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커피 (음악, 커피를 블렌딩하다)

베토벤의 커피 (음악, 커피를 블렌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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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음악평론가이자 커피로스터인 조희창이 카페 ‘베토벤의커피’를 경영하면서 쓴 커피와 클래식 음악 에세이.
“커피 한 잔이 주는 위안과 음악 한 곡이 주는 행복”
꿈꾸고 채우고 나누는 공간 베토벤의커피 이야기

“매일 아침 나는 더할 수 없는 내 벗과 만난다. 아침에 커피보다 더 좋은 것은 있을 수가 없다. 한 잔의 커피에 담긴 60알의 원두는 내게 60개의 아이디어를 가르쳐준다.”
루트비히 반 베토벤은 이렇게 말하면서 매일 의식을 치르듯이 커피를 내리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다고 한다. 커피 한 잔은 예술가들의 정신을 일깨우는 작은 사치품이었다. 가난한 바흐에게, 귀가 들리지 않는 베토벤에게, 외로운 브람스에게 커피는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베토벤의 커피』는 음악평론가이자 커피로스터인 조희창이 지난 2년 동안 월간 「맑은소리 맑은나라」에 연재한 에세이를 엮어낸 책이다. 저자 조희창은 클래식에서부터 영화음악·재즈·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으로 음악 강의를 펼치고 있는 음악평론가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아카데미를 10년 동안 이끌었고, 지금도 천안 예술의전당, 울산문화예술회관 등에서 고정적인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양산 통도사 강변길에서 음악카페 <베토벤의커피>를 경영하며 커피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매일 만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커피라는 최고의 기호품과 위대한 음악가들이 남긴 불멸의 명곡들을 크로스오버적으로 조망해놓았다. 카페라테를 마시면서 말러 교향곡을 생각하고, 브라질 원두에서 비발디의 「사계」를 이끌어내며, 예멘 모카에서 쇼팽의 「발라드」 이야기를 담아냈다. ‘오늘의 커피’는 그날의 음악을 만나 ‘하루치의 행복’이 된다. 그 소박하면서도 미묘한 정서적 순환을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글로 채워놓았다.
각 글의 끝마다 ‘놓칠 수 없는 음반’과 ‘유튜브에서 보고 듣기’(24~25쪽 외)를 실어놓아, 본문에 설명된 곡을 QR코드와 연결시켜 명연주자의 영상을 곧바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저자

조희창

음악평론가이자커피로스터다.소니뮤직클래식담당,KBS방송작가,월간「객석」기자,「그라모폰코리아」편집장,윤이상평화재단기획실장,이탈리안레스토랑,화덕피자집경영등다양한직업으로밥벌이를했다.지금은서울세종문화회관,천안예술의전당,대구수성아트피아,울산문화예술회관,울산중구문화의전당등에서정기적으로음악강의를하고있다.동시에양산통도사앞자신의카페<베토벤의커피>에서커피를볶으며‘해설이있는음악회’와‘불금클래식’을하며심심찮게지내고있다.
음악에철학·역사·문학등다양한분야를접목해졸리지않는강의를하고있는인기강사다.최근에는연주자들과함께‘조희창식렉처콘서트’를진행하며재미있는클래식강의를펼치고있다.저서로는음악사의위대한연주자들을다룬『전설속의거장』과본격적인클래식음악감상을위한『클래식내비게이터』가있다.
『베토벤의커피:음악,커피를블렌딩하다』는음악평론가이자커피로스터인조희창이카페<베토벤의커피>를경영하면서쓴커피와클래식음악에대한크로스오버인문학에세이다.일상의행복을위한키워드중하나인커피와클래식의세계에쉽고편안하게안내하고있다.다음책으로는클래식명연주자를조명한‘마에스트로열전’을구상하며집필하고있다.

목차

006들어가는말|맛의요정,음악의신을위하여

제1장 꿈꾸다
017햇볕에기댄시간
☞브라질옐로버번&비발디「사계」
026향기가춤을춘다는그말
☞에티오피아예가체프&바흐「플루트소나타」
036내사랑,울지말고노래해요
☞멕시코커피&트리오로스판초스「첼리토린도」
046말은음악을그리워하나니
☞예멘모카마타리&쇼팽「발라드」
054맛과이야기를채운잔
☞커피잔&그리그「페르귄트모음곡」
064오페라같은커피의그리움
☞커피의진가&베르디「리골레토4중창」
072그사람만의그목소리
☞향커피&푸치니「아무도잠들지못하리」
082세상의모든밤을위하여
☞커피의손맛&쇼팽「녹턴」

제2장 채우다
095우리는아무것도소유하지못해
☞케냐AA&모차르트「클라리넷협주곡」
104함부로천사를만들지말라
☞코피루왁&베토벤「교향곡3번‘영웅’」
114한잔의커피,한곡의노래
☞가비(??)의역사&정지용「고향」
124잡초의힘,집시의생명력
☞인도로부스타&브람스「헝가리무곡」

134천사와악마사이의커피
☞커피수난사&존레논「이매진」
144어느날문득다가오는것들
☞핸드드립&슈베르트「현악5중주」
156커피에서느끼는변주의미학
☞인도네시아만델링&바흐「골드베르크변주곡」
166소중한친구를만드는비법
☞카페라테&말러「교향곡5번」

제3장 나누다
179섞여있어서좋은세상
☞커피의블렌딩&브람스「바이올린협주곡」
188세상에서가장어려운말,균형
☞콜롬비아커피&모차르트「후기교향곡」
198로마로가는길은수십가지가있다
☞과테말라안티구아&스트라빈스키「봄의제전」
208최고의피서는예술에몰입하는것
☞아이스커피&드보르자크「현악4중주‘아메리칸’」
218커피는가장급진적인음료수
☞커피의혁명성&베르디「노예들의합창」
228매너가사람을만든다
☞교양의목표&멘델스존「무언가」
238겨울밤을지키는낮고따스한소리
☞아메리카노&찰리헤이든「미주리스카이」
248좋은사람을만날수있는곳
☞카페의조건&슈만「피아노4중주」

258맺음말|오늘의커피,하루의음악

출판사 서평

커피는어떻게음악과만나는가?커피에서느끼는변주의미학
베토벤들으며커피내리는남자조희창이들려주는커피칸타타

조희창은1990년소니음반사의클래식담당으로시작하여,KBS1FM과1TV의방송작가·월간「객석」기자·「그라모폰」편집장·윤이상평화재단기획실장을거쳐,서울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고양아람누리극장등에서대중의눈높이에맞는음악강연을해온지올해로15년됐다.
이책은음악평론가조희창이33년간의서울생활을접고경상남도양산통도사옆에자리한카페를시작하면서부터일어난일상을담고있다.카페이름을<베토벤의커피>로지은까닭은실제베토벤이매일60알의원두를세어서의식을치르듯커피를내린마니아이기도해,‘음악카페’로서의정체성을내보이기에좋았기때문이다.
본격적인클래식감상을위한해설서『클래식내비게이터』와,음악사(音樂史)상위대한연주자들을다룬『전설속의거장』등본격클래식애호가를위한책을출간했던그가,오히려클래식에입문하고자하는사람들로독자대상의문턱을낮춘이유는무엇일까?그것은,음악에대해잘은모르지만음악을많이듣고느끼고싶어하는클래식입문자에게좀더일상적이고정서적으로다가가기위해서다.매일<베토벤의커피>를드나드는손님,자신의강의를들으러오는수강생들과호흡하다보니,오히려이들을위해어깨힘을빼고가볍게클래식에다가갈수있는입문서를써낼필요를느꼈던것이다.즉이책은지식과교양이농축된키워드라할수있는‘커피’와‘클래식’의세계에,쉽고편안하게들어가고자하는모든사람을위해기획되었다.
그의음악카페‘베토벤의커피’가지향하는콘셉트가‘꿈꾸고나누고채우는공간’이다보니,본인이아는온갖음악적지식을자랑하듯권위적으로써낼필요가없었다.오히려본인이알고있는지식을충분히녹여전달하는데더공을들였다.음알못(음악을알지못하는사람),클알못(클래식을알지못하는사람)들도어렵지않게다가갈수있게끔,각각의글마다‘한잔의커피’에어울리는‘한곡의음악’을콘셉트로총24종의커피,이에걸맞은음악24곡을추천했다.
저자조희창은에세이라는장르가개인의감상적이야기로그치지않고인문학적인깊이가담긴글이길바라고있다.또한서로다른소재들이크로스오버적으로연결되어일상속에교양으로자리잡을수있길희망한다.

[책속으로이어서]
자신이주문한커피를맛보고는“어?이맛이아닌데?”하며고개를갸우뚱거리는손님이가끔있다.지금마시고있는커피가자신이기억하고있는맛과다르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커피는생각보다여러가지맛을지니고있다.쓴맛이기도하고단맛이기도하고신맛이기도하다.초콜릿맛이기도하고,아몬드맛이기도하고,감귤맛이기도하다.커피나무가자란지역과종자에따라생두가품은원초적맛이다르다.더하여생두를얼마나볶았는지?볶은원두는다시몇도의물온도로내렸는지?내리는도구는무엇을사용했는지?어느정도의시간으로추출했는지에따라서강조되는맛도달라진다.
어제온손님에게내려준커피는중간정도로볶아서신맛을살린케냐AA오타야지역루키라농장의것이었다.그손님은아마도케냐에서신맛이나서주인장이원두를잘못볶았다고생각한것같다.‘케냐AA=진하고쓴맛’으로알고있던사람들은간혹그손님과같은반응을보이기도한다.그래서이원두의특성과내가좋아하는로스팅포인트와나의핸드드립스타일을알려주었다.그제야손님도끄덕거리며커피의세계는정답이없는것같다고웃으며말했다.“신맛이섞인케냐가훨씬매력있는것같아요.”그말에나도마음이흡족해졌다.손님이내커피를마시며행복한표정으로“참맛있어요”라고할때,그보다신나는일이또있겠는가?괜히신이나서이것도저것도더마셔보라고내려주게되는건인지상정이다.
과거기자시절에뉴욕에서‘미국바이올린계의대모’로불리는도로시딜레이(DorothyDeLay,1917~2002)를인터뷰한적있다.인터뷰가끝날때쯤나는단도직입적으로물어보았다.“좋은연주란어떤것이라생각하시나요?”그러자딜레이가짧고도단호하게대답해주었다.
“좋은연주는두가지조건을만족해야해요.첫째는남들과다른자신만의해석을할수있어야하고,둘째는그점을청중에게설득할수있어야합니다.”
살면서이처럼명확하면서도폭넓게적용되는답변을듣지못했다.커피를볶고내릴때혹은음악강의를할때나만의해석과설득력이있어야한다고마음을다잡게된다._95~96쪽

베토벤은「3번교향곡‘영웅’」부터시작하여엄청난에너지로명작들을쏟아냈다.‘걸작의숲’이라불리는창작시기가바로이때부터시작된것이다.이후베토벤의교향곡세계는작곡가들에게넘을수없는장벽이되었다.리하르트바그너(WilhelmRichardWagner,1813~1883)마저이렇게말한바있다.
“교향곡을쓸권리는베토벤에의하여소멸되었다.이최후의교향곡은음악을보편적예술에결합시킨것이다.그것은소리로된복음이다.그이상진보할수는없다.”
진짜영웅은나폴레옹이아니라베토벤이었던것이다.
다시‘코피루왁’얘기로돌아와서,또하나의영화장면으로마무리하고싶다.오기가미나오코(荻上直子,OgigamiNaoko)감독의<카모메식당>이라는일본영화에는커피를너무사랑해서도둑질까지하던사람이나오는데,그가주인에게커피를맛있게하는비장의주문을가르쳐주는장면이있다.갈아놓은커피가루에손가락을집어넣고“코피루왁!”이라고나지막이읊조린다.주문을왼후에내리면커피가맛있어진다는얘기였다.주인은이황당한주문을그대로따라한다.그런데모두정말이지커피가맛있어졌다고얘기한다.
이때의‘코피루왁’이라는주문이가리키는것은비싼루왁커피도아니고‘천사’로위장된사향고양이의눈물도아니다.그주문은아마도“맛있어져라!”하는정도의희망일것이다.마음을다해맛있어지라고말하면서내리는커피는분명히맛있게되어있다.그건내안에가짜천사가아닌진짜천사의마음이들어있기때문일것이다._110~111쪽

내게오래도록어려운생두는과테말라안티구아였다.이렇게도볶아보고저렇게도볶아봤지만제맛을내기가항상힘들었다.여러가지외국자료를뒤지다가어느날원인을알게되었다.어이없게도내가‘제맛’이라고생각한선입견이문제였다.국내에떠도는많은자료에서과테말라안티구아의맛은‘화산재토양이주는스모키(Smoky)함’어쩌고하는수식어가붙어있다.그래서나는그런스모키함이과테말라안티구아의제맛이라고단정해버린것이었다.돌이켜생각해보면화산토양에서자란커피가어디한둘인가.하와이는섬자체가화산섬인데전혀스모키하지않은커피가생산되지않는가.(……)
음악은어쩌면고정관념과의투쟁사라할수있다.바흐의「마태수난곡」이나「무반주첼로모음곡」,베토벤의「교향곡5번‘운명’」이나「바이올린협주곡」,슈베르트의「교향곡8번‘미완성’」,비제의오페라「카르멘」등지금은교과서에실릴정도로유명한작품들도당대엔인정받지못하고무시당하던작품이었다.당시사람들에게는너무길거나혹은어렵거나,직설적이라는이유로외면당했다.위대한작곡가들은대부분그러한시대적고정관념과몰이해와냉대를넘어가며자신의세계를그려냈다.
러시아출신의미국작곡가이고르스트라빈스키(IgorStravinsky,1882~1971)의「봄의제전」역시같은과정을겪어낸명작이다.그것은우리가일반적으로생각하는봄의따뜻하고생기있고약간은쓸쓸하기도한이미지를완전히뒤엎은발상에서출발했다.그의봄은전혀서정적이지않다.설렘도없고그리움도없다.스트라빈스키가느낀봄은그렇게보슬거리거나촉촉하지않다.오히려어느계절보다역동적이며,힘이세다못해야만적이고폭력적이기까지하다.
스트라빈스키의「봄의제전」은이렇게만들어졌다._200~202쪽

양산통도사자락에<베토벤의커피>를열때부터매일아침마다‘오늘의커피’를정했다.꽃이만발한날은에티오피아예가체프를,낙엽이떨어지면인도네시아만델링을,그리고눈이라도올것같이차분한날이면콜롬비아를.다시말하지만이책에실린커피의맛표현,커피와음악을매칭하는기준은순전히내주관적인취향이다.(……)
‘오늘의커피’설명에다“낙엽진오솔길”“비오기전의흙냄새”,좀느끼하지만“희미한옛사랑의그림자”등을적어놓는데,손님들의반응이훨씬좋았다.
한발더나아가,그러한커피의느낌을음악적기분으로연결시켜본다면어떨까?커피로스터이자음악평론가가손님에게줄수있는최상의선물은“이커피에는이음악이좋아요!”뭐이런것이아닐까,라는것이기획전문가인아내의생각이었고별로반박할여지를찾지못한나는그생각을글로옮기기시작했다.
글을쓰기시작하면서커피맛과음악의기쁨도배가되었다.‘오늘의커피’를놓고‘오늘의음악’을고르면서우리는수많은얘기를나눴다.
“신이시여,이것이정녕제가볶은커피입니까?”라고자화자찬하며웃기도했고,음악이어쩌면이렇게아름다울수있냐며울먹거리기도했다.나에겐한잔의커피와한곡의음악이오늘을살아낼수있는하루치의정서적양식이다.나는이렇게생각한다.행복은내일이아니라오늘에있고,행복은‘빅픽처’가아니라디테일에있다고.아마남은삶도이런식으로살아갈것같다.좀더욕심을부린다면음악과커피를좋아하는사람들과그기쁨을같이나눌수있으면더욱좋겠다._258~2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