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유방사 (어떻게 가슴은 여성의 얼굴이 되었는가?)

성스러운 유방사 (어떻게 가슴은 여성의 얼굴이 되었는가?)

$20.00
Description
수없이 많은 가슴, 수없이 많은 욕망의 얼굴!
가슴은 곧 여성, 여성의 가슴은 성적이라는 이미지와 명제는 오랫동안 의심되지 않아 왔지만 점점 이 전제에 대해 의심하거나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성스러운 유방사』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물로, ‘유방문화연구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스물두 명의 각 분야 연구자들이 ‘여성의 가슴은 정말 성적인가?’ 혹은 ‘유방이 여성만의 기관일까?’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10년을 골몰한 답을 찾아간다.

고대 문학과 예술부터 근대와 오늘날의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잡지, 포스터, 공공미술과 문신 도안에 이르기까지 고급문화에서 하위문화까지 아우르며 일본, 중국, 러시아와 유럽 일부의 젖가슴 문화를 연구한 이 책을 통해 실재하는 인체 부위임과 동시에 투명한 창이나 맑은 거울이 되어 욕망을 투과하고 투사하는 가슴은 죄가 없음을, 다스릴 것은 바라보는 사람의 욕망임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꾸준하고 진지한 연구자들이 이끄는 가슴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가슴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는, 비할 데 없이 넓은 가슴의 지평을 열게 될 것이다.
저자

김경원

서울대인문대학국문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일본홋카이도대객원연구원,인하대한국학연구소와한양대비교역사연구소에서전임연구원을지냈다.동서문학상평론부문신인상을수상한후문학평론가로도활동했다.현재는이화여대통역번역대학원에서강의하고있다.저서로는『국어실력이밥먹여준다』(공저),역서로는『한나아렌트〈인간의조건〉을읽는시간』,『단편적인것의사회학』,『거리의인생』,『어떤글이살아남는가』,『우유로만든세계사』등이있다.

목차

책을펴내며

제1부일본의젖가슴,이것저것
총론|일본은유방을어떻게이야기해왔는가
총론|일본바스트70년:‘단정한차림’에서‘자기다움’으로
젖가슴과조개:인어의유방을둘러싼역할
에로스의억압?:비보관의패러독스
남자의젖꼭지와여자의유방
유방과과실의하모니
만화와유방:오카자키교코가그리는젖가슴
세계의젖가슴산책|에조가시마유신순례기
세계의젖가슴산책|성스러운젖:후지산기슭‘어머니의태내’
세계의젖가슴산책|‘행복가득가슴가득’:마마관음참배기
젖가슴공부:기초편

제2부중국의젖가슴,이것저것
총론|중국유방문화론:기억의이미지
민국문학가슴재기
여장배우가벗을때:전족,나긋한허리,환상의유방
‘내가슴은정상인가요?’:《부녀잡지》로읽는유방문답
근대상하이의건강미와젖가슴
중국어에반영된‘유방’의식
영웅의문신,남자의젖가슴
괴수‘야인’의젖가슴
세계의젖가슴산책|여성동지의듬직한젖가슴:사회주의사상과유방의표상
세계의젖가슴산책|‘젖가슴’이뭐잘못됐어요?
세계의젖가슴산책|중국최초의브래지어박물관탐사
세계의젖가슴산책|중화성문화박물관답사기
젖가슴공부:도상편

제3부서양의젖가슴,이것저것
총론|서양중세의유방:풍요로움과죄,페티시즘과고문사이에서
총론|젖소와유모:러시아문화에나타난‘젖의대리인’
마욜리카에그려진유방이미지
러시아죄수남성의문신에나타난여성상
세계의젖가슴산책|‘한쪽만만지게해줄게’:여성나체상의모럴
세계의젖가슴산책|불을끄는젖가슴:나폴리의세이렌
세계의젖가슴산책|쾌락은애처롭다:프라하의섹스머신박물관
젖가슴공부:심화편

해제|먹이는가슴,보는가슴,짓밟는가슴
후기

그림출처
참고문헌
지은이소개

출판사 서평

모성과풍요의물신,
악마적유혹의상징,
당당한자기표현의수단…

*가슴에모여든시선은언제나흔들려왔다!*

성과속,과거와현재,동양과서양을넘나드는가슴문화사!

한강의소설『채식주의자』에서영혜는‘믿는건내가슴뿐’이라며브래지어를하지않는다.인간의손과발,세치혀등은모두타인을공격할수있는무기가되지만오직가슴만은아무도해치지않는다며.그렇다.인간의몸중에서타인을공격하지않는건정말가슴이다.상처를받을지언정누구를해치지않는다.그가슴이가장편한상태로내버려두자._이라영(해제중에서)

언제부터가슴은커지고,예뻐지고,숨겨야하는부위가되었나?
'파격노출'은괜찮지만'젖꼭지'는안된다는이들에게
강력하게권하는'유방문화필독서'
‘유방’이라는단어를듣고남성의몸을떠올리는사람이얼마나될까?큰의심없이‘유방’은여성의신체로인지되곤한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유방을포유류의가슴혹은배에위치해쌍을이루는기관으로정의한다.물론여성(암컷)인경우피하조직이발달하여융기하고,일정기간젖을분비하는기관이라고덧붙이고있으나남성유방암도엄연히존재하듯남성의가슴도함께지칭하는용어다.하지만남성의유방이란이미지가얼른떠오르지도,잘유통되지도않는다.사실‘유방’뿐아니라‘가슴’이라는단어를쓸때도상황은크게다르지않다.
사람들은어떤신체부위가생식과관련이된경우에자꾸거기다‘숙명’같은걸부여하고싶어한다.예를들어여성의가슴은수유를목적으로한기관이니모성의상징으로느끼고표현하는게당연하다는생각이그렇다.이런논리에따르면수유의기능이없는남성의가슴은없는존재나다름없어진다.마찬가지맥락에서남성유방에서는두드러지지않는여성유방의‘융기된부분’은‘차이’로인해생식활동을유도하는‘유혹’의기관이며,그렇기에미적인평가대상인것이당연하다는생각도그렇다.이렇게‘가슴은곧여성’이라는이미지,‘여성의가슴은성性적’이라는명제는오랫동안의심되지않아왔고,여전히일각에서는의심하지않는명제중하나다.하지만당연하게도이전제에대해의심하거나적극적으로부정하는사람이늘고있다.이책역시그런사람들이모여오랜시간고민한결과물이다.
『성스러운유방사』가기획된것은2008년부터다.‘유방문화연구회’라는이름으로모인각분야연구자스물두명이“여성의가슴은정말성적인가?”,혹은“‘유방’이여성만의기관일까?”같은질문을던지며10년을골몰했다.고대문학과예술부터근대와오늘날의영화,만화,애니매이션,잡지,포스터,공공미술과문신도안에이르기까지다양한문화매체를살피고여러나라를직접답사했다.그런이들의결론은이렇다.“세상에는사람수만큼의가슴이이야기가있다”는,다수에게익숙한젖먹이는성스러운가슴,성적으로유혹하는가슴외에도수없이많은가슴이존재한다는것이다.
총3부로이루어진이책은일본과중국,러시아를비롯한서양의‘가슴문화’에각각집중한다.각부마다각국의가슴문화를개괄하는‘총론’과한가지주제에집중한‘가슴이야기’들,그리고각국의가슴문화를보여주는장소에방문한답사기인‘세계의젖가슴산책’,이책에서다루지못한더많은가슴이야기를담은책들을소개하는‘젖가슴공부’로구성되어있다.‘가슴을열고’서,이꾸준하고진지한연구자들이이끄는가슴의세계로빠져들다보면어떤가슴을만나도당황하지않는,비할데없이넓어진‘가슴의지평’을얻은자신에게스스로놀라게될것이다.

해도문제,안해도문제
보여도문제,가려도문제
브래지어와젖꼭지의사정
근래들어눈에띄게회자되는한가지이슈가바로‘노브라’다.2018년“여성의몸은음란물이아니다”라는구호로페이스북사옥앞에서상의탈의시위를벌인여성단체로부터시작된‘탈브라’논의에더해최근에는여성연예인들의‘노브라’가한창화젯거리였다.‘노브라’라는개인적결정에반대하는논리는‘매너’로압축된다.집에서야브래지어를입든벗든자유지만공공장소에서는반드시착용하는것이사회상규에부합한다는말이다.문득브래지어를입는것이오늘날공익적인일이된것은무슨까닭인지궁금해진다.
일본을비롯한아시아국가에서브래지어착용이일반화된것은양장차림의일반화와시기를같이한다.특히일본의경우제2차세계대전이후미국을통해보급받은‘라라물자’를시작으로서양식복식이본격적으로대중화된다.체형에잘맞지않는옷을제대로입어내기위한것으로이때‘브래지어’가빠른속도로일본사회에보급되었다.‘단정한모습’을연출한다는‘공익적’목적은도입초기꽤나비싼물건이었던브래지어구매를촉구하기위한명목이었다.당시코르셋이나브래지어같은서양식속옷은경제권자인남편이직접구매하는물건이었지여성이직접선택하고지불할수있는상품은아니었기때문이다.지금은오히려레이스와면적이좁은천들이하늘거리는속옷가게에남자혼자가는일이어색하지만당시까지만해도브래지어와코르셋은‘성적인’무언가가아니라건강과위생,사회상규에부합하는‘개화’의상징이었다.지금과는반대로백화점속옷가게에가는남편은비싼값을치르더라도아내를단정한차림으로보이기위해지출하는‘신식’인사로서자부심이가득했을테다.
그런가하면남성들이가슴에속옷을착용하는여성들을비난한때도있었다.20세기초까지중국에서는가슴을납작하게누른옷차림이유행이었다.이런맵시를내기위해가슴께를납작하게눌러원하는모양을만들어주는‘보정속옷’인조끼‘샤오마자’가함께유행했다.맵시를위해가슴형태를바꾸어주는속옷이라는점에서는브래지어와같았지만목적으로하는형태가정반대였을뿐이다.이때가슴형태를보정하는속옷‘착용’을규탄한것은서구권에서유학하고온남성지식인들이었다.이들은‘불룩튀어나온유방이여성적아름다움의상징’이라는새로운미감을수입해왔고,전족에반하는‘천족운동’에빗대‘천유운동’이라이름붙인‘운동’까지만들었다.이남성지식인들은유방을속옷으로압박하면모유수유에악영향을미칠뿐아니라“심폐활동,위장소화에해를끼치고,신체발육을저해할뿐아니라폐병을일으키고수명을단축시킨다”고까지주장한다.이주장에따르면가슴을속옷으로누르는일은공익은커녕생명까지앗아갈백해무익한일이다.
브래지어로젖과젖꼭지를가리는것이‘문명화’라는인식은‘인어’이미지에서가장극적으로드러난다.안데르센동화『인어공주』에기원을둔디즈니만화영화〈인어공주〉는이미보편적인인어이미지가됐다.우리가아는인어의대표주자이자〈인어공주〉의주인공에리얼의가슴에는조개껍데기로만든비키니가붙어있다.하지만‘인어공주’가처음부터비키니를입고있었던것은아니다.19세기낭만주의예술의유행과함께자주묘사되던인어이미지는풍만한가슴을자유롭게드러내며유영하는모습이었다.하지만바닷속에선자유로웠던인어의가슴은왕자가사는육지로올라오면서‘인간’의규율에맞추어가려야할무언가가된다.뭍으로올라온인어는‘풍성한머리칼로몸을덮어감싸’야했다.‘야생’의존재였던인어가‘문명화’되는순간이다.

개성을말살하는욕망섞인시선,
‘모성과유혹’의바깥에가슴의진짜얼굴이있다!
한소설에서는세월호희생자인여고생의‘젖가슴’을과일에비유한표현을담아논란을빚었다.남성소설가의작품에서‘젖가슴’은자주등장하는소재다.하지만철저한‘대상’으로,그렇기에오히려상투적으로표현되곤한다.온갖수식으로꾸며도결국부드럽고유혹적이라탐나는가슴이거나성적으로문란하고타락한,혹은나이가지긋해생기를잃어축늘어진가슴이다.폴고갱에감화되어하반신에도롱이만두른‘남국의여성들’을그린근대일본남성화가들의그림속젖가슴들도마찬가지였다.실재하는젖가슴을앞에두고도그것과는영딴판인,적당한생김새를더듬더듬찾아가며만든개성없는모양새다.
그렇다면남성에서여성으로,시선의주체가바뀌었을때가슴의모습은어떻게변화할까?남양군도에방문해‘남국의여성들’을그린여성화가아카마쓰도시코의그림속여성들은젖가슴도젖꽃판(유륜)도위치와크기,색이제각각이다.여성만화가오카자키교코가묘사한젖가슴은과장되지도미화되지도않았다.하지만그곡선은따라서덧그리는것만으로도쾌감을줄정도로다른여성만화가들에게선망의대상이다.여성소설가장아이링은젖가슴을두근대는심장을품고작은부리로손을콕콕쪼는작은새로묘사한다.여성창작자가그려낸젖가슴들은남성창작자들이쉬이벗어나지못했던아름답고유혹적인젖가슴과추하고역겨운젖가슴의이항대립을깬다.“가슴이라는부위는얼굴과마찬가지로아름다움과추함이라는양극으로나눌수없다는당연한사실”을보여준다.
위화의소설『형제』에는가슴이커지는크림을팔러다니는장사꾼송강이나온다.크림을좀더팔기위해서송강은가슴에히알루론산을넣어가슴을부풀린뒤에마치크림덕에가슴이커진것처럼연출한다.송강역시처음엔가슴에꽂히는시선에수치스러움을느꼈지만점차익숙해진다.그리고오랜만에만난지인의아내가송강의가슴을쳐다보자지인은“뭘쳐다보는거야?저건그냥가짜야.장사에필요한거고”하며아내를저지하고,아내도금세웃으며수긍한다.
이책에서다루는가슴이미지가운데상당수는‘환상속가슴’이다.보형물을넣어부풀린소설속송강의가슴,여장배우가연기하는가슴,인어의가슴,야인의가슴,젖소캐릭터의가슴,만화속가슴까지가그렇다.하지만어느순간실재하는가슴과‘환상’의가슴은경계가흐려진다.여기에가슴이라는신체부위에속성이있다.실재하는인체부위임과동시에투명한창이나맑은거울이되어욕망을투과하고투사한다.그욕망이종교든,사상이든,성욕이든,처벌욕구든가슴은그대로비추어낸다.이렇게수없이많은가슴이그저수없이많은욕망의얼굴일뿐이다.가슴에는죄가없다.벗은가슴을바라보고탓할필요가무어란말인가.다스릴것은바라보는사람의욕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