잖아요 (나의 베란다 정원 일기)

$12.00
Description
“베란다는 세계의 축소판.
그 작은 공간에 우주가 있다.”

식물을 통해 삶과 죽음을 응시하며
남들과 다른 삶을 소망하던 젊은 작가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20대 중반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라는 강렬한 제목의 작품으로 문단에 데뷔한 야마자키 나오코라. 솔직하고 대담한 문체로 젊은 층에 큰 인기를 얻었다. 아쿠타가와상 등 일본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며 문단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지만, 정작 그녀는 작가로서 항상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30대에 접어들어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 유산 경험 등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한동안 작가로서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힘들었던 시간을 좁은 베란다에서 화분 하나로 시작한 작은 정원(나오 가든)과 농장(나오 팜)을 가꾸며 치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식물을 기르며 그녀의 마음도 한 뼘씩 성장했다. 조급하고 초조한 일상에 서늘한 바람을 쐬고, 그늘진 마음에 따뜻한 볕을 쬐었다. 베란다 정원에서 드래곤프루트, 나팔꽃, 장미 등 다양한 식물을 기르며 갖가지 감정들을 통과한다. 생명 하나가 자신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설렘과 책임감, 하나의 식물에 주어진 공간처럼 누구에게나 마땅히 주어져야 할 ‘장소’에 대해, 어느 날 태풍이 들이닥쳐 자신의 삶을 쓸어 가도 그 무력감 앞에 절망하지 않는 의연함, 혹은 태평함. 솔직하고 대담한 그녀의 소설만큼이나 나오코라 작가의 신선한 통찰력이 곳곳에서 빛난다. 또한 식물의 성장과 함께 자연의 흐름과 섭리에 맞춰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작가로서 느끼는 사명감 등 삶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얻으며 자신의 성장을 기록해나간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그동안 작가로서 삶의 굴레가 되었던 ‘남들과 달라야 한다’, ‘특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연의 일부로 그리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주어진 역할과 자리에 대해 고민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진진하고도 담백한 필체로 그려낸다.
“무언가를 길러본 사람들은 안다. 식물이 가진 본래의 힘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 ‘인생 밭’도 자생의 힘을 믿어야 하는 것처럼.” (155쪽)
저자

야마자키나오코라

1978년생.고쿠가쿠인대학문학부일본문학과를졸업했다.일본의흔한여자이름인나오코와콜라의합성어‘나오코라Nao-cola’라는특이한필명을쓴다.기념품가게에서사온시들시들한드래곤프루트와의인연으로식물을가꾸기시작했다.사람을사귀는데서툴러정원을가꾼다.
회사원으로일하면서쓴소설《타인의섹스를비웃지마라》로2004년문예상을수상하면서작가로활동하기시작.《가발미용실2호점》,《지상에서런치를》,《귀여운세상可愛い世の中》,《취미로가득趣味で腹いっぱい》등의소설을썼으며,《엄마가아니라부모가된다母ではなくて、親になる》등의에세이를출간했다.작가로서누구라도이해할수있는말로아무나쓸수없는글을쓰고자한다.

목차

1.경치를빌리다 9
2.첫독립,첫식물 19
3.움직이는것이우리집에찾아온다 31
4.사계절정원식사 43
5.태풍이불던날 53
6.아주오랫동안여행하기위해 63
7.쓰레기를심다 75
8.기형을사랑하는마음 85
9.흙속의작은씨앗을찾으며나이를먹는다 93
10.씨앗의시간 103
11.세상의솎음질에익숙해진다는것 117
12.싹이트는기쁨 131
13.‘컴패니언플랜트’의세계 145
14.녹색커튼 157
15.내가편애하는장미 171
16.다시,버섯의계절 185
17.겨울생활 195
18.베란다여안녕 203
19.밤의정원옆에서 209
ㆍ그이후의이야기 215

출판사 서평

“나혼자하는일이아니다”
식물을집에들인다는것,온우주가식물하나를돌본다는것.

첫식물은드래곤프루트였다.오키나와여행지의기념품가게에서발견한시들시들한식물을기어코사버렸다.첫선인장을베란다한구석에둘때만해도자신이‘가드너’가될줄은몰랐다.처음에는하나의취미에지나지않았다.만돌린을연주하고영화를보고레스토랑에가는일처럼.하지만집에식물을들인다는것은그저화분을모으는,‘개인적’인일이아니었다.그날의날씨를살피고,흙이건조하지않은지,벌레가끼지않았는지살피는그모든과정을의미했다.바지런히손을움직여식물의상태를살피면식물은자연의법칙에따라자라났다.풍성한햇볕과선선한바람,비옥한흙이식물을돌봤다.그녀는그속에서작은우주의법칙을발견한다.“식물의성장과정을보고있으면,나에대해서생각하게된다.꽃잎이하나둘피는모습을보고,나의몸도이렇게진화했구나,공감하게된다.베란다는세계의축소판.그작은공간에우주가있다.”(4쪽)
아무리애를써도글을발표할수없었던시기,그녀는베란다테이블이나작업실책상앞에앉아그저멍하니바깥풍경을바라보았다.멀리솟은철탑,푸릇한식물들……그렇게흙속의작은싹을찾으며나이를먹어갔다.한없이고요하고평화로웠다.그녀가베란다에서배운것은어쩌면‘작아지는법’일지도모른다.한낱인간에불과하다는생각이오히려안도감을주었다.식물이살아가는것처럼,겨울에는한껏몸을웅크리고시간이지나가기만을바라야한다고.그럴때는“겨울잠을자면서이시기가지나가기를믿어보자”고.“아무것도하지않아도,가만히있기만해도언젠가다시생활할수있는때가온다”고말이다.
야마자키나오코라는작가가되기위해개인적인일상부터‘작가다워’야한다고여기는사람이었다.소위영감을얻기위해2년마다주거지를바꾸고그날받은돈은작가가되는일에온전히써야한다고믿었다.‘평범’해지지않기위해,보다‘특별’한사람이되기위해사력을다했던그녀는,아무리대단한일을해도,자신의힘으로는도저히어떻게할수없는것이있다는걸을깨닫기시작했다.“매일보는경치가내‘타이밍’과는상관없이바뀌어간다.내가세상에서제일중요한인물이아니라는안도감.그안도감이나를구원한다.아무리훌륭하고대단한일을해내도지구는그저계속회전할뿐이다.배속의아이를잃어도,아버지가돌아가셔도,다시아이가태어나도,하던일이실패해도꽃은핀다.”(218쪽)

“우리는결국누군가에게자신의그림자를뻗으며살게된다”
베란다식물을보며타인의안부를묻는밤

시들시들하던드래곤프루트는눈에띄게성장했다.‘쑴풍쑴풍’곁싹을틔워내다른화분에옮겨주었다.이렇게개체가늘어나는모습을보고있자니,그녀의어떤믿음이흔들림을느꼈다.“그전까지인간은혼자서살아가는존재이며,어떤집단에속해있더라도모두다른인격체라고믿었다.하지만인간도넓게보면‘하나의유기체’일가능성이있지”않은지.“잘라도잘라도또자라는드래곤프루트와세상에남은미련하나없다는듯시들었다가도매해다시싹트는새싹을볼때마다”그런생각이들었다.“내가품고내뱉는글이나공기같은것들은어떤형태로든다음세대에남게된다고.우리는결국누군가에게자신의그림자를뻗으며살게된다”고말이다.작가로서자신이속한사회와문단에대한사명감,소명이글의곳곳에묻어난다.나오코라는일본사회가‘살기힘든곳’이라고지적한다.‘여성작가’에게거리낌없이‘추녀’라고말하는대중들,경쟁이라는것을끔찍이여겼던그녀가문학상을두고다른작품과경쟁해야했던당혹스러운순간들,작품뿐아니라자신의사생활까지입방아에오르내리던일을지켜봐야했다.하지만이사회의문제는일부정치인의책임도,일부사람들의문제도아니다.그녀역시사회구성원으로서‘작은책임’을느낀다.이곳에몸붙이고사는한사람으로서자신이해야마땅한일을할것을다짐한다.바로글을쓰는일처럼말이다.제2차세계대전당시,‘반전(反戰)’같은말을직접적으로드러내지않고당대의풍속을잔잔하게그려낸《세설》이라는소설을쓴‘다니자키준이치로’처럼,일상의사소한이야기를하면서도그속에세상에대한근심,사람들에대한애정을담은한톨의진심을숨겨두고싶다.

싹이트고지는일처럼인생에도생장주기가있다.소설가로등단하여첫싹을틔우고,결혼을하고아이를낳고또다른삶의리듬이생겨났다.“내타이밍과상관없이아이가태어나고내리듬과다른리듬으로성장해서제멋대로내음악을흐트러뜨린다.그런불협화음속에서오히려나는편안함을느낀다.나혼자연주하는것이아니다.세상에는수많은음악이넘쳐나고있으니다양한음악에섞여들면된다.조급해하지않아도된다.정원도,강물도,아이도각자의흐름으로계속변한다.”(218쪽)
파도처럼출렁이는관계속에서조금은느슨하게자신의시간을사는법을배운다.더이상일년초는키우지않지만,둘째아이가태어난계절에벚꽃을피우는나무를심었다.온세상을밀어올릴듯꽃을피우는나무의힘처럼용기를가지고세상을살아가라고.온전히나의시간을위해초록빛으로자라던나무가이제누군가를위해그생명을틔우기를바란다.그리고언젠가는다시정원으로돌아갈거라고믿는다.정원은분명우리를기다려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