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의 삼국유사, 이 땅의 기억

이주향의 삼국유사, 이 땅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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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철학자 이주향이 [삼국유사]가 어떻게 ‘나’를 만든 이 땅의 기억인지를 찾아, 사유하는 시각으로 풀어 쓴 책.
[삼국유사]는 이 땅의 기억이다!
[삼국유사]를 소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철학자 이주향은 신화(神話)에 관심이 많다. 신화에는 인간의 원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작된 신화 여정 제1탄 『그리스 신화, 내 마음의 12별』을 펴낸 지 2년 만에, 이번에는 한국 신화의 효시 격인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대한 에세이를 써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대한 책은 시중에 너무 많이 나와 있다. 원전 그대로 펴낸 것, 원전을 축약한 것, 해설서, 청소년판, 어린이판 등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이주향처럼 독특한 시각으로 써낸 책은 드물다. 인간은 저마다 자신의 등에 자기 이야기를 지고 나온다고 믿는 그는, 이야기 속에서 나를 보고 우리를 본다. 그녀가 본 에밀레 종에는 고통을 대면할 줄 아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만파식적 이야기에는 살아 있는 소리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 근원이 들어 있다. 조신의 꿈 이야기를 통해서는 삶은 꿈이 아닐까, 묻고 있다.
이주향에게 비친 『삼국유사』는, 이 땅의 기억이다. 그는 말한다. 일연 스님이 모아놓은 이야기 이야기를 음미하다 그 이야기가 지금 우리 속에도 있어 우리 삶을 비추는 맑은 거울이 된다고.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소화하는 일이야말로, 이 땅을 이해하는 일이며, 나를, 나아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저자

이주향

수원대학교에서철학을가르치는철학자다.EBS<철학에세이>,KBS제1라디오<이주향의책마을산책><이주향의문화포커스><이주향의인문학산책>등의프로그램을진행했다.현재한국니체학회회장이다.역사적시간을뚫고나오는신화적시간에관심이많은그는『그리스신화,내마음의12별』을펴내기도했다.『이주향의삼국유사,이땅의기억』은신화적시간,원형적시간의관점에서『삼국유사』를조명한책이다.

목차

시작하면서|우리는이땅의기억5

제1장내안의만파식적
내안의만파식적萬波息笛21
에밀레,그대를위하여울리는종이리니27
용궁에서온『금강삼매경』36
원효와두여인43

제2장나는방랑자이자산에오르는자
백월산의전설,그리운것들은백월에빛난다!57
백월산의두도인,노힐부득과달달박박63
견훤과왕건,대립하는리더76
선화는서동을몰래안고84
단군,손님이신이다!95

제3장꿈인줄알고살아갈수있다면
조신의꿈105

경주황천,그건도깨비장난이었을까114
해인사의쌍둥이연인불121
늙어서도아름다운나무129

제4장저마다의방법을찾아서
단순하게살기,진주의욱면에게배운일심143
당신의목탑,Letitbe!154
의상이라는마니보주164
쑥과마늘의시간,고통의연금술173

제5장‘나’는이땅의기억
미추왕을아세요?185
자장스님과성철스님의삼천배194
탑돌이와호랑이신부203
어머니를구해낸아들이야기211

마치면서|시간밖의시간,백팔배속으로221

출판사 서평

신라에서가장화려했던황룡사9층목탑이타고남은자리에서생각한다.
“황룡사옛터의아침,떠오르는해가좋다!허허로움이좋다!”

『이주향의삼국유사,이땅의기억』의표지는황룡사9층목탑이있던자리에서맞이한일출사진이다.이사진에이책전체를요약하고있다면서이주향은이렇게말한다.

“나는폐사지를좋아합니다.폐사지의바람을,햇살을,달빛을,바위를좋아합니다.무엇보다도그허허로움이좋습니다.과거의영화를망각한채수백년혹은천년의시간을흘러온그곳은산전수전다겪은온화한할머니처럼나를무장해제시킵니다.거기가아이들의놀이터가되고,연인들의데이트장소가되고,가슴속기원을품고있는사람들의기도처가되는것은너무나자연스럽습니다.어떠한진입장벽도없고그만큼자유로우니.
유년시절융은‘나의돌’이라고그가부른돌위에앉아생각의유희를펼치기를좋아했습니다.거기서그는내가돌위에앉아있는것인지,아니면내가돌이고어떤이가내위에앉아있는것인지,하는의문을던집니다.그런데그의문은억지스럽게짜낸것이아니라자연스럽게생긴것이라고합니다.어쩌면돌이그에게말을건것일수도있겠습니다.
인간에비해돌은영원하지요?돌은영원합니다.영원에관점에서순간을사는‘나’는영원이제기한하나의물음인것은아닐까요?융은이렇게말했습니다.나는우주가제기한하나의물음이라고.돌위에앉아있는어떤이는영원이제기한하나의물음입니다.그물음은지금영화를누리는데만족하거나과거의영화를회복하겠다고기를쓰는곳에서는생겨나지도,해소되지도않습니다.
황룡사는신라에서가장화려했던곳입니다.충분히영화를누려봤기때문에영화의본질을잘알고있고,그래서영화에흔들리지않을것같지요?영화에초연한그곳,저바위에걸터앉아힘을빼고내가나에게너는누구인지,어떻게살고싶은지물어보고싶지않으세요?
황룡사옛터의아침떠오르는태양이참좋습니다.”

사진은이주향선생의오랜인연인정선자선생이찍었다.그녀는전국을누볐다.경주감은사,불국사,남산,황천(남천),황룡사터,흥륜사,문무대왕릉,군위인각사,양양낙산사,진전사,합천해인사,익산미륵사,양산통도사,창원백월산,대구파군재등을답사했다.본문의내용에맞는사진을찍기위해사계절을보내고,밤낮을가리지않았다.그결과가『이주향의삼국유사,이땅의기억』속사진이다.

한국인이라면누구나읽어야할『삼국유사』,불교가정신적인배경이되는내용이긴하지만,종교에구애없이읽을수있다.반드시원전완역을읽어야한다는고정관념은버리자.그러한편견을깨고,철학자이주향이들려주는대로『삼국유사』를읽다보면,옛이야기이지만,소설보다더재미있고감동적이라는사실을깨닫게될것이다.또한그의눈을통해본『삼국유사』를읽으며인생의지혜를배우게될것이다.

[책속으로이어서]
그는잘나가는사내였습니다.유학시절당나라에서문명을떨칠정도였으니.최치원이문장가라는것은석굴암과불국사를지은김대성을찬탄하는『삼국유사』의한대목에서도확인할수있습니다.“대성은동악기슭에일찍이절을지었는데,이는해가지려할때높은산이먼저알고해가누울잠자리를마련하는것과같은일이었다.”
해가누울잠자리를마련하는심정으로절을지었답니다.대성도,치원도대단하지요?최치원은화려한유학을다녀왔고진성여왕의눈에들었습니다.
그러나중앙귀족의반발과여기저기서일어나는민란을어쩌지못해여왕이물러나자그도물러나야했습니다.꽃길만걷던그에게얼마나치욕이었을까요?그는정처없이유랑했다고전합니다.그건세상과의단절이기도했고,새로운세상으로가는징검다리이기도했겠지요.
자신이감내해야할생의무게를버거워하며번잡한생에대해침묵하고침묵하면서고독한유랑의길위에있었던그는생의마지막에마침내인적드문가야산에들었습니다.그쯤그는세상사를툭툭털수있는힘을갖게되지않았을까요?마침내그는거기에다유랑생활을함께했을지팡이를꽂았습니다.마치죽을자리를찾은것처럼.그런데거기,그와함께헤매며방황하며그의무게를지탱해준지팡이에서싹이나고줄기가솟은겁니다.그의유랑이,그의고독이,그의삶이진짜였음을증언하듯이._130~132쪽

세상과거리두기를하는현자가세상에나와던지는어떤한마디는천년의시간을넘어옵니다.천년의시간을건너온,본질을꿰뚫는통찰력에끌리면우리는그힘이어디에서왔는지그의고유한길을더듬게되지요?
통일된신라를굳건히하고자한문무왕이성벽쌓는일을의상스님에게의논하며도움을구하자의상스님은이렇게말했답니다.
“왕의정치가올바르면땅위에선하나긋는것만으로도성벽을삼을수있지만,왕의정치가그릇되면철통같은성벽속에서도백성의안위를지킬수없는법입니다.”
저통찰과자신감은어디서오는걸까요?그는어떤길을걸어우리가아는의상이됐을까요?
저마다고유한길이있지요?자신만의고유한그길은자기자신이되는길입니다.어쩌면원불사상은그고유성과맞닿아있는것인지도모릅니다._164~165쪽

우리는하늘에서왔습니다.풍백風伯과우사雨師와운사雲師를거느리고태백산신단수아래에신시神市를세운,하늘의아들환웅이우리의아버지,아버지의아버지,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입니다.우리의어머니,어머니의어머니,어머니의어머니의어머니는곰이었다지요?
『삼국유사』에나오는그유명한이야기에따르면인간이되고싶어했던곰과호랑이가같은굴속에살았다고합니다.곰을토템으로했던부족과호랑이를토템으로했던부족일거라고추측합니다.새로운강성부족이짠,하고나타나곰을토템으로하는부족과혼맹을맺어강인한부족국가가되면서호랑이를토템으로하는부족을밀어낸이야기일거라고.
그역사적상상력에심장이쿵쾅쿵쾅뛰던시절이있었지만지금내관심은‘신화’입니다.그러니관점이바뀌네요.내가관심을두는건‘쑥’과‘마늘’,그리고‘동굴’이라는은유입니다.『삼국유사』에따르면인간이되고자신웅神雄에게빌었던그들에게하늘이준것은쑥한심지와마늘스무개였습니다.
재미있지않나요?인간이되기를원했던그들에게하늘이일차적으로준것은그들이원했던인간의모습이아니었다는사실이.그보다는삼키기어려운쑥과마늘,그리고견디기어려운동굴의시간100일이었습니다.
살다보면인내해야할일이많지요?쑥과마늘처럼목으로넘기기어려운일들이많습니다.생각해보면쑥과마늘을피해갈수있는인생이있을까요?나는지금도종종고통과마주하고있습니다.고통을죄의결과거나삶을제대로살지못하는증거라고믿었을때는고통을그자체로대면하지못하고고통에쉽게동요하거나의기소침해졌습니다.왜이리어려우냐고,죄지은것도없이억울하다고호소하며기도하기도했습니다.고통을견딜힘이없는사람들이그렇듯이왜‘나’냐고항변한거지요?생각해보면그것이야말로오만이었습니다.왜고통이‘나’만을피해가야할까요?_173~176쪽

서산대사가말합니다.“예배한다는것은공경하는것이며굴복하는것이다.禮拜者敬也伏也
참된성품을공경하는것이며무명을굴복시키는것이다.恭敬眞性屈伏無明”
이상합니다.절을하면겸손해지고고요해지고순해집니다.절을하는마음으로산다는것은욕심으로어두워진마음을거둬내고겸손한마음으로길을간다는것일겁니다.욕심과노여움으로어지러워지면길을잃게되니.
누더기옷도초라하지않고,차릴것도없을만큼소박하기만했던식사도넉넉하기만했던스님의진면목은불사로화려해진가야산해인사백련암에서조차찾을길없는데벌써20년이넘었네요.그가열반에든지.세월은정말빠르고도무정합니다.그래서성철스님은생전에그토록삼천배를시켰던것일까요.‘나’를바로보지않으면‘성철’도‘조사’도,‘부처’도모두헛거라고.‘나’를바로보지못하면부귀영화가무슨소용이겠냐고._199~200쪽

복의근원은무엇일까요?복의근원은돈도명예도사랑도아닌것같습니다.복의근원은수치와두려움까지감당할수있는진실의힘입니다.진실하지않으면돈도,명예도,권력도,사랑도허무하기만하니까요._2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