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스무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여행의 의미)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스무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여행의 의미)

$14.60
Description
유럽의 끝과 끝을 달리며 깨닫는 진정한 여행의 의미
모든 게 서툴렀던 스무 살의 배낭여행 이후 바닷가 마을에서 지나치게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여행가 박정석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여행을 위해 다시 북유럽으로 떠났다.『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는 터키를 시작으로 불가리아, 루마니아, 폴란드, 발트3국, 핀란드를 육로로 이동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유럽의 끝에서 끝으로 이어지는 여행길에서 터지는 사건 사고들이 다이내믹하게 그려진다. 터키에서 핀란드를 거치며 벌어지는 수많은 에피소드는 세상은 넓고 아름다우며,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갈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북유럽, 그중에서도 특히 핀란드는 고요하고 한적하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덜 알려진 편에 속했다. 이 책은 그동안의 핀란드 경쟁력에 관한 책들과는 달리, 한 여행자의 눈으로 본 핀란드의 풍경을 진솔하게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사진만으로는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핀란드 특유의 아름다움이 저자의 감칠맛 나는 묘사로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저자

박정석

저자박정석은이화여자대학교,노스웨스턴대학교,플로리다대학교에서영화학과저널리즘을전공했다.동해안시골에직접집을짓고얌전한시바견을키우며살고있다.그개의이름은사요리.날렵한자태가학꽁치를닮아그렇게부른다.개와닭들수발드느라긴여행은가기어렵게되었다고.지은책으로<쉬트래블스><33번째남자><용을찾아서><내지도의열두방향><하우스><바닷가의모든날들>이있다.

목차

핀란드의의미
굿바이,닭들!

터키
남자들만의도시
이스탄불의하루
삼계탕나이트
여행과생활사이

불가리아
유럽여행vs.기차여행
골동품가이드북

루마니아
15년만의도미토리
가난하고,부자여행자
즐거운gay동행자
두번간도시
끌어안기hug에대하여

폴란드
그여자의고향
크라쿠프에서만나요
둘two의의미
크라쿠프기차역에서생긴일
카메라없이여행하기
무시무시한호텔
작별할때는몸무게를묻지마세요

발트3국
변신
길치에서치명적인도시
한도시만고른다면
마지막도시

핀란드
핀란드!
인상파그녀
핀란드여행의동반자를소개합니다
핀란드에서운전하기
은밀한마을들
세미남자의날
호숫가오두막에서하룻밤
한밤의오페라
조용한엔딩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유럽의끝과끝.
터키에서발칸,발틱을거쳐고요한핀란드호수의오두막에묵기까지.
절대화내지말고갈것.
스무살때와는정반대로행동할것.
어떻게든그렇게할것.

동해안바닷가마을의유순한정착민이된전직여행가,다시여행을결심하다.
유럽의끝터키에서또다른끝핀란드까지.2300km의오버랜드(overland)

모든게서툴렀던스무살의배낭여행이또렷하게되살아나는낯선길에서,
그땐미처알수없었던여행의의미들이성큼와닿는다.


스무살의여행은빠르고,터프하고,거침없었다.꼭가봐야할명소들과가이드북에명기된‘MustList’를먹어치우듯여행했다.짧은시간안에더많은것을보고경험하려는전투적인여행이었다.그렇게세상구경은할만큼하고바닷가마을에서지나치게평온한-흡사식물과같은-나날을보내던전직여행가,문득다시떠나야겠다고마음먹는다.우연히머리를스친핀란드.가보지도못했고,비싸고,춥고,빈틈없어서쉬마음이가지않는그곳은필연적인선택이었다.이번여행은편견을극복하고취향의스펙트럼을넓히는여행,나의끝에닿는여행,지금까지와는다른여행이될것이기때문이다.여행의시작은핀란드와대척점에있는터키다.터키,불가리아,루마니아,폴란드,발트3국,핀란드를육로로이동하는여정을결심한다.불편하고피곤하고지치는그길에서명심할한가지.절대,화내지말것.

첫여행을꿈꾸는이에게전하는담백한조언
떠나보면공감하게될진솔한여행자의고백

불확실한여행자의하루하루는동해안에서겪었던식물화현상을말끔히해소시킬만큼다이내믹하다.유럽의끝에서끝으로이어지는,한번에입으로읊기에도버거운여행길에서오늘의사건사고가연방터진다.도미토리에서불편한잠자리,한밤중낯선기차역에대면하게되는집시무리,제3세계에서어김없이닥치는강도사건,길에서만난즐거운(gay)여행자와의동행….바랐던것처럼터프한여행이이어지지만이국적인배경,수천km에달하는고단한여정,특이한경험을밀어내고이야기의중심에있는건,문득떠오르는그옛날배낭여행의기억이다.길가는행인에게말거는것조차낯설고부끄럽고서툴러서친구와가위바위보를했던기억,어디로향하는지도모른채밤기차에서몸을웅크렸던숱한시간들,침대하나를간신히빌려낯선여행자의코고는소리에아랑곳않고잠을청했던밤….그때의서툰여행자는길위에서능숙해졌고,다시금맞닥뜨린여행의순간에당황하지않는다.대신,진솔하고담담하게그땐미처몰랐던여행의의미를되짚는다.

여정의하이라이트
핀란드!

터키에서시작해국경을넘을때마다풍광이,사람들이,동행이,여행을마주하는저자의태도가조금씩변해간다.그변화는정점은여행의하이라이트,핀란드에서다.아름답고매력적이지만비슷비슷한유럽의도시들을거치며감동의강도는점차낮아졌고신비로운핀란드만을고대하며발트3국까지속도감있게해치웠다.드디어닿게된핀란드.이거친로드트립을가능하게한단어핀란드.한밤중에도파르스름한백야,오직나만를위한완벽하고비밀스런호숫가오두막,극도의고요함속에느껴지는바람과햇살의감촉.손에닿으면깨질까봐누군가깊숙이숨겨놓은것같은핀란드특유의아름다움이작가의감칠맛나는묘사로사실적이고설득력있게다가온다.지금껏이토록세밀한핀란드박물지는없었다.사진으론온전히표현할수없는핀란드의미묘한아름다움을오직글의힘으로만구현해낸다.과거와현재를넘나들며여행를관조하던작가는핀란드에이르러이신비로운곳에흠뻑빠진모습을유감없이드러낸다.너무나멀고비현실적이라과연실존할까싶은북유럽,그중에서도가장오묘한나라핀란드를단숨에독자의눈앞에가져다주는탁월할능력을발휘한다.

세상의끝,나의끝에닿는여행
여행이끝나고집으로돌아와서그시간을돌이켜본다.도둑을맞든,동행과싸웠든,기대보다별로였든,돌아와서생각하면좋지않은여행은없다.
처음본여학생들에게삼계탕을해주는일,식당에홀로앉은여행자에게말을건네는일,그여행자와팔짱을끼고구시가광장을걸어다니는일,헤어질때힘껏끌어안은일,15년을돌고돌아너절한도미토리에선나를발견한일,살아있음에감사의기도를드리고싶을만큼경건한저녁식사.
터키에서핀란드까지의수많은에피소드조각을모으다보면깨닫게되는한가지자명한사실.세상의넓고,아름답고,내일을기대하며살아갈가치가충분한곳이라는거다.화를꾹참아야하는순간보다완전한행복과아름다움에취하는순간이또렷히기억에남는게여행이다.

<책속으로추가>
줄리안은전형적인스위스인이다.몇개언어를구사할수있고,지구환경을걱정하고,조국에대한자부심이매우강하다.그가살고있는취리히는살기좋은도시를뽑는조사에서항상세계3위안에든다고했다.그의말에따르면전유럽에서,아니이세상에그보다더좋은주거지역은없다고했다.부모를절대적으로존경하는착한어린아이의표정으로그는진심을담아말했다.
 “정말,세계에서최고로멋진곳이야.”
그의취미는독서와여행,스노보딩이다.박물관과미술관,발레공연에가는것을좋아한다.비트겐슈타인의책을열심히읽지만스티브잡스가누군지는알지못한다.하루에다섯번쯤챕스틱을고쳐바르고햇볕을많이쬔날에는반드시팩을하고나서야잠자리에든다.건강에나쁘다는이유로하얀빵대신반드시호밀빵을먹는다.케이크를사랑하고맥주를혐오한다.
나는줄리안처럼섬세하거나예민하지않다.과학자가되려고했으나뜻대로되지않았다.미술관이나박물관은1년에한번도가지않는다.발레?내돈주고보는일은앞으로도없을것같다.팔자로걷고,맥주와닭튀김,야구중계시청을좋아한다.환경이중요하다고생각은하지만티백하나를분리수거하기위해4개의쓰레기통-차찌꺼기,종이,실,금속-을필요로하는독일식방식은좀지나치다고느낀다.
“이런게바로여행이지!”
줄리안의말이맞다.여행이아니었더라면우리가동행할일은없었을것이다.
(중략)
우리두사람의공통점이라면여자보다는남자를더좋아한다는것정도다.그렇게닮은데가없는두사람이,거의정반대라고할수있는특징을가진두존재가,비행기로열몇시간떨어진곳에각각태어나서로아무상관없이어른이된우리가,폴란드의고도크라쿠프에서다시만나1000년된성앞푸른풀밭에서스스로의것과는너무나다르게생긴얼굴을들여다보며오직호의로만가득찬대화를나누고있다니,경이로웠다.100년전이라면도저히불가능한일이었을텐데.

이것이야말로문명의발전이가져온가장좋은일중하나가아닐까생각이들었다.
p.177-178

단조로운숲길이이어지더니푸른들판이펼쳐진다.풀을뜯는갈색말들,지붕이빨간나무집들,하얀펜스.그림책에나나올법한평화로운시골풍경이다.
보이지않는것은사람뿐이다.어디에도,아무도없다.이거대한초원자체가무인시스템으로운영되고있는것처럼.
“어디적당한곳에차를좀세워봐.”
운전하는둘리틀에게말했다.이런시골에공중화장실이있을리없다.
온통허허벌판이다.드넓은들판에사람은없다.은밀하게일을보기에적당한환경이다.덤불과나무들로아늑하게그늘진천연의화장실이어디쯤있을까.
“뭐해?빨리아무데나으슥한곳에차를좀세워보라니까.더이상못참겠어.”
“세우기가힘들어!”
핀란드에서운전하는또다른어려움은갓길의부재다.어찌된일일까.잠깐세울만한곳이눈에띄지않았다.한적한길이지만세울곳을찾기위해속도를줄이다보면뒤에서귀신처럼다른차가나타났다.아니면버스정류장임을알리는표지가세워져있거나.
“지나다니는사람한명없는데,설마버스가그렇게쉽게오겠어?1시간에1대쯤다니는버스일거야.급하다.저기정류장표시있는곳에그냥세워봐!”
내말대로둘리틀이차를세우려는순간,마술처럼백미러에버스가1대나타났다.급히액셀을밟아그곳을떠날수밖에.
“인적없는시골인데잠깐일을볼만한곳을하나도찾을수가없다니,세상에어떻게이럴수가있지?”
더욱놀라운것은모처럼샛길이눈에띄어들어가보면덤불너머에아담한오두막이나주택이초소처럼세워져있었다.신비롭다.바깥에서는전혀보이지않는데들어가보면여지없이인가가있다.이것이바로핀란드의집짓는방식이다.
“하나더가서,그래,저길,저길로들어가봐!어서!”
“하지만집이있는데?저쪽에,농장같은집이있어.”
“더이상못참겠어.농장이있든아파트가있든,이젠못참겠다고.어서들어가!”
어느덤불옆샛길가장자리에마침내차를세웠다.농장은약100m이상떨어져있었다.이런거리에서육안으로뭔가를식별하기란불가능하다.봐도할수없다.사정이급해진나는총알처럼덤불로뛰어들었다.
“야,야!트럭들어온다!”
단몇초도마음놓을틈을안주는동네였다.둘리틀의다급한고함소리가들리는가싶더니곧자욱한흙먼지를일으키며거대한덤프트럭이좁은길을비집고들어왔다.완벽한타이밍이다.나는바지춤을움켜쥔채덤불속으로넙죽엎드렸고둘리틀이팔을쩍벌린채내앞을막아섰다.
덤프트럭운전사는창문너머로고개를내밀고의아한표정을지었다.이내우리를지나쳐농장으로향했다.
“진짜,지독한나라로구만.”누가먼저라고할것없이탄식한말이다.
노상방뇨한번마음놓고못하는곳이라니,만만치않다.순찰도는경찰이나경고표지판하나없는데도은밀한욕구를해결할주인없는땅한조각찾기힘든광활한벌판이여.
핀란드의인구는겨우500만명이지만그들이이나라에서각각둥지를틀고앉은위치와방식은너무나도절묘해설령서로의모습이보이지않는다고해도한명은다른한명으로부터그다지멀리떨어져있지않다.
핀들은적은인원으로큰땅을사수하는방법에도통한민족이다.나머지들과너무멀리떨어지면언젠가는바깥으로통튕겨나가다시는궤도에진입할수없음을잘알고있는사람들.
당신이혼자라고?
음.
핀란드에서,그것은아마착각일가능성이높다.
p.308-309

핀란드적인마을이다.더적당하게설명할길이없다.예쁘고,한적하고,커피냄새처럼고요함이떠돌았다.소리가없이산뜻한색채만환히빛나는,세상의근심걱정바깥에놓인듯태풍이아무리세차게몰아쳐도나뭇잎하나까딱하지않을듯한그곳.
핀란드의마을이다른유럽의마을들과구별되는미학적특징들은너무나미묘해,그러니까공기의결,햇살의바삭거리는정도,건물들을칠한페인트의채도처럼아주소소한것들이라그날날씨가어떠했는가,몇시에방문했는가,바로직전에들린목적지가어디였는가등에따라쉽게변할수있는그런종류의섬세한아름다움이다.마치온도나냄새처럼,현장에서그존재를선명하게느낄수는있지만말과글로설명하기는어려운개성.
과묵한핀들은세상의북쪽끝은밀한곳에이렇게어여쁜마을들을차려놓고외부에는절대소문내지않은채자기들끼리만재미보고있었던것이다.
“모르는게더나았을까?세상에는이런곳도있다는것을?”“글쎄.사람사는곳이다비슷하지뭐.여기서살려면아마엄청나게돈이들거야.집세도그렇고생활비도그렇고,뭐든아주비쌀걸.”
“맞아.그리고평화로운것도하루이틀이지,계속해서살면심심할걸.100년이지나도옆집사람늙어죽는것말고는어떤사건도벌어지지않을것같아.”
신포도가맛없다고주장하는여우들처럼,우리는이런말을주고받았다.
하얀건물들이많아서일까.워낙거리가깨끗하기때문일까.아니면극도로쾌청한날씨때문인지도모르겠다.포르보는아주하얗게느껴졌다.가로수의초록빛잎사귀에노랗고바삭한햇살이부딪혀반짝거렸다.
그동안우리인생에서이렇게아름답다고느낀날들이며칠이나있었을까.사실많았지만제대로느끼지못한것뿐일까.숲의모습을보기위해서는숲을빠져나와야만하는것처럼,행복했던날들로부터이렇게멀어진후에야,너무아득하게지나와후회조차의미를잃게되는시간이되고서야그때그순간이얼마나괜찮았는지깨닫게되는것일까.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