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시대 출현한 이채 무비의 경서
현실과 시공을 뛰어넘는 먼 미지의 세계
오방위의 명산대천과 천지만물이 다가온다!
「산경」과 「해경」 총 18권 3만 1천 자의 대기록
≪산해경≫은 중국 고대 전적 중 가장 이채로운 경서라 할 수 있다. ‘산경 ’은 무축巫祝들이 고대 이래 전해오던 무사巫事를 기록한 일종의 무서이며,‘해경’은 상상력과 전문傳聞을 바탕으로 고대 신화와 혼합하여 기술한 내용이다. 우리의 고대민족 형성과정까지, 나아가 일본, 몽고, 인도를 거쳐 멀리 중앙아시아와 남방 이민족의 신기한 원시 습속까지 담고 있다.
≪산해경≫에 대하여
≪산해경山海經≫은 중국 고대 전적 중 가장 이채로운 경서라 할 수 있다. 어느 한 시대, 한 사람의 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국 초기부터 한나라 초기까지 남방 초楚나라와 파촉巴蜀 지역 사람들의 손을 거쳐 전해져 오다가 서한 말 유흠劉歆이 정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先秦 시대에 출현한 책으로 18권, 총 3만 1천여 자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산경山經’과 ‘해경海經’으로 나누는데, ‘산경’과 ‘해경’은 그 기록 시기가 각기 다르다.
‘산경’은 무축巫祝들이 고대 이래 전해오던 무사巫事를 기록한 일종의 무서巫書로서 그들의 세계관과 무업巫業 수행을 위한 오방위의 명산대천과 동식물, 그곳을 주관하고 있는 신에 대한 제사, 동식물과 광물, 약재와 치료, 금기와 축사逐邪 등을 초보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전국시대 초기, 혹은 중기에 이루어진 것이며 이 시기에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춘 기록물로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산경’은 비교적 순서와 기술이 일관된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남, 서, 북, 동 네 방위에 다시 중앙을 넣어 소위 오방五方으로 축을 이루고 있는 것 때문에 이를 흔히 ‘오장산경五藏山經’이라 한다.
‘해경’은 방사方士들이 구성한 것이며 해내외의 특수지역, 혹은 나라와 종족에 대한 상상력과 전문傳聞을 바탕으로 이를 고대 신화와 혼합하여 기술한 것이다. 시기는 대체적으로 진대秦代부터 서한西漢 초기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민족 형성과정과 신기무비의 원시습속
그리고 뒷부분인 ‘대황경’과 ‘해내경’ 5권은 원래 ‘해경’의 일부였으나 서한 말 유수가 정리할 때 없애버려 폐기하다시피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없어지지 않고 전해내려 오다가 진晉나라 때 이르러 곽박郭璞이 주를 달면서 다시 본 책과 합쳐져 독립적 편목으로 뒤쪽에 이어져 14권부터 18권까지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 때문에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는 「≪산해경≫ 13편」으로 기록된 것이다.
내용은 주로 지리, 물산, 신화, 지질, 천문, 기상, 동물, 식물, 의약, 무속, 종교, 민족, 역사, 이적異跡, 금기, 민속, 고고, 인류학, 해양학, 과학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설명이 지나치게 단편적이어서 지금 우리가 원하는 형식을 갖춘 지식전달의 책은 아니지만, 상상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보여주는 흥미롭고 이해할 수 없는 형상들을 천연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몽상으로 가득 차 있는 기록이다.
이 ≪산해경≫은 이러한 원시 기록으로 그들의 산천과 자연신에 대한 숭배와 제사, 풍속과 금기, 고통과 질병 치료, 무격巫覡들의 역할과 기도 등, 인류가 비로소 미개에서 초보적 문명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변화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게다가 이웃나라인 우리의 고대 민족 형성 과정과, 나아가 일본, 몽고, 인도를 거쳐 널리 중앙아시아와 남방 이민족의 신기한 원시 습속까지 그대로 담고 있다.
중국신화의 보고, 역사적 자료
≪산해경≫이 다루고 있는 범위와 내용은 매우 넓고 다양하다. 이는 고대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실제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질병으로부터의 구제, 하늘과의 소통을 염원한 내용들로써 그 중에는 원시적인 신화, 종교, 미신, 전설, 무속 등을 담고 있다. 따라서 문학연구가들은 이 ≪산해경≫을 중국 신화의 보고寶庫로 여기고 있다. 천지창조와 보수의 여와女? 신화, 동해바다를 끝없이 메우고 있는 정위精衛의 안타까운 이야기, 서왕모西王母, 치우蚩尤와 황제黃帝의 전투, 은殷민족과 주周민족의 시조신화,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이름과 발명품들, 도끼를 들고 춤을 추고 있는 형천刑天의 모습 등과 삼청조三靑鳥, 삼수三首, 기굉奇肱, 우민羽民, 흑치黑齒, 초요焦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기이한 종족과 그 생김새의 이야기는 풍부한 당시 사람들의 염원과 상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더구나 역사적으로도 이미 널리 알려진 대우大禹의 치수, 공공共工과 계啓에 대한 기록 등은 일부 고대사의 실질적 기록임이 분명하다고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