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음 (정채봉 산문집)

첫 마음 (정채봉 산문집)

$13.00
Description
정채봉 20주기 기념 산문집 
삶을 비추는 투명한 언어, 정채봉

그리운 정채봉의 글과 마음을 다시 만나다
“그의 동화를 읽고 사랑하는 독자들이 있는 한 그는 영원히 존재한다.
덴마크에 안데르센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정채봉이 있다.” -정호승(시인)

2021년은 작가 정채봉이 짧은 생을 마감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평생 소년의 마음으로 순수를 잃지 않고 살다 2001년 1월 9일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정채봉. 샘터사는 정채봉 20주기를 맞아 그의 산문집 네 권(《그대 뒷모습》,《스무 살 어머니》,《눈을 감고 보는 길》,《좋은 예감》) 중 여전히 아름다운 글을 한 권으로 엮어《첫 마음》을 출간했다. ‘성인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 용어를 뿌리내리며 한국 문학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그는, 동화라는 장르적 틀을 넘어 놀라운 창작열로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동화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 손색이 없었던 그의 작품 세계를 이번 산문집을 통해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소설가 조정래는 정채봉을 일컬어 ‘그 누구도 따르기 어렵게 뛰어난 작품을 쓰는 탁월한 작가’이며 그의 문장들을 ‘아름다움을 넘어선 샛별처럼 빛나는 보석’이라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장영희 교수, 피천득 수필가, 정호승 시인 등 당대 많은 문인과 호흡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 담백하고 간결한 언어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다독였던 정채봉. 그는 늘 자신이 발견한 삶의 순수를 이야기하고, 자분자분한 걸음걸이와 말투에서는 자신을 낮추는 겸양이 드러났다. 그가 많은 이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것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마음이 시리고 답답한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와 위안을 그의 글에서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누구도 무엇이 옳은지 당신에게 말해 주지 못할 때, 해답도 없고 출구도 없고 길도 보이지 않을 때, 돌아가야 하겠지. 늦기 전에. 처음의 마음으로.”
저자

정채봉

저자:정채봉
1946년순천의바닷가마을에서태어났다.1973년동아일보신춘문예동화부문에〈꽃다발〉로당선의영예를안고등단했다.그후대한민국문학상(1983),새싹문화상(1986),한국불교아동문학상(1989),동국문학상(1991),세종아동문학상(1992),소천아동문학상(2000)을수상했다.
‘성인동화’라는새로운문학용어를만들어냈으며한국동화작가로서는처음으로동화집《물에서나
온새》가독일에서,《오세암》은프랑스에서번역출간되었다.마해송,이원수로이어지는아동문학의
전통을잇는인물로평가받으며모교인동국대,문학아카데미,조선일보신춘문예심사등을통해숱한후학을길러온교육자이기도했다.
동화작가,방송프로그램진행자,동국대국문과겸임교수로열정적인활동을하던1998년말에간암이발병했다.죽음의길에섰던그는투병중에도손에서글을놓지않았으며그가겪은고통,삶에대한의지,자기성찰을담은에세이집《눈을감고보는길》을펴냈고,환경문제를다룬동화집《푸른수평선은왜멀어지는가》,첫시집《너를생각하는것이나의일생이었지》를펴내며마지막문학혼을불살랐다.평생소년의마음을잃지않고맑게살았던정채봉은2001년1월,동화처럼눈내리는날짧은생을마감했다.

목차

슬픔없는마음없듯
마음밭의풍경15
‘나’가‘나’에게18
창을열라20
마음의문을열고26
미안한시간32
저녁종소리36
모래밭능선위의한그루푸른나무40
물질을티끌로보아라44
마침표와첫마음52

별빛에의지해살아갈수있다면
단비한방울59
눈감고보는길63
새나이한살68
바다를생각하며71
간절한삶74
마음에상처없는사람은없지요77
생명82
엽서다섯장85
‘순간’이라는탄환91
당신의정거장94




흰구름보듯너를보며
내가사랑하는것들99
사라지지않는향기102
할머니105
돌베고잠드는생111
흙이참좋다114
몸의녹슬기121
참맑다124
작은것으로부터의사랑129
꽃보다아름다운향기134
별하나의위안139

초록속에가득히서있고싶다
가을비145
물을생각한다149
꽃과침묵153
그리운산풀향기156
낙엽을보며159
새벽편지162
채송화를보며164
풀꽃167
열일곱살소녀가막세수하고나온얼굴같은땅171
가을날의수채화176
눈속의눈을열고189

출판사 서평

정채봉산문의정수를담은도서≪첫마음≫
생의마지막순간까지처음의마음을잃지않았던
정채봉의맑은순간

정채봉은각박하고고된현실에서많은사람이본래의마음,순수함을잃어버리고세속적욕망에사로잡혀고통속에빠지게된다고여겼다.그는자신의글로써삶에그을린사람들의마음을보듬고위로하고싶어했다.우리가잃어버린어떤것들을소박한문장속에끌어와,설교하거나계몽하지않고독자들의마음에자연스럽게스며들기를바랐다.이해인수녀는“동심이란단순히철없고어린것을뛰어넘는순수함,순결함,진실함과직결되는기도의모체”이기때문에“어른이되어서도되찾고싶은그리움의가치”라고말했다.동심의세계를파고들던정채봉의의지가‘성인동화’라는문학적성취를이루어낸것도이와무관하지않을것이다.
20주기기념산문집《첫마음》에서는그의작품세계를동화에국한하지않고보다넓은스펙트럼으로비춰보고자한다.그의문학을관통하는네가지테마,마음(‘슬픔없는사람없듯’),생의의지(‘별빛에의지해살아갈수있다면’),사람(‘흰구름보듯너를보며’),자연(‘초록속에가득히서있고싶다’)을선정하고세월이흘러도바래지않은청명한글,누구나공감하고위로받을만한글을선별했다.
첫번째챕터‘슬픔없는사람없듯’에서는살면서얻게되는마음의생채기를보듬으며,단단하면서도겸허한마음을가꾸는일에관해이야기한다.두번째챕터‘별빛에의지해살아갈수있다면’에서는간암판정을받은후병상에서도삶에대한의지를드러내며여전히형형한필체로삶을반추하는자기성찰적인면모를만날수있다.세번째챕터‘흰구름보듯너를보며’에서는김수환추기경,법정스님,이해인수녀,피천득수필가등당대거목들과의교감에서얻은인생의지혜를섬세하게붙들어놓는다.더불어유년시절을지켜주었던할머니,그리고곰보영감님,문경의농바윗골사람들등주변사람들의평범한순간에도감동하는인간정채봉의마음이실려있다.마지막챕터‘초록속에가득히서있고싶다’에서는자연앞에한낱인간으로서겸양과자연스러운삶을추구하는그의태도가담겨있다.독자들은이책의어떤페이지를들춰보더라도정채봉의단정한문체와특유의감성으로마음깊숙이채워지는따뜻함을느낄수있을것이다.

맑고투명한언어속에
단단한슬픔한조각을삼키고

“해질무렵살구나무위에올라가서노을을바라보면왠지슬퍼져서눈물을글썽이며내다보던골목길.고향의그골목길이야말로기다림의씨앗을,그리움의씨앗을,아득함의씨앗을내여백의마음에파종시켰던첫작물밭이라고나는말할수있다.”(16쪽)
그의작품에일관되게흐르는정서가있다면,‘애(哀)’일것이다.그는어린시절어머니를일찍여의고,아버지마저소식이끊겨할머니의손에서성장했다.내면으로침잠하는조용한성격,유년시절의결핍으로그는자신만의문학세계를조금씩벼려냈다.“외로웠던환경이오히려혼자이런저런생각을많이할수있게했고,친구들과어울리지못한대신자연을관찰하고벗할수있어서정서적으로부자가될수있었습니다.사실내가쓰는글의많은부분을어린시절기억의조각에빚지고있는거죠.”(《엄마품으로돌아간동심》본문중)그가남긴40여권의작품에서자주등장하는키워드엄마,바다,고향은그의언어가결국가닿는창작의뿌리같은것이었다.

“나는태중에서엄마의귀를통하여파도와갈매기들노랫소리를들었으며엄마의코를통하여바다내음을마셨고,엄마의눈을통하여해가뜨고지는바다와비오는바다와눈오는바다를보았을테지.그리하여눈물없던엄마의방에서눈물있는바깥세상으로나와서인생이라는걸음마를시작할때부터는실제의바다가알게모르게나를따라다녔다.”(74쪽)

“바닷가마을에살때는저바다처럼부족함을몰랐다.넘치지도않았다.그날의슬픔은그날로끝났고그날의즐거움도그날로끝났다.가슴에는늘파도소리같은노래가차있었고설혹슬픔이들어왔다가도이내개미끼리박치기하는,별것아닌웃음거리한번에사라져버리곤했다.”(75쪽)

누구나겪게되는삶의비탈진순간마다인생의소박한진실을편안한말로조곤조곤들려주는작가의언어에서잠시쉬어가는것은어떨까.“그날의슬픔은그날의슬픔으로끝나고,즐거움도그날로끝나”는바다의단순함을경애했던정채봉의소박한마음이독자에게진진한울림을선사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