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목표
이책은정치학분야의방법론이다.정치를어떻게탐구하면좋을지를목표로한다.즉,정치에관한기존연구를어떻게이해하면적절할지,그리고정치의여러측면을어떻게연구해야두루공감을얻어사회에공헌할수있는지식을만들고쌓을지함께생각해보는것이목표이다.제목은정치학방법론이지만사회과학방법론으로봐도괜찮다.정치학은사회과학의한분야로서경제학,사회학,행정학,경영학등과기본논리와개념에서근본적으로다르지않기때문이다.이책이주로정치에관련된현상,제도,행태를염두에두고방법론을다루지만,그논의는사회과학전반에걸쳐유효하게적용될수있다.한걸음더나아가말하자면,이책은학문전반의방법론일수있다.여기서논하는이론정립,개념정립,연구설계,관찰방법,결과정리등에관한내용은사회과학뿐아니라법학,인문학,자연과학에서도광범하게통용될수있다.
책의성격1:경험적
이책은주로경험empirical세계에머물며연구의논리와기법에대한이해를도모한다.경험연구는존재했거나존재하고있거나존재할무언가를탐구하는바,존재여부와상관없이당위적으로있어야할무언가를탐구하는규범연구와구분된다.물론경험연구와규범연구는상호독립적이거나배타적이지는않다.경험연구는규범적신념에영향받고,역으로규범연구는경험적이해에입각하지않을수없다.대부분의사회과학연구도어느한쪽성격만띠지않고양자의성격을다갖고있다.그렇지만정도문제로서,이책은경험연구에초점을맞춰그방법론을논한다.
경험연구가더중요하기때문은아니다.경험연구쪽으로조금이라도가깝게위치한학자들의수가규범연구쪽에비해더많긴하지만,오히려규범연구가더근원적이고우선일것이다.그러나규범연구는주관적가치관이핵심적으로작용하는바,어떻게규범연구를진행하면좋을지체계적이고명시적인방식으로논하기가힘들다.반면,주관적가치관이자의성을띠지않도록가능한한억누르며진행하는경험연구는체계적이고명시적인논의가상대적으로용이하다.더욱이,필자가경험연구쪽으로치우쳐교육을받고연구를해왔다는점도이책의경험적성격에일조를한다.다만,재차강조하자면,경험연구방법론에초점을맞추는이책의내용이규범적판단과주장을하는데도밀접히연결될수있다는점을유념할필요가있다.
책의성격2:질적
이책은정치현상의경험적탐구를위한개념적,논리적기초를구축함에있어서질적관찰및추론방법에초점을맞춘다.질적접근은양적(계량적,통계적)접근과함께사회과학방법론의대비되는두측면을이룬다.이중어느하나만으로는만족스러운탐구를할수없다.양자를적절하게혼합,혼용해야한다.다만,양적분석을하려면우선질적추론의기초를쌓을필요가있기에이책은질적측면에집중한다.그러나질적방법론에대한이해를돕기위해논의중간중간에양적접근을부분적으로언급하며양자간의비교를시도할것이다.독자는이책에서기초를쌓은후에,혹은이책을읽는동시에,양적접근을다룬저작도학습해야만보다충실하고균형잡힌탐구를할수있다는점을주지하기바란다.
논의전개방식1:탐색적
확정적논조를취하기에는사회현상탐구가지닌본질적한계가너무크다.본론에서상술하듯이사회현상탐구는너무도불확실한세계를눈감고더듬어보는것과마찬가지이다.여기에더해,그러한더듬기는사람마다,관점마다,맥락마다다른결론을낼수있다.그러므로사회과학에서확정적논조를취하는것은대단히위험할수있다.이점을참작하여연구방법론은조심스레탐색적성격을띨필요가있다.이책은정치의여러측면에대한탐구방법을확정적으로말하지않고,맥락적환경과관점에따른여러가능성과장단점을다각도로탐색하는논조를유지하고자한다.독자는수학문제에대한답을내듯이확실한결론을얻지는못할것이고,대신다각도의탐색을통해넓고깊은사고를하는훈련을쌓을수있을것이다.이점에서“우리는도그마가아닌체계화·규율화된생각을추구한다.”라는말이이책에도해당된다.
논의전개방식2:비판적
정치를포함한사회현상을다각도로탐색하다보면기존에확립된이론이나널리퍼진주장이지닌맹점이나한계가드러나기쉽다.심지어는나자신이한주장에들어있는문제점이인식되기도한다.이책은기존의지식이나내가창출해낸지식을그대로받아들이기보다는다각도로탐색해비판적으로이해하는자세를키워줄것이다.즉,어떤사안에대한획일적이고확정적인정답을찾는것이아니라,다양한관점과주어진구체적맥락을고려해여러답의상대적장단점을비판적으로저울질하는데에이책의주안점이있다.그런의미에서책의부제를“비판적사고입문서”로하였고,논의도그방향으로정리될것이다.비판적사고를기반으로삼아기존연구를평가하고새로운연구를진행해야보다만족스러운결과가나올것이고남의비판을받을여지도줄어들수있다.
책의한계
방대하고복잡한연구방법론을한권으로정리하는것은불가능하다.이책이경험연구의질적접근으로국한되기는해도내용이여전히너무나방대하고복잡하다.필자의좁은식견으로는정치학분야로만초점을맞춰정리해도능력을넘는일이다.정치학방법론이실은사회과학방법론,나아가학문전반의방법론과근본적으로같으므로,정치학으로좁히든전체로넓히든어려운것은마찬가지이다.그러므로정치학방법론을포괄적으로종합정리하겠다는비현실적욕심은버리고정치학및사회과학을추구할때고려할만한방법론적논점을부분적이고불완전한수준에서다루는데만족하고자한다.이책을통해독자가정치에대한경험연구의질적접근을위한비판적사고력을다소라도함양할수있다면저술의취지는달성되는셈이다.
저술의시대적배경
부분적,불완전한수준에서나마정치학방법론을무리하게저술하는이유는오늘의시대상황에서찾을수있다.오늘날우리나라뿐아니라거의모든나라에서정치는극심한정파대결,국정교착,체제불신을낳고있다.정치과정에서각종현안과관련해정치인들은경직된진영논리에빠져이성적인주장이나합리적인의사소통을하지못하고있다.정파적중립성을지키며냉철한논리를펼쳐야할공무원,법조인,언론인등도이념적편향성과집단주의적경직성에크게지배되고있다.필자를비롯한학자들도같은비판을받는다.이런상황이니정치현안에적극적으로참여하는시민단체활동가나수동적으로지켜보는일반유권자도과도한편견과단기적충동에휘둘리며이상적시민과는거리가먼모습을보인다.이성적주장으로상대방을설득하고공감을자아내거나,진솔한숙의를통해합의에이르거나,합의에성공하지못해도합리적소통으로서로를존중하는모습은찾아보기힘들다.내고정된입장과상반되는주장은아예듣지도않거나무조건‘가짜뉴스’라고일축하는풍조가오늘날‘탈진실’시대의안타까운일상이되었다.
이러한우울한시대상황이정치학방법론을저술하도록동기를제공한다.우리모두가기본으로돌아가시대상황을극복하는데일조를하고싶다.전문정치인부터일반시민까지,기성세대학자부터대학생까지,지속성을중시하는법조인부터변화에주목하는언론인까지,모두가기본으로돌아가생각과주장의기초를다시다질때일방적외침보다는상호대화와합리적담론이가능해질것이다.정치와관련해어떠한문제의식을세울지,그문제의식과관련해어떠한주장을하고어떠한이론적틀에넣을지,그이론에들어있는개념들을어떻게정의내릴지,그이론과개념들을어떻게관찰가능한형태로바꿀지,그관찰은어떠한방식으로진행하면적절할지,그관찰의결과는어떻게정리하면좋을지등에대한기초적논의를통해우리는인식과대화의기본을튼튼하게할수있을것이다.그런노력이있어야이시대의위기상황이조금이라도누그러질수있을것이다.
저술의학문적배경
이책을저술하게된또다른동기로근래학계가겪고있는방법론적논쟁과혼란을들수있다.가브리엘알몬드가말했듯이,정치학계는1970년대이래탈행태주의시대를맞아상이한방법론에의존하는여러분파로나눠졌고이들간에대화나교류가단절되어왔다.물론‘행태주의혁명’으로정치학연구가너무기계적인과학주의쪽으로획일적으로경도되었던과거에비해탈행태주의기치아래다양한방법론적학풍이각자의성안에존재하게되었음은다행스러운일이다.그럼에도여러방법론적갈래간의관계는결코호혜적이거나조화롭지않았고,급기야2000년미국정치학회보AmericanPoliticalScienceReview편집자앞으로‘페레스트로이카’가명을쓴익명의편지가배달되면서방법론을둘러싼격한갈등이수면위로분출되었다.이편지는정치학계가방법론적으로통계학에의존하는계량적접근,아니면수학에의존하는보편연역적모델을중시하는쪽으로너무편향되었다고비판하며전통적방식인역사서술,사례관찰,질적해석등이정치학연구의중심을되찾아야한다고주장하였다.편지내용이너무과장되고감정적인논조로써졌음에도미국뿐아니라각국정치학계에서큰학문적파장을일으켜관련논쟁이일어나고방법론에대한관심이갑자기고조되었다.
이방법론논쟁은한편으로긍정적효과를냈다.정치학분야에서방법론을더신경써야한다는분위기가조성되고,주류방법론에대한비판적성찰과방법론적다원화에대한재인식이촉발되었다.그러나다른한편,방법론적다원주의에대한요청이과도함을넘어모든방법론이그자체로정당화된다는무분별함으로이어진면도있다.알몬드가1988년지적했던“개별학풍내의배타적안주,”“학풍간대화의실종”문제가21세기들어더심해진것으로보인다.방법론의조화로운“백화제방”이아니라서로어울리지못하는관점들의“백가쟁명”이학계의특징이되고있다.학문분야를초월하는주제별융합연구가다각도로추구되는상황인데,아이러닉하게정작동일학문분야내에서는방법론을가로지르는공동연구나대화가크게실종되었다.각방법론적학풍이내적으로만정교하게발전하면할수록학풍간의교차적이해와넓은지적知的교류는더욱힘든일이될수밖에없다.이러한근래의상황은정치학을정체성위기에빠뜨리며정치학분야의학문적성숙과지식의누적을힘들게하고있다.
정치를공부하고연구하거나실천하는모든사람이이러한방법론적혼란의희생자가될수있다.방법론적다양성을추구하는것은좋지만,서로다른방법론전통을따르는사람간에지적소통이용이하지않다면온갖오해와갈등이발생해전체및개인에불이익을초래할위험성이크다.누구보다도,공식적인배움의과정에있는학생이가장큰피해자가될수있다.특정방법론적관점이나기법을선택했을때다른학풍을따르는사람들이잘이해하지못하거나편향되게비판한다면당장졸업논문을쓰거나학문적방향을잡음에있어서어려움이생길수있다.학문의기초를소홀히한채특정학풍에만침잠하는학생일수록그런위험성에직면하기쉽다.
탐구의기본을튼실하게다짐으로써근래학계의방법론적혼란을헤쳐나가는데이책이일조하기를소망한다.기성학자나실천영역의각종행위자가충실한기본을바탕으로사고를펼칠수있도록,그리고보다절실하게는,배움을키워가는교육과정에있는사람이방법론적다원주의속에서각자중심을잡되기초를잘닦을수있도록,그럼으로써탐구에임하는모든사람들이상호대화로지식체계를공유할수있도록하는데기여하고싶다.이책을저술하게된학문적동기이다.
저술의개인적배경
필자의개인적배경도저술에한동기를제공한다.필자는1996년부터정치학방법론과목을맡아어언사반세기동안가르쳤다.그렇게오래매달렸음에도방법론에대한소양이너무부족하다는생각을지울수없고해가갈수록그러한생각은도를더하고있다.진작강의교안을책으로발전시키겠다고마음을먹었지만실행에옮길자신이없었다.한편으로필자가게을러소양쌓는노력을기울이지않았기때문이겠지만,또다른한편으로보다근본적인이유가있다.바로전술한시대적및학문적혼란상황이방법론을점점더어렵게만들고있다는점이다.그러한시대적,학문적혼란이저술의필요성을높이면서동시에저술의난이도를높여주저하게만들었다.그러나더이상지연하다가는영원히강의내용을책으로발전시키지못할것같다는우려가든다.개인지력知力의시간적쇠퇴,방법론의점증하는복잡성,방법론의혼란에따른시대적및학문적상황의악화등을고려할때지금이저술의마지막가능시점이라고사료된다.이에개인능력상한계를무릅쓰고저술에착수하는용기를내게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