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 (위드 코로나 의사의 현실 극복 에세이)

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 (위드 코로나 의사의 현실 극복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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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바이러스 행성에서 다정한 의사로 산다는 것”

글 잘 쓰는 의사 이낙원이 전하는
위드 코로나판 ‘슬기로운 의사생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는 2019년 12월부터 오미크론 대유행을 지나는 현재까지 이 지구가 다시 한 번 ‘바이러스 행성’임을 실감케 했다. 인천 나은병원 호흡기내과 의사이자 중환자실 실장인 이낙원은 선별진료소부터 병동 진료실까지 현장 의사로 분투하며 환자들의 삶을 더 밝은 곳으로 끌어내고자 작금의 의료 현실과 싸우고 있는 내과 의사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로 침투했을 때 의료진의 대응과 갖가지 감정들을 현장감 있는 글로 담아내며 특별한 기록물을 남기기도 했던 그가 이번에는 그간의 묵직함은 조금 덜어내고, ‘의사로 산다는 것’에 대한 말쑥한 에세이로 다시 돌아왔다.

『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는 “두 번은 못할 것” 같은 코로나 시대 의사라는 생업을 수행중인 저자의 일, 관계,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위트와 경외를 담아 완성한 업(業) 에세이다. 때론 생사의 현장에서 오롯이 견뎌야 하는 적막감과 혼란의 감정, 시끌벅적한 환자와의 교감 속에 피어오르는 인정과 감동, 특별하지 않아 소중한 의사의 일상, 타인의 생사를 가름하기도 하는 숙명의 무게, 그럼에도 슬기롭게 자기와 타인의 삶을 지켜나가는 벅찬 신념 등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현실판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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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낙원

연세대학교원주세브란스병원에서내과와호흡기분과를연마했으며,현재인천나은병원의호흡기내과의사이자중환자실장으로근무하고있다.‘바이러스’와‘세균’은몸만아프게하는것이아니라,몸밖으로드러나는감정,몸과몸이맺는관계들에까지커다란영향을미친다고보기때문에미생물과함께살아가는몸을소재로글을쓰는것을좋아한다.지은책으로는『바이러스와인간』,『별,할머니,미생물,그리고사랑』,『우리는영원하지않아서』,『몸묵상』등이있다.

『측은한청진기엔장난기를담아야한다』는“두번은못할것”같은코로나시대의사의현실극복에세이다.때론생사의현장에서오롯이견뎌야하는적막감과혼란의감정,시끌벅적한환자와의교감속에피어오르는인정과감동,특별하지않아소중한의사의일상,타인의생사를가름하기도하는숙명의무게,그럼에도슬기롭게자기와타인의삶을지켜나가는기술등마스크밖으로,청진기밖으로흘러넘친사랑과회복에관한이야기를만나볼수있을것이다.

목차

들어가는말_의사는되어가는것입니다

1의사가되어가는중입니다
어쩌다내과의사
병원은내속도대로움직이지않는다
책임진다는것의무게
스스로차가워지기
측은한청진기
분별있게화내기
무료한‘방생활’을버티는법
감정의시소플레이어
차가워진가슴에는이야기가필요하다

2의사의일상,환자의비일상
감정의불시착
기댈수있는작은언덕
마지막안부
환자의시간,의료진의시간
쫄깃쫄깃한힘
‘흰’으로돌아가다
환자의멋
든든한맛
지구에서가장오래된모순

3논문보다글쓰기를좋아하는의사
의사는무얼먹고사는가
의사가있어야할곳
내면에서뛰쳐나온기쁨
호기심으로공부하기
말랑한정신에유머가깃든다
의사의진로
감정의청진기
소설읽는의사

4‘위드코로나’의사가되어가는중입니다
백신접종실의루틴
불안바이러스
격리된나날
지구전이다
누를수없는버튼
어떻게벗느냐
격리되지않는마음
눈이뻑뻑한가을을기다리며
위드코로나,위드마스크,위드스마일
유전자의바다
한줄로쓰기엔아까운
길잃은슬픔
극도의긴장
미안하다,한명만더!

맺음말_나는의사다

출판사 서평

질병과의학을이해하기위한진지함,
환자의고통에공감하고그들을책임지기위한측은함,
삶의쓸쓸함과처연함을막기위한장난기,
의사에게는이세가지가필요하다!

논문보다글쓰기를좋아하는‘문제적의사’이낙원,
생사를가름하는숙명의무게를버티며자신과타인을지켜나가는이야기

“선생님!!”
세글자만으로도충분했다.굳이응급이라고얘기안해도마음의준비는저절로된다.나는식판을들고일어났다.음식을음식물수거통에통째로뒤집어버리고중환자실로뛰어내려갔다.나와간호사서너명이달려들어십여분간심폐소생술을하니환자의심장이뛰기시작했다.그제야정신이돌아왔다.코로나19로인한폐렴이의심되어음압실에입원한환자여서보호복을갖추고들어와야하는공간인데,모두가마스크하나만걸치고있었다.심장이멎은환자앞에서입는데만몇분이소요되는보호복이란얼마나사치인가.그와중에나는마스크두개를겹쳐끼는노련함을발휘했지만,심폐소생술중에마스크가고정이안되어시야를가리는통에하나를벗어버리고말았다.간호사들의머리는땀에젖어이마에착달라붙어있었다.멋있었다.땀이때로는가장멋진액세서리가될수있다.그나저나이일을어찌해야한단말인가.감염병환자에게모두가노출된상황이니,환자의검사결과가양성으로보고된다면정말큰일이다.간호사한명이물었다.
“선생님,우리다격리되는건가요?”
“격리정도가아니고,우린이미다걸린거야.”

-본문중에서

똑같은삶이라도누군가에게는‘처연한생존기’가되기도하고,누군가에게는‘발랄한예술’이될수도있다.무엇이될지는삶의주체인당사자의결정이다.가운,방호복,병동등차가운‘흰색’으로점철된장소에발랄한의연함을가득채운기록,이책『측은한청진기엔장난기를담아야한다』에는코로나19가지나간의료현장의선득한풍경과스펙터클한분투의전경이진지함과측은함만으로묘사되지않는다.‘의사’라는전문가인동시에공통의일상생활자로서삶을어떻게지속할것인지,터져나오는낙담과절망과매너리즘을어떻게관리할것인지,자신이넘어졌을때일으켜세워주고위로해줄누군가가또는무언가가있는지를스스로에게끝없이질문하며삶을돌보고지켜나가는이야기들을따뜻하고편안한시선으로담아냈다.

‘이환자가다른누군가가아닌나를만난것이나쁜우연’일지도모른다고의심하게될때가의사생활을하면서가장두려운것이라고저자는말한다.‘하필나를만나병세가나빠진것은아닐까’라는의구심은무거운책임감으로급습하는데,매번그책임감을능히당해낼수없어귀퉁이닳은전공서를다시뒤적이게되고다른선택지는과연없었을지반추를거듭한다고담담히고백한다.하지만아무리지식으로무장한‘자신감’이있더라도사람의몸이기계가아니듯고장나면설명서대로갈아끼워해결할수있는것이아니며,약제가효과를발휘하지못하는경우도있고,예상밖의사건으로생명을잃는경우도있다.이처럼책임감을져야하는사건들의집합이의사의숙명을결정짓는다.
그런데이의사의숙명에대한저자의응수는기발하면서도철학적이다.저자는의사라면마땅히질병과의학을이해하기위한진지함,환자의고통에공감하고그들을끝까지책임지고자하는측은함,그리고가장중요한마지막하나,유머와장난기를지녀야한다고제법곧은어조로말하고있다.장난기없는진지함만가지고서는,장난기없는측은함만을가지고서는삶은처연해질수밖에없기에슬픔과고통으로삶이뒤덮이기전에비어있는공간,비어있는순간을기어코찾아내사랑와회복의기운을불어넣어야한다는것이다.

“차가워진가슴에는이야기가필요하다.”
진료실의기쁨과슬픔이담긴40편의기록들

저자가역설하는의사의덕목중하나는‘듣기좋은말만해주는따뜻한선생님’이라는환상에서벗어나기다.필요할때자가냉각기를가동시키고,자신의눈빛과얼굴의온도를떨어뜨려차가움을만들어낼줄아는것인데,과정의차가움이더따뜻한결과를만들어낼수있다고확신하는저자의태도는환자와그들의삶을대하는자신의심성이강퍅해지지않도록얼마나이성과감정을컨트롤하는지를보여주고있다.
한편‘세명의사망진단서를이렇게편안히앉아서어떠한감정의동요도없이내려쓰는것이이상하지않은가’라는기묘한성찰과함께마치제조업체의생산라인에앉아서반복적인작업을하는사람처럼일하고있는자신의모습을한탄하기도하지만,의사가정신을다잡아야두려움과불안에휘둘리는가족들의마음을가라앉힐수있다는소신으로최악의상황에서도자신이환자와한배를타고있는운명공동체임을깨닫게하고야만다.

인간적존중이통계적수치에매몰되지않도록,쓸쓸한병원안팎의풍경을가능한한아름답고다채로운색깔로칠할수있도록,삶과죽음의고통스러운흔적을세세하게듣고근사하게써내려갈수있도록저자는진료실을기록하는공간으로만들어갔다.생존을위한호흡같은‘진료실의글쓰기’는기쁨과슬픔이얽히고설킨40편의기록물이되었고,이이야기들은헛되고허전하게느껴지는일상에무엇보다강력한진동을일으키고,회복에의의지를생성케하기엔충분하다.
이책은한마디로마스크밖으로청진기밖으로흘러넘친사랑과회복에관한이야기다.위드코로나시대라는공간과사건속에서‘의사’의시선을빌려자신와타인의이야기들을부지런히옮긴이책을통해힘들어서곧넘어질것같은사람,뭐라도붙들고일어나야하는사람,직종에관계없이‘충분히지칠수있는일’을하고있는모든사람들이삶을향유할수있는힘을기르고뜨거운격려를받아안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