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예술가의초상』은작가자신이예술가로성장하기까지의과정을유년기까지거슬러올라가보여주는소설이다.그러나그과정은기존의성장소설,교양소설과다르다.기존의교양소설이었다면,그가예술가가되기까지영향을주었던인물,사건,교육등에초점을맞추어이야기가전개되었을것이다.하지만이소설은거기에초점이맞추어져있지않다.초점은지금예술가가된자신의내면의풍경에맞추어져있다.그리고유년기의경험들중에서자신의내면에떠오르는사건들,지금도지워지지않는사건들을마치이미지처럼단편적으로보여줄뿐이다.게다가그렇게무의식적으로떠오르는생각들을다듬거나의도적으로재구성하지않고그대로서술한다.그래서장면장면들이단편적이고논리도없다.
왜그런방법을썼을까?예술가로서나의참모습은,살아오면서겪은것들을의도적으로재구성하는‘나’에있는게아니라,그렇게무의식적으로드러난‘나’에있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작가의예술가로서의참모습은작가가한인간으로서겪은외적인사건,경험들에들어있는게아니라,그런단편적인이미지를통해나타나는자신의무의식속에들어있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그것이조이스가자유연상의기법,혹은의식의흐름의기법을이작품에서사용한이유이다.그건단순히새로운기법이아니라,자신의내면에서예술가로서의참모습을찾으려는조이스가걷게된필연적인길이기도하다.외부에서주어진모든가치를거부하고자신의내면에귀를기울여야만하는현대예술가가걸어야만하는길.따라서제임스조이스의『젊은예술가의초상』은조이스자신의초상이면서현대예술가들의초상이된다.아주불편한초상!그러나그래도들여다보아야만하는그런초상!
『젊은예술가의초상』은기존의소설처럼줄거리나메시지가확실한소설은아니다.하지만‘예술가란무엇인가?’라는커다란질문이주인공으로자리잡고있는소설이라는생각으로다시읽어보면그답은너무나명료하게드러난다.예술가란자기마음속환영을좇는사람이다.손으로잡히지않는환상을좇는사람이다.그에비해다른목소리들은모두공허하다고느끼는사람이다.다른사람들이다중요하다고하는것도,다옳다고하는것도,‘그게아닌데……’라고고개를갸우뚱하면서자기마음속에서울리는목소리에귀를기울이는사람이다.그래서예술가는고독할수밖에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