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을 이야기 (팬데믹 테마 소설집)

쓰지 않을 이야기 (팬데믹 테마 소설집)

$11.00
Description
팬데믹 재난부터 ‘n번방’이 표상한 사회적 병증까지…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오래 기억되어야 할 이야기들
전염병 아래 감춰진 이 시대의 진짜 얼굴을
선명하게 포착한 네 편의 소설

2020년의 시작부터 WHO에 의해 감염병 최고 등급으로 선포된 코로나19는 전 세계 인류를 동시에 공포와 혼란에 빠뜨리며 유례없던 ‘팬데믹 시대’를 열었다. 그 속에서 한국 사회가 경험한 사회적 병증은 코로나19로 알려진 생물학적 병증만이 아니었다. 2019년 하반기에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던 ‘텔레그램 n번방’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난 것이다. 운영자 16명, 2차 유포자 50명뿐만 아니라 구매자까지 포함하면 총 26만 명으로 추산되는 성착취 범죄에 가담한 가해자의 숫자는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곳에 퍼진 사회적 병증에 대한 경각심을 넘어 공포를 느끼게 했다.
네 명의 젊은 작가 조수경, 김유담, 박서련, 송지현의 시선으로 코로나19로 시작된 팬데믹 재난부터 n번방이 표상한 사회적 병증까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대를 선명하게 담아낸 팬데믹 테마 소설집 『쓰지 않을 이야기』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쓰지 않을 이야기』의 네 편의 소설은 앞으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이 시대적 병증의 실체를 마주하게 하면서도, 이토록 공포에 질린 순간에도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주었고 앞으로도 되어줄 수 있는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미 우리 각자가 내재한 힘만으로 일으키는 변화를 보여주면서 지금 이 시대가 결코 공포의 시간으로만 기록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한다.

“일찍이 인류는 위기를 피하기 위해 기억하고, 기억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전염 사회에 관한 한 어떤 형식의 글보다도 이야기가 필요한 것은 이야기야말로 낮은 위기관리 능력을 지닌 인간이 만든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 소설가들은 결코 승리의 역사로 끝나지 않을 이 감염의 시간을 살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인간’을 다층적이고 다면적으로 바라본다. 바이러스의 공격에 멈춤으로 응수하는 개인에서부터 이후를 상상하고 준비하는 개인에 이르기까지, 각자 다른 세계에 뷰파인더를 맞추고 있는 네 편의 소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리가 모르거나 충분히 알지 못하는 ‘전환 시대의 인간’을 기록한다.” _박혜진(문학평론가)
저자

조수경

2013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젤리피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아침을볼때마다당신을떠올릴거야』로소나기마을문학상황순원신진상을수상했다.소설집『모두가부서진』등이있다.

목차

그토록푸른_조수경
특별재난지역_김유담
두逗_박서련
쓰지않을이야기_송지현
해설_전염병이지나간자리_박혜진(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지금우리가앓고있는병,
우리가견뎌야만했던부조리한세계의실체
‘전염병’은개체간전이가가능한하나의병원체로시작해집단적으로유행하는병을일컫는다.코로나19바이러스는인간의신체에직접적인영향을끼쳤지만,실제로는인간신체를속박할뿐아니라전세계의사회경제적인기능을모두마비시켰다.‘n번방’사건은어떤가.직접적인피해는법리적으로명백히인정되는범죄피해자뿐이겠지만,이사건은이시대한국을살아가는모든이들에게쉽게치유될수없는트라우마를남겼다.이렇듯전염병은그것자체가가지고있는기능의단순함을넘어점차복잡다단한현상을거듭일으키며공동체를마비시키고순식간에모든사회를집어삼킨다.그리하여우리가일상에서볼수없던사회구조가내포하고있는위험성의실체를드러나게한다.
조수경소설「그토록푸른」은여행사에서비정규직으로일하다집단감염병때문에1순위로해고되어새벽배송물류센터에서아르바이트를시작한평범한30대여성주소영의이야기이다.전염병의확산으로배송업무가늘고주인공은다행히일자리를얻게되지만,전국각지로식품을배송하는물류센터는확진자가나오면업장이폐쇄되어매출에치명적인악영향을받기때문에기업은시간과비용을들여시간제근무자를보호하거나관리하지않고형식적이고간단한문진표로대신하며,생계를위협받아한계에내몰린개인은자신과공동체에닥칠수있는위험성을감지하고도은폐하며거짓을선택하게된다.「그토록푸른」은전염병으로인해순식간에취약해진사회경제적시스템속에서삶의기반을잃고안정성마저송두리째빼앗긴개인의삶을실감나게보여준다.
김유담소설「특별재난지역」은실제코로나19사태초기에확진자가무더기로나왔던지역경북청도에사는60대여성일남의이야기를담고있다.일남은요양병원에모신아흔두살의아버지를통해코로나19재난을,이혼한아들이맡긴초등학생손녀를통해미성년자성착취재난을동시에경험한다.일남이맞닥뜨린거대한두개의재난은이세계에버젓이존재하고있는현실이지만,일남이가진기존의상식과윤리로서는절대로이해할수없고상상할수도없는영역이다.그럼에도아버지의장례를치르고손녀의어깨를힘주어안으며끝까지지켜줄것을다짐하는일남의모습은우리가가진일상을지키려는의지가재난을어떻게견뎌내는지,이런보통의마음이어떤능력을발휘하는지목도하게한다.

이미우리안에존재하는힘과희망에대하여
우리는태어날때부터저마다의몸속에외부병원체에저항할면역물질을생성하는면역체계를가지고태어난다.빠르게변이하는바이러스만큼이나우리몸의면역체계또한그변화에기민하게대응하는데,우리가병원체에감염되었을때흔히느끼는열과통증은파괴적인바이러스의작용임과동시에우리의면역체계가바이러스에대처하며발생하는자연스러운현상이기도하다.때때로인체의자연스러운치유과정은그렇게기이한열과통증을필연적으로동반한다.
박서련소설「두痘」는1990년대를배경으로전교생이열여덟명뿐인시골의작은분교로첫발령을받은교사진화의시선으로이야기를시작한다.한아이의몸에돋아난빨간돌기를발견한진화는이어다른아이들의몸에서도같은돌기를발견해수두라고생각하고보건소를찾았다가,이돌기가수두가아닌성병을암시하고있음을알게된다.조용한시골풍경아래은폐된폭력의세계를마주한진화는충격에빠지지만,“누가함부로만진자리에돋는게아닐까.더만지지말라고”라는동료교사채은의말에이증상은병이아니라경고일수있음을가슴아리게깨닫는다.그리하여천진난만하게피구를하는아이들의몸에돋아난돌기가마치“크리스마스트리를수놓은전구처럼”빛나는모습을보며,더이상아이들이처한고통과진실이감춰지지않고드러날것이라는믿음을마주하게된다.
송지현소설「쓰지않을이야기」는20년동안중국과홍콩을오가며살다가전염병으로인해귀국한아빠의모습과남자친구를만나기위해어린시절살던소도시를방문하는일상의풍경을보여준다.20년이라는시간이지나는동안가족들은이미저마다의방식으로변해버린각자의일상을살아가고있다.이미변해버린일상의풍경은과거로돌이킬수없음을체감하게하고,그감각은덤덤하지만아릿하다.문학평론가박혜진은해설을통해“이상실의감각을비관적체념으로만읽지는않는다.오히려다가올미래를위해반드시필요한감각”이라고말한다.왜냐하면“떠나갔기때문에,혹은떠나왔기때문에작별했던그시절은분명지금은존재하지않는사라진세계이지만사라졌기때문에다시나타날수있는‘가능한세계’”가되었기때문이다.
우리의면역체계는한번감염된병원체를세포의형태로몸속에기록하고살아있는동안평생을기억한다.평생을기억하기때문에같은병에걸렸을때통증도느끼지못하는채로지나갈수있는것이다.『쓰지않을이야기』는이렇게지금우리사회가앓고있는전염병이안겨준통증이결코작지않았다하더라도,우리는그시간을단지감염의시간으로만기록하지않게될것임을,우리가함께지나가는거대한면역의시간이될것임을담담하고도따뜻하게보여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