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호수 (정용준 소설)

세계의 호수 (정용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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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을 뒤흔든, 어느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일
이 뒷걸음질을 우리는 성숙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별도 소통이 되나요?
“불 같고 물 같고 때론 동물 같았던
무주의 감정이 정물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야만 한다고도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을 마주한 마음은 서글펐다.”_ p. 69

2009년 『현대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올해로 등단 10주년을 맞은 작가 정용준의 신작 중편소설 『세계의 호수』가 아르테 ‘작은책’ 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초기부터 한없이 어두운 이야기를 더없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 발표하는 작품마다 신선한 충격과 인상을 남겼던 정용준은, 10년 동안 세 번의 젊은작가상과 황순원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문지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한국문학의 중심에 우뚝 선 작가다.
그는 죽음을 희망하는 인물들을 통해 세계와 개인 사이의 ‘소통의 단절’을 보여준 첫 소설집 『가나』로 세계의 폭력에 내던져진 개인의 내면을 탁월하게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첫 장편소설 『바벨』에서는 SF적 상상력으로 인류 종말의 모습을 ‘말’이 사라진 세상, ‘소통이 부재한 세계’로 그려낸 바 있다. 이후 보편적인 관계(가족) 속에 드리워진 삶의 그늘과 슬픔을 담아낸 두 번째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를 거쳐, 사라진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신비롭게 풀어낸 두 번째 장편소설 『프롬 토니오』를 선보이기도 했다. ‘소통’과 ‘사라짐’은 정용준의 소설 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출간된 『세계의 호수』야말로 이 두 가지를 오롯이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짧은 소설에서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누구나 속수무책으로 겪어야만 했던 ‘이별’의 감정에 대해 덮고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다가가려 했기 때문이다.
사랑이 사라지고 난 자리,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이별을 통보받았던 남자와 “떠나지 않는 방식으로 떠”난 남자에게 이별을 강요받았던 여자가 7년 만에 낯선 이국에서 만나 자신들의 이별을 되짚는 과정에서 과연 소통은 가능할까? 삶을 뒤흔든, 어느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일, 이 뒷걸음질을 우리는 성숙이라 부를 수 있을까? 결코 잃어버리진 않았지만 잊고 있던 지나간 인연의 소중함을 정용준은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는 소리책으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팟빵〉 〈밀리의 서재〉에서 아르테 ‘작은책’을 검색해 보세요. 개성 있는 목소리가 소설 감상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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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용준

2009년『현대문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문학동네젊은작가상,소나기마을문학상,황순원문학상,문지문학상을받았다.
소설집『가나』『우리는혈육이아니냐』,장편소설『바벨』『프롬토니오』,중편소설『유령』등을펴냈다.

목차

세계의호수
작가노트_질문의끝에서다시

출판사 서평

삶을뒤흔든,어느지점으로되돌아가는일
이뒷걸음질을우리는성숙이라부를수있을까?

이별도소통이되나요?
“불같고물같고때론동물같았던
무주의감정이정물처럼느껴지는것이당황스러웠다.
당연히그럴거라고생각했고,그래야만한다고도생각했는데,
막상그것을마주한마음은서글펐다.”_p.69

2009년『현대문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하여올해로등단10주년을맞은작가정용준의신작중편소설『세계의호수』가아르테‘작은책’다섯번째책으로출간되었다.등단초기부터한없이어두운이야기를더없이아름다운문장으로그려내,발표하는작품마다신선한충격과인상을남겼던정용준은,10년동안세번의젊은작가상과황순원문학상,소나기마을문학상,문지문학상등을수상하며명실상부한국문학의중심에우뚝선작가다.
그는죽음을희망하는인물들을통해세계와개인사이의‘소통의단절’을보여준첫소설집『가나』로세계의폭력에내던져진개인의내면을탁월하게묘사했다는호평을받았으며,첫장편소설『바벨』에서는SF적상상력으로인류종말의모습을‘말’이사라진세상,‘소통이부재한세계’로그려낸바있다.이후보편적인관계(가족)속에드리워진삶의그늘과슬픔을담아낸두번째소설집『우리는혈육이아니냐』를거쳐,사라진연인에대한이야기를신비롭게풀어낸두번째장편소설『프롬토니오』를선보이기도했다.‘소통’과‘사라짐’은정용준의소설세계를이루는중요한축이라고할수있는데,이번에출간된『세계의호수』야말로이두가지를오롯이담아낸작품이라할수있다.이짧은소설에서그것이가능한이유는누구나속수무책으로겪어야만했던‘이별’의감정에대해덮고외면하지않고끝까지다가가려했기때문이다.
사랑이사라지고난자리,이유를알지못한채이별을통보받았던남자와“떠나지않는방식으로떠”난남자에게이별을강요받았던여자가7년만에낯선이국에서만나자신들의이별을되짚는과정에서과연소통은가능할까?삶을뒤흔든,어느지점으로되돌아가는일,이뒷걸음질을우리는성숙이라부를수있을까?결코잃어버리진않았지만잊고있던지나간인연의소중함을정용준은다시한번상기시키고있다.

*아르테한국소설선‘작은책’시리즈는소리책으로도감상하실수있습니다.〈팟빵〉〈밀리의서재〉에서아르테‘작은책’을검색해보세요.개성있는목소리가소설감상의또다른매력을선사합니다.

“그런이야기하고싶어?옛날이야기?
뭔가애틋하고묘한그런거느껴보고싶어서그러는거야?”

“넌우리가그때어땠는지,
왜헤어졌는지,다잊은것같다.세월이조금
흘렀다고세상에,그런멍청이같은얼굴을하고
미안하네어쩌네이런이야기를하다니놀라워.”_p.90

시나리오작가이자영화감독인윤기는자신의단편시나리오를번역하고가상으로각색,연출까지해보는번역실습워크숍이해외교류사업의하나로빈대학한국학과에서진행되는관계로초청을받아오스트리아로향한다.그마지막수업에원작자로참여하기위해서다.그러나그가이프로그램에참여하기로결정한이유는따로있었다.7년전헤어진연인무주가늘가보고싶다고말하던곳이빈이기때문이기도하고,또그녀가결혼해서살고있는곳이빈에서멀지않은스위스장크트갈렌이기때문이다.절대연락하지말라는무주의마지막부탁을기억하고있음에도불구하고윤기는이메일을보내자신이빈에와있음을알린다.올수있으면오라는무주의답장을받고,그는프로그램담당자에게양해를구한뒤스위스로향한다.스위스에가기전,윤기는담당자로부터그곳에있는‘세계의호수’가가볼만하다는이야기를듣는다.무주남편이부재한무주의집에서,무주의딸과함께셋이보내는며칠은어색하면서도자연스럽다.윤기는무주가자신을가장잘아는사람이었음을다시한번깨닫고,7년전,갑자기다른사람이생겼다며자신을버린무주의진짜속마음을알고싶어한다.시종담담한모습으로윤기를오래전친구처럼대하며,닦아놓은그릇처럼감정을정리한듯보이던무주가지난감정에대한대답을요구하는윤기에게순간자신이이미선택한일을남이하도록강요하는비겁함에대해쏟아낸다.윤기는그때어쩔수없다고포기해버린감정과마음에대해얘기했다면바뀌었을거라고말하지만,무주는사람은바뀌지않고어차피끝은정해져있다며힘없이웃는다.그들에게소통의가능성은없었다는이야기.윤기가빈대학의교수에게자신의작품을이해시킬수없던것처럼,학생들과문학적대화가막혀버린것처럼말이다.윤기와달리자신을필요로하는지금의남편과만나스위스로온무주도사정은비슷하다.타지에서의외로운생활과가족에대한증오심이자신도모르게잿더미처럼가슴깊이쌓여있는남편은무주를유령처럼느끼게만들고,무주는누구와도소통을이루지못한다.이제야서로의진심을털어놓는이들.이밤,비로소이들의소통은가능한걸까?

"담요를머리까지뒤집어쓴채이시간을통과하려애쓰고있다"

“난너와다시연락하고싶어.친구처럼지내고싶고.
또난너와다시는연락하고싶지않아.친구처럼도
지내고싶지않고.어떻게하면너와연락하고친구로
지내기위해연락하고싶지않은이유와친구로
지내고싶지않은이유를없앨수있을까?”_p.135

소설의말미에서윤기가무주에게전하는‘연락하고싶고친구로지내고싶은마음’과‘연락하고싶지않고친구로지내고싶지않은마음’은서로반대의마음이기때문에한가지를버려야한가지를취할수있을것같지만,둘은붙어있으므로한가지를버리는것은불가능하다.때문에마음은갈피를잡지못하고계속이리저리흔들리고말것이다.세상을살아가는일이녹록지않은것은이러한삶의모순때문이아닐까.삶에서이러한불가능한것들을찾아내,그것의밑바닥까지내려가살펴,생의진실에가까이다가가는것이결국문학의일일지모른다.
‘이별’과‘작별’에대한작가의생각이각별히여겨지는이유가여기에있다.정용준은‘이별’이같은세계의양끝을향해걸어가는거라면‘작별’은각각다른세계로걸어가는느낌이라고말한다.다소모호하게도여겨지는이말은작별(作別)의한자를떠올려보면절로고개가끄덕여진다.하여‘이별’을‘작별’로바꾸고싶은사람의마음에대해말하고싶었으나‘작별’을‘이별’로바꾸려애쓰는사람의이야기라는것을깨달았다는작가의고백은,마침내‘작별’을‘이별’로바꾸는것은불가능하다는결론으로이어진다.이것은‘소통의불가능성’에대한은유처럼들리기도한다.“그러니까헤어진사람에대해생각하는것은그사람이없는세계에서작은책상에앉아혼자만펼칠수있는책한권을갖는일”인지모른다.다른세계로건너가혼자간직한헤어짐은영영공유될수없는일이기때문이다.
‘타인과의완전한소통이가능한가’하는의문은어쩌면끝내풀리지않은채오래된숙제로남을지모른다.문학이그것의가능성을실험하는장이라면,정용준은선두에서서그실험을성실히행하는연구자라할만하다.‘세계의호수’가실은‘세개의호수’임을,잘못된소통으로만들어진허상임을알게되더라도그‘세계의호수’에가고자하는이가바로정용준이기때문이다.
『세계의호수』는지금껏작가정용준이보여준소설세계를총망라하고있을뿐아니라앞으로이어질그의문학적실험을더욱기대하게하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