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껏 무용하게(큰글자책)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

오늘도 한껏 무용하게(큰글자책)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

$28.00
Description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다움의 여정은
무용할지라도 빛이 난다!
그러니까, 오늘도 한껏 무용하게!”

니트 조끼처럼 촘촘한 삶과
목도리같이 느슨한 삶 속에서

오늘도 무심히 뜨개바늘을 잡는 손끝을 통해
시작되는 나다운 일상
전투복과 대바늘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군 생활 2년을 겨우 버틴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군화를 벗고서도, 비행기를 타고 체코로 날아가서도 바늘을 놓지 못했다. 자꾸만 먹어가는 나이, 사철마다 요동치는 감정들. 니트 조끼처럼 촘촘한 삶은 가끔 버거웠고, 목도리같이 느슨한 삶은 이따금 불안했지만 그 속에서도 그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게 꽁꽁 붙잡아 준 건 ‘뜨개질’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남자다운 혹은 세상이 요구하는 삶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이 길에서 이성진 작가는 비로소 자유를 만끽한다. 전작 《유럽에서 살아도 괜찮을까?》를 통해 막연히 동경하던 유럽에서의 삶을 자신만의 색으로 펼쳐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뜨개질하며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에 뜨개질을 통해 알게 된, 세상의 미심쩍은 눈초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는 법을 온기 가득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저자

이성진

공간과장소,도시의다양성을탐구하기위해대학에서씨름하는중.시간이날때면사르트르와니체의생각을아껴먹는다.저서로는《유럽에서살아도괜찮을까》가있다.

목차

프롤로그:품사는웬만해선바뀌지않는다

뜨개질을시작하기에는여름이좋다
아무튼,첫코는걸러도괜찮으니까
오히려예쁜쓰레기가낫다
뜨개질에서가성비를논한다는바보같은생각
일차원의선을이차원의면으로짜내는작업
실을당기며힘을빼는법을배우다
단수링이안보이네요
일단오늘은여기였소

얼마는둘러오느라퍽늦을지도모른다
엉킨실을풀어볼용기
시선의색깔
한참전에잘라야했던것을
세상의방향성은바꿀수없다해도
아무것도아니라는말의무게
또라이덕택이라하기는뭣하지만
어느덧주머니에외로움하나쯤은
손재주와손글씨는다른결을가진다
아빠가유달리스펀지케이크를좋아했던이유

내삶은나의어법에따라
1쿼터,그스물여섯의여름
세상어딘가에나의도시라부를만한곳이있다는건
시선을안쪽에두는연습
문어발식경영은이제그만할게요
다름과틀림사이,그모호한경계
‘우리’라는표찰
그런바보같은짓이또없다
투박한것이그리싫지는않습니다
대바늘뜨기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
오늘도한껏무용하게

에필로그:지금,자유롭나요?

출판사 서평

“어느날,내삶에대바늘과털실이굴러들어왔다.”
부들부들실타래와잔잔한클래식,달콤한호두파이사이를유영하는작가이성진의포근한자기고백

가방한편에는언제나뜨개질거리가자리한다.지하철이든카페든틈만나면바늘에실을얽어낸다.집에서는클래식의은은한선율에맞춰반죽을만진다음호두파이를구워낸다.사람들과진득하게부대끼는것도좋아하지만대체로집안에서시간을보낸다.하루의많은시간을공간과장소를탐구하는데할애하고틈이날때면사르트르와니체의생각을꺼내먹는다.

이렇듯다채로운한사람,이성진작가는좋아하는대상들사이를자유롭게유영하며삶의궤적을그려가고있다.그헤엄의시작에는‘뜨개질’이있다.뜨개인으로서그의출발지점을찾아물줄기를거슬러올라가면그행위와는상당히이질적으로느껴지는군부대가튀어나온다.여가시간에우연히접한‘뜨개’를본격적으로시작하기위해부대로배송시킨실타래와대바늘은온부대사람들의주목을받았다.역설적으로,별스러운대접과그유난스러운시선들이내가하고싶은일,내가원하는삶의모양에대해생각하는출발점이었다.내가하고싶은일을하며살아가는데쏟아지는세상의삐뚜름한눈초리가비로소불편해지던지점에와서야그는오래전부터‘~다움’이라는접미사에어렴풋이느낀쌉싸름한기분의실체를알게되었다.

이제는눈감고도대바늘을조금씩만지작거릴수있는오늘에이르러그는각종‘~다움’을떼어내고그저‘나다움’이라는,즉‘이성진다움’이라는수식어하나면충분하다는것을깨닫는다.‘남자가뜨개질하며살아도괜찮을까?’라는세상의질문에뜨개실은무엇이라정의할수있어도뜨개질하는나는무엇이라딱잘라말할수없으며,그저순간순간미래로나를내던지는와중에뜨개질이라는행위를선택할뿐이고“오늘은뜨개질하며사는게내존재자체다.그안에괜찮음의잣대가들어갈틈은없다”라고단호한표정으로답한다.

그러나이성진작가는우리에게는“스펀지케이크처럼살든,생크림케이크처럼살든우리의삶이맛있게,그저멋있게구워지기를”바라는마음을담아다정한언어로그의지나간시간들을고스란히건넨다.그궤적에는무해하고무용한몸짓이만들어내는기쁨과슬픔과더불어여전히붉게물든상흔들까지자리하고있으나이성진작가는우리에게민낯그대로내보인다.“‘나다움’,어쩌면영원히닫지못할종착점이자시시각각바뀌어가는길.누구도대신할수없는여정은설령무용할지라도빛이난다.그런이유로,나답다는말의상자를들여다보는연습의자취를여기에소복하게담았다.”

“누구도대신할수없는나다움의여정은무용할지라도빛이난다.”
뜨개질로찾아가는나다운삶과무용한몸짓이만들어내는나만의색깔

이길에서우리는삶을꾸려가는작가의태도를엿볼수있다.쓸모있는인간이기를바라는세상의압박,타인이판단하는유용함으로도배된일상속에서그는“유용한말들은곧잘관형어의기능을한다”며우리는어쩌면“‘좋은아파트에사는’,‘시험에최연소로합격한’등등의자신의값어치를높여줄관형어뒤에몸을감춤으로써존재의의미마저뒷전으로밀어내고있는지는”않은지의문한다.그리고그의문을풀어나가는과정에서유용함과는다른가치를가지는무용함을깨닫는다.“내가세상을지탱하는쓸모있는기둥임을알려준게유용이라면,나라는인간이그저존재한다고,그거면됐다고담담히알려주는건무용이었다.”

하지만이성진작가는냉혹한현실에서세상의언어로이루어진어떤설명에도기대지않고자유로이살겠다는건공허한몸부림에불과할지도모른다는것을안다.그럼에도“외부의언어를전부떼어내고도자신을설명할수있는부분이있다면,설령무용할지라도그게바로나의알맹이가아닐까.알맹이를불리고키우는일은시루에콩나물을키우는일보다는어렵겠지만,수확의기쁨은비길데가없겠다”라고확신에찬목소리로말하는그는비로소무용한몸짓의중요성을깨달은어른으로거듭난다.

그어른은누군가를위해준비된사람이고싶다는일념으로겨울을마주할사람에게목도리를선물하기위해여름부터뜨개바늘을잡으며“뜨개질을시작하기는여름이좋다”는사실을새긴다.그다정한어른은각종관계의허물어짐에슬퍼하며그럼에도그끝이“얼마는둘러오느라퍽늦을지도모른다”는감친마음으로애물단지위의먼지를쓸어내린다.그사랑스러운어른은삶에의미를부여하는작업은마치염색을반복하는것과같고그리하여삶은비로소제색을찾아가니“내삶은나의어법에따라”계속해가기를바라며우리를응원한다.“그러니까,오늘도한껏무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