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아탈리는재기와상상력,추진력을겸비한세계에서유례를찾기힘든지식인이다”
-앨빈토플러
코로나19가전세계를강타한지1년이다되어간다.바이러스로부터자유로운곳은없지만그파장의정도는같지않다.국가와지역에따라천차만별이다.미국,중국,그리고프랑스를비롯한유럽의상황과한국에서벌어지는상황의차이가이를극명하게보여준다.재난은불가피한것이었다고해도,그에대한대비와후속조치에서는피해의파장을최소화할기회와가능성이있었다.
방역모범사례로꼽히는한국은단한명의감염사례가나오지않았음에도2019년12월부터의료전문가·정부관료·기업이모여준비를해나갔다.질병에걸린채귀국한사람을주인공으로가상시나리오를그렸고,이어서발빠르게시약과진단키트생산에들어갔다.하루에수만명씩확진사례가나오는최악의국면을피할수있었던것도이와같은선제적인대처덕분일것이다.물론시민개개인의적극적협조와헌신적희생도빼놓을수없다.
반면다른나라들은정보를숨기기에바빴고,근거없는낙관에기댄채준비를소홀히했다.심지어는걷잡을수없는패닉상태에서도한국의방식이아닌중국의방식을채택했다.자크아탈리가안타까움과분노를표하고,이책을쓴이유는여기에있다.다른나라역시한국처럼이전염병의잔인함을사전에알수있었음에도왜한국처럼하지않았느냐는것이다.
자크아탈리는인류의앞날의예측하고전망하는자리에서빠지지않는이름이다.현재진행형이며한국에서도이름이계속오르내리고있다.한해를되돌아보고미래의길을모색하기위해언론사·지역단체·공공기관등이마련한자리의단골인사다.실제로그는프랑스의좌우정권모두에서중책을맡은바있으며,오래전부터기후위기·금융버블·온라인세계구축·디지털노마드·공산주의약화·테러리즘확산등세계의변화를정확하게꿰뚫어봤을뿐만아니라팬데믹의발발을경고하기도했다.
《생명경제로의전환》은저자가밝히듯,팬데믹재난이세계를휩쓴이후지금까지관찰된사실들의‘종합’이며,앞으로우리가살아가게될세계에대한‘전망’이다.더잘할수있었음에도그러지못한어제의과오를되짚어보고,앞으로닥쳐올지모르는더큰충격에대비하기위해우리가할일이무엇인지방향을제시한다.지정학,세계경제,산업의재편,보건과의료등공공시스템,기후와환경이중심이다.또한과거인류를덮친전염병의역사를추적하여지금다시곱씹어야할교훈을전하고,인류의성장과안전과자유를위한방편으로‘생명경제’로패러다임을전환해야할필요성을역설한다.
국제질서와지정학,세계경제와산업지형,기후와환경,보건과의료,일과생활양식…
팬데믹이후무엇이달라지고,무엇을준비해야하는가
현존하는유럽최고석학으로불리는자크아탈리의시야는넓고깊다.정치·경제·사회·기술모두를아우르며전염병창궐이후의혼돈상황을분석하고,더나은미래를가기위해해결해야할문제들을풀어간다.코로나가발생한뒤,한국사회에는수많은책이쏟아져나왔다.너도나도전문가를자처하며가능성과대안을제시했다.금융과경제,보건과의료,정치와사회등개별분야에집중한담론이대다수였다.하지만각각의영역은완전히독립적이지않다.개별적으로나름의특수성을지니지만각영역이서로영향을주고받는다.다루는문제의범위를좁힌분석도필요하지만,그것만으로는부족한이유다.그리고폭넓은시야와깊이있는통찰로전분야를아우르는아탈리의책이남다른가치를지니는이유다.
《생명경제로의전환》은첫번째로코로나방역과지정학을다룬다.저자는바이러스앞에서중국이보여준대처에대해서슴지않고비판하는데,중국이코로나바이러스초기국민호도하고세계를속였다는점때문이다.세계인구의절반을격리시키면서세계경제가멈춰섰고,다른국가들이한국의모델이아닌중국의모델을따르면서전세계가최악의위기에빠졌다고주장한다.이어서전염병이발생한근본적인이유를알아보고한국과대만처럼올바른선택을한국가들과중국처럼느슨하게대처하다급기야강제로국민들을격리시켜버리거나집단면역을실험한국가들을잘못된사례로소개한다.
한편재난을틈타자신의전제정치를강화하는조짐이나타나는현재상황을지적한다.안전을이유로감시와통제를강화하는것을비롯해민주주의의기초인선거조차방역을빌미로연기하려는움직임이대표적인사례다.책에따르면,적어도66개나라또는지역이코로나바이러스를이유로국가,지방,또는자치구역차원의선거나국민투표를연기했다.그결과는무엇일까.민주주의와법치가후퇴하고,소수의권력자가힘을독점하게되는상황이다.전염병으로개개인의자유가위협받고,민주주의를자처하는정치체제가붕괴하는경우는역사가증명하는사실이기도하다.
두번째로는세계경제다.팬데믹앞에서잘못된선택을한지도자들때문에세계경제가멈춰버리게되었음을지적하며재앙에가까운그결과를설명한다.생산과소비가무너지면서고용이무너지고어마어마한보조금과예산으로국가채무는상상을초월하게늘어났다.양극화,불평등,폭력,빈곤등사회문제역시악화일로다.실제로2020년3월이후미국인구의4분의3은수입감소를겪었다.미국인구의3분의1은2020년5월말각종요금청구서조차제대로결제하지못했다.2014년이후줄곧하강세를보이던세계의빈곤율은2020년을기점으로대대적으로높아질것으로예상된다.
이러한상황이계속될경우,우리가맞이할결과는참혹할것이다.가장약한고리의계층,가장가난한계층이제일먼저대가를치르고,다음으로는중산층이빈곤의나락으로추락하게되는수순을밟게되는것말이다.
마지막으로IT를중심으로재편되는산업구조와다국적기술기업의영향력을짚는다.이는한국에서도쉽게볼수있는현상이다.저자는국가권력의약화와엮어다국적기술기업의강세를설명한다.구글,아마존등을비롯한초대기업은위기속에서도빠르게성장하고있으며,국가이상의힘을행사하고있다.도시가전염병에취약하다는걸깨달은다수의기업이거대도시에서떠나는현상도주목할만하다.우버,리프트,애플은각각댈러스,내슈빌,오스틴으로본거지를옮겼다.또한유럽의브라티슬라바,리스본,에든버거같은중간규모의여러도시도기술기업을끌어들이고있다.
한편저자는또다른의미에서역시넓고깊은시야를보여준다.개도국,여성과어린이등주류담론으로부터소외되어온영역도빼놓지않는다.2020년들어영양실조를겪는아프리카의인구는2019년에비해약3배많아졌고,특히동부아프리카지역의경우코로나19로인해식량수급이불안정해진데다메뚜기떼의공격과홍수까지겹쳐극심한피해를겪고있다고전한다.또한격리로인해가사·돌봄의부담이더커진여성,교육사각지대에놓인어린이와등교가중단됨으로써심화되는교육격차를위한대책의필요성을강조한다.
어제까지의세계의실패,
그리고생명경제로다시쓰는인류의성장과안전
아탈리는작금의상황에서가장큰문제를,다시이전으로돌아갈수있을거라는믿음과낙관이라고본다.결코이전으로결코돌아갈수없으며이전으로돌아가는것은재앙을만들어낸그때그곳으로돌아가는것이라고단언한다.그러므로우리는과거를추억하는것이아니라단절해야하며,완전히새로운미래를기획해야한다는것이다.바로‘생명경제로의전환’이다.
‘생명경제’는생명과안전을지키는일을목표로삼으며,우리가매일살아가는현장에서실제적인중요성을인정하지않을수없는모든분야,즉기후,환경,건강,쓰레기관리,상하수도관리,스포츠,섭생,농업,교육,클린에너지,디지털,주거,문화,보험등의분야를전부포함한다.이와같은얘기를들었을때많은사람들은성장및생산과의단절을떠올리곤한다.저자는분명하게선을긋는다.“성장이저하되어야하는것이아니라생산하되다른방식으로,다른것을생산해야한다.”
최근미국46대대통령으로당선된조바이든은취임직후파리기후협약에재가입하겠다고공표했다.그보다며칠전문재인대통령은‘2050탄소중립’을선언했다.환경과기후위기에대한대응이다.이런추세는앞으로도계속될것이다.자크아탈리가주창하는생명경제도이와궤를함께한다.아니,그보다한발더나아간다.더넓은범위를포괄한다.더이상적자생존식·이기주의적시스템은가능하지않다는문제의식,미래세대는물론지금을살고있는전인류의지속가능한성장과안전과자유의보장을도모하는메시지를담고있다.
“1918년,스페인독감후에부자가된사람이많아요.누군죽고누군돈을버는거죠.”지금과같은팬데믹상황을그린재난영화‘컨테이젼’에나오는대사다.실제로누군가에게는위기가새로운기회를잡을적기이기도하다.코로나와상관없이일자리를유지하는사람도많다.하지만마스크를한번생각해보자.혼자만쓴다고전파로부터안전할수없다.다른사람도함께써야한다.주변모든사람이감염되었다면자신또한안전을담보할수없는것은당연하다.누군가의건강이나를포함한모든이들의건강과직결되어있는것이다.또한보건·돌봄·택배등사회의모세혈관과같은필수노동자없이는나의생활이유지될수없다.나의성공과안전을위해서라도다른사람의안녕이중요한것이다.자크아탈리가이책에서말하고자하는바이기도하다.
“지구는도서관과도같은것이어서,거기서책을읽고저자의새로운얘기로정신을풍요롭게한후에는,그곳을손대지않은채그대로잘남겨두어야하는곳이다.생명이란가장귀중한책이다.우리는그것을사랑으로다루어야만한다.페이지가찢기지않도록조심하면서,그리고새로운주석을달아서그들의아들딸에게남겨줄세상을영광스럽게하겠다는희망으로조상들이남긴언어를해독하는법을알고있을다른사람에게그책을잘넘겨줄수있도록말이다.”
1990년에출간된자크아탈리의저서《21세기의승자》(한국어번역본출간은1993년)에실린말이다.무려30년전에지금의상황을예견한듯한통찰에,30년간한결같은목소리를내왔다는점에절로감탄하게된다.재난과혼란의시대에도전환과도약을이룩한세대는꼭있었다.지금,아탈리는그길로우리를인도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