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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목포에서태어나이화여대독문학과를졸업했다.『현대문학』에「창밖으로시선을」ㆍ「환상소곡」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황혼무렵엔그리운사람을만나러간다』,소설집으로『무채색여자』가,산문집으로『누군가나를부른다』와『바람의항구』가있다.『무채색여자』로율목문학상을수상했다.
1부사랑의일숲속의방네가어디있느냐연극같은인생아이의사랑법아름다운유산불안속의먼동어떤풍경어머니시간과인생2부고요한시간을찾아서바람의항구자기만의장소수도원가는길배롱나무너때문에웃는다그리움마음속의섬어머니와딸영원의시간3부슬픔은어디로흘러가는가나무밑에서기다림일어섬나의오른발환희새로운세상존재는슬프다기적과산타코로나19의세월4부그리운사람들꿈길두사람우정
“삶이평화로웠다면예술은없었을지도모른다.”“진리는고통을감내했을때얻을수있다.”이재연신작에세이“아픈세월속에서신음이나슬픔이공기처럼나를에워쌌다.병은끝모를절망의컴컴한바닥으로나를끌고간다.그러나그병의고통은고통으로쉽게끝나지않는다.살다보면의도치않게병에걸리듯,희망이나환희의얼굴도어느순간불현듯스친다.고통속에서새로태어나는것은,영혼이깊어지는것은신의섭리인지모른다.”-작가의말에서-인생의내면을들여다보는촘촘한언어난봉꾼인아버지,남편에대한증오를자식들을향한광적인사랑으로푸는어머니,독단적인오빠,혼자만의공간에갇힌폐쇄성향의언니….작가이재연의가족사에는그의고향바다선창가의밤처럼침울하고스산한바람이분다.똑부러지는성격의저자는이들사이에놓인여러관계의계곡들사이를넘나들며성장한다.“사방이어둑어둑해질무렵바닷바람이라도불어대면마음은뒤숭숭해지고갑자기사는것이허망하고어디라도휙떠나고싶은심정이된다.어디선가들려오는목멘선창가유행가소리는한恨으로뜨거운가슴을식히고싶은유혹이들게한다.”어두운선창가에서들려오는낯선유행가가락에몸을맡기고자유로운영혼으로세상에나선저자가바라보는세상은어둡다.하지만이어둠이작가로서의삶을시작하게된원동력이자소양이다.때로는바다위로처음떠오르는태양처럼,때로는소금기머금은바닷바람처럼인생의굽이굽이를아슬아슬하게,혹은능수능란하게헤쳐나가는작가가촘촘하게직조하는언어의바느질은어느한순간에이루어진것이아닌,오랜세월쌓아올린인생장인으로서의결실이다.남편을뒷바라지하며스위스국경도시바젤에서유학생활을하던삼십대시절의이야기부터세살배기손자와영혼으로소통하며어울리는할머니가된후의이야기까지,저자의인생은우리네어머니들의삶이대개그랬던것처럼‘어쩔수없이받아들인’희생과감내라는전통적인역할굴레에놓여있기도하다.고향목포선창가를떠날때희망했던‘바람風’은어쩌면언젠가다시돌아갈수밖에없는귀착지의평온함을바라는‘바람希’이었는지도모른다.그런중의성이이책의제목『바람의항구』에숨어있는저자의인생이다.이재연은바람으로태어났으니바람으로살아야한다고생각하는사람이다.굴비를선물했는데,자식들생각에손도대지않고장독안에고스란히‘모셔둔’어머니를보고여자의인생을슬퍼하다가,또고민하다가조용히읊조린다.“버지니아울프는,시간과에너지와능력을끝없이분산시키는‘집안천사’를자신의삶속에서일찍이죽여버렸다.결혼한여자는그대책없는천사때문에자신이바라는삶에서멀어진다고생각했다.난앞으로내삶에서‘집안천사’의부속품같은‘굴비’를하나하나없애버리겠다고엄마의장독대앞에서결심했다.”엄마의굴비에서여자의삶을찾아내듯,인생이라는장독의뚜껑을조심스레여는시선에는삶을직조하는작가의언어가들어있다.이언어들은다시가족사로이어져연극을하는딸과,학생들을가르치는남편의이야기로전이된다.딸의결혼이후에는사위와손자와의관계속에서또다른인생이라는무대의막을올린다.특히결혼한딸과의‘인연’은자신과어머니의‘인연’과또다른맥락에서애틋하다.“서툴고조금엉터리멘토이지만친구같은엄마와,어리게만보이는제자같은딸.그둘이함께라면어떤인생의위태한파도도이겨낼것같은마음이든다.인생선배인어머니의손을붙잡고일어서게해주려는모습을보며나는비로소딸이왜내곁으로왔는가,하고새삼감사하게느꼈다.”이런마음들은“한때는된장고추장을주고받는따뜻한관계를원한적도있었지만,이제는언니가왜그렇게행동했는지알것같다.”라는관조로이어지며어린시절을어둡게채색하던가족사와도화해하는길을모색한다.동네친구S와삼십여년나눈삶을돌아보는인생의한모퉁이에,문학친구K와편지와문자로나눈우정을관찰하는시선에,유독여성의사회적감수성이드러나는것은관계와관계속에서상처받으면서도다독이고이겨낸희망을표현하고싶었기때문일것이다.발병,완치,재발,그리고투병,치료,또재발….고통스러울정도로긴병마와의싸움은저자를지치게했다.이삶에대해명명命名할자유가있다면,「슬픔의연대기」라고해도좋을만큼길고지루한투병의페이지들이이어졌다.평화로웠다면예술도없었을까.이시기의암울은선창가를자유롭게뛰어다니던소녀의감수성을소집해한편한편잘짜인퀼트와도같은삶의기록으로남기도록이끌었다.“어둠을비추는빛에도취된사람처럼어두운운명을밟으며한걸음씩더높고환한쪽으로나아”간그끝에서야비로소희망을찾았다.이희망은다시,이웃에대한따뜻한시선으로이어지기도하고,사회현상에대한엄격한관찰로확장되기도한다.거대한관계의고리속에도생활이있고,삶이있고,사람과의만남이있다.고통을감수한후에얻은삶의기쁨에다시명명의자유를준다면,그것은「희망사전」이라고불러야할것이다.이사전은그의말처럼,병마와싸운투쟁기가아니라“자신을믿어승리”한기록의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