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윤해서 소설)

암송 (윤해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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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라지지 않고 도착하는 낮은 울림
“사람마다 다른 목소리가 있죠. 누구에게나 말입니다.”
멀리서 찾아오는, 나를 부르는 목소리

“오래전에 읽은 책에 그런 말이 있었어요.
인간이 한 모든 말의 파동은 남는대요.
사라지지 않고. 사물에, 벽에, 공기 중에.
그래서 모든 공기 중에는 음성 파동이 진동하고 있다고요.
누군가가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던 음성이 공기 중에 남아 있다가
나에게 도착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_ p. 128

2017년 첫 소설집 『코러스크로노스』를 통해 독보적인 소재와 자신만의 끈질긴 수사를 선보인 윤해서의 두 번째 작품집 『암송』이 아르테 ‘작은책’ 여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농밀하고 시적인 언어와 SF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 첫 소설집을 통해 ‘기존의 재현적 언어를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양상의 허구’, ‘사람, 사물, 언어의 항구적인 이동’이 카오스로 발생하는 ‘여행 서사’를 그려낸 윤해서는, ‘가장 거대한 것에서 가장 미소한 것까지, 한달음에 파악’하는 특유의 서사 방식에 대해 ‘이런 스케일과 속도는 시공간의 규모를 계측하는 음악적인 방법’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윤해서는 새로운 소설 『암송』을 통해 특유의 서사적 매력과 음악적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 보여주면서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곳’ 가까운 자리에서 ‘현실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암송』에는 독일과 한국, 멀리 떨어진 두 나라에서 각자의 일상을 사는 여덟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재난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이기도 하고, 그 당사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생존자이기도 하다. ‘선주’와 ‘미소’는 바로 이 삶과 죽음이 중첩된 공간, ‘떠도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공간’에 머물고 있다.
윤해서는 떠도는 목소리들을 통해 광활하고 낯선 허구의 공간을 새로이 만들어내고, 이런 허구적 공간에서 펼쳐지는 ‘삶과 죽음’, ‘단절과 연결’, ‘믿음과 환상’ 같은 문제들을 촘촘히 꿰어나간다. 작가도 우리도 피해갈 수 없는 우리의 사건, 삶이라는 재난에서 남겨진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어떤 새로운 답을 발견할 수 있을까.

*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는 소리책으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팟빵〉 〈밀리의 서재〉에서 아르테 ‘작은책’을 검색해 보세요. 개성 있는 목소리가 소설 감상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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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해서

2010년문학과사회신인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소설집『코러스크로노스』가있다.

목차

암송
작가노트_당신에게나에게

출판사 서평

머무는사람들,지속되는삶

“하늘에서갑자기사과가떨어진다.거대하고뜨겁고끔찍한사과가.
우연히.아무잘못도없는사람들의머리위에.
삶을구멍낸다.
완전히뻥뚫린다.”_p.153

『암송』은홍콩페리사고로혼수상태가되어목소리로만세상에존재하게된‘미소’와세상을떠도는목소리를혼자만듣게되는‘선주’,그리고한국을떠나활동해온재독피아니스트‘정애길’과그의아들‘모로’의이야기가교차로얽혀전개된다.‘모로’는엄마가간직한슬픔을이해하기위해한국으로오게되고,엄마가남긴이름‘미애’와‘미소’를찾으려한다.이과정에서‘미소’의사고와‘정애길’의죽음이‘미애’의죽음과긴밀히연결되어있음을알게된다.모로는‘미애’가‘사회적재난’의공적인희생자들중한명이었다는사실에겹쳐‘미소’의사고가얼마나엄마의삶을더가혹하게내몰았는가를깨닫고심장이나뉘어지는고통을느낀다.작가는이궤적을여러인물의암송(목소리)을통해인간의삶은단독의것이아닌얽히고만나는‘관계’에있다는사실을우리에게여실히보여준다.
윤해서는단편소설「우리의눈이마주친다면」(문예중앙,2016)에서해양사고로쌍둥이오빠‘영인’을잃은‘영수’와‘영인’의연인‘김선’을통해불의의재난과이를둘러싼주변인들의아픔을작품으로녹여낸바있다.새롭게발표한『암송』까지최근윤해서가골몰하고있는주제를들여다보면,개인의삶에들이닥친재난과그주변인들이경험하는상실의정서를깊이체감하며들여다보고있음을알수있다.‘하늘에서갑자기떨어져삶을구멍내고마는사과같은재난.’이러한사건을대하는주제의식은최근한국사회가경험한숱한재난들에서벗어날수없는작가적현실을엿보게한다.우리사회는이런사고를두고,누군가는‘사회적문제’라칭하고,누군가는‘개인에게일어난불행한사고일뿐’이라칭하면서사회적갈등을빚기도했다.갈등은우리가하나의재난을이해하고받아들이는데있어,개개인의사회적위치와감수성에따라얼마나다른이해를가질수있는지보여주었다.윤해서는소설이할수있는일,소설만이가능한일로서보다깊이그들에게다가서고자했다.소설『암송』이또한번,재난이드러내는참담함의기저에감춰진개인과공동체의보이지않는고난의순간을들춰낸다.지난날,우리가어떤마음으로본적없는타인을향해‘잊지않고기억하겠다’는약속을했었는지,지금우리의마음과맹세는어떻게지켜지고있는지돌아보게되는순간이다.

“당신의목소리.너의진짜목소리를기억해.”

“나는끊임없이존재하면서사라지는이믿음을포기할수없어.
당신은돌아올거야.당신은여기있어.
당신은절대사라지지않아.”_p.100

형체없는목소리들을듣기시작한후,점점사회에서고립되어가고있던‘선주’는자신의이름을불러주고곁을내어주는‘모로’를만나희박해지던현실감각을서서히되찾기시작한다.잠시비춰진10년후미래의선주는여전히들려오는목소리들가운데서도자신의손을잡은꼬마가‘엄마’라고부르면,그순간을놓치지않고‘응’이라응답하며누군가의곁에존재하고있음을알린다.어둠속에서점점희미해져가고있던미소는그의연인현웅이부르는소리를들은후부터삶으로돌아갈수있다는희망과힘을되찾는다.윤해서는누군가를향한하나의목소리가대상에게가닿는여러순간을통해,그순간이바로우리가이세상에존재하고있음을서로에게가장투명하게증명하고증명받는방식이란것을주의깊게그려냈다.
돌이킬수없는‘사후’의순간에도엄마의죽음을거슬러올라가는‘모로’,죽음의문턱에서연인에대한기억만은간절히붙들고있는‘미소’,그곁을지키는‘현웅’.이들은모두상실의세계에있는사람들이지만과거로의복귀나완전한회복이불가능함을알면서도,사랑하는사람곁에서느끼는‘애틋한’마음으로멈추지못하고사라진사람을반복해부른다.목소리로남은존재들의뒤늦은고백,부르는말,옛노래들처럼그마음은이세상어딘가보이지않는파동으로영원히남겨진다.우리는삶과죽음의경계를오가며서로를찾고부르는수많은목소리와함께존재한다.이세상에존재하지않아도완전히잊히지않고기억되는존재들과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