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20.00
Description
“일이 공부고 공부가 일입니다.
그리 살아야 행복이
바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평생 학인, 평생 일꾼
성파 스님이 이 시대에 건네는 화두
도자기, 천연 염색, 야생화, 된장, 옻칠 민화에서 도서 무한대 모으기까지 한 사람이 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방대한 일과 공부, 이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스님이 해오신 것들이다. 종정(宗正)은 종단의 제일 높은 어른을 일컫는다.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갖는다. 불·법·승의 세 가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라는 삼보사찰, 이른바 한국의 3대 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에서 방장(사찰의 제일 큰 어른)으로 있던 성파 스님은 2021년 12월 종정추대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제15대 종정에 추대되어 2022년 3월부터 종정으로서 조계종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성파 스님이 걸어온 길은 일반적인 수행자가 걷는 길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기인처럼 느껴지는 스님에 대해 궁금함이 컸지만, 스님은 자신의 일과 수행에 관해서는 말씀을 아끼셨다. “나는 남에게 해줄 말이 없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나. 내 할 일이나 잘하겠다. 나부터 잘하겠다”는 말씀만 하셨다. 그래서 깨달음이나 가르침이 아니라 스님이 지난 40년 동안 해온 일 이야기를 여쭈었다. 이 책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김한수 종교 전문 기자가 성파 스님을 만나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스님은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스님이 들려준 일 이야기 속에는 왜 공부하고 일해야 하는지, 왜 일이 곧 공부이고 공부가 곧 일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의 지혜가 담겨 있다.

저자

성파스님,김한수

1939년경남합천해인사인근에서4남매중둘째아들로태어났다.속명은조봉주(曺鳳周).성파(性坡)는법명이고,법호는중봉(中峰)이다.통도사월하스님을은사로1960년사미계를,1970년구족계를받았다.1980년대한불교조계종사회부장,교무부장,규정부장을역임했고,1981년3월통도사제20대주지로취임해교구본사및지역불교발전에진력했다.통도사주지를마친후통도사서운암감원으로주석해수행에매진했다.
2000년4월통도사서운암에무위선원을개원한이후선농일치정신을선양하고통도사에차밭을재건했으며감나무밭을일구고야생화를심었다.2002년2월노천당월하대종사로부터중봉(中峰)이라는법호를받았다.특히28년간도자기를구워도자삼천불과16만도자대장경을조성하고이를모시기위해장경각을건립했다.
전통불교문화계승차원에서천연염색및새로운옻칠기법을개발해단청과건축,발우,탱화,건칠불에이르기까지폭넓은영역으로확대시켰다.2013년4월대한불교조계종원로의원이됐고,2014년1월조계종최고품계인대종사법계를품수했다.2018년3월산중총회에서영축총림제4대방장에추대됐고,2021년12월종정추대위원회를통해15대종정으로만장일치추대됐다.2022년3월26일종정임기를시작해종단의역사와전통을이어후학들을지도하고있다.

목차

서문-‘종정할아버지’가들려주는행복이야기
들어가며-왜‘일하며공부하며,공부하며일하며’인가

1.출가전후
마음이무엇인가-명심보감과출가
새로만나는것은다공부-경전공부와참선수행

2.통도사종손
전통문화의보고,통도사를지켜라-종손의식
콩깍지속의콩-도자기,도자삼천불,16만도자대장경
화엄정원의꿈-야생화와식물

3.출출가의꿈
출출가,스스로리셋하다-제3의길
전통문화의불을지르다-쪽염색,한지
버려진항아리로전통된장,간장을살리다-옹기,발효식품
입문3년만에중국미술관입성-산수화
은하수를깔고앉아-옻칠민화
시조는진짜순수한국문학이다-시조문학상과백일장
얼음장밑흐르는물소리가최고의음악-사진,음악,무용

4.오백살인생,평생학인평생일꾼
이시대의종이책은전부통도사로!-종이책무한대모으기
당신만의탐지기를작동시켜라-공작새,요트·드론자격증
무소유?나는욕심이천하의대적-시주의은혜에보답하는길

5.일,공부,행복
왜아까운인생을썩히노?-‘한문절벽’과경학원
범부도불성의유전자를가지고있다-먼지,흙,도자기그리고깨달음
행복?누가주는게아니라스스로얻는겁니다-행복과외로움

출판사 서평

“인생에서‘다했다’는것은없어요.
일하며공부하며,공부하며일할뿐입니다.”

책제목‘일하며공부하며,공부하며일하며’는성파스님이직접지은것이다.일반대중들중에는공부하는것도,일하는것도즐기고좋아하는사람이많지않을것이다.그런데제목에는일과공부가함께,그것도반복하여제시된다.숨이헉하고막히는사람도있을것이다.하지만성파스님은“나는출가이후로하루도행복하지않은날이없다.일하며공부하며,공부하며일하며늘행복하다”고말씀하신다.일이곧공부이고공부가곧일인삶을살아야행복할수있다고말씀하신다.스스로‘평생학인,평생일꾼’이라일컫는성파스님이지금껏걸어온길을살펴보면우리도행복에이르는길을찾을수있지않을까.

일제강점기에태어난성파스님은집안사정으로중학교에가지못하고서당에서배움을이어갔다.보통10년은걸린다는사서삼경을3년도안되는동안에다배우고한시도190여수지었다.그렇게한학을익히고출가한스님은경전공부에서도실력을인정받아탄허스님이화엄경을번역할때교정요원으로참여했으며,통도사극락암에서경봉스님을모시고안거를난것을비롯해범어사,봉암사선원등에서27안거를했다.옻칠민화,천연염색,한지공예등전통미술분야에서일가를이룬최고의예술가로널리알려져있지만스님은본분인경전공부와참선수행도게을리하지않은것이다.

“나는통도사에내집을갖다놓은후로계속나날이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려고노력하고있어요.인생에서‘다했다’는것은없어요.지금도나는초보라.지금도모르는것뿐이고.일하며공부하며,공부하며일할뿐입니다.아직안본것도많고,안들은것도많고,나날이새로운것들인데요.”_〈마음이무엇인가〉중에서

출출가,스스로백지화하고
한국의전통문화를되살리다

성파스님은22살에통도사에들어와종손의식,즉주인의식을갖고통도사에만머물렀다.1980년대에통도사일대를도립공원으로만들려는움직임이있자스님은이를저지하기위해통도사주지를맡았다.“사찰은우리민족정신문화의구심점이돼야하고,전통문화를지키고보존하는역할을해야한다”는생각으로통도사를지키려한것이다.스님의이러한생각은도자기,천연염색,한지,옻칠민화등한국의전통문화를되살리고보존하는일을하는데에도원동력이되었다.성파스님은통도사주지를마치고‘출출가’했다고말한다.성파스님에게출출가는백지화를의미한다.속세20년,출가20년을지낸스님은모든것을백지화하고맨바닥에서재출발하기로한것이다.새로운출가는전통문화의보고서운암을만드는출발점이었다.

통도사주지를마치고서운암으로온성파스님은주지시절익힌도자기기술을활용해3,000개의불상인‘도자삼천불’과팔만대장경을도자기로구운‘16만도자대장경’을조성했다.16만도자대장경을굽고장경각을지어이를봉안하는데20년이걸렸다.이것만으로도아무나할수없는눈부신업적이지만스님은여기서그치지않는다.감지금니사경을하는데필요한감지를직접만들려고쪽염색과전통한지를되살렸으며,버려지는항아리가안타까워50년이상된큰항아리5,000개를수집하고그항아리를이용해전통된장과간장을만들었다.중국에건너가산수화를배우기시작한지3년만에베이징에있는중국미술관에서개인전을개최했고,귀국후에는옻칠로전통민화를재현하며독창적인예술세계를구현하고있다.

또한통도사에차밭을재건하고선농일치정신을실천하기위해감나무밭을일궜으며,종교에관계없이국민들누구나들러마음의평화를얻도록서운암4만평에야생화를심고축제를벌였다.순수한국문학인시조를지원하기위해40년가까이성파시조문학상을시상하고백일장을개최하고있으며,버려지는종이책을정해진목표없이모으는‘종이책무한대모으기’를진행중이다.그런가하면전통문화가아닌신기술도젊은이들못지않게적극받아들이신다.높은곳에서내려다보는풍경을찍기위해드론자격증을,세계3대미항보다아름다운남해안을다니기위해요트자격증을취득했으며,포클레인굴착기를직접운전하며일하기도한다.

무소유?나는욕심이천하의대적
“나는이렇게일한다,그뿐이라.”

성파스님은보통사람이라면평생에걸쳐한가지이루기도어려운일들을연달아개척해왔다.스님은스스로“나는500살인생을산다”라고말한다.수행에서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즉단번에경지로뛰어넘는것처럼다른일도그렇게하기때문에시간을줄여서해낼수있다는것이다.다양한장르에무모하리만치용감하게뛰어들수있었던비결로는‘콩깍지론’을이야기한다.꽃이떨어지면바로작은열매가달리는다른과일과달리,콩은꽃이떨어지고달리는콩깍지속에콩알이없는데시간이지나면서콩알이생기고커진다는것이다.새로운일을할때주춤하거나겁을먹지말고우선계획을짜놓고안을채우라는말씀이다.

“무소유를해야훌륭한스님이된다,그런말은내가일찍부터알고있어요.그렇지만나는정반대라.나는욕심이대적이다.무소유와는정반대라,욕심이대적이라.큰대(大)자,도적적(賊)자.큰도둑놈이라.(…)나는이루고자하는거라.소유하고자하는거라.무소유하고자하는게아니라소유하고자하는거라.내이생이있는한은.이세상에존재하는자체가소유라.안그러면눈감아버리지,왜밥을먹고약을먹나.그래서나는소유가엄청나.남의것도내거라.”_〈무소유?나는욕심이천하의대적〉중에서

스님은‘욕심이대적’,‘무소유가아니라삼라만상이내소유’라고역설적으로이야기했지만스님의욕심은정신적인것이다.전통문화를되살리려는욕심,국민들이사찰에서전통문화와자연을마음껏즐기며안식을얻기바라는욕심이다.스님이해온일은과거전통시대에는사찰을중심으로이어져왔으나근대화이후로는사찰에서도,민간에서도사라진전통을되살리는것이었다.출가자로서도자기,천연염색,옻칠민화,된장등을하는것에대해외도한다는수군거림이있었지만스님은그일들을행복하게수행해왔다.후대를위해지금까지해온작업을사진과도표로정리하면서말이다.

성파스님은지금껏해오신일이야기를들려주며당부하신말씀이있다.“종교인들이보면,내려다보면서가르치듯이이야기하는경우가많아요.나는그런거없어요.가르치는것도아니고,따라오라는것도아니라.‘나는이렇게일한다’,그뿐이라”는것이다.오히려스님의말씀은‘내가이렇게해봤으니누구나할수있다’라는권유로들린다.모두가스님처럼살수는없겠지만,일과공부를하나로여기는자세로산다면행복이바로‘지금,여기’에있을수있다는말씀이다.그런의미에서‘일하며공부하며,공부하며일하며’는스님이이시대에건네는화두이자권유이며응원이고격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