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쉬운서양음악사는없었다
·신(神)을만난경험을곡으로쓴여성작곡가는?
·모차르트가35년을살면서작곡한곡수는?
·오페라,오페레타,뮤지컬의공통점과차이점은?
·20년전에시작해서2640년에끝나는작품은?
음악을들으면서,콘서트프로그램지나음반자켓내지를읽으면서,또는따로음악교양서나음악사책을찾아읽으면서이런궁금증을가져본일이있는가?그렇다면『음악에색깔이있다면』(피터르베르헤지음,금경숙옮김.살림刊,2023)을읽어보자.클래식음악의역사를따라지은이가마치곁에서이야기해주듯풀어내는100가지장면이지적갈증을적셔주고음악듣는재미를몇배로늘려줄것이다.톡톡튀는율러헤르만스의일러스트는덤이다.
‘그녀의라라랜드’(9.힐데가르트폰빙엔),‘언니만한아우들’(14.르네상스모방기법),‘소프라노아저씨’(25.카스트라토),‘막대기를든펭귄’(51.지휘자),‘허스토리를찾아라’‘더더찾아라’(24~25.여성작곡가들)….무슨얘기를하려는지한눈에쏙들어오는100개의이야기를엮은『음악이색깔이있다면』은드물게네덜란드어원서를직접옮긴책이다.원제는『기타소리는얼마나푸른가─그리고99가지더,아름다운음악이야기』(2019).벨기에뢰번(루뱅)가톨릭대학교에서철학과음악학을전공하고모교교수로재직중인원저자는“전연령대가접근할수있는음악책으로,재미있고독창적이며,현대적감각이가미된”이책으로2020년벨기에왕립플랑드르과학예술아카데미가수여하는지식커뮤니케이션상을받았다.도시공학도출신으로네덜란드에서생활한경험이있는작가가번역하고,현역음악학자가교열과편집을맡았다.전문용어와일반애호가가선호하는어감사이의거리를좁히기위해자타공인‘감상고수’의꼼꼼한선독(pre-reading)을거쳤다.
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소리’의역사
이념적으로음악의기원을천상의소리(musicamundana)에둔그리스-기독교전통에따라이책도음악의기원을무려태초의빅뱅으로잡는다(15쪽).노자(老子)의‘천뢰(天?),지뢰(地?),인뢰(人?)’를접해보지않았음직한저자인데도음악의기원을우주의음악다음에‘어머니지구(자연)의소리’(17쪽),그리고마지막으로인간의소리(musicahumana)로설정한다(19쪽).이책은‘인간의,인간에의한,인간을위한’음악의역사다.
중세,르네상스,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그리고현대로장나눔한것만얼핏기성음악사책들을닮았다.그중20~21세기음악에무려45개장면을할애했다.‘죽은작곡가의사회’보다‘지금,여기’의음악에무게를두었다는얘기다.그렇다고J.S.바흐와베토벤을박대하는것도결코아니다.
쪼가리악보하나인용하지않고철저하게시대와사람과음악위주로이야기를풀어내는대신,초보적인이론적지식은‘음악의갈래’‘대위법’‘악보’‘음악형식’‘화음과화성’등열개의‘뮤직박스’로따로소화했다.
당신은음악사속여성작곡가들의이름을얼마나꿸수있는가?카시아,힐데가르트폰빙엔,제르맹테유페르,소피아구바이둘리나,갈리나우스트볼스카야,카이야사리아호,루스크로퍼드시거,나디아와릴리불랑제자매,아넬리스판파레이스,에셀스마이스,캐시버베리언,올가노이비르트,줄리아울프,하야체르노윈….서양음악사를전공한남성저자이고서양음악사의기본흐름을따르면서도,기존의서양음악사가크게주목하지않은‘틈새’에대한적극적인관심이돋보인다.우선네덜란드출신이고벨기에에서공부하고가르치는학자답게이탈리아·독일어권·프랑스·영국의‘4대메이저’외에벨기에와플랑드르이야기가많다.대중음악(53오페레타,68재즈,82뮤지컬,96팝뮤직)은물론서구바깥의음악(67민속음악,97월드뮤직)에도소홀함이없다.
아는만큼들린다─음악의깨지식창고
이제맨앞에내놓은네가지퀴즈에답할때가되었다.
신을만난경험을곡으로쓴여성작곡가는힐데가르트폰빙엔이고(38쪽),모차르트가35년을살면서작곡한곡수는626곡이다(109쪽),2000년대초에연주하기시작해20년지난지금도연주하고있고앞으로600년도더지나2640년에나끝날작품은존케이지의(‘가능한한느리게’)이다(249쪽).
오페라,오페레타,뮤지컬의공통점은쉽다.‘음악과노래로끌어가는연극’이라는것.차이점은?이책의마지막장을덮을때쯤이면,한마디말로간추릴수는없어도들어보면오페인지오페레타인지뮤지컬인지알수있는당신이되어있을것이다.이책은음악사와음악감상의뒤안길에서문득마주치곤하는이런깨지식들의보물창고다.
‘알아야좋아한다’─네덜란드에도이런격언이있다니(29쪽),사람살아가는모습은어디나비슷한가보다.음악이란필경들으라고만드는물건일터,아는만큼들리고듣는만큼좋아할수밖에.그래서책에나오는음악대부분(333시간분량),그리고그중따로‘톱100’을책표지와찾아보기맨앞에있는스포티파이플레이리스트바코드로접속해유료감상할수있게했다.그러나지금은유튜브의시대,저자자신도밝히듯세상의거의모든음악을제목만으로유튜브에서만날수있고,어떤음악(특히오페라와협주곡)은실연까지는아니더라도최소한영상과함께봐야제맛인법이다.“탐험에는끝이없다.그러니까,이책을덮고세상으로나가서…귀를열고들어보자!”(100.언제나어디서나,2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