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장편소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장편소설)

$14.80
저자

오션브엉

저자:오션브엉(OceanVuong)
미국의가장주목받는젊은시인이자퀴어작가.1988년베트남호치민시에서태어나두살때미국으로이주했다.뉴욕시립대학교브루클린칼리지에서19세기영문학을공부했고,첫시집《관통상이있는밤하늘》(2016)을출간하면서등단했다.첫시집으로는드물게T.S.엘리엇상,화이팅상,톰건상,포워드상을수상했으며,뉴욕타임스,뉴요커,가디언,NPR등영미권16개주요매체에서뽑은‘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다.그해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10위안에들만큼대중의사랑을받은시집이기도하다.
그로부터3년뒤,자전적이야기를담은첫소설《지상에서우리는잠시매혹적이다》(2019)로다시한번화제의중심에섰다.폭력의시대를관통해온가족사와트라우마,그속에서짧게꽃피는희망의순간들을아름다운언어로그려낸이작품은출간즉시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에올랐고,19개국에판권이계약되는등뜨거운관심을받았다.
현재매사추세츠주애머스트캠퍼스에서시인과작가를위한MFA과정조교수로있으면서,뉴요커,뉴욕타임스등의매체에글을발표하고있다.

역자:김목인
작곡가,싱어송라이터.밴드‘캐비넷싱얼롱즈’의멤버로음악을시작해현재는자신의이름으로,또음악극‘집시의테이블’의일원으로활동하고있다.미국비트세대작가들에대한관심에서번역을시작했으며,옮긴책으로《다르마행려》,《Howl:울부짖음그리고또다른시들》(공역),《리얼리티샌드위치》,《한결같이흘러가는시간》,《강아지책》,《고양이책》이있다.음반으로는〈음악가자신의노래〉,〈한다발의시선〉,〈콜라보씨의일일〉,지은책으로는《직업으로서의음악가》와《음악가김목인의걸어다니는수첩》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잠시매혹적인것이아니라,영원히놀라운작품.”_워싱턴포스트
모든살아있는것들을위한고통어린아름다운찬가

《지상에서우리는잠시매혹적이다》는28세의화자인‘나’가글을읽지못하는어머니에게쓰는편지형식으로된소설이다.결코가닿지못할그고백들속에는,전쟁후유증으로정신이온전치못한할머니가가끔씩돌아오는현명함으로어린손자에게만열어보인특별한삶의단상과,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앓던어머니와의거칠지만애정어린유년기의기억들,그리고어머니는알지못하는소년트레버와함께자신의성정체성을깨달아가는청소년기의이야기가교차되며등장한다.
이름도없이‘일곱째’로만불리던할머니가어떻게스스로에게“란”이라는아름다운꽃이름을지어준뒤전쟁의한복판에서홀로젖먹이딸을키우며살아남았는지,반은백인아이였던어머니가“적과동침한반역자이자창녀”의딸이라는비난을피하기위해어떻게자신을학대했는지,가족을대신해영어를익히던가난한아시아계소년이폭력적인백인사회에서살아남기위해어떻게자신의존재를지워갔는지,그런자신을비로소‘존재’하도록만든한소년과의만남이얼마나강렬하고아름다웠는지등많은인상적인에피소드들이하나로엮이며,마침내모두가감내하는고난스러운삶의의미가조금씩드러나기시작한다.우아하고서정적인아름다움과가차없는날것그대로의솔직함이공존하는,그리하여살아있는모든것들에게조용히찬사를보내게되는작품이다.

내용소개

베트남계이민자인28세의‘나’는롤랑바르트의《애도일기》를읽다가아직살아계신엄마에게편지를써야겠다고생각한다.하지만나는모국어가아닌영어로글을쓰는작가이고,어머니는영어를읽지못하는문맹이다.나는가닿을수없는편지를썼다지우며혼잣말과내밀한고백사이를오간다.
이름도없이‘일곱째’라고만불리던할머니가나이가세배나많은남자에게시집갔다가도망쳐전쟁통의베트남에서미군들을상대로성노동자로일하며딸아이를키우고,그딸이자라서열일곱무렵‘나’를낳았다.내가두살때가족은미국으로넘어오고,나는가족중유일하게영어를하는가족의통역사로성장한다.가난한베트남계이민자로또래속에서차별을경험한나는열네살에담배농장에서아르바이트를하다만난농장주의손자트레버와친해진다.마음의빈곳을채워주던두소년은서로의몸을통해성에눈을뜬다.복잡다단한삶속에서비로소자신을잊게해주는존재를만난나는열일곱살때엄마에게성정체성을고백하며가족을떠날각오를하지만엄마는따뜻하게받아들인다.몇년뒤맨해튼에서대학을다니던나는트레버가22세의나이로사망했다는소식을듣고고향으로돌아온다.그리고몇달뒤할머니의죽음을겪는다.
할머니와어머니,그리고트레버와나,모두가감내해낸이고난스러운인생의의미를찾기위해나는오랫동안표현할수없던생각을어머니에게편지로쓰기시작한다.

본문속으로

저는부엌의타일바닥에앉아,테두리에남색덩굴들이그려진도자기그릇에할머니가모락모락김이나는밥두무더기를뜨시는걸지켜보았어요.할머니는찻주전자를쥐고밥위에재스민차를부으셨는데,연한호박색액체안에밥알몇개가떠오를만큼만부으셨죠.우리는바닥에앉아향긋한김이나는그릇을전달했어요.(……)“진짜농부의음식이지.”할머니는활짝웃으셨어요.“이게우리의즉석요리란다,리틀독.이게우리의맥도널드야!”할머니는몸을한쪽으로기울이더니커다랗게방귀를뀌셨어요.저도할머니를따라한방뀐다음,우린함께눈을감고웃었죠.그러다할머니는멈추셨어요.“마저먹어라.”고갯짓으로그릇을가리키셨어요.“우리가남긴밥알하나가지옥에서먹게될구더기한마리야.”할머니는손목에서고무줄을빼머리를동그랗게묶으셨어요.
_본문36쪽

“영어좀해봐.”노란바가지머리를한애가그렇게말했어요.늘어진턱살이홍조를띤채잔물결치고있었죠.(……)
“야.”턱살녀석이몸을기대더니제뺨옆에시큼한입을들이밀었어요.“말해본적없어?영어못해?”그애는제어깨를움켜쥐더니자기를보라며돌려세웠어요.“내가얘기를할땐,날보란말이야.”(……)
바깥에는,더러운돈다발처럼두툼하고축축한낙엽들이창을가로질러떨어지고있었어요.
_본문44쪽

저는그아이,저보다머리하나가큰그아이를올려다보았어요.살짝젖혀쓴군용철모밑으로보이는섬세한골격의얼굴에는흙이묻어있었고,왠지모를미소는,마치란할머니의이야기한편에서제가속한시간대로방금걸어나온것같았어요._본문139쪽

도시의세세한것들을뒤덮은눈처럼,사람들은우리라는사건이일어난적없다고,우리의생존이신화였다고말할테죠.그러나그들은틀렸어요.엄마와저,우리는진짜였지요._본문276쪽

“야.”그애가반쯤자며물었어요.“나를만나기전에넌뭐였지?”
“내생각엔,허우적대고있었던것같아.”
잠시침묵.
“그럼지금은뭔데?”그애가잦아드는목소리로속삭였어요.
저는잠깐생각했고요.“물.”
“꺼져.”그애가주먹으로제팔을쳤어요.“그럼자라,리틀독.”그러더니조용해졌어요.
그리고그애의속눈썹들.어쩌면그것들이생각하는소리를들으실수있을지도몰라요.
_본문338쪽

저는엄마가윤회를믿으신다는것을알아요.저역시믿는지는모르겠지만,그것이진짜이기를바라고요.왜냐하면,그렇다면아마엄마는다음생에이곳으로다시오실테니까요.엄마는아마여자아이로태어나이름은또다시로즈일것이고,전쟁이건드리지않은나라에서베갯머리이야기를읽어줄부모와책으로둘러싸인방을갖게되실거예요.아마도그때,그삶과어느미래에이책을발견하고,우리에게무슨일이일어났던것인지알게되시겠죠.그리고엄마는기억해내실거예요.아마도._본문3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