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는우리가영원히풀지못할세상의비밀인가,
아니면끊임없이주목해야할‘정상성’의개념인가?
광인의내면세계를다각도로들여다본흥미로운인문서
르네상스적지식인과대화하는듯한지적탐색의여정
‘경계간글쓰기,분과간학문하기’라는구호아래
‘통섭’의학문하기가한국의환경에서어떻게구현되는지를보여주는
자음과모음하이브리드총서제16권《광기,예술,글쓰기》
계간문예지《자음과모음》을통해연재된원고를대상으로펴내기시작,현재는젊은인문학자들의옥고를선별해만들고있는자음과모음의대표인문서‘하이브리드총서’국내학자들의야심찬학문적실험과매력적인글쓰기가한데어우러진하이브리드총서의16번째책《광기,예술,글쓰기》가출간되었다.계간《자음과모음》에2008년도와2010년도에걸쳐연재했던글과더불어책의주제의식을확장하는저자의여러글을한데모아엮은이책은,광인의내적세계를자세히들여다봄으로써인간의‘초월’의잠재성,그리고우리가포기한삶의가능성에다가서보고자하는치열한지적탐색의흔적이다.
광기는우리가영원히풀지못할세상의비밀인가,
아니면끊임없이주목해야할‘정상성’의개념인가?
광인의내면세계를다각도로들여다본흥미로운인문서
광기라는개념이남긴파장을통해
인간의‘초월’의잠재성,우리가포기한삶의가능성에다가서다
우리는우리가사는세상을이른바‘정상성의세계’라부른다.이세계에서는명백한이성과확실한경험에근거에삶에일어나는현상들을판단하고,그판단에부합한것만이정상적인것이고‘우리’라는범주에들어올수있게된다.따라서이범주를벗어나는‘정상적이지않은’것들은배제되고격리되고치료되어야할것으로규정된다.
이러한관점에서볼때‘광기(狂氣,Wahnsinn)’는우리가앞에서말한‘비정상적인것’으로인식되는개념이다.국립국어원표준국어대사전을보면,광기는“미친듯한기미”“미친듯이날뛰는기질을속되게이르는말”이라는뜻으로정의되어있다.여기에서말하는“미친”은정상성안에서는잘못된것을의미하고,따라서지양될수밖에없다.
광기에대한오늘날의인식은근대부터이어져온것이다.하지만고대와중세때의인식은현재의인식과는다른양상을보였다.고대그리스이후로광기는창조성과관련해중요한의미를갖는개념으로여겨졌다.철학자플라톤은《파이드로스》에서“신에게서오는광기가사람들에게서유래하는분별보다더우월한것”이라며광기를유익한것으로설명했고,광기없이단지기술만으로쓰여진시는결코온전한시가될수없다고덧붙였다.창조성의동력으로광기를인식한것이다.하지만인간의이성으로모든것을알수있다는계몽의시기를거치며광기는사람들에게이성이아닌것,잘못된것,격리하거나치료해야할인간의정신병으로여겨졌다.그러나관념론적철학과미학적개념을대신에등장한경험적?실험적관점을통해예술가-천재와광기에대한관계는예전과는다르게그려지기시작했고,현대예술담론에이르기까지광기에대한논쟁은끊임없이이루어지고있다.
광기에대한논의와관련해주목해야할점이한가지있다.우리가‘비정상적인것’이라고부르는‘광기’라는개념이,실제로는그것을들여다보면들여다볼수록오히려우리에게익숙한,그리고우리가끊임없이지향하고현실에구체화시키려고한그무엇을여과없이드러내보인다는점이다.우리가배제하고관심갖지않던광기와그에사로잡힌광인들의모습속에서오히려‘정상적이고,또한우리가놓치고있는듯한’사유와삶의가능성이드러난다는점이다.《광기,예술,글쓰기》의저자는바로여기에서이책의논의를시작한다.비정상적인것으로정의하는‘광기’라는개념을추적하는이유도바로여기에있다.비정상적인것으로서의‘광기’를소위정상성의세계안에서다시논하는것은어떤의미를담고있을까?이것이바로이책이흥미로운이유인동시에다소‘낯선’관점으로우리가사는세상을들여다보아야만하는이유다.
《광기,예술,글쓰기》는광인의내면세계를자세하게드러내보인다.그리고우리가갇혀있는‘정상성’의경계들을초월하고자했을뿐만아니라우리가단념해야만했던삶과사유의가능성을끝까지추적했던사람들이었음이바로그들이었음을저자는‘발견’한다.광인들은우리가포기하고단념해야했던가능성들을끝까지추적하고실행해결국현실로만들었다.저자는광인들이만들어낸세계야말로우리가지향해야할사유와삶의가능성을선명하게보여주는것임을이야기하며독자를지적탐색의여정으로안내한다.세계내존재로서의광인의현존재구조에관한독특한사유의포획과변주는,독자들로하여금지치지않고이여정에동참할수있는마중물이되어준다.
광인의내면세계에관한저자김남시의사유에귀를기울여야하는까닭이바로여기에있다.의식적토대를바탕으로그절대성을점점견고하게만들어가는우리사회의현실에다시금진실하고투명한물음을던져야하는것이다.광기라는파장이남긴흔적들을하나로모음으로써결국에는‘투명한소통,진실한소통으로의지향’을추구하고다시금우리가실천해야할삶과사유의길로나아가는것,그것이바로이책의저자김남시의‘진실한말’이며독자인우리가함께이루어가야할‘우리의대화’의요체이다.풍부하고논리정연한글을통해마치르네상스적지식인과대화하는듯한지적탐색의여정으로우리를안내하는저자김남시의독특한사유는,이책을접하는독자들에게서로를향한진실한소통,투명한소통으로의말과글에대해,예술에대해,그리고광기라는개념을통해,우리가포기했던삶의가능성에대해다시금생각해보게할것이다.
광인의현존재구조에관한사유의포획과변주
르네상스적지식인과대화하는듯한지적탐색의여정
이책은총3부로이루어져있다.1부‘광인의글쓰기’에서는광인들의글과글쓰기를다룬다.에마누엘스베덴보리와바슬라프니진스키,다니엘파울슈레버는자신의내적충돌과갈등까지도그대로투명하게드러내고소통하고자했던이들이었다.글을쓰는이라면누구나직면할수밖에없는시간성과언어의일반성,즉시간과언어의문제를넘어서려는것이이들광인의글쓰기를관통하는근본지향이었다고저자는말한다.이들의글에서우리는,시간속에살면서언어를통해행할수밖에없는글쓰기의숙명에대해터져나오는통찰을얻게된다.그들은시공간의제약을초월하는소통의가능성을글쓰기의실천에서찾고자했다.자신의글에서시간을지우려하고근육의움직임,필기도구의미세한떨림하나까지남김없이포착하고기록하려했던모습은우리가그토록원했던내적확실성이나진리를아무거짓없이,남김없이드러내고자하는욕망을되새기게한다.
2부‘근대,광기,예술’에서는19세기말에서20세기초에성행했던‘천재-예술-광기’를둘러싼담론을살펴본다.저자에따르면,19세기말에서20세기초는새로운학문적방법론으로자리매김한정신의학이광기와광인에대해관심을갖고접근하기시작한시기였다.광기와예술적천재성에대한논의는구체적이고실증적인방법으로인간을이해하고자하는방향으로진행되었고,이를통해광기와예술의관계에대한오래된인식을벗어나게했다.그리고이는19세기근대라는삶에서이루어진전대미문의현상들(예를들어,1차세계대전)을통해병리적정신현상이증가할수밖에없었다는점에서도앞의논의는매우중요하다.이러한맥락에서저자는광기와예술에관해이시기에출간된막스노르다우의《퇴행》,쇼펜하우어의《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한스프린츠혼의《정신병자들의조형작업》을비롯한몇몇책의핵심을짧게개괄하며,광인과예술가개념의근저에놓인학문적욕구가무엇인지살펴본다.
3부‘광기와철학자’에서는계몽철학자임마누엘칸트의생애와사유에서드러나는이성의타자에대한불안과경계를추적하며새로운사유의가능성을제시한다.20세기초많은문화예술가가벗어나고자했던합리적이고이성적인사유는,상당히오랫동안인류문화를지배하면서오늘날까지도그영향력을발휘하고있다.주지하듯,임마누엘칸트는“너의이성(Verstand)을과감히사용하라”는슬로건을통해이성적사유의확장에결정적영향을끼친계몽주의철학자였고,경험에근거한과학적사유와형이상학에각기자신의자리를마련해줌으로써,근대의철학적기초를정초한인물이기도했다.또한도덕적존재로서의인간자유의근거를철저한도덕적의무감과결부했고,많은일화가말해주듯,칸트자신이삶에서도이성적판단과강한도덕적신념을훼손할수도있는지나친정념과열정으로멀리하는엄격한자기관리와청교도적결벽을보여주었다.이러한관점에서저자는근대적인간의전범으로여겨지는이러한삶의태도를좀더미시적으로관찰한다.칸트는자신의신체에대해,신체의감각과느낌에대해어떤태도를취했을까?사랑이라는,이성을마비시키는정념과열정을어떻게받아들였을까?평생독신으로살았던칸트에게결혼은,혹은성행위는어떤의미를지니고있었을까?이런질문들을추적하는동안우리는이성의철학자칸트가,매우역설적이게도앞에서본광인들의어떤모습들과겹쳐져드러나는것을발견하게된다.이것이3부에서이야기하는내용이다.