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철 조각토굴 (양장본 Hardcover)

강대철 조각토굴 (양장본 Hardcover)

$25.00
Description
“경악! 바로 그 자체다” _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한국 최조의 조각토굴 탄생…
6년 동안 토굴을 파며
그 위에 아로새긴 놀라운 사유들, 놀라운 조각작품들…

조각가 강대철은 이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 1978년 국전 문공부 장관상과 제1회 중앙미술 대상을 수상하고, 10여 회 개인전을 가지면서 한국 조각계의 중심, 가장 촉망받는 작가가 된다. 그러나 2005년 홀연히 조각가로서의 삶과 그가 이룬 세속에서의 업적을 접고 구도의 길을 떠난다. 그리고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그는 곡괭이를 들고 수행 토굴을 파게 되고, 예기치 않게 점토층으로 이뤄진 산의 속살과 맞닥뜨리자 문득 조각가의 본능이 되살아나 그곳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6년여 세월 동안 조각을 하게 된다.
『강대철 조각토굴』은 종교적 사유만이 중점적으로 담긴 도서는 아니지만, 그가 만들어낸 조각토굴은 불교와 기독교를 아우르는 유일무이한 토굴이기도 하다. 토굴의 입구, 중앙 홀에 들어서면 예수가 석관 안에 누워 있는 미륵불을 내려다보는 예수부처상이 위치하고 있다. 그는 한국 현대불교계의 가장 위대한 고승이자 조계종의 종정을 지낸 성철 큰스님의 생가 터(산청 겁외사)에 자리한 성철스님 기념관의 건립계획 및 불상조형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성철 큰스님의 존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조각가에게는 기독교와 불교가 하나’라고 말하는 강대철이 토굴 위로 아로새긴 놀라운 사유들과 놀라운 조각 작품들은 전남 장흥 사자산 기슭에 한국 최초의 조각토굴이 탄생하게 된 과정에 궁금증과 더불어 깊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70대의 조각가가 6년간의 수행과도 같은 조각토굴 작업의 여정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와 세속에서 벗어나 구도의 길을 걸으며 얻은 삶에 대한 깊은 관조의 시선은 『강대철 조각토굴』과 동시 출간된 강대철 시화집 『어느 날 문득』을 통해서도 빛을 발한다.
저자

강대철

1947년이천에서태어나홍익대학교미술대학에서조각을전공.1978년국전문공부장관상과제1회중앙미술대상을수상하고,10여회개인전을가지면서그는한국조각계의중심,가장촉망받는작가가된다.그러나2005년홀연히조각가로서의삶과그가이룬세속에서의업적을접고구도의길을떠난다.그리고10여년의세월이흐른어느날,그는곡괭이를들고수행토굴을파게되고,예기치않게점토층으로이뤄진산의속살과맞닥뜨리자문득조각가의본능이되살아나그곳에혼신의힘을기울여6년여세월동안조각을하게된다.
그는한국현대불교계의가장위대한고승이자조계종의종정을지낸성철큰스님의생가터(산청겁외사)에자리한성철스님기념관의건립계획및불상조형작업을진행하였으며성철큰스님의존상을제작하기도했다.최근에는강화전등사관음전에서그가만든관세음보살상의점안법회가열리며작품이최초공개되어많은주목을받았다.
저서로는〈강대철전집〉(전6종예정)으로동시출간된조각사진집『강대철조각토굴』,시집『어느날문득』이있으며,에세이집『외로운사람들』(가제,근간),『세상의그리운것들』(1997년,재출간)과장편소설『끌』(1981년,재출간)『그대몸짓속의그대』(1994년,재출간)가2022년살림출판사에서출간될예정이다.

▶강대철전집(전6종)
◆출간예정작

『끌』(재출간)
강대철지음|장편소설,1987

『그대몸짓속의그대』(재출간)
강대철지음|구도소설,1994

『세상의그리운것들』(재출간)
강대철지음|장편소설,1997

『외로운사람들』(가제/근간)
강대철지음|에세이집,2022

목차

들어가는말:토굴속에서만난부처
토굴파기는운명이었다
근원(根源)의자리를찾아
종교의틀을넘어서
첫번째굴:생각,감정,오감이만드는에고
두번째굴:지금여기현존이실상이다
세번째굴:오온(五蘊)을징검다리삼아
네번째굴:무상(無常)을넘어서
다섯번째굴:나의실체,그안에서불성(佛性)찾기
여섯번째굴:육바라밀과더불어지혜의문으로
일곱번째굴:연기(緣起)의작용,그리고화엄의세계
장시·땅굴을파며노래하다
해설·잠적한조각가의지하미술관‘강대철조각토굴’ㆍ윤범모
해설·자아를성찰하는토굴,노동과수행의경계에서ㆍ최태만
연보

출판사 서평

□사라진조각가
조각가강대철을기억하십니까?
그가홀연히서울을떠난지17년이지났습니다.유명조각가로서의영예로운삶을버리고그가우리곁을떠났을때,사실모두들의아해했습니다.
그는구도자적인조각가였습니다.그의마음속용광로는늘‘나는누구인가’라는존재론적질문으로들끓었습니다.작품전을열때마다뜨거운호평을받았고,깊은관심과사랑을받았지만그는삶의궁극적인질문에서헤어날수가없는그런운명적인작가였습니다.
2005년,전혀연고도없는남쪽땅장흥사자산아래살림터를잡고농부가됩니다.그의일상은마치『월든』의소로우처럼깊은사색으로이어졌고,구도자적인삶을사는농부가되었습니다.
그는이제영락없는촌부가된것입니다.그런어느날그는마음맞는사람들과차도나누고인연도나눌조그만토굴을파고싶었습니다.그런데그파낸땅속의지질이눈길을끌었습니다.좀더깊이파들어가자독특한지질이나타났습니다.점력있는흙들이쏟아졌습니다.견고성도있어서한껏호기심을불러일으켰습니다.조각가는본능적으로몸을떨었습니다.몸속에서꿈틀조각본능이발동한것입니다.
뿌옇게날이밝으면굴속으로달려갔습니다.새벽부터작업이시작되면식사시간외엔온통작업에만몰두했습니다.해가지고굴입구가어둑해질때까지작업을했기때문에하루작업하는시간이10여시간씩됐습니다.그렇게6년의세월이흘러갔습니다.
6년동안,아니7년에걸쳐그는지금도조각을다듬고있습니다.앞으로도몇년,건강이허락하는한그의작업은계속될것입니다.

□홀그리고일곱개의토굴
홀;6·25전쟁중아버지가사상범으로희생된후,홀로되신어머니의독실한기독교인으로서의신앙을물려받아강대철은기독교인으로서종교적정서가형성되었습니다.성인이되면서종교에대한근원적질문을갖게되었고,진짜예수를찾기위해정신적방황을했습니다.토굴의입구,중앙홀을들어서면부조로된예수상이나옵니다.오른손을펼쳐보이는수인(手印)상반신상입니다.그예수가석관안에누워있는미륵불을내려다보고있습니다.예수를미륵상으로표현한것입니다.조각가에게는기독교와불교가하나입니다.예수가아니고,부처가아니고,예수부처입니다.
첫번째굴;예수부처상이완성된중앙홀은50평남짓,여러사람이모여담소를나누기에넉넉했습니다.그러나이렇게끝내기에는너무나아쉬운마음이들었습니다.이런저런생각끝에제대로굴을한번뚫어봐야겠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입자가고운점력있는흙이조각가의심사를흔든것입니다.첫번째굴을파기시작하면서그는주제를정해야겠다는생각을했습니다.
현재의‘나’라고하는존재는오온(五蘊)으로구성되어있습니다.그러나외부로부터정보를받아들이는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는왜곡되어있습니다.온갖분별심의에너지로뒤엉켜분주하고안정돼있지를못합니다.이것을형상화하기로했습니다.
그래서육근(六根)을형상화한굵은뿌리들,굴의오른쪽입구위의해골과왼쪽의뇌의형상그리고천장의연화문양을새겼습니다.머리도없고사지도없는몸뚱이만으로도다른차원의경계를체험할수있을거라고새겨보았습니다.반대쪽으로바라보면결가부좌를하고있는모습이그림자형상으로보이고그머리위로둥근구(球)의모습이조각돼있습니다.명상을통해자신의있는그대로의존재가드러남을표현한것입니다.
두번째굴;두번째굴의지질적조건이이전과는전혀달랐습니다.조금파들어가니작은바윗돌들이나오기시작하고조각을하기에는불가능해보였습니다.그래서불상을모시기로했습니다.마침그공간에모시기에적당한불상을보유하고있었습니다.제자리를찾는구나하는생각이들었습니다.
세번째굴;첫번째굴만큼지질이좋지는않았지만그래도어느정도조각을할수는있었습니다.밖으로실어낸흙더미는작은산만큼솟아있어제법큰일을하는기분을느끼며힘든줄모르고파내었습니다.곡괭이로흙을파내어삽으로손수레에퍼담고밖으로끌고나가흙을부리는일은막상지루할것같지만그렇지는않았습니다.계속되는곡괭이질은몸짓과호흡이하나가되어입에서는염불소리가나오고그렇게훌쩍하루가지나갑니다.흙이너무부드럽고점력이약해굴가운데감실처럼파내어명상공간을만들고,촛불을켜놓을수있는또다른감실을만들었습니다.하루24시간계속촛불을밝혀놓는일은자신이각성상태에있겠다는의지입니다
네번째굴;네번째굴의특이한점은몇가지종류의흙들이퇴적되면서형성된지질이라,층을이루면서다양한문양들이드러난다는것입니다.흙종류에따라지층이일정하지않고두께에따라변화가생기기때문에그로테스크한분위기를보여줄수있습니다.조각가의머릿속에는금세이벽에는무슨조각을새겨야할지가떠올랐습니다.무상관(無常觀)을주제로잡았습니다.옛날부터구도자들은육신의무상함을관찰하면서집착을극복하고자했습니다.시체가부패되어살이흩어지면서살아생전의온갖감정들을표현했던형상들이사라지고,뼈만남을때까지의과정을지켜보면서무상함을실감하는수행입니다.
한쪽벽면을반쯤차지할정도크기면적에실물크기의해골들과인체뼈모양들을조각했습니다.여기까지조각하는데꼬박3년이걸렸습니다.스스로생각해도칠십이훌쩍넘은나이에어이없는일이긴했습니다.
다섯번째굴;다섯번째굴은좀더아래쪽으로깊이를더해서파들어가기시작했습니다.특별한질감과색감으로조각가를감동시키는지질이었습니다.억겁의세월을뚫고지금이시공안에서흙과조각가가만난다는것은그만한이유가있을것입니다.다른곳보다더단단해조각도를사용했습니다.
무의식을느껴지는대로표현해보기로했습니다.악(惡)과선(善)에대한표현이되었습니다.
파충류,연꽃,의식세계가무의식세계와연결되어엉킨뿌리들을조각했습니다.거대한뿌리의형상밑으로한두사람이앉을수있는공간을만들었습니다.곡괭이질하나,삽질하나에기도하는마음을놓치지않으려노력했습니다.너무나도조각하기에좋아자신감까지들었습니다.다섯번째굴이마무리되는그해가을은굴파기를시작한지4년이란세월이지나간해였습니다.
여섯번째굴;지질의조건은최상이었습니다.이곳남도땅끝자락외진산밑에살림터를옮기려던그시절이떠올랐습니다.‘이렇게사는게아닌데’,제도권속에서예술가로활동하고산다는것에대해서매일같이회의했던시절이떠올랐습니다.
여섯번째굴은구조자체가다르게시작되었습니다.몇미터를지하로파고들어간후굴이시작되었는데완성된굴의길이가20m가되는그야말로깊은지하땅굴이되었습니다.거대한뿌리다발을계단삼아내려간다는것은중요한경계를만나러들어가는것을상기하도록의도했습니다.마치그리스신화의하데스의영역에들어가는것처럼말이지요.육신이뒤틀리고심하게변형된고행상이거기있습니다.
고행상을중심으로여섯개의굴이뚫려있는데,육바라밀을상징하는굴입니다.육바라밀은해탈열반을의미합니다.
열흘쯤휴식을취하면서이굴작업을어떻게마무리할것인가를생각하다가전체적인내용을함축시키는굴을뚫어야겠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그것은연기법(緣起法)을주제로한조형작업을하는것입니다.
일곱번째굴;일곱번째굴의조형작업이시작되었습니다.연기(緣起)의관계속에서존재하는것을우리는삶이라고합니다.열두개의마디들이모여커다란수레바퀴모양을하고,마디와마디연결부위는서로결속이되어필연적으로이어져있습니다.거대한뿌리의중간쯤에큼직한뇌의형상이조각되어있습니다.좌뇌와우뇌의중간부분에태아의모습이새겨져있습니다.태아의형상은인류가거듭나면서지혜의눈이열림을강조한것입니다.

□“경악!바로그자체다”
총길이100m가넘는작업이일단락지어졌습니다.조각가는말합니다.특정종교의성상(아이콘작업)을만들려고한게아니라,불교를방편으로‘대자유인으로서의나’‘진정한나’를찾아가는탐색의도정이었다고말이지요.윤범모국립현대미술관장은‘강대철조각토굴’을둘러보고놀라움을금치못했습니다.
“경악!바로그자체다.”
우리또한그럴것입니다.탄성을지르고오래도록감동에젖을것입니다.

돈황의석굴,특히막고굴의미술은유명합니다.토함산의석굴암또한그렇습니다.인간의,굴을파는행위는뭔가어쩔수없는‘간절함’때문입니다.굴을파는행위는그러므로그자체가기도입니다.인간은기도하는동물입니다.인류는기도하면서오늘날여기까지왔습니다.
우리도장흥땅에강대철이라는조각가가파고아로새긴굴하나를갖게되었습니다.우리국토의어느한곳에간절한그무엇이새겨진것입니다.그‘강대철조각토굴’은한조각가개인의작품을넘어서이제우리모두의굴이되었습니다.우리의마음속에간절한굴이하나씩생긴것입니다.그러므로장흥땅부근을지날때,우리는‘강대철조각토굴’을떠올릴것이고그곳에들러큰위로와자부심을갖게될것입니다.마침4월초파일을앞두고이책을출간하게되어더뜻깊다는생각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