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김솔 짧은 소설)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김솔 짧은 소설)

$14.00
Description
세상의 이면, 두려움이 자라나는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잔잔한 일상을 끊임없이 흔드는 김솔의 농담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
김솔만의 감각으로 그린 군상화

“이미 모든 책들이 책에 대한 책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모든 인간은 모든 인간의 꿈으로 빚어져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_ p. 142 「기록」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8년 간, 두 권의 소설집과 네 권의 장편소설을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소설가 김솔이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아르테)을 선보인다. 이번 소설집은 2017년 ‘세계의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특유의 몽상적인 문장들로 풀어낸 짧은 소설 모음집 『망상,어語』에 이어 3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짧은 소설 모음집으로, 밀도 높은 현재성과 기발한 상상, 이국적인 인물과 문체 등 오직 김솔만이 선보일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김솔은 역사, 과학, 윤리, 종교, 철학, 신화 등 해박한 지식을 작품에 인용하여, 이 시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문학적으로 빚어내는 글쓰기를 지속해왔다. 특별할 것 없고 보편적일 수 있는 하나의 상황조차 역사적 사실과 접목해 문명적 흐름이라는 거시적 관점으로 옮겨와 현 시대를 조망하는 결정적 사건으로 빚어내는 데, 이런 전환의 힘은 김솔 소설만의 백미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작은 변화나 위협으로 얼핏 드러났다 사라지는 아이러니의 순간들은, 김솔의 작품에서는 그가 구축한 알레고리에 의해 ‘세계의 이면’을 드러내는 단서가 된다. 특히 이번 소설집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은 국적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소와 인물 들이 등장하는 40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이 시대가 필연적으로 품는 아이러니와 그 근원을 날카롭게 포착해낸다. 깊은 물 아래 잠들어 있던 괴물 같은 세상의 실상이 어느 순간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앞에 선 인물들은 진실 혹은 몽상, 어쩌면 그 어느 곳도 아닌 방향으로 나아간다. 우리의 일상이 균형을 잃는 순간 감지되었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우리는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을 통해 맞닥뜨리게 된다. 40편의 군상화 같은 이야기에서 겹쳐지는 우리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저자

김솔

1973년광주에서태어났다.2012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내기의목적」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암스테르담가라지세일두번째』『망상,어語』,장편소설『너도밤나무바이러스』『보편적정신』『마카로니프로젝트』『모든곳에존재하는로마니의황제퀴에크』가있다.제3회문지문학상,제22회김준성문학상,제7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꿈에파란색털의토끼가등장하면
생일
복제
소문
각인
여행
친구
이름
그림자
재앙에서기적적으로살아남는방법
직장인들의대화
반야심경
나침반
고독사
첨단공포
가려움
삼촌
믿음
기록
습격
살아남은자들이경험하는방식541

2부.잠시걸음을멈추고신기루를
형제
인터뷰
예술가
알파벳
증거재판주의
34.5도
거래
서치
회수
해독
독서
마일스데이비스
크로키
허기
청혼
다리
리모컨
콰토르지엠Quatorziame
아잔Azan
그녀앞에서:카프카의「법앞에서」변주곡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진실과몽상사이를서성이는인간,김솔식슈뢰딩거의고양이

“굳게닫힌문은침묵처럼틈없이단단했고어둠과완벽하게어울렸다.
문을두드리는순간모든기억이산산이부서져서흔적도없이사라질것같아두려웠다.
나는문안쪽이스스로밝아지기를기다리며한참을서성였다.”
_p.304「그녀앞에서:카프카의「법앞에서」변주곡」

『살아남은자들이경험하는방식』속인물들은국적도나이도성별도모두다르지만,작가가포착한아주짧은찰나의순간,삶의균열에붙박여있다.그들은일상이기묘하게흔들리며틈을벌리는순간을저마다경험하는데,이작은균열을통해본능적으로‘세상의이면’을감지한다.아무도직접경험해본적없고인간의인식을넘어선장소인그미지의영역은김솔이글쓰기를통해끈질기게부딪혀온경계,지우며나아가고자했던궁극의가장자리와맞닿아있다.『살아남은자들이경험하는방식』은이경계를마주한소설속인물들이각자의방식으로살아내고있는이야기이자,김솔작가의끊임없이잔잔한일상을흔드는‘시도’의기록이기도하다.
이러한미지의세계를이해하기위한인간의노력은진실을향해나아가는용기있는한걸음일수도,방향을잃은채끝없이헤매는몽상의시작이될수도있다.김솔은인간이‘도저히설명할수없는암흑과고요(「여행」)’를신의이름으로명명한다고보았는데,‘절대적인것에편의적으로나마이름마저붙이지않는다면인간은자신의삶을설명조차할수조차없’고‘대상을통해서만자신을인식하는’불완전한존재이기때문이다.세계가언어를통과해인간의인식속에안착될때실재보다축소되는것이필연적이라면,미지의영역은온전히이해되지못한채영원히가능성으로만존재하게된다.이러한김솔의관점은,인간인식의필연적인한계를드러낸다는점에서‘슈뢰딩거의고양이’를연상케한다.그렇기에그경계앞에주저앉아조금도나아가지않기를선택한인물뿐만아니라거짓을선택한인물조차김솔의세계에서는동등한지위를얻게되고,죽음과도같은미지의벽앞에선인물들은모두‘살아남은자’가된다.소설속인물들이자신의경험을고백하는목소리에따라우리는그세계를때로는안개속을걷듯몽환적으로,때로는귀엽고발랄하게여행하듯통과하게될것이다.

허상위에지어진세계를향해던지는질문

“법적공방은먼저흥분한자들이반드시패배하는게임이다.
상대가틈을보였다싶으면가차없이찔러대라.
대중이보는앞에서서로에게침을뱉거나욕설도퍼붓고신발도벗어던져라.
그러면대중은당신들의사연에관심을갖게될것이고
무의미한행동하나에도의미를부여할것이며당신들을위해기꺼이싸워줄것이다.”_p.168「형제」

여덟살차이나는쌍둥이동생을받아들일수없는소녀(「복제」)와무슬림을테러리스트라고주장하는의사(「가려움」)가동원하는과학적사실부터아내의공공연한배신을끝까지부정하기위해그리스신화를복기하는남자(「믿음」)까지,『살아남은자들이경험하는방식』의인물들은역사적·과학적사실과신화까지적극적으로동원해자신의주장을정당화하는근거로인용한다.김솔은하나의인물이주장하는바를위해방대한학문적자료와지식을아낌없이치밀하고설득력있게덧붙이는데,이는무해한진실이라여겼던모든것들이개인의감정에동원되었을때얼마나쉽게왜곡될수있는지를보여준다.우리가당연하다믿어왔던사실들에김솔이만들어낸작은알레고리만으로도예측불가한결말이되어버린40편의이야기를모두읽었을때쯤엔,우리는역사적으로반복되었으나쉽게삭제된모든혼란을직시할수밖에없게된다.왜냐하면우리의역사는이다채로운여러개인의욕망과감정의추동이부딪히며만들어진궤적과다르지않기때문이다.
즉,김솔의소설을읽는동안우리는우리의모든것을의심하게된다.우리한사람의생애보다더오래존재해왔고앞으로도더오래존재할문명의모든것들에대한의심이다.문명은늘옳은방향으로나아왔는가.역사가진보한다고말할수있는가.문명의진보에도불구하고더욱가속화하는이상기후,새로운전염병의창궐과같은‘새로운징후들’은이제인간이기존의방식대로세계를이해하는데한계에다다랐다는증거는아닌가.그렇게김솔은인간이걸어온모든길을탐색하면서모든방향으로끊임없이질문을던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