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이책의일차목표는성막본문을히브리어원문에입각해철저히탐구하여성막건물과비품들의설계와제작,형태를정확히재구성하는데있다.이를테면못하나까지어디에,어떻게박았는지를현미경처럼살피는작업이될것이다.이것이이책의가장중대한목표다.이어서우리는역사,문화,지리배경에비추어앞서말한성막이지닌원래의일차의미를추적하고그이상의신학적의미와제의적논리를탐구할것이다.마지막단계로우리는성막이지닌합리적인그리스도예표론의의미와상징적의미,또한교회론의의미를찾아보며새로운해석을시도할것이다.성막을살피기전에우리는먼저성막에대한환상부터깨야한다.성막이‘황금과보석의집’이라불리는엄청난건물이거나,웅장하고기막히게아름다운신전일것이라는환상말이다.원래성막은가난한광야피난민들의초라한이동식천막예배당이었다.그것은온이스라엘백성이최선을다해지은건물이긴하지만,제국의엄청난신전들과비교할때너무나작고볼품없었다.
그럼에도성막이고대모든제국의신전들보다위대했던이유는성막의다른특징들에서찾아볼수있다.우리는바로그점을이책을통해추적해볼것이다.
/9쪽
법궤에서눈여겨보아야할특징은법궤와비슷한것들이이웃나라들에도존재했는데,이스라엘의법궤중앙에는유일하게아무것도안치되어있지않았다는점이다.주변국의궤중앙에는한결같이그들의신상이놓여있거나지존자인왕이앉아있다.
다시말해,신의보좌를상징한궤의그룹들은이스라엘만의고유한것이아니었다.이방민족들도각자자신들의궤가있었고,양쪽에그룹과흡사한날개달린수호천사들이배치되었으며,각종귀중한물품들을궤안에보관했다.그그룹들사이에신격화되었거나위엄있는풍채의왕이앉아있었다.또는궤위에국가의대장신의형상을올려놓았다.
하지만이스라엘의법궤에는아무것도놓여있지않았다.그런이유로이웃나라의관점에서는법궤는만들다만비품이거나짝퉁법궤로비쳤을것이다.그러나법궤위그룹사이에아무것도없는텅빈법궤로제작된이유는하나님은어떤방식으로든형상화되실수없기때문이다.누군가하나님을형상화하여무언가를만든뒤‘이것이하나님이다’라고하면,그순간그것은전혀하나님이아니게된다.우리는그것을‘우상’이라부른다.오히려이웃나라의법궤비슷한비품들이짝퉁법궤들이다.
/59-60쪽
성막봉헌식날에제사장위임식이동시에진행되는데(출29장;레8장),이때역시관유를모든제사장에게부어바른다.구체적으로,아론과그의아들들의‘머리위에’관유를부어바르지,몸에바르지는않는다(출29:7).다만,제사장옷들에관유를뿌린다(출29:21).이로써제사장들이거룩해진다.이후신임제사장이위임될때마다이관유를그들에게부어발랐다.
관유가발라진대상은거룩하게되지만,그런변화가자동으로이루어지는것은아니다.왜냐하면인간과사물의거룩한변화는궁극적으로오직거룩의근원이신하나님에게서비롯되기때문이다.따라서관유는단지거룩성을유발하는매개물일뿐신적개입없이그자체로는아무런의미가없다.이것은법궤를비롯한다른기물들도마찬가지다.하나님이임재하실때에만그것이의미가있었으며거룩의힘이작동되었다.말하자면,그물건들이자동으로하나님의임재를보장하고스스로역사를일으키는것은아니었다./95쪽
우리는이런각종제단에서사용된도구들에도영적인의미를함부로부여하려하지말아야한다.예컨대,재는죄를,부삽은죄의고백을,재를담는통은죄의처리와속죄를상징하고,고기갈고리는성도가시험에들지못하게하는하나님의붙들어주심이며,불옮기는그릇은성령의불씨를담은성령충만을상징한다는식의해석은곤란하다.
하나님께향기로운냄새로올라간거룩한짐승이타고남은재가어떻게죄를상징할수있는지이해하기어렵다.우리는붉은암송아지는가죽,피,심지어똥을포함해전체를태운뒤그재를진영밖의재버리는곳에쌓아두고,오히려집단으로심각한부정결을입은사람들에게그것을물에타서정화수로사용했음을기억해야한다(민19장;31장;참고.민8장).도대체어떻게죄를상징하는재가더러움을씻는역할을하는가?재는단순히제사후에생기는폐기물일뿐이다.아울러부삽과재담는통을죄의고백과속죄로해석하는것또한기이하다.
고기갈고리는성도를붙드는하나님의은혜와아무런상관이없다.그러면고기갈고리로제멋대로마음에든고기를찍어건져내강탈한엘리의두아들의행동은도대체무얼붙드는것인가(삼상2:12-17)?제단의갈고리는그저제사장들이제단위고기를뒤집고삶은고기를찍어내는데사용되었을뿐이다.이런교훈을주기위해서는성경의다른본문들을얼마든지사용해도된다.이런제단비품들은단순히제단관리를위해만들어져사용된소중한예배용품일뿐이다.
/170-171쪽
오래도록주로미국과한국교회강단에서대제사장이지성소에들어갈때,발목에끈이나줄을매달고들어갔다는이야기가회자되어왔다.그이야기에따르면,대제사장이지성소에홀로들어갈때밖에서방울소리를통해그가살아있는지가확인된다.그런데방울소리가나지않으면,그가죽은것으로보고끌어내야한다.그래서대제사장이지성소에들어갈때는반드시끈을매달아야했다.지성소가너무위험한곳이라언제대제사장이심장발작과같은돌연사로,혹은대제사장자신의제의적실수로자칫하나님의거룩한영광을훼손하여지성소안에서즉사할지알수없었기때문이다.이렇게만일대제사장이지성소에서죽으면아무도거기에들어갈수없어끈을잡아당겨시체를끌어냈다는이야기다.
그러나이런이야기는구약어디에도없으며성경의증거와도크게어긋난다.무엇보다속죄일에는대제사장이장엄한대제사장관복을벗고아무런장식이없는단순한세마포베옷으로갈아입고지성소에입장한다(레16:4).따라서일단지성소에서는결코방울소리가날수없으므로방울소리여부로밖에서대제사장의사망과생존을확인했다는이야기는전혀성립되지않는다.결국방울소리로대제사장의생사여부가확인되었다는낭설은일단배제되어야한다.그렇다면대제사장은세마포베옷을입고지성소에입장할때발목에밧줄을맸는가?
/278-279쪽
법궤는물론이고모든다른거룩한비품의접촉은엄격히금지되었다.고핫자손일지라도내성소의성물들을만지면죽게되고,심지어보기만해도죽는다(민4:15,19,20).이것은사람이성물에서나온거룩의기운에타격을입은결과다.거룩의기운이상대적으로약하게뿜어져나오는마당의번제단과물두멍은백성들이관찰해도문제가없었지만,그것들역시접촉자체는레위인이라도엄격히금지되었다.제단의무단접촉은죽음으로이어질수있었다(민18:3).제사장이라할지라도손발을깨끗이씻고,속바지를입은후정결한상태로제단에올라갈수있었으며그렇지않은경우죽음의경고가주어졌다(출28:43;30:20;40:32).
이렇게성막의성물들은위험했기때문에일반백성은물론운반책임을맡은고핫자손일지라도결코만지거나보지못하도록두겹,세겹으로철저히포장해야만했다.
/3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