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대한불편한진실!
도나티앵알퐁스프랑수아,마르키드사드.그를낳은프랑스에서도사드의사상은라루스대백과사전에극히간단하게소개되어있을뿐이다.또한가톨릭교회는일반신도의신앙을보호하기위해오랫동안사드의저작을‘금서목록’에넣어사람들눈에띄지않게했다.
독일정신의학자크라프트에빙은프랑스의소설가사드의이름을빌려,‘상대에대해정신적·신체적굴욕과고통을줌으로써성적만족을얻는이상성욕’을‘사디즘’이라정의했다.그러한사디즘의종착역이라할수있는《소돔의120일》은‘37일만에쓴’미완성작품이며,프랑스혁명때분실됐다가1904년에발견해제1부의완성부분과2-4부의줄거리요약으로간행되었다.
사드도덕이론의정수인《소돔의120일》은분명우리에게인간마음의심연을확대해보여주고있다.독자들은저마다다른처지에서이책을읽고인간의마음또는자기마음의일부가소돔의거울속에비치고있음을발견할수있을것이고,그것으로사드가우리에게말하려는주제는충분히전달된것이라본다.사드의소돔에대한평가혹은수용은여전히우리에게고통스런몫으로남아있다.
120일광란의성도착일기!
《소돔의120일》은사드의분신이라할수있는4명의권력자가젊은남녀수십명을이끌고120일동안벌이는온갖변태적인향락의기록이다.
제1부에서4부까지이어지는이이야기는권력자와굴종자,가해자와피해자,부자와빈자,남자와여자,어른과아이,신과인간……이들의관계속에서일어나는질적·양적이상행동들을워낙비현실적일만큼자세히묘사하기때문에읽는사람으로하여금흥분이나공감보다는오히려난해하고복잡한의문들을끊임없이떠오르게한다.
이점이바로사드를단순히외설작가로가볍게다룰수없는근본이유이기도하다.
사드는이글에서인간이란존재가얼마나타락,부패,위선의종점까지도달하는지에관하여가학적이고충격적인실험을시도하고있다.이는당연히그의작품답게엄청난논쟁과비난을불러일으켰다.
관능은죽음의고뇌에빠질수록심화된다!
4명의주인공들은추악한행위를즐기면서도“식사시간에도덕철학에대해토론”하고“약자에게힘을남용할때맛보는전제와지배라는무상의기쁨을생각해보라”며자신들의사상을피력한다.
“인간은온갖방탕을다한끝에일단타락하여품위가떨어지고나면,마음은어떤악덕경향을띠게되어교정이불가능해지게되네.마음이악덕을향하려고할때보통은부끄러움이악덕에대한힘으로맞서게되는데,그와같은것이없어지고말지.그것이마음에서부끄러움이사라지게하고부끄러움을추방해버린경우의첫번째징후라네.다음으로부끄러움을잊은상태에서타인으로부터치욕을당하고기뻐하는단계로넘어가는건불과한걸음에지나지않아.그리고그때부터는이제까지불쾌하게느꼈던것이쾌감으로바뀌게되어파렴치를연상시키는것은모두정신적인쾌락이되고만다네.”
그들(사드)은말한다.“세상에는근본적으로선한것도,근본적으로악한것도없으며,모두가상대적인것이고우리의습관·의견·선입관에따라달라진다”고.
노벨문학상을수상한멕시코작가옥타비오파스는“사디즘의철학자(사드)는그자신이희생양이었다”며연민을드러냈지만,사드는한결같이주장했다.“관능은죽음의고뇌에빠질수록심화된다.”
이책의철학은역설적이지만단순하다.“신은미덕으로향하는인간과악덕으로향하는인간,두가지인간유형을만들었는데,선과악양쪽에의해세계의균형을취하려는의도가있었기때문일것이다.그렇다면그리스도교가정한미덕의권고를위선적으로지키는것도하나의삶의방식이겠지만악덕으로일관하는것도세상에서말하는신의영광을나타내기위한하나의삶의방식이리라.”
사드문학의기적!그유래와파장!
사드의작품은그의환경과뗄수없는연관성을갖고있다.프랑스대혁명의격동기를겪은몰락한귀족인사드는성인이된뒤30여년간을감옥과정신병원에서살았다.
그의실제경험을바탕으로한소설들은제어할수없는욕정으로기존이념에도전하며,그모순들을하나씩폭로한다.정치,경제,교회,사회제도,가족관계등등모든의미에있어서종래관념을뒤엎는다.
방탕한기질을타고난사드는그의아내를내버려두고늘매춘부들에게둘러싸여지냈다.뿐만아니라그무렵종교법상사형당할수도있는온갖성도착행위를일삼았다.
그렇다면,그는정말사디스트였을까?그가일으킨사건들을보면그랬을것이라생각도들지만그는분명단순한사디스트는아니었다.그는그무렵팽배했던인간의도덕적타락,특히귀족과성직자의성적타락,부도덕,부패,폭력등모든악덕을스스로실험하고관찰한다음그체험을바탕으로작품을쓴것으로보인다.
결국‘사드’의삶은하나의신화가됐지만그에대한평가는양극단을달리고있다.니체와크라프트에빙등은사드를간과된천재,악의명예교수로꼽는데망설이지않는다.반면사드는모든죄악과음란성을한데섞어놓은정신파탄자일뿐이라는평도있다.
과연사드는사악한음란작가인가,중상모략에빠진천재인가?아니면,그둘다인가?사드전기작가닐섀퍼는〈뉴욕타임스〉에이렇게기고한바있다.
“사드는문학밑바닥의한계를보여줬다.그의소설은인간이상상할수있는최악의것이다.적을아는건승리의지름길인법.인간본성의밑바닥을파악하는것은이폭력적시대에우리의정신건강을위해어쩌면매우좋은일일지도모른다.”
사드는그문장의극단성으로말미암아,예술의본질에대한다음과같은질문을우리에게던진다.
“예술의참기능은사회의기존이념을공고히하는것인가,아니면그에도전하는것인가?문명을지지하는것인가,반대로그모순을폭로하는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