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랑한 생존기

나의 명랑한 생존기

$17.98
저자

유은실

저자 : 유은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필두로, 『일수의 탄생』, 『내 머리에 햇살 냄새』, 『마지막 이벤트』, 『드림 하우스』, 『나도 편식할 거야』 등의 동화를 썼다. 청소년 소설 『순례 주택』, 『2미터 그리고 48시간』, 그림책 『나의 독산동』, 『마트료시카』, 『전쟁과 나』, 인물 이야기 『박완서』, 『제인 구달』 등에 글을 썼다. 『멀쩡한 이유정』이 2010 IBBY(국제아동도서협의회) 어너리스트로 선정되었으며 『만국기 소년』으로 한국어린이도서상을, 『변두리』로 권정생 문학상을 받았다. 2024~2027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 한국 후보로 선정되었다.

목차

들어가며

1부 어떤 폐허와 상처를 그리든
에세이의 시간 / 생겼다 / 이름의 세계 / 선물 / 코딱지 / 나의 독산동 /
때밀이 아줌마, 세신사, 순례 씨 / 산타할아버지

2부 이야기의 힘으로
어떤 초판 한정 사은품을 상상함 / 엄연한 슬픔 / 아빠 찌찌 / 전국노래자랑
기도하는 시간 / 원인은 과식입니다 / 삼익 호루겔 피아노 / 옆집에 대한 몽상 / 만국기 소년

3부 설렁설렁한 아름다움
자기 앞의 생 / 해녀의 뒷모습 / 저 높은 곳을 향하여 / 피브로마이알지아 / 이정표 / 명랑한 생존자 / 전쟁과 나 / 성덕의 세계 / 귀한 자식 생존기 /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출판사 서평

· 우리 모두의 명랑한 생존을 위해
지나온 삶을 서사로 기억하는 작가의 글쓰기와 투병 이야기

엉망진창인 세상을 살아가는 엉망진창인 내 얘기를 쓰겠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좋겠다.
오늘도 이야기는 나를 일으킨다.
당신에게도 그러하기를. -본문에서

유은실의 문학을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토록 능청스럽고, 엉뚱하면서도 솔직하고, 기죽지 않고 당당한 캐릭터들은 어디에서 탄생했을지. 타인의 고통을 이토록 생생하게 그려 내는 섬세한 상상력은 어디에서 왔을지. 그리고 어린 독자들을 생에 엄연히 존재하는 슬픔 앞으로 두려움 없이 데려가는 작가의 담대하고 비범한 유머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지.
식구들은 ‘하루에 밥 네 끼 먹고, 똥 두 번 싸고, 하고 싶은 얘기 다 하는 엉뚱한’ 아이로 기억하지만, 작가는 슬픔의 하수구가 좁아서 자주 울고 슬퍼하던 아이였다. 아버지가 병원에서 집으로 무사히 돌아와 자신을 찾아가길 기다리던 낯선 시골 마을에서, 자다 죽은 어린이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부모님의 대화를 엿들으며, 때로는 지하 연탄 광이나 텃밭에서 작가는 종종 슬피 울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존재의 시간’이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작가는 지나온 삶을 서사로 기억하는 사람이다. 조금 특별하고 남다른 가족사를 지닌, 그렇게 남달리 슬픔에 예민하던 아이는 책으로는 집 짓기 놀이나 하고 남다른 먹성으로 한때는 장래 희망이 슈퍼마켓 주인이었지만, 하필이면 작가가 되었다.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이름난 ‘덕후’에서 결국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 한국 후보로 이름을 올린 ‘성덕’이 되었지만, 그 사이 피브로마이알지아로 인한 투병도 이어졌다.

1980년대 독산동에서의 유년기를 지나, “직업이라는 옷 가게에 선 불안한 아이 같았던” 이십 대를 지나, 서른과 함께 데뷔해 작품을 써 내려간 작가의 인생을 이 에세이 한 권으로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삶의 어떤 고비를 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가를 꿈꾸는 어느 책상 위의 지망생에게, 삶의 깊은 지층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혹은 명랑한 생존을 이뤄낸 이들에게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아프면서도 웃음이 베어 나오는 깊은 희망과 위로를 안겨 줄 것은 분명하다.

· 고난을 피할 수 없는 삶을 눈부시게 껴안는 놀라운 농담들

운명아, 네가 내 몸에 칼자국을 내고 괴롭히려 들었지만,
너는 결국 김이 빠질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꽃무늬 모자를
쓰고 커피를 쪽쪽 빨면서 예사롭게 하루하루를 살 거거든. -본문에서

작가는 벌써 입관 아이템을 생각해 뒀다. 사우나 매점에서 발견한 꽃무늬 모자. 특대 머리를 넉넉히 감쌀 수 있도록 모자 밑단에 고무줄도 달려 있다.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마지막 농담을 던지던 아버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아버지는 35년을 불편한 몸으로 살아가면서도 자식들을 웃음으로 뒹굴게 하던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장애로 가난과 슬픔이 찾아왔지만, 아버지는 분노 대신 용서를 선택할 수 있는 큰사람이었고 슬픔에서 해방되게 하는 비범한 농담과 웃음을 품은 분이었다. 여성 가장으로 강인하게 삶을 꾸려낸 어머니와 같은 뱃속에서 태어나 다른 행보를 걸어 나간 언니, 불화하고 친밀했던 할머니, 1980년대 서울 독산동의 이웃들 그리고 사우나에서 만난 ‘예사로운’ 태도로 ‘칼빵’과 함께 살아가는 형님들은 작가 자신과 함께 저마다의 폐허와 불안을 지나온 생존자들이다.

어쩌면 남다르고 특별한 가족사와 아픔으로 “휠체어가 넘을 수 없는 수많은 턱을 아프게 볼 줄 아는 어린이”가 되었다. 그래서 작가가 된 것 같지만, 작가가 못 되고 아버지가 건강하셨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작가는 털어놓는다. 사진으로 포착한 듯한 작가의 생생한 묘사에 담긴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은 “결국 사랑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작가의 작품 세계의 단단한 밑바탕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수놓인 이야기의 이불 위에서 우리는 삶을 감싸안는 눈부신 포옹을 만난다.


추천사

눈물 한 방울 없이 진짜 명랑한 ‘유은실’을 만나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지만, 이미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웃다가 울다가 또 웃으며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 시키며’ 글을 써 온 작가, 유은실을 만났다. 이 에세이는 작가가 직접 말하는 작품 이야기인 동시에 투병 이야기이다. 그리고 작가 ‘유은실’을 만든 사람들과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가 사우나에서 사우나 형님들과 나누는 박카스와 요구르트처럼 맛있고 정겹다.
- 김중미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괭이부리말 아이들』 작가)

나는 유은실 작가가 부러워 죽겠다. 나보다 더 슬픈 사람이니까. 작가는 머리가 커서 슬프고 공부를 잘하게 생기지 않아서 슬프고 서울 사람처럼 생기지 않아서 슬프다. 유은실은 평생의 슬픔으로 이야기를 짓는다. 양모 이불처럼 따스하고 포근한 이야기를. 그의 슬픔은 너무 커서 끌어안지 못하는 것이 없다. 그 슬프고 다정하고 말랑말랑한 속살에 기대 어느 순간 나의 슬픔을 잊었다. 아니, 세상에 슬픔이 있어 사람이 서로 사랑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슬픔은 참으로 힘이 세다. 그가 더 슬퍼하기를! 그리하여 더 명랑하게 생존하기를!
- 정지아 (소설가, 『아버지의 해방일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