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 - 클래식 클라우드 17

베토벤 : 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 - 클래식 클라우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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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상의 그 무엇이 음악으로 영혼을 표현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 수 세기 동안 이어진 베토벤 신드롬
베토벤의 음악은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 무대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클래식이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베토벤 음악회가 열리고 있으며, 수많은 현대 음악가들이 베토벤의 예술 언어를 재해석하여 무대에 올릴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매일매일 젊어진다. 당신은 연주를 하면 할수록 그 끝에 닿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의 말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베토벤 음악의 현재성을 보여준다. 베토벤은 음악가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청각 장애를 딛고 불후의 명곡을 써낸 불굴의 의지로 표상된다. 이 같은 그의 모습은 베토벤 평전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베토벤의 조수이자 최초로 베토벤 전기를 쓴 쉰들러는 그를 불우한 유년시절과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장애 속에서도 명작을 남긴 위대한 천재이자 영웅으로 형상화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로맹 롤랑 역시 베토벤의 천재성에 초점을 맞춰 그의 초상을 그려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최은규는 기존의 베토벤 평전들이 덧씌운 신화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베토벤의 음악을 관통하는 당대의 공기, 그에게 영향을 준 인물들과 음악가들의 풍경을 언급하며 시대적 맥락 속에서 그의 삶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그려낸다. 독자들이 250년 전 인물인 베토벤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생활인으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인간 베토벤’의 모습에 주목한다. 베토벤처럼 연주자 생활을 하다가 건강 이상으로 평론가의 길을 택한 저자 자신의 경험이 생생하게 녹아들어 베토벤의 이야기를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어준다. 수백 년이라는 시차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의 고충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저자

최은규

저자:최은규
바이올리니스트겸음악칼럼니스트로,서울대학교음악대학에서바이올린을전공했다.동대학원에서음악이론으로석사학위를받았고서양음악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1992년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입단해10여년간바이올리니스트로활동했다.지금은KBS1FM의〈FM실황음악〉을진행하며《연합뉴스》클래식음악전문객원기자로활동하고있다.이밖에도음악전문지에칼럼을기고하고각종음악회의해설을맡고있다.저서로『교향곡』『클래식을좋아하는사람이라면꼭알아야할52가지』,공저로『클래식튠』등이있다.

목차

PROLOGUE왜베토벤인가

01세상을떠들썩하게할음악가의탄생
02베토벤을만든사람들
03빈을사로잡은즉흥연주의귀재
04작곡가로서의도약,더넓은무대로
05굴욕과패배에서영광과승리로
06내삶을구원한것은음악뿐이었다

EPILOGUE수공업예술의시대에서예술가예술의시대로

베토벤예술의키워드
베토벤생애의결정적장면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베토벤은호메로스에비유된다.그들은때이른감각의상실로고통받는다.
시인은시력을,음악가는청력을.”-마리밀
죽음의벼랑끝에서마주한절망을환희로뒤바꾸다

베토벤은평생동안아홉개의교향곡,서른두개의피아노소나타,열개의바이올린소나타를비롯하여수많은곡을썼다.특히그는1790년대중반부터작곡하기시작한교향곡에자신이추구하는이념과시대정신을담아냈다.그가남긴아홉개의교향곡은하이든이완성한교향곡의10분의1,모차르트의4분의1에도미치지못하는숫자이지만,형식적인면에서나내용적인면에서교향악의역사를바꾸어놓았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교향곡3번〈영웅〉은일반적인교향곡의연주시간보다두배나긴장대한스케일을자랑하며,충격적인불협화음으로유명하다.〈영웅〉을기점으로이후베토벤의교향곡은마치문학작품의플롯처럼각각의악장마다그리고악장간에긴밀성과논리성이강하게드러난다.그는교향곡의마지막4악장에무게중심을두고자신의사상을음악에담아내고자했으니,그야말로‘진지한교향곡의시대’를연작곡가라고할수있다.또한교향곡6번에는직접‘전원’이라는부제를붙였을뿐만아니라악장마다제목을달아그내용을음악적으로드러내고자했다.구상부터완성까지30년가까이걸린것으로알려진그의마지막교향곡〈합창〉은기악형식인교향곡에성악을도입한작품으로,베토벤이전에는찾아볼수없는독특한구성이다.이곡의4악장에나오는그유명한‘환희의송가’의가사와선율은단순하지만강력한반복의최면효과를발휘하며‘모든인간은한형제’라는인류화합의메시지를우리가슴에더욱강하게각인시킨다.이처럼베토벤의교향곡은개별작품마다의완성도뿐만아니라,그가평생동안추구한예술이점차발전해가는양상을보여준다.
베토벤음악하면자연스럽게활력넘치며웅장한선율이떠오른다.실제로그의음악을들어보면위풍당당한영웅의이미지를떠올리게하는힘을느낄수있다.강한파토스를자아내며긴박감넘치게전개되는구성은삶에대한강력한의지를대변하는듯하다.베토벤의음악을특징짓는이런스타일의작품들이집중적으로쏟아져나온것은그가자살위기를극복한이후약6년동안이었다.베토벤의진정한예술은그가하일리겐슈타트에서유서를쓰다가자살로생을마치지않고다시일어선데서부터시작한다고할수있다.성공을향해나아가고있을바로그무렵에베토벤은귀가점차들리지않는고통속에서음악가로서최대의위기에봉착하게되었다.그는귓병을고치기위해별의별방법을다썼음에도차도가전혀없자빈근교의한적한시골마을하일리겐슈타트로가서지내다가동생들앞으로유서에가까운편지를남겼다.하지만절망속에서글을쓰던베토벤은이내자신의내면의목소리에귀를기울였고,당장이라도스스로목숨을끊을것만같은절망감으로시작된편지에는오히려죽을수없는명백한이유가드러나있다.

“이런일이좀더계속되었다면나는진즉에삶을끝냈을거다.오직예술만이나를지탱해주었다.아,내가원하는것들을모두다만들때까지이세상을떠난다는일은불가능할것같구나.”

예술이자신을살아가게할원동력이고,자신이원하는모든음악을만들기전에죽는다는것은불가능하다는사실을깨닫게된것이다.말년으로갈수록베토벤의삶은점점피폐해지고귀는더안들렸지만,그의음악은더욱원숙해지고심오한경지에이르렀다.그는만성복통,과도한음주로인한신경계손상,류머티즘,당뇨병으로인한눈의이상등실로갖가지질병들로괴로워했지만,그를가장고통스럽게한것은조카카를이었다.평생독신으로살았던베토벤이조카카를을양자로삼아음악가로키워내려는집착에가까운계획이실패하면서그충격으로인해그의건강은더욱악화되었다.그러나결국그는자신의진정한자식이라고할수있는음악작품속에서모든욕망을내려놓고달관한인간의명상적인경지를보여주었다.무너져가던그를다시일으켜세운것은언제나음악이었고,그에게중요했던것은음악가로서의사명을완수해야겠다는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