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시인장석주가고른사랑과이별,청춘의시30
시와세상의징검다리역할을자처해온시인장석주가『시인의시읽기―너무일찍철들어버린청춘에게』를들고나왔다.평론가,에세이스트,소설가?등그를수식하는많은말중에서도시인이라는말이마치호(號)처럼그의이름앞에따라붙는이유는그가시와시인,그리고세상과의소통을위해무단히도노력해왔기때문이다.
그중에서도이번책은2007년부터아홉해째조선일보『톱클래스』에연재해온「장석주의시와시인을찾아서」를엮은것으로시인이시를향해내쉬는...
시인장석주가고른사랑과이별,청춘의시30
시와세상의징검다리역할을자처해온시인장석주가『시인의시읽기―너무일찍철들어버린청춘에게』를들고나왔다.평론가,에세이스트,소설가등그를수식하는많은말중에서도시인이라는말이마치호(號)처럼그의이름앞에따라붙는이유는그가시와시인,그리고세상과의소통을위해무단히도노력해왔기때문이다.
그중에서도이번책은2007년부터아홉해째조선일보『톱클래스』에연재해온「장석주의시와시인을찾아서」를엮은것으로시인이시를향해내쉬는긴호흡이삶을연명하는호흡과크게다르지않음을증명한다.총90여편의연재물중사랑과이별,청춘을노래한시30편으로묶어낸이번책은어떤철학서도주지못한삶에대한통찰과어떤심리학서도주지못한가슴깊은위로를전해준다.
김수영,신경림,기형도,김용택,이병률……
여러곡절끝에맞이한오늘을노래하는시인30인의시와해설
가난하다고해서사랑을모르겠는가
(…)
가난하기때문에이것들을
이모든것들을버려야한다는것을.―신경림,「가난한사랑노래」중에서
가난은그자체로선도악도아니지만사랑을억압하는가난은당사자에게그무엇보다사악하다.가난한사람에게위안이되는것은돈으로행복을살수없다는점이지만자본을권하는우리사회에서돈을빼고행복을,그중심에있는사랑을논하기는사실상힘들다.가난때문에사랑을포기해야하는자의슬픔은우리가처절한결핍에허덕여보지않았을지라도현시대를살아가는대부분의사람들가슴에뜨거운무엇을울컥하게한다.
결혼이라는제도에사랑을묶어두고이를따라가지못하는자들은도태되고마는것이우리의모습이며이는개인이아닌사회구조가낳은원초적인문제다.본래사랑에는시작과끝이있지만제3의힘으로사랑을잃은자에게남은것은자신을잃을만큼의처절한고통이다.시인이이처럼가난한사랑을노래할수있었던것은그의경험을차치하자면시인이란본질적으로약자의편이기때문이다.가난한사랑이자리했던삶의음지가시인을통해공감의양지로바뀌는순간이다.
그까짓사랑때문에
그까짓여자때문에
다시는울지말자
다시는울지말자―김용택,「선운사동백꽃」중에서
꽃피는봄,연인들은계절의도래를의심하지않듯시간앞에서도변치않을사랑을약속한다.그러나안타깝게도다음봄을맞이하기전그약속은깨질지도모른다.시간은사랑을타오르게하는질료역할을하지만,동시에사랑을집어삼켜버리는익숙함이란본성을지녔기때문이다.
철학자알랭바디우(AlainBadiou)는사랑이란“우연을영원에다기록하고고정시키는것”이라고말했지만현실에서의사랑은영원한행복을가장한우연한환각에지나지않는다.사랑을잃은자에게남은것은슬픔을방출하는자기연민의눈물뿐이다.홀로남겨져다시는사랑때문에울지말자고되뇌어보지않은자가어디있으랴.이별뒤의처절한슬픔이시를통해보편적감정의경지로오르는순간,우리는시가지닌치유의속성을경험하게된다.
지금이시간이내생애에가장젊은날
아껴아껴살아도금세타내릴
우리는가녀린촛불―정숙자,「무인도」중에서
청춘,그단어가지닌파릇한기운과달리이땅의청춘들은세상에시달려시들시들하다.무엇이든도전할수있는때,넘어져도다시일어날수있는때라며세상은수많은청춘들을독려하지만사실청춘이란도전의기회를차별받는세상,누군가의발을거는세상을깨닫는때다.그리고다른곳에서다른삶을꿈꾸던이땅의많은청춘은어느순간새로운것에대해더이상감탄할줄모르는어른이되고만다.
그러나어른이되어서도삶은여전히불안하고확실하지않다.날카롭게각을세운세상에서살아남기위해그들은모난사람이되어간다.그리고어느순간청춘이란우리인생의더할수없는행복을뭉뚱그려놓은것이라는것을깨닫지만,이미기성세대가된자가할수있는일이란청춘이남긴행복의부스러기들로허기를채우는것뿐이다.청춘을노래하는시가그토록많은이유는시인이야말로잊고있던행복의부스러기들을찾아우리의목구멍에털어넣어주는이들이기때문이다.
시,과거와현재를이어주는한묶음의언어
수신확인조차되지않는손편지에제마음대신하는시한편베껴전달하고,공중전화박스속동전떨어지는소리에못다전한말있을까심장도함께내려앉던시절이있었다.그리고사람들은추억속그때그시절을그리워한다.그러나이미빠른것에익숙해진사람들에게과거의삶이란추억하고는싶지만돌아가기에는두려운지점이다.기다림이주는설렘은속도가주는즉각적인해소앞에잊혀진지오래다.
그러나여기세상의속도에비켜서우리의삶을꾸준히도그려내는사람들이있다.시인들은세계가만든가난을횡단하면서도이에굴복하지않고우리삶의모양들을문자로기록한다.여기에는가난이사랑에게건네는사과와청춘이남긴행복의부스러기,그리고약동하는우리의오늘이담겨있다.시는우리가무심코잊고있을때도결코곁을떠나지않고현재속에과거의자리를무단히도파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