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깃털 - 블루픽션 82

녀석의 깃털 - 블루픽션 82

$12.00
Description
2022 창원아동문학상 수상 작가 윤해연의 청소년 신작

녀석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우리 안에 섞여 있었다.
마치 얼굴이 없는 것처럼.

너와 나의 몸에 나타난 이상 징후!
청각, 시각, 후각, 촉각……
익숙한 감각을 낯설게 깨우는 여섯 편의 이야기

살갗에 상처가 나 생긴 딱지를 자꾸 매만진 적이 있는가? 고막을 울리는 낯선 주파수가 귓속을 스친 적은? 알던 것이 다른 형태로 보여 눈을 깜박인 경험은? 보편적이지만 또한 매우 주관적이며 개인적이기도 한 신체의 감각들. 윤해연의 청소년 단편집 『녀석의 깃털』은 그러한 일상적 감각을 낯설게 깨우는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친구의 등에 돋아난 깃털, 내 귓바퀴에 생긴 아가미 같은 구멍, B양에게만 들리는 양의 울음소리, 나를 따라다니는 불쾌한 냄새 등 나와 타인에게 불현듯 나타난 몸의 이상 징후들을 통해 일상을 새롭게 경험하게 하는 강한 잔상을 남기는 이야기들이다. ‘나’이기도 하고 ‘녀석’이기도 한 이들의 내밀한 고백 같은 이야기들이 나와 타인이 가진 고민과 상처 그리고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며 새롭게 공감하게 한다.
제3회 비룡소 문학상, 2022년 제12회 창원아동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동화와 청소년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이들의 세상을 감각적으로 다뤄 온 윤해연 작가의 신작이다. 흥미로운 소재로 엮인 짧은 이야기들이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 다양한 결말과 시작을 만들어 낸다. 일과에 쫓기는 십 대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환기시켜 줄, 단편의 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소설집이다.

고단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깃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상으로 떨어질 때 한번은 멈출 수 있는 작은 날개라면 족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윤해연

2014년비룡소문학상을수상하며등단했습니다.동화『오늘떠든사람누구야?』,『영웅이도영웅이필요해』,『우리집에코끼리가산다』,『뽑기의달인』,『투명의자』,『별별마을의완벽한하루』,『지구소년보고서』등을썼으며,청소년소설로는『그까짓개』,『우리는자라고있다』등이있습니다.

목차

전이개누공
녀석의깃털
페이머스양
여섯번째손가락
야생거주지
없는얼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내가보고듣고느끼던세계를낯설게깨부수는목격과발견

“세상에는근거가있어야믿는사람이있지요.이를테면사람몸에난깃털을한번도보지않았다는이유로믿지않는사람들이있어요.”
_「녀석의깃털」중에서

곧수능을앞둔친구의입에서‘나는것이꿈’이라는이야기가나올줄은몰랐다.그리고그꿈을증명이라도하듯녀석의어깻죽지에진짜로깃털이자라날줄은.표제작인「녀석의깃털」에는친구의깃털을뽑아주는‘나’가등장한다.나는입시라는터널을향해달리는트랙에서탈선하지않기위해스터디카페화장실에서친구의깃털을몰래뽑아준다.그러나그행위는엄청난오해를불러일으키고,녀석은그사건이후정말로꿈을이룬듯사라져버린다.「여섯번째손가락」에도이상징후를목격한화자가등장한다.‘나’는오지수의손에서‘여섯번째손가락’을발견하고그손에깃들었을지모를신묘한힘을믿고농구경기의가드자리를내어준다.그러나형편없는경기이후오지수는홀연학교를그만두고,‘나’는소문만무성한가운데오지수의여섯번째손가락을본사람이나밖에없다는사실을깨닫는다.녀석의등에난‘깃털’과녀석의손에있던‘여섯번째손가락’은그것을목격한‘나’의세상을한번새롭게뒤집는다.그것을목격하기전과후의나의세계는완전히다를것임이분명하다.

「전이개누공」에등장하는병진은그러한세계의확장을바로눈앞에서목격한다.전이개누공이라불리는귓바퀴에있는작은구멍에진물이생긴병진은수영을계속하기위해서라도그곳을막는수술을받아야하지만,어쩐지그럴마음이생기지않는다.물속깊이잠영을할때그구멍이아가미처럼열리고닫히는것을느끼기때문이다.그런데친구에게이끌려간어느수영경기에서병진은자신과같은아가미를지닌무리를만나게된다.그리고어떤광경이,새로운세계가열리는경험을하게된다.

◆우리곁에‘있지만’‘없는얼굴’로존재하는녀석들과함께하기위하여
“아직얼굴은없지만따뜻하고다정한손이었다.”_「없는얼굴」중에서

깃털이생긴,여섯번째손가락을지녔을지도모를녀석들은어디로사라졌을까?그들은어쩌면꿈을이뤘을지도모르겠지만,신체의징후는때로말할수없는아픔과상처로인해나타나는것이기도하다.「페이머스양」에등장하는B는화장실에서아이를낳고유기한혐의로경찰에붙잡힌다.그러나B가인터넷에서유명해진이유는B에게들린다는양의울음소리때문이다.자신에게만들리는소리를집착적으로쫓는‘B양’과자꾸만들러붙는악취에힘겨워하는‘선주(「야생거주지」)’의이야기는원하지않는환경에처한아이들의고립과외로움을청각과후각에빗대어보여준다.자신에게느껴지는아픔의징후를나름의방식으로이야기하지만돌아오는것은소문과질타뿐이다.

상처를회피하기위해오히려자신을철저히가두는방법을선택한아이들도있다.(「없는얼굴」)지우는일년이넘도록방문을걸어잠그고밖으로나오지않는사촌동생선우를찾아간다.선우도선우지만,사실병원에입원했다는해식을만나기위해서울에온참이다.장난으로시작된‘가라사대’놀이는어느새해식을스스로해치게만들었고,선우는그장난을시작한사람으로지목되어반대표로어쩔수없이해식을만나러왔다.악의는정말없었는데,억울하기만한지우는그러나막상해식을만날용기가나지않는다.이러지도저러지도못한채선우는닫힌문앞에서답이돌아오지않는질문들을꺼내놓는다.있지만‘없는놈’으로취급받는선우와교실에서존재를느끼지못할만큼‘없는얼굴’로지내온해식은서로너무나닮았다.

우리는뉴스에서무수한사건을만난다.수면으로드러난상처는그제야어떤‘얼굴’이생기고유명해지지만,우리는그것을정말‘안다’고말할수없을것이다.어떠한작은징후가생겼을때,내옆의누군가가그것을알아챌수있다면,보지못한것일지라도믿어줄수있다면,상처입은사람들또한정말로우리곁에본연의얼굴로존재할수있을것이다.

작가는여섯편의이야기를통해아이들에게작은‘깃털’을달아주려고한다.한번쯤추락할지언정그충격의아픔이조금은덜하기를,그리하여작은깃털로도다시날아오를수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