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일기 (양장)

쓰기 일기 (양장)

$18.00
Description
“이 중얼거림 사이에는 내 삶의 풍경과
쓰기에 혼신을 다한 뒤의 심심한 독백이 담겨 있다.”

들키고 싶은 어둠 하나쯤 켜두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쓰기에 관한 시인 서윤후의 고백 일기
시인 서윤후의 세 번째 산문집 『쓰기 일기』를 펴낸다. 스무 살에 등단 후 시집『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휴가 저택』, 산문집 『햇빛세입자』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등을 내며 꾸준히 스펙트럼 넓은 활동을 보여준 그가 이번 산문집에서는 성실히 써내려 온 일기를 내보인다.
시와 사랑하고, 다투고, 멀어졌던 날마다 시인은 일기를 썼다. 이 책에는 시인이 쓰는 일에 골몰한 순간이 두드러졌던 2017년부터 2023년까지의 일기를 아카이브했다. “오래된 스웨터처럼 함께하며 내 몸을 데우기도 했다가, 때로는 무덥고 성가시기도 해서 훌러덩 벗어던지고” 싶었던, 뜨겁기도 또 무겁기도 했던 쓰기의 날들에는 이윽고 시로 돌아온 시인의 한 시절이 담겨 있다.

“‘쓰기 일기’라는 이름으로 여기에 적힌 글들은 모두 그런 마음으로 적었다. 누군가가 읽어줄 수도 있을 거라는 독백의 반칙처럼. 어떤 글은 블로그에 발행하기도 했고, 어떤 글은 라디오에서 읽어주었으며, 어떤 글은 끝끝내 혼자 읽으려고 잠가두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순서에서는 나의 은밀한 것을 들키고 싶다는 마음보다도, 쓰기에 몰두했던 나날들에 대한 기록이 누군가의 쓰고 읽는 일에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쓰는 시간에 오롯이 혼자가 되는 일은 자신을 다 잃어버릴 각오를 하고 자신에게로 다가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밀을 들켜서라도 닿는 순간이 되고 싶었다.”

저자

서윤후

저자:서윤후

시인.

1990년에태어나전주에서성장했다.

스무살에《현대시》로등단했으며시집『어느누구의모든동생』『휴가저택』『소소소小小小』『무한한밤홀로미러볼켜네』와산문집『햇빛세입자』『그만두길잘한것들의목록』을펴냈다.

제19회박인환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며

쓰기일기|2017~2023
2023년1월1일가장성실한얼굴로
2020년1월8일거의모든방지
2021년1월10일매복과김밥
2019년1월11일결
2022년1월12일미도착
2023년1월18일독수리다방에서
2023년1월25일슈톨렌의여름방학
2022년2월13일느슨한공동체
2021년2월21일쇄신
2023년3월6일안녕뒤에느낌표를적을까물음표를띄울까
2019년3월10일운행일지
2022년3월17일집에무사히도착하자
2023년3월25일인간의몫으로,인간의노동으로
2023년3월31일기다림의안간힘
2018년4월4일프리즘
2021년4월15일나의전차가지나가고남은검은연기속에서
2020년4월20일그런이야기를했던가
2023년4월26일걸려넘어진것들과
2022년4월28일돌려주지않아도될이야기
2023년4월30일편지의세계
2017년5월17일녹색계단
2017년5월18일검열
2023년5월19일해찰하기
2023년5월21일부메랑을쥐고
2023년5월24일초대
2020년5월28일웅덩이그려넣기
2017년5월29일나의뼈를붙잡는다고
2018년5월30일꿈마치
2023년6월3일피자를먹는뒤풀이
2018년6월7일서른살
2019년6월11일싸우는소리로
2017년6월13일고요선생
2018년6월15일오카리나불기
2018년6월16일책상일기Ⅱ
2017년6월25일시제목짓기
2023년6월30일킨츠기와문학
2017년7월5일혼자돌아오기
2019년7월11일슈가스틱
2023년7월14일약소하지만
2017년7월20일여름밤광화문
2023년7월21일끝을위하여
2023년8월6일김완선을생각함
2022년8월8일시에게바란다
2022년8월15일이상한식물원
2017년8월23일악화
2023년9월1일몸균형상실주의
2022년9월3일시가쓰고싶게
2022년9월14일꿈의출석부부르기
2019년9월27일장대높이뛰기선수와친구하고싶다
2018년10월3일건강함이추억이되지않으려면
2017년10월15일지금내곁에누가왔다갔나
2017년11월6일겨울의손잡이를잡고서
2018년11월11일용서일기
2019년11월30일행운은불행의모조품
2021년12월3일시하는삶
2019년12월4일늦은땔감배달
2017년12월5일창고에서꼬마전구를꺼내오는일

부록|문학소고
당신과당신의가장문학적인것(2022)
공동자화상(2023)
사랑의무뢰배(2022)
완성할수없는한문장(2021)

출판사 서평

상흔을끌어안고헤아리는시인이
어둠속가장밝은어둠을비춘시에게보내는인사

서윤후시인은인터넷검색을하다우연히본아름다운접시에서킨츠기공예를맞닥뜨린다.킨츠기는접시에생긴세월의작은흠집들사이로,접시가가지고있지않은색깔들을채워자연스러운색감을더하는일이다.시인은이내킨츠기를균열의자리에서시작해,그상흔을메꾸는문학의일과나란히보게된다.(「킨츠기와문학」)
시라는세계에열렬히빠졌던학창시절부터,시인으로쓰며,문학편집자로일하며,시수업을하며시인은일상에서시를오랜시간두루감각해왔다.그러다시에들끓던영원의순간들에걸려넘어진어느날에는“완성도미완성도아닌어디쯤에서삶의완벽함을말하고싶어하는”겸연쩍은얼굴을한자신을보기도했다.더이상그때의내가아니더라도,타오르던과정을증명하는마음으로시인은일기를다시펼쳤다.“불꽃들이지펴진자리뒤로남아있는잔불의마음”으로살아가는시간이더많기때문이다.
책속에서시인이서정적인언어로전하는고요하고풍성한시에대한사유에는지금껏시인자신을이끌어온시의자국들과문학이한인간을끌어안는순간들이담겨있다.문학속한문장과하나의시로,그러니까어둠을물리치는환한빛이아니라또하나의어둠으로자신의상흔을메꾸었던독자라면,시가산란하듯비추는“어둠속가장밝은어둠”속을시인과함께거닐수있을것이다.

“문학의작동방식을생각하면한인간이가진상흔이어떤형태로삶을끌어안고지탱하며살아가는지헤아리게된다.상처없이말끔한영혼도문학을펼칠수있겠지만,내가만나온그동안의문학속이야기는상처가상처를지나는이야기였다.상처다음에무엇이올것인지그질문이다른상처에게로닿아서대답을흉터로짊어질때문학은아름답고성실해보이기도했다.”


무더기같은날들이라도이름을붙인다면
그렇게특별한날이되기에

느리게기록하는일로써일기를쓰는이들이늘고있다.쓰는일은잃어버릴각오로다시나에게다가서는일이다.시인의말처럼,“무더기같은나날들속에서,일기를쓰고제목을달아둠으로하여금특별한날들로변모”한다.시에흠씬두들겨맞고도계속해서시에게포옹을여는시인은,계속해서쓰는사람들에게자신의일기로이런이야기를전한다.쓰고기록하는사람은누구든자신의일상을그렇게돌볼수있을것이라고.시인의가장안쪽을내보인이일기가누군가에게여러번맺힐이야기가되길바란다고.

“괜찮은시간속에서괜찮지않은곳에손이가는이유는이유가맺히지않기때문이겠지.내가멀어져야할것들과,내가가깝게다가서있어야하는것들을분별하는시간이다.은연중에생각나는것들에먹이를줘서는안될것이다.내옆에서,내안에서계속재잘거리는것들의노래에맞춰풍경을간직하는것.그것을오래보관하기위해서는발이빠지기좋은작은웅덩이하나를꼭그려넣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