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서문에
“과연천국에가서도우리는서로를알아볼수있을까?”누구나한번쯤은떠올렸을만한질문일법하다.하지만안타깝게도성경은이부분에대해많은정보를제공하지않는다.이땅에이미임한하나님나라에대해서는참으로많이언급하고있지만,종말에완성될하나님나라,소위‘천국’이라불리는곳에대한분량은매우적다.그리고그조차비유나상징으로서술된경우가많기에,무언가를단언하기에는지극히조심스럽다.다만신학자들은고민끝에이질문에대해이렇게결론을내린다.이땅에서가졌던사랑의관계에따라그관계가이어질수있다고말이다.이땅에서살아가면서당신이어떤색깔과밀도의사랑을했는지,혹은어떤사랑을만들어갔는지에달려있다는뜻이다.결국사랑이아닌것들은우리곁에서모두지워지고,오직사랑만남는다.
“내가키우던반려동물이죽으면어떻게될까?”라는질문역시마찬가지다.그반려동물이천국에존재할지안할지는모른다.그것은더정보가없다.다만기독교변증가인C.S.루이스(Lewis)는앞선맥락과마찬가지로이렇게대답했다.만약당신이사랑으로키우고충분히교감했던반려동물이라면,분명그때에도얼굴을마주한채함께존재할것이라고말이다.그러나다시언급하듯,성경은분명훗날에가게될그때의이야기보다지금여기에이미임한하나님나라에대해압도적으로더많은분량을언급하고있다.하지만상관없다.여기나거기나,지금이나나중이나결국이모든이야기는다름아닌‘사랑’에대한것이다.결국‘사랑’이하나님나라에가는것이기에그렇다.사랑이아닌사람은사라지고,사랑인사람은영원할것이다.사랑이신하나님이영원한것처럼말이다.그래서‘사람’은사라져도‘사랑’은남는다.‘세상’은사라져도‘사랑’은남는다.데이비드베너(DavidG.Benner)는그의책《사랑에항복하다》(IVP역간)에서다음과같이말한다.
“기독교의회심은그저사랑을만나는것이아니다.사랑에대한새로운개념이나가치를개발시켜나가는것도아니다.그리고사랑받는존재가되도록노력하는것도아니다.기독교의회심은사랑이되는것이다.”물론의문이남는다.‘사랑’이라는게너무도모호하기에그렇다.물론사전적의미로는한문장에담아정의할수있다.하지만실제의‘사랑’은마치‘하나님’이라는표현의어감만큼,도무지이해하기어렵다.그런데이처럼이해하기조차어려운것을행한다는것은어불성설이다.하지만내가그러하듯당신역시그리스도인이라면,‘사랑’은이미어떤경로로든우리안에내면화되어버렸다.잊기에는너무많이들었고,부정하기는더더욱어렵다.그래서인지우리의현실은역설적이다.사랑을너무잘알지만,사랑을전혀모른다.사랑이너무친숙하지만,이보다더먼것도없어보인다.모르는데해야하는것만큼난감한건없다.그래서부담이고,그래서많이힘들다.이처럼사랑하느라힘든당신에게,그간의내이야기들을슬며시전해본다.
본문에서
-모두가비난하는자였지만,동시에그는끝까지그손잡고울어주는한어머니의자식이었다.어머니의울음속에는‘세상모두가비난해도너는내자식이다.나는너를버리지않는다!’라는무언의말이담겨있었다.
-날씨가추워지면자연스레우리의짐은늘어난다.‘옷’이그렇다.많이입을수록,두꺼워질수록점점무거워진다.그러나누구도이것들을‘짐’이라고여기지않는다.그것들이추위로부터나를지키는것이기에그렇다.분명무게감이상당하지만,외면하기보다는도리어더입으려고한다.예수님이가볍다고말씀하신‘내멍에,내짐’이라는것이이런느낌이아닐까?‘사랑하라’는계명은그런것이다.언뜻듣기에는,언뜻보기에는무거운‘짐’으로느껴지나,‘사랑하라’는계명은악과고통이만연한이세상과여전히존재하는나의죄성으로부터나를지키는힘이며,수많은거짓계명을강요하는이세상으로부터승리를가져다주는힘이다.그래서짐이아닌,우리를쉬게하고살리는본질임이분명하다.그리고나는그것이나를살리는것임을믿기에비록아프지만그리고무겁지만,그래도사랑해보련다.
-한동안오해했다.무언가를품는듯한‘사랑’이라는말과배제하는듯한‘정의’라는말이서로모순의관계로만보였다.그러나사실사랑과정의는서로가함께존재하는동전의앞뒷면같은것이다.사랑을토대로한정의만이참된정의이고,정의가구현될때만사랑의진정성이보장된다.
-남녀간의한몸이룸에말로설명할수없는신비가있듯,인간과인간의‘이어짐’은진정신비이다.인간의자력으로이룰만한것이아니다.물론호르몬이라는신비의도구를통해일시적으로경험할수는있으나,그것은곧소멸될이어짐일뿐이다.선악과를따먹기이전의아담과하와로우리를이끄는신비는오직‘사랑’으로부터발현될뿐이다.
-인간의귀는분명두개다.자신의소리만듣지말고이웃의소리도들으라는창조자의뜻이아닐까?나와한몸을이루어야할그,나의이야기와연결되어야할그의이야기를최소한한귀로듣고한귀로흘리지말라는뜻으로보인다.폴틸리히(PaulTillich)는이렇게말했다.“사랑의첫번째의무는듣는것이다.”
-어디선가들었던말이다.“무신론자는타인에게서하나님의형상보기를거부하는자들이다.”그렇다면그리스도인은어떻게든그이웃안에남겨진하나님의형상을바라보려하는자들이라할수있다.그렇게사람은자꾸보아야아름답다.그리고그렇게보일때비로소사랑하고싶어질것이다.사랑하려는행위보다살아있는사람으로보는게더앞선다.
-인간은도대체어떤이유로원하는만큼결코채울수없는이죽일놈의사랑을그토록갈망하는가?기독교는‘하나님이사랑이시기때문’이라고답한다.세신적존재의초월적하나됨을가리켜신학적용어로는‘삼위일체’라부르고,일상의표현으로는‘사랑’이라고부른다.그것이‘하나님’이라는분의존재방식이다.
-성인이되어서도우리는계속넘어진다.그래서계속상처를입는다.그렇다면아무리어른이된우리라도신비는필요하다.우리에게도그저달려와먼저안아줄사람이,먼저입김을불어줄사람이하나정도는필요하다.병원이없어서가아니라,사람이없어서곪는다.그것이인간이다.슈바이처(AlbertSchweitzer)의말이처연히다가온다.“주위에사람들이이렇게나많은데도우리는외로움으로죽어가고있다.”
-사랑은사람에게있어서본질이다.그사랑이우리를완전히인간으로태어나게한다.사랑이우리를악과고통의문제로가득한이세상에서도살게한다.그리고그사랑이우리를하나님나라로데려간다.
-7학년이가까워져오시는내아버지가요즘좀재미있다.우리애들만보면뭘사주려고하신다.자의든타의든내게는구두쇠같던양반이었는데어찌저러시는지의문이다.아마당신자식이커갈때는아무것도없어서해주지못한것을여유가생긴이제야자식의자식들에게해주고싶으신게분명하다.
-보다더나은삶을살기위해서는자신의‘몸’에대한이해가필요하다.그리고이를단련하기위한연습이필요하다.이를외면한대가는무기력한삶이다.마찬가지로사랑은우리가인간답게살기위한최소한의것이다.그리고인간은누구나사랑할수있는잠재력을가지고태어난다.하지만잠재력이라는게항상그렇듯이,애써계발하지않으면끝까지묻혀있게된다.부디그것이계발되어우리의것이되길바란다.그사랑이정서적팬데믹의시대에우리를살리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