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종, 계급

여성, 인종, 계급

$32.00
Description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여성, 흑인, 퀴어, 공산주의자, 감옥산업복합체 폐지 운동가…
2020년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저항의 아이콘, 앤절라 데이비스가 쓴 교차 페미니즘의 고전
미국 인권 운동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저항의 아이콘, 앤절라 데이비스(Angela Y. Davis)의 대표작 『여성, 인종, 계급』이 출간되었다. 앤절라 데이비스는 20세기에 폭발적으로 일어난 미국 민권운동(民權運動)의 지도자이자 젠더·인종·계급 차별이 교차되어 작동하는 방식을 포착한 탁월한 이론가다. 그의 급진적인 사상과 거침없는 언행은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와 더불어 20세기 인권 투쟁의 상징이었다. 1970년, 법정 인질·살인극에 연루된 데이비스가 ‘FBI 긴급수배 명단’에 올라 도피 생활을 할 때, 미국 전역의 집과 가게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 있었다. “앤절라, 나의 자매여, 당신을 환영합니다.”

데이비스의 저작 중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되는 『여성, 인종, 계급』은, 개인의 정체성은 다양한 사회적 측면들이 중첩되고 상호작용하여 규정된다는 ‘상호교차성’ 개념을 다룬 초기 교차 페미니즘 저작이자, 흑인·여성운동 모두에서 소외된 흑인 여성의 경험을 조명한 블랙 페미니즘의 고전이다. 흑인 여성 운동가의 관점에서 노예제 반대 운동과 여성운동의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은 20세기 미국사를 서술한 역사서로도 탁월하다.

BLM 운동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고 약자들의 권리 투쟁에서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 역시 계속되고 있는 오늘날, 앤절라 데이비스의 삶과 저작은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라는 단순하고 분명한 진리를 우리에게 전해줄 것이다.
저자

황성원

대학에서영문학과지리학을공부했다.책을통해사람을만나고세상을배우는게좋아서시작한번역이어느덧업이되었다.옮긴책으로『빈일기』『살릴수있었던여자들』『유리천장아래여자들』『디어마이네임』『쫓겨난사람들』『캘리번과마녀』『혁명의영점』『백래시』등이있다.

목차

해제_누가여성인가?:여성주의이론의고전11
1장노예제의유산:새로운여성성의기준29
2장노예제반대운동과여성권익의탄생67
3장초기여성권익운동에서의계급과인종89
4장여성참정권운동내부의인종주의121
5장흑인여성에게해방의의미143
6장교육과해방:흑인여성의관점161
7장세기전환기의여성참정권:인종주의의영향이고개를들다177
8장흑인여성과클럽운동201
9장여성노동자,흑인여성,참정권운동의역사215
10장공산주의자여성들233
11장강간,인종주의,흑인강간범신화265
12장인종주의,출산통제,재생산권305
13장가사노동의다가오는종말:노동계급의관점331
주361
찾아보기393

출판사 서평

앤절라데이비스는부정할수없는용기를가진여성이다.
모두가그의말을들어야한다.
-『뉴욕타임스』

여성,흑인,퀴어,공산주의자,감옥산업복합체폐지운동가…
억압받는자들을위한저항의아이콘
20세기인권투쟁의살아있는전설,앤절라데이비스

“자매여,당신은여전히우리의스승이지.
자매여,당신의말은멀리까지닿고있어.
자매여,세상에는수많은인종이있지만
우리는이땅에서함께같은미래를맞게될거야.”
-〈Angela〉,존레넌과오노요코가앤절라데이비스의구명운동을위해헌정한곡

앤절라데이비스는평생다양한정체성을넘나들며광범위한삶을살았다.인종주의폭탄테러가횡행해‘다이너마이트언덕’이라불리는동네에서흑인여성으로서성장했고,대학에서신좌파의아버지허버트마르쿠제와연을맺으며공산주의자로정체화했다.그는커밍아웃한레즈비언이자이론가,저술가,활동가,교수,감옥폐지운동가이며,미국공산당부통령후보로두차례출마한직업정치인이기도하다.
앤절라데이비스는흑인민권운동과여성운동의열기가들불처럼번지던1960년대에블랙팬서당과학생비폭력조정위원회(SNCC)등에서활동하며본격적인운동에뛰어들었다.젠더·인종·계급이교차되어작동하는방식을포착하는뛰어난이론가이자급진시민운동의거침없는지도자였던그는곧20세기인권투쟁의상징으로부상했다.당대시민들에게앤절라데이비스는마틴루터킹·말콤엑스와더불어그들곁에살아숨쉬는자유의얼굴이었다.1970년,법정인질·살인극에연루된데이비스가‘FBI긴급수배명단’에올라도피생활을할때,미국전역의집과가게에는이런문구가걸려있었다.“앤절라,나의자매여,당신을환영합니다.”
같은해앤절라데이비스가결국FBI에게체포되어수감되자곧대대적인‘앤절라구명운동’이벌어졌다.구명운동을위해미국에만200개이상의단체가,전세계에67개이상의단체가조직되었고,존레넌과오노요코,롤링스톤스등쟁쟁한예술가들이그를위해작품을헌정했다.『타임』에서논평했듯,“FreeAngela”라는시민들의외침은곧“FreeAmerica”라는외침과다름없었다.1972년,20세기가장주목받은재판에서앤절라데이비스는결국무혐의로풀려난다.
‘블랙라이브스매터’운동이벌어지고페미니즘운동이새로운국면을맞고있는현재,앤절라데이비스는여전히미국에서가장영향력이큰운동가이자지식인이다.데이비스는BLM운동과여성운동,퀴어운동,반전운동,감옥산업복합체폐지운동,노동운동,월가점령운동등의기수로참여하고있으며,그의말과글은청년세대에게끊임없이다시소환되며읽히고있다.평생소외되고주변화된이들을옹호하는‘자유의전사’로서활동을이어가는앤절라데이비스의삶은,그의책제목처럼‘자유는끊임없는투쟁’임을우리에게온몸으로생생하게보여준다.

권력은어떻게약자들의투쟁을파이다툼으로만드는가?
흑인여성의시각에서써내려간교차페미니즘의고전
연대하고경쟁해온흑인·여성·노동운동의역사

젠더는특정한시공간에서계급과인종,지역,종교,연령,성정체성등다른사회적모순과결합되고교직된다.흑인‘남성’을기준으로진행된흑인운동과‘백인’여성을기준으로진행된여성운동에서‘흑인여성’이소외된역사는이를방증한다.가령흑인여성들은전업주부역할을억압이아닌일종의해방으로받아들였는데,노예제와해방이후의가난을경험한흑인여성들은이미집밖에서남성과동일한노동을하고있었던것이다.
앤절라데이비스는권력관계는복합적이고유동적이며,페미니즘은그사회를구성하는복합적권력의성격을매순간고민해야하는상황적지식임을말했다.그의저작중처음으로한국에소개되는『여성,인종,계급』은정체성은다양한사회적측면들이중첩되고상호작용하여규정된다는‘상호교차성’개념이등장하는초기교차페미니즘저작이자,흑인운동과여성운동모두에서주변화된흑인여성의경험에초점을맞춘블랙페미니즘의고전이다.
『여성,인종,계급』1장에서데이비스는주로남성학자들에의해진행된노예제와노예문화에관한연구들을소개한다.그는여성노예의관점에서노예제를분석하거나그들의삶을조명하는연구가부족한현실을비판하고여성노예의특수한입장과상황을역설하며논의를시작한다.
2장에서9장은흑인여성의시각에서기록한20세기노예제반대운동과여성운동의역사이자,두진영간에벌어진복잡한연대와배제에관한기록이다.현대한국사회에서도반복되고있는,사회적약자의권리투쟁에서의‘우선순위’를둘러싼갈등이다.앤절라데이비스는프레더릭더글러스·그림케자매·수전B.앤서니·루크리셔모트등노예제반대운동과여성운동의지도자들을중심으로,두운동이어떻게연대하고갈등하고서로를배제해왔는지,백인남성권력이어떻게소수자운동을승자없는파이게임으로만드는지,약자들이어떻게그억압에공모하고분열하게되는지를설명한다.
11장과12장은여성의몸,섹슈얼리티,강간문화와관련하여매우중요한부분이다.가부장제는여성을가장효과적으로통제할수있는수단으로서강간과강간문화를유지하는동시에‘흑인강간범신화’를이용해이를인종주의적으로이용한다.데이비스는‘백인여성을노리는흑인강간범’이라는이미지는유색인종남성에게성욕을제어하지못하는열등함의표지를부여할뿐아니라,여성의행동을억압하고여성의몸을남성들의대리전쟁터로만든다고주장한다.동시에그는제도적으로강제불임수술을당했던흑인여성의역사를소개하며백인중산층여성중심의임신중지운동의한계를지적한다.

자본은어떻게인종과섹슈얼리티를이용하는가?
자본주의의작동방식을고발하는마르크스주의페미니즘텍스트

“우리중마르크스를제대로이해하고
원전을읽을줄아는건앤절라데이비스뿐이었다”
-마이크데이비스(마르크스주의사회비평가)

한국에선주로흑인운동과여성운동의지도자로서소개되지만,앤절라데이비스는공산주의운동에오래몸담은급진공산주의이론가이자활동가이기도하다.청소년시절부터공산주의청년단체에서활동했고,1970년대에쿠바·소련·동독등을방문하며사회주의적반인종주의운동을이어나갔으며,1979년에는소련이저명한공산주의자에게수여하는‘레닌평화상’을수상한바있다.
『여성,인종,계급』은흑인·여성의시각으로기록한미국인권투쟁의역사인동시에공산주의자로서앤절라데이비스의성찰이담긴텍스트다.데이비스는유색인종과여성에게정치적평등,교육의평등뿐아니라경제와노동에서의평등이주어지지않는다면진정한자유란있을수없다고믿었다.이에흑인운동과여성운동을경제해방운동의맥락에서설명하며급진적이고계급환원적으로해석하기도했다.
『여성,인종,계급』의13장은마르크스주의여성주의자로서앤절라데이비스의면모가가장두드러지는장이다.데이비스는‘가사노동에대한임금운동’을둘러싼논의를중심으로노동계급의관점에서가사노동과자본주의의관계를분석한다.그는인종·젠더·계급과그교차점들을모두차별기제로서이용하는독점자본주의의작동방식을고발하며,그과정에서섹슈얼리티가어떻게활용되는지를설명한다.

그럼에도,함께싸워야하는이유
벽을눕히면다리가된다

앤절라데이비스의메시지는단순분명하다.평등을원한다면그것을위해함께싸워야한다는것이다.하지만『여성,인종,계급』에서술된약자간의복잡한갈등과배제의역사에서알수있듯,평등을둘러싼현실과담론은‘함께’싸우기어려운의제다.근대적의미의보편적평등은우리에게“모든인간은평등하다”라는정언을주었을뿐이다.
오늘날,BLM운동의열기는여전히뜨겁고페미니즘은새로운국면을맞고있으며약자들의권리투쟁에서의‘우선순위’를둘러싼갈등역시계속되고있다.그러나일생을소외되고주변화된이들을옹호하는혁명가로서살아낸앤절라데이비스의삶과저작은,그럼에도함께싸워야한다는단순하고분명한진실을우리에게전한다.약한이들의목소리를끊임없이찾아듣고,먼저투쟁한이들의역사를공부한다면,마침내벽은쓰러져서로에게향하는다리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