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 사건 너머 마주한 삶과 세상

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 사건 너머 마주한 삶과 세상

$17.00
저자

몬스테라

국선전담변호사입니다.10년간누군가의사선변호인이었고,8년째누군가의국선변호인으로살고있습니다.2천여건의형사사건을국선으로변호했고9건의국민참여재판을했습니다.딸이고아내이자엄마이고동네주민이면서여러분과함께같은시간을살아가고있습니다.

목차

추천의글
시작하는글

나라에서월급받는변호사

피고인딸의초등학교입학가방을사다
피고인의기억법
국선변호인도억울하다
가장힘들었던증인신문
아낌없이주려던나무
소년을보다
피고인의어머니
변호인은무척실망했다
유혈목이
어디에나진상은있다
나도변론하기싫을때가있다
부모덕,자식덕보다중요한내자신덕

사회의안전망을짜는이유

법무부의자식
늑대소년
공룡과같은존재가되기를
추워지면만날수있는사람들
자기자신을위하는마음
법정에서울다
홀로설준비가되지않은아이들
몸과마음의관계
형벌을감당할수있는그릇
몽쉘
우리가친절해야하는이유

여전히변방에서서

발가락양말
함구증
친절이라는신
변론과간병을동시에하다
잊어버린것과잃어버린것
좋은날이올거라고생각해요
우리는모두위로가필요할지도모른다
갑질간섭기
함께살아가고있습니다
유령변호사
국선변호인의장점
이제는아는마음
내가국선변호인인이유

출판사 서평

누군가에게는‘어머니같은변호사님’,누군가에게는‘100억을줘도선임할수없는변호사’

그수많은세상을동분서주하는저자는숱한드라마나영화에서그려지는변호인들처럼‘히어로’같은변호사는아니다.직업인으로서국선변호인이자누군가의딸이며아내이고엄마이자동네이웃이다.검사처럼감춰진진실을들춰내정의를세울수도없고,판사처럼심판할수도없으며그저피고인의법적조력자로역할을충실히해내지만,때로는반성을모르는피고인의뻔뻔한태도에참지못하고버럭하여한마디할때도있고,때로는법정에서깊은슬픔에끝내눈물을참지못하고흘릴때도있으며,그와중에자신이사는아파트주민갑질사건의해결사로발벗고나서거나폐암말기인아버지의병간호를하면서피고인들의불안감을이해하게되었다고조용히고백하기도한다.

그결과,누군가에게는“어머니같은변호사님”이고누군가에게는“100억을줘도선임할수없는변호사”가되는저자가‘몬스테라’변호사인이유는몬스테라식물이잎이찢어지고구멍이생겨도결함이아니라그자체로아름다운것처럼사람도마찬가지이며,그러나우리사회에서결함으로간주되어스스로를지킬수없는사람들의옆을지키고싶은마음에서다.저자는“우리모두남이대신해줄수없는자기만의전쟁을하고있거나하게될외로운존재”이고,따라서“우리가함께살아가는데는타인에대한연민이필요하고서로에게관대했으면좋겠다”며,이것이이책을쓰게된유일한이유라고밝혔다.

일명약촌오거리살인사건의누명피해자의재심판결을받아낸것으로잘알려진재심전문변호사인박준영변호사는“좋은삶이란우리사회의모순과아픔을외면하지않고연대하는것이라고생각합니다.이책을통해‘좋은삶’을꿈꾸는사람이많아지기를바랍니다”라는문장으로추천의글을마무리했다.이책에담긴,막다른길에다다른피고인들과함께해온국선변호인의삶에서우리가발견할수있는것은결국‘좋은삶’에대한방향성이다.모순을모른척하지않고함께분노하는것,아픔을회피하지않고함께슬퍼하는것.결국서로를외면하지않고우리각자의자리에서할수있는일을하며서로를지지함으로써우리다함께더욱나은삶으로가보자는무언의제안이다.

‘법’과‘선의’사이를유영하는어느국선변호사의기쁨과슬픔

“아……진짜왔네.안올줄알았는데.”사람이그립다고별이유없이다음에또접견을와달라고부탁했던피고인을다시만나러갔을때울면서등장한피고인은이렇게말했다.저자는등을돌리고눈물을훔치는어린남자아이같았던피고인의그짧은문장속에서“약속을지키지않은수많은어른”을발견한다.그리고그의삶을고단하게만든것은감당할수없는불신이지않았을까하고짐작한다.

피고인의무죄를입증하기위해국민참여재판을진행하는내내심장수술을한피고인을위해수시로함께화장실을들락거리며그의용변을위해직접변기에앉혀주고옷을입혀주고부축해가며배심원들을설득하고,돈이없어서옷을살수없는피고인의생업을위해자신에게작아진옷을주고싶어서조심스럽게제안하기도한다.돈이없는구속피고인이구치소에서천덕꾸러기취급을받을까봐사비로위생용품을사서넣어주고,또이세상누군가는그를위하는사람이있다는것을알아주기를바라는마음으로이가없어잘씹지못하는피고인에게부드러운초코과자‘몽쉘’을,태어나서생일축하한다는말을한번도들어본적없는피고인에게생일선물을교도소에넣어주기도한다.

이모든에피소드에서우리는헌법에보장된법적조력을넘어서‘선의’의영역에서마음껏유영하는변호인을만난다.이런저자에게누군가는순간의도움이무슨큰도움이되겠냐고의문하지만저자는“보이지않는사람으로살아보면그렇지않다”라고단언한다.어린시절,할머니집에맡겨진저자는머리에큼지막한대야를인할머니와함께순례길같은길을걸어시장에도착해도라지를파는할머니옆에서시간을보내곤했다.가난이무엇인지모르는어린나이였지만,도라지를다팔지못하면할머니가다시무거운짐을머리에앉고위험한산길과흙길을힘들게돌아가야한다는사실만은알았다.저자는“사람들이서서다니는길에앉아밥을먹어본사람은매우근시안적이고일시적인도움도얼마나절실한지안다”라고썼다.

또저자는사선변호인일때와달리국선변호인이되어서야만날수있는사람들,즉빈곤한사람들과취약한사람들과함께하다보면보이지않던것이보인다고말한다.“어떤사람들에게는세상물정모르고무지한것이‘고의’가된다”는것을,“끼니를걱정하면서교양있는생각과행동을하기는쉽지않다”는것을,“심한불운이계속되면가지고있던영민함도사라진다”는것을말이다.그리고“법이말하는상식을가지지못한사람도있다는사실을여전히법이알지못하는것같다”며우리법의한계성에대해한탄하기도한다.

저자는단순히타인에대한동정이아니라아버지를잃어가는딸로서자신이겪는아픔에비춰타인의아픔을,자신의아들을통해겪은상황을통해타인의고통을조금씩이해한다.그렇지만결코“그들의범죄를옹호하는게아니라범죄자가되어버린그들을나는계속생각하겠다”고확언하는동시에한가지결핍이나단순한사고만으로인생이막막해질수있는사람들이존재한다는것을,따라서사회의안전망을짜야하는이유를강조한다.그리고이것이비단타인을위한일이아니라우리역시언젠가그안전망을이용할수도있다고말한다.

자신의순간의도움이누군가에게는시간이되어삶을이룬다는것을,그리하여한생이바뀌어갈수있음을믿으며,이것이여전히자신이국선변호인인이유라고말하는사람.여전히변방에서서막다른길에다다른사람들을기다리는사람.기울어진법의저울을바로잡는이국선변호인이우리에게말하는것은거창한담론이아니다.우리가놓쳐버린사람,외면했던삶그리고미처알지못했던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