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이 세상의 먼지 섞인 바람 먹고 살면서
울지 않고 다녀간 사람은 없으므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채봉의 사려 깊고 따듯한 시선
그가 남긴 유일한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20주기 기념 개정증보판 출간
2021년은 작가 정채봉이 짧은 생을 마감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샘터사는 그의 20주기를 맞아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에 그가 남긴 산문시를 추가하여 개정증보판을 출간했다. ‘성인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 용어를 뿌리내리며 한국 문학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정채봉. 간결하고 단정한 문체, 특유의 감수성은 정채봉 문학의 특징으로 손꼽힌다. 그런 면에서 시야말로 정채봉 문학의 숨겨진 진가를 발견할 수 있는 장르일 것이다. “대개의 사람이 쉽게 지나쳐 가는 것들 속에서 보석 같은 지혜와 진리를 발견할 줄 알았던 사람”(피천득)이었던 정채봉은 인생과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많은 이의 가슴에 자신만의 ‘인장’을 남겼다. 이 시집에서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 생에 대한 갈구, 나 자신과의 관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사랑과 이별 등을 담았다. 이 시집은 생의 마지막 고비 앞에서 스러지지 않으려 했던 한 인간이자, 작가로서 정채봉이 남긴 삶의 ‘결정’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붙들고자 했던 글과 마음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정채봉

저자:정채봉
1946년순천의바닷가마을에서태어났다.1973년동아일보신춘문예동화부문에〈꽃다발〉로당선의영예를안고등단했다.그후대한민국문학상(1983),새싹문화상(1986),한국불교아동문학상(1989),동국문학상(1991),세종아동문학상(1992),소천아동문학상(2000)을수상했다.
‘성인동화’라는새로운문학용어를만들어냈으며한국동화작가로서는처음으로동화집《물에서나온새》가독일에서,《오세암》은프랑스에서번역출간되었다.마해송,이원수로이어지는아동문학의전통을잇는인물로평가받으며모교인동국대,문학아카데미,조선일보신춘문예심사등을통해숱한후학을길러온교육자이기도했다.
동화작가,방송프로그램진행자,동국대국문과겸임교수로열정적인활동을하던1998년말에간암이발병했다.죽음의길에섰던그는투병중에도손에서글을놓지않았으며그가겪은고통,삶에대한의지,자기성찰을담은에세이집《눈을감고보는길》을펴냈고,환경문제를다룬동화집《푸른수평선은왜멀어지는가》,첫시집《너를생각하는것이나의일생이었지》를펴내며마지막문학혼을불살랐다.평생소년의마음을잃지않고맑게살았던정채봉은2001년1월,동화처럼눈내리는날짧은생을마감했다.

목차

서문
첫길들기/슬픈지도/들녘/생명/길상사/엄마/수도원에서/사과/수건/너를생각하는것이나의일생이었지/벽돌같은사랑/신발/노을/빈터/참깨/나그네/술/세상사/통곡/나의노래/피천득/어느가을/화가난기분이일깨워주는것들/엄마가휴가를나온다면/아기가되고싶어요/고드름/바보/샛별/중환자실에서/노란손수건/면회사절/아멘/눈오는한낮/내안의너/기다림/사랑을위하여/나무의말/그리움나무/수혈/지금/해질무렵/그때처음알았다/별/생선/괴로운기분이들때/인연/물가에앉아서/물새가되리/나는내가싫다/가시/꿈/바다에갔다/영덕에서/밀물/해당화/나의기도/하늘/공동묘지를지나며/알/꽃밭/버섯/흰구름/바다가주는말/몰랐네/꽃잎/행복/무지개/고요한밤거룩한밤/그땐왜몰랐을까/새나이한살/더늦기전에/오늘/엽신/슬픔없는사람이어디있으랴
발문사랑과고통을어루만지는따뜻한불빛-정호승

출판사 서평

“면회사절을할수있는것도살고싶기때문이다”
‘죽음’이라는단어를투과하며그려낸
정채봉의마지막시

《너를생각하는것이나의일생이었지》는정채봉이간암으로세상을떠나기직전남긴시집이다.퇴원후이사를도와주던절친정호승시인이“이집에서건강도되찾고,시도좀써서나랑공동시집한번냅시다”라고툭던진말을잊지않고,“어느날메모지에또는찢어진종이쪽지에연필이나볼펜으로쓴시뭉치를”정호승에게건네주었다.그렇게묶인시집이,첫시집이자마지막시집이되고말았다.
정호승은책의발문에서이시집은“삶과죽음의세계를넘나들었던한동화작가의삶에대한통찰의결정체”이며“염부들이염전에서소금이나는것을‘소금이내렸다’고말”하는것처럼이시를두고하늘에서“‘시가내렸다’라고말하고싶다”라고적었다.

나오늘물가에앉아서/눈뜨고서도눈감은것이나다름없이살았던/지난날을반추한다/나뭇잎사운대는아름다운노래가있었고/꽃잎지는아득한슬픔또한있었지/속아도보았고속여도보았지(…)나처럼또앞생의누구도이물가에앉아서/강건너수탉우는소리에/회한의한숨을쉬게될까/바람이차다(<물가에앉아서>중_62쪽)

눈내리는수도원의밤/잠은오지않고/방안은건조해서/흠뻑물에적셔널어놓은수건이/밤사이에바짝말라버렸다/저하잘것없는수건조차/자기가진물기를아낌없이주는데/나는그누구에게/아무것도주지못하고(<수건>중_19쪽)

정채봉은병상에서지내는동안일상의감각이얼마나소중한것인지,생의모든순간이얼마나귀한것인지,자신이잃어가는것들앞에속절없이깨닫기도한다.

전철을타러부지런히강둑위를걷는사람들의/어깨위로별빛이잠시앉았다간다/전철을탈수있다는것만으로도행복이라고/샛별에게눈인사를하고자리에눕는데/간호사가또내피를뽑으러온다(<샛별>중_41쪽)

내이대로죽음을맞이하면/나의수의는너의사랑/한벌이면된다/아직은절망하기싫다/아직은소유하고싶다/면회사절을할수있는것도/살고싶기때문이다(<면회사절>중_44쪽)

가을새벽녘/찬바람이느껴져/방윗목의홑이불을잡아당긴다/아무리힘주어끌어당겨도/당겨지지않아/일어나가까이다가가본다/그것은창을넘어와있는/새벽달빛/문득달빛속으로팔을내민다(<수혈>중_54쪽)

“이렇게웅장한산도큰눈물샘을안고있는것처럼”
보통의삶을위로하는정채봉의언어

그러나정채봉은목놓아울지언정망연자실하지않는다.“이렇게웅장한산도이렇게큰눈물샘을안고있”(<슬픔없는사람이어디있으랴>)고,“빗금하나없는섬바위가어딨겠니”(<바다가주는말>)하며보통의사람들을위로한다.또한“시원한생수한잔주욱마셔보는청량함/반듯이천장을바라보고누워보는아늑함/딸아이의겨드랑을간지럽혀서웃겨보고/아들아이와이불속에서발싸움을걸어보고/앞서거니뒤서거니엉클어져서달려보는(…)이하잘것없는범사에감사”하는넉넉한마음을갖는일이얼마나소중한것인지되돌아본다.정채봉은우리에게말한다.“꽃밭을그냥지나쳐”가지않고,“새소리에무심히응대하지”않고,“밤하늘을별들을세어보”며우리에게주어진작은일상에크게감동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