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 아르테 한국 소설전 작은책 시리즈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 아르테 한국 소설전 작은책 시리즈

$9.38
저자

구병모

1976년서울에서태어났다.경희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편집자로활동하였다.2009년『위저드베이커리』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제2회창비청소년문학상을수상한『위저드베이커리』는신인답지않은안정된문장력과매끄러운전개,흡인력있는줄거리가높은평가를받았다.

데뷔작『위저드베이커리』는기존청소년소설의틀을뒤흔드는,현실로부터의과감한탈주를선보이는작품이었다.청소년소설=성...

목차

심장에수놓은이야기
작가노트_빛을통과한후에

출판사 서평

“정말로나를지켜줬어요.제일절박했던순간에,이러다죽을것같았을때.”
―피부에그려진무늬아래타래를틀고도사린이야기들

“화인은미소지었다.
시미는그입가에아직오래된체념과무기력이묻어있다고느꼈으나
그것은적어도예전그대로의농도는아닐것이다.
실재의불꽃은꺼졌지만,심지마저다타버려아무것도남지않았던자리에
불씨는이제막지펴졌을뿐이므로.”_pp.127~128

고등학교를졸업하고바로취직했지만불가피하게잦은이직으로막내생활에서벗어나지못한스물여덟의‘화인’은기성세대와‘상무’같은무례한남자상사에게는‘발랑까진아가씨’로보일수도있지만,그녀만이가진반짝이는생기로‘시미’의세계에의미있게다가선다.화인의목뒤쪽문신을발견한‘상무’가손가락으로문신을훑으며언제새긴거냐며다그치는호통에서시미의도움으로벗어난화인은시미와자매애비슷한감정을느낀다.화인은시미에게어느문신술사의명함을건네며“샐러맨더한마리를몸안에키우면서,잃었던자신감과의욕이다시금심장에고이는듯했던날들에대해”이야기한다.“염원이이루어질거라고,작고귀여운샐러맨더가,세상의모든악의와위험으로부터지켜줄거라고.”
여성의신체가가져야할태도와모양새를당사자가아닌가부장남성이결정하는과정에는대개모멸적인언어와폭력이동반한다.‘화인’의목에서타투를발견한순간아버지의폭행은극에달하게된다.아버지의일상적폭력에무뎌진화인이지만,아버지에게맞고밟히고머리가잘려나가는가운데공포는분노로옮겨가게되고,‘화인’의모든것이훼손되는듯한순간,“제일절박했던순간에,이러다죽을것같았을때”자신을지켜주리라믿었던일이실제로벌어지고만다.던져진세상에서구원의힘을경험한화인은다시일어나새로운삶을꾸려나갈수있을까.

“일종의선언이나도전같은염료자국이손목에남았다.”
―삶을바꿀단한번의충동

“시미가확인하고싶은것은
일반적인몸을가진평범한사람들에게행한작업의결과물이었다.
기미와뾰루지와모공각화증이있으며투실하든지깡말랐든지
하여간평생무대에오르거나경기장에들어설일없는일상을사는,
보통사람들의몸에새긴문신을.”_p.45

『심장에수놓은이야기』는‘내일모레오십’을바라보는중년여성‘시미’이야기를구심점에두고펼쳐진다.서른살에아들하나를두고남편과이혼한후,영업전선에서뛰어온‘시미’는보통의여성이사회에서경험하게되는많은‘침해’와‘훼손’의순간들을무수히견뎌온사람이다.시미와비슷한나이의남성이별다른성과없이‘상무’직급에앉아비대한자의식으로모두를불편하게만드는것과비교할때,‘시미’의세월은그반대의방향을향했다.그러나폭력적인가정에서도망쳐자신의삶을살려고애쓴‘시미’였지만요즘처럼무엇을하더라도SNS를통해자아를노출하고팽창시키는것이자연스럽게여겨지는시대를바라보면서,스스로가여러모로뒤처지고어울리지않는사람이라고느끼고있다.
그런시미에게머리를포니테일로올려묶은이십대여성동료‘화인’의목덜미에꿈틀대는샐러맨더문신은신선한충격을준다.과거조직폭력배의그것처럼자신의소속을드러내고타인을위협하는도구였던문신이,지금은오직개인의개성과메시지를표현하는패션의한종류가되었다는것.붉은도롱뇽문신이전하는생동과충동은거칠거칠하고주름진피부도자신만의메시지를담아낼수있을지,시미는매혹과두려움에휩싸여주의깊게자신을들여다보게된다.과연시미는자신의몸(피부)에새길자신만의메시지를찾을수있을까.

“실은피부에새겨진건자신의심장에도새겨지는겁니다.”
―세상의모든악의와위험으로부터지켜줄기도같은소설

“당신은살아오면서어떤호의와……
얼마만한경멸과때로는악의를만나왔기에,
자신을지키는부적을온몸에그릴수밖에없었을까요?”_p.136

한회사의옆자리에근무하고있지만,이십대화인과곧쉰살이되는시미는서로의개인사는잘알지못한다.다만‘상무’라는공통의적에맞설때에만느슨하나마연대감을느끼는정도다.어느날시미는화인의아파트에서폭파사고가났다는기사를접하고화인을떠올리지만늦은시간메시지를보낼정도로는친하지않다는판단으로연락하기를그만둔다.그러나다음날사무실로찾아온경찰들에의해사고가바로화인에게일어났다는사실을알게된다.며칠후화인의병실을찾은시미는사건뒤에숨은비밀을듣게되고,이후기사로알게된삼십대여성작곡가와중소기업대표의운전기사M씨에게일어난사건들을연결시키며서로인연없는사람들의사건을꿰어나가기시작한다.일부사람들이전에는생각지도못했던비밀을공유하고공모하는것만같다는생각에지루한일상을사는시미는공연히가슴뛰는순간을맞게된다.시미는알지못하는이들사이의비밀앞에서사람들이간절하게바랐던일들,“내몸이어제와는달라지기를,나를둘러싼외부조건이나상황이조금이라도좋아지기를”바라는마음을생각한다.살면서누구나말못할고통과불행을맞닥뜨리지만자신의의지만으로극복해내기란쉽지않다.누군가를해치는주문은아니더라도,자신을수호하는작은버팀목이되어줄기도를새기는일은어떤염원이이뤄지지않더라도한사람을살리기에충분한일이아닐까.상처와흠집에홀린듯자신의몸에그림을새겨넣으며새로운인생을갈망하는일,그리고그갈망이가져다준단한번의환상체험은전염병이돌고사이비가창궐하는시대에도자신을지키고긍정을잃지않게도와줄것이다.우리에게지금,가장필요한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